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김경욱 소설)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김경욱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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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존 김경욱 소설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장난기까지 더해진, 김경욱의 스타일을 엿보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경욱의 신작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등단한 이래로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소설 영역을 구축해온 저자가 펴낸 여덟 번째 소설집으로, 제4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천국의 문》을 포함한 아홉 편의 다채로운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경욱표 소설쓰기의 정수를 잘 보여주는 표제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무엇 때문인지 일본인으로 자주 오해받던 주인공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타게 된 택시에서도 자신을 일본인이라 착각하는 기사에게 장난기가 발동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일본인 행세를 하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실과 비밀이 결국 하나의 줄기에 들어 있음을 서늘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양들의 역사》 등의 작품을 통해 김경욱 소설의 디테일이 이제는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된다.
저자

김경욱

1993년『작가세계』신인상에중편소설「아웃사이더」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베티를만나러가다』『위험한독서』『신에게는손자가없다』『소년은늙지않는다』,중편소설『거울보는남자』,장편소설『황금사과』『동화처럼』『야구란무엇인가』『개와늑대의시간』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김승옥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내여자친구의아버지들_7
양들의역사_33
경마학개론_61
고양이를위한만찬_87
매우그렇습니다_111
수학과불_141
밤낚시_171
필경사조풍년_199
천국의문_225

작가의말_252

출판사 서평

김경욱5년만의신작소설집
제40회이상문학상수상작「천국의문」수록

김경욱의여덟번째소설집『내여자친구의아버지들』이출간되었다.『소년은늙지않는다』이후5년만에펴내는신작소설집이다.김경욱은1993년『작가세계』신인상에중편소설「아웃사이더」가당선되어등단한이래로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김승옥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하며누구도넘볼수없는자신만의소설영역을구축해왔다.일찍이“진화하는(소설)기계”(문학평론가서영채)라는평을들었을만큼한순간도작가적긴장을놓치지않고삶의한가운데로파고드는섬세한발걸음으로꾸준히기억에남는작품들을써온,늘진일보한면모를보여주는작가다.이제여덟번째소설집을펴내며그는‘작가의말’을통해“8번에게풀스윙은언감생심”이라고몸을낮췄지만,그의여덟번째타자가풀어내는아홉편의다채로운소설들은우리에게‘사이클링히트’의짜릿한쾌감을느끼게하기에충분하다.

모두가알지만아무도알려주지않는
의뭉스러운삶의진실을건져올리는독보적디테일

표제작인「내여자친구의아버지들」은김경욱표소설쓰기의정수를잘보여주는수작이다.‘나’는스물아홉번째면접시험장에서다섯명의중년남성면접관들과마주하는순간옛여자친구의아버지들을떠올린다.“만약성전환수술을받는다면맨먼저뭘하고싶습니까?”라는“별거지같은”면접관의질문에도“여자가되어서도이회사에지원할겁니다”라고답하며“똥구멍까지핥아줬건만”돌아오는것은“딱하다는눈빛”과“값싼동정의기색”뿐.세번째여자친구의아버지가떠오른것도바로이질문을들었을때다.여자친구의집에서여자친구와단둘이시간을보내던‘나’는“동남아골프여행을떠나내일이나귀국한다던”여자친구의아버지와갑작스레맞닥뜨리게되고,뜻밖에시작된그와의대작은‘나’의사타구니께로들어온그의손과함께예상치못한방향으로흘러가는데……자존감을버리고도끝내면접관의눈에들지못하고,여자친구의아버지에게도부당한추행을당하며,그러고도도리어여자친구에게까지면박을들을수밖에없는‘나’의어쩔수없는‘찌질함’을,속물근성과허위로가득한우리시대의씁쓸한풍경에덧대어김경욱만의의뭉스럽고풍자적인문장으로그려낸다.
김경욱소설의‘의뭉스러움’은「양들의역사」에이르러더뚜렷해진다.무엇때문인지일본인으로자주오해받던‘나’는,일본출장에서돌아와타게된택시에서도자신을일본인이라착각하는기사에게장난기가발동해목적지에도착할때까지일본인행세를한다.기사의일본어수준을평가하기도하고그가들려주는아리송한이야기,그러니까영종대교97중교통사고에서살아남았고,성수대교와삼풍백화점붕괴사고를가까스로비껴갔으며,한국전쟁에서형대신목숨을건졌다는이야기를자신이즐겨했던거짓말,즉“가공의삶을진짜처럼만드는디테일”에빗대어사실인지거짓인지가늠해본다.시종흥미롭지만알쏭달쏭한이야기를들려주는기사와,그의이야기를끝내의심하며듣는‘나’의위태로운‘외줄타기’를통해삶의진실과비밀이결국하나의줄기에들어있음을서늘하게드러내보여주는작품이다.세세하게이야기하는것만이아니라설득력있게이야기하는것이야말로소설에필요한디테일임을떠올려볼때,몰입해서읽지않을수없는김경욱소설의디테일이이제는완숙한경지에이르렀음을확인하게된다.

