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정끝별 시집)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정끝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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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몸으로 리듬을 타는 시
시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에 눈을 뜨게 할 시
물음이 답을 품고 답에 날개가 돋는 언어의 춤
문학동네시인선 123 정끝별 시집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가 출간되었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으니 시력 31년째에 선보이는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며, 전작 『은는이가』를 펴낸 지 5년 만에 펼쳐 보이는 시인의 신작이기도 하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 속 시들을 붙잡기 전에 선행해야 할 과정이 있으니 시인이 마련한 세숫대야 속에 일단은 손을 넣고 손부터 씻기다. ‘나의 라임과 애너그램을 위하여’라는 일러두기와 같은 글이 물로 고여 있는 그 세숫대야 속에 손을 넣고 손을 씻은 다음에 얼굴을 비춰보기다. 개운하여 말개진 얼굴이라면 좋고, 시원해서 가벼워진 얼굴이라면 더 좋고, 찡그려서 웃지 않는 얼굴만 아니라면 그것이 최고로 좋은 바고, 그 얼굴, 그 얼굴에 무엇보다 장난기 다분한 상상력이 무한 발동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싶은 발로에서의 물 받음. 일단 시인의 이 글부터 꼼꼼하게 읽어봐주십사 드리는 마음이다.
저자

정끝별

1988년『문학사상』에시가,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평론이당선된후시쓰기와평론활동을병행해오고있다.시집으로『자작나무내인생』『흰책』『삼천갑자복사빛』『와락』『은는이가』등이있다.유심작품상,소월시문학상,청마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먼눈이멀어진눈빛을노래한다
춤/그런것/염천/늦여름물가/움/천돌이라는곳/언발/봄의사족/시간의난간/겁많은여자의영혼의거대한포도밭/벌받는별/입술을뜯다/디그니타스/파란나팔/이별의완성

2부여럿이부르는신음을우리는화음이라한다
과일의일과/모든것들의온도/왈(曰)/철(綴)/슬(膝)/소금인간/멜랑콜리커의발/홀리데이/저녁에입들/가스밸브를열며/홈페이지앞에서/일파만파답파/호퍼가그린그림/초겨울무밭/가족장편선/눈의망루

3부젠더의새벽은아직춥다
합주/깁스한시급/삼대2/젠더의온도/나침바늘을보다/사랑은살아/샤갈이사랑한산책/늘몸/사랑은간헐/코끼리를냉장고에서꺼내는법/관음(觀音)/열잎의평일/뉴스와댓글/모텔여옥/스트라이크!/세세세

4부밥알과알밥을찾아다녔다
랩소디멜로디/삼대3/입들의전쟁/천불철탑/마트카트/시티카트/폭풍추격자/공범/콘센트/거룩한구걸/메기를추억하다/남자의자만/생각서치/들여다보다/앗숨

해설|발란사(balanza)의춤
|조강석(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
하나의소실점을향해일사불란항진하는시의원근법이지지부진오리무중일때라임(rhyme,압운)과애너그램(anagram,철자바꾸기)이찾아왔다.하나의언어를감싸고있던다른소리와의미와몸짓이들썩였다.들썩이는춤과노래가딸려왔다.물음이답을품고답에날개가돋는,우리의우연과그병존의공존을위하여!
―p.11‘나의라임과애너그램을위하여’

그러니까이시집을읽어내려가는데있어두개의큰힌트라면라임과애너그램이겠다.압운과철자바꾸기.이걸몸으로이해하고시집을읽으면그재미에푸른물이든다.입속까지푸른물이들어시를내뱉을라치면세상이푸르게번져감을또한눈으로확인하게된다.몸으로리듬을타는시.그렇게시모르는사람에게도시에눈을뜨게할시.그러고나면세상사시로보일것투성이들이얼마나많을것이며그순간순간의채집으로시를발견하기에얼마나바쁠것인가.

이런앎을시작으로시를찾는기적의기쁨도시를읽어나가는데중요한허리짚음이되어주겠지만실은이를다모르고서시안으로걸어들어간다한들별어려움없이뚜벅뚜벅전진하게도만드는것이정끝별시인의이번시집이기도하다.지금껏시인이일관되게받들어온자신만의시심,그초심은늘그랬듯정직하고정확했던바,예서특유의유머는증폭되었고특유의감성은농익었으니공감의처마마다떨어지는빗물에우산을받쳐쓰고있는시인곁에서아무말안하고서있기나해도뭔가그마음알것만같으니이는시인의진심에도그여유가깊어진까닭이아닐까한다.그가자신의책제목으로머릿돌처럼올렸던‘시심전심’,그시심이라는전심의진심이우리에게아주자연스럽게전해진데는그가일단은제살아옴의시간과정면대결하기를피하지않은까닭일거다.시간과의보폭맞추기.때론시간과의다리걸기.그러니까시간과의정정하고당당한싸움.그시간과의맞장?.

총4부로나뉘어담긴이번시집속시들은시인이자주다뤄왔던일상이라는문제,가족이라는문제,여성이라는문제,엄마라는문제를자갈처럼깔고있는데묘하지,와중에뒤로감춘것같은,웬만하면안들키려했던‘나’라는‘사람’의목소리가아주곧게아주자주돋아났던것이다.그러려고그런것은아니었는데시간에쫓기고관계에쫓기고책임에뜯기고제스스로도왜달리는지모르는채앞서가는사람이시인이라할때그가등뒤로들켜내던흐느낌.누가뛰라고등을떠민것도아닌데가만히앉아있지를못한채또어떤날은유령처럼쉽게는발이없는사람처럼붕뜬채배회하고굽어보고스쳐가고하는사람이시인이라할때그가안개속에섞어뿜어내던자조의한숨.작정하고말한것도아닌데이목소리들왜들릴까하니간절하고절실해서,목에서피를나게하는생짜여서제살을찢는부름이어서!

명랑하고쾌활하게쓰인시들,속도감있는문체로걸리는대목하나없이미끌미끌읽어나가게만든시들.그랬는데,그렇게읽었는데,묘하게참시큰하게하는연유는어디에서오는가,생각해보니제목에바싹목을매게된다.봄이고첨이고덤이다하였거늘,한해한해나이가들수록봄이어떻게오던가.한해한해나이가들수록처음은어떻게소화되던가.한해한해나이가들수록덤을어떻게받아들게되던가.봄이고첨이고덤이어서반갑고고맙고기쁘지만이리말하는것이시인이다.그러니까“내숨은쉼이나빔에머”문다고,“내맘은뺨이나품에머”문다고,그래야“점이고섬이고움”이된다고,“땀이고힘이고참이”된다고.왜이렇게몸과정신을배배뒤트는시를썼는가하니삶이일견춤이어서그랬나보다.“춤만같은삶의몸부림이나안간힘”“흠과틈에든웃음이고짐과담과금에서멈춘울음”.웃고울다한생이간다.“최후의시란그런것그리상투적인것”.

춤이“그래야”의세계즉,당위의세계에서봄과첨과덤을요청하는것이라면말은“그러니까”의세계즉,자연스러운인과와이미도래하여태연한기결(氣結)의세계를관장한다.(…)춤추기위해말하고말하기위해춤춘다.그러니까그래야하고그래야그건거다.정신과형태,당위와인과,요청과기결,갱년과청년,그림그리는아이와절망을미루는엄마,영원속으로의떠밀림과이미함께다니는영원,천돌의비밀과관음의환함이천칭언어에모두함께걸려뛰놀고있다.봄사태다.
─조강석해설「발란사(balanza)의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