소설이끝난이후에이어질이야기를어느쪽으로도짐작해볼수있게하는열린결말이지금까지김경욱소설의특징이었다면,「고양이를위한만찬」은소설이끝나는지점에서더이상무엇도할수없게만드는작품이다.오직식탁을차리고있는부부의대화로만진행되는이소설은,부부가쫓기듯미국으로이민을올수밖에없었던사정을아프게드러낸다.서로를경멸하는듯하면서도자신의생사마저상대방의결정에내맡길정도로부부는헤아리기힘든고통을함께견뎌내고있다.그래서“우리애가살아있다면그또래겠구나.현장체험학습만안갔어도,컨테이너에서자고있지만않았어도,소방차만제때도착했어도,탈출하라는안내만있었어도저기앉아서내가만들어준잡채를입안가득오물오물하고있겠구나”하는아내의말앞에누구도함부로입을떼기어려운것이다.소설을읽고나면오직우리가터무니없는사고로생때같은아이들을잃었다는자명한부끄러움만이남는까닭이기도하다.그간의김경욱소설의지적이고건조한분위기와는다르게조금더직접적이고밀도가높지만,그래서한층더새롭고인간적으로느껴지는작품이다.
「밤낚시」역시고등학교동창인세중년남자가하나의사건을각자의방식으로기억하며생겨나는오해와갈등,그럼에도그기억들을붙들고현재를살아가야하는삶의지난함을생생하고손맛좋은문장들로능청스럽게풀어낸다.
노트북수리기사를스토커로의심하는여자친구를통해여성에게만손쉽게가해지는위협과차별의문제를추리소설처럼속도감있는이야기로그려낸「매우그렇습니다」,전직소설가가인공지능컴퓨터의의뢰를받아소설을고쳐써준다는흥미로운설정을통해소설의의미를되묻는「수학과불」,그리고1972년어느봄밤,알수없는장소에감금되어‘VIP’에게보고할문서를대필하게된‘필경사조풍년’의이야기(「필경사조풍년」)를따라읽다보면,김경욱이라면어떤이야기라도조였다풀었다하며자유자재로써낼수있음을실감하게된다.또한소설집의마지막작품이자“한국의현대사회가안고있는노인과병과죽음그리고가족공동체의해체등,여러겹의문제들을한데응축시켜놓고그현재와미래를응시”(‘대상수상작선정이유’)했다는평을들으며제40회이상문학상을수상한「천국의문」에이르러서는‘소설기계’라는김경욱에대한찬사가허사가아님을체감할수있다.정교하고치밀한기존김경욱소설의색채를잃지않으면서도유연한장난기까지더해진,좀더진일보한김경욱스타일을엿볼수있는이번소설집은줄곧김경욱소설을따라읽어온독자들의기대를저버리지않는것은물론이고,김경욱을몰랐던독자들의‘김경욱입문서’로도손색이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