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일 확률

내가 나일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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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나일 확률-당신이 당신일 확률
우리의 호흡이 일치하게 되었을 때
너와 내가 만날 가장 달콤한 각도
문학동네 시인선 121번째 시집으로 박세미 시인의 『내가 나일 확률』을 펴낸다.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간결한 언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증폭시켜내는 특유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을, “비극적 인식을 경쾌한 어조로 노래하며 시적 대상의 슬픔과 고통을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안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등단한 시인 박세미. 자신만의 보폭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로 쌓아올린 51편의 시를 데뷔 5년 만에 묶어 첫 시집으로 내어놓는다.
건축과 건축이론을 공부한 시인의 독특한 이력에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는 그의 첫 시집이 귀하고도 드문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장이 되리라는 예감을 하게 되고, 정교하고도 정직한 시편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기대와 예감을 초월하는 ‘시의 집’에 당도해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모든 곳에 있겠다”(「먼지 운동」)는 나직하고도 믿음직한 문장처럼 이번 시집에는 부서지고 작아진 나-부서지고 작아진 마음을 담담하게 응시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박세미의 시는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은 있을 법한 ‘친구’를 떠오르게 한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기분 나쁘지 않게 가장 정확한 말로 조율하여 조곤조곤 직언을 해주는 친구. “모든 게 엉망진창”(「잠옷」)인 것 같은 날 잠시 쉬어가고도 싶은 집이 되어주는 친구. 혹여 우리가 싸우게 되더라도 “남겨진 온기만 기억”(「인간 세 명」)해줄 따듯한 친구. 그래서일까? 나 이하도 나 이상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염결함으로 쓰인 시는 ‘내가 나일 확률’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되돌아보고 기도하고는 당신에게까지 나아간다.

당신 옆을 지나칠 때 우연히
내 걸음이 놓친 것들 나를 통과한 말들
진심이 진심에 덮여 사소해질 가능성
내가 나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낮과 밤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동물이 된다는데
몸속을 뒤집어 가장 순결한 보호색을 띤다는데
당신이 당신일 확률
_「몇 퍼센트입니까」 부분

작아져서 선명한, 사소해서 단단한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 전문가’의 혼자서의 낭독회

박세미의 시는 조심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이는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들과 사람들을 가만가만 지켜보아온 자의 염려에서 비롯한 윤리일 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귀한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피규어」)는 마음가짐과 “가벼운 것을 가장 무서워”(「화이트아웃」)할 줄 아는 마음, “다시는 결심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아무것도 하기 싫어」)는 화자들은 모두 한 번쯤은 “굼벵이의 자세, 굼벵이의 속도, 굼벵이의 마음, 굼벵이의 식욕, 굼벵이의 일상”(「물성」)이 되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기어서 기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오늘도/ 실패라서”(「물성」) 쓸쓸하기까지 한 나날을 보내고, 무생물-사물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시간들을 통과한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가끔 박세미의 시가, 목소리가 거침-없이 파고드는 이유는 “왈칵 쏟아진 오늘 같은”(「아무것도 하기 싫어」) 것에 미리감치 “곧 아플 겁니다.// 슬픔이 오기 전에 아플 거예요. (…) 아프고 나면, 정말 아플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힘으로”(「꾀병」) 우리의 아픔까지 끌어안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눈물을 모두 소진하면 웃음이 나”(「전구의 형식」)듯, 진정으로 아프고, 앓고 나면 비 온 뒤의 날씨처럼 선명해지는 감각이 찾아오듯, 그 마음은 ‘이제 내가 모르는 것들’(「블랭크」)을 향해 혼자서의 낭독회를 준비한다.

기도의 형식은
맞댄 두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꿇어앉아 하늘을 향해 포갠 발바닥에 있습니다
거기엔 빛나는 돌이 놓여 있죠

하지만
누군가 내게 와서
서로의 발바닥을 맞댐으로 사랑에 빠지자,
말한다면 나는 기꺼이
졸도할 것입니다
두 발바닥을 활짝 펴고서
_「빛나는 나의 돌」 부분

작아져서 더욱 선명해지고, 사소해서 더욱 단단한 나와 마음과 시. 박세미는 그 어떤 포즈나 허언 없이, 때로는 관찰자의 마음으로 때로는 취재의 시선으로 시를 지어 건넨다. 갈라지고 때묻은 마음의 벽에 새하얀 젯소를 덧칠해 시를 건네는 마음. 굼벵이의 속도이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연한 몸짓으로 다가드는 시.

박세미의 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우리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단다. 부서지고 작아진 우리. 실패하는 굼벵이 같고 먼지 같은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슬픔에 빠져 있는 우리. 그럴지라도 나는 끝까지 나로 남아 나를 지키면서 살아갈게.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할게. 너도 너로 남아, 너를 잘 지키면서 살 수 있기를.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스스로에게 속는 힘으로” 또 “우아한 몸짓”(「꾀병」)으로 지금 여기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러다가 우리 다시 만나. 열렬하게 꼭 만나.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해설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 전문가」부분

드디어 커튼이 걷히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시인이 첫 낭독회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박세미의 첫 시집을 마치 ‘처음 보게 될 아이의 눈동자를/ 그리워해’온 것처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이 아이는 나일 것이다.’(「will」)
저자

박세미

시인박세미는2014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나일확률』이있다.김만중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아프고나면,정말아플겁니다

꾀병

미미
지각하는이유
화이트아웃
먼지운동
아무것도하기싫어
도깨비
파티의언어
몇퍼센트입니까

2부벽과종이와액자로서태어납니다
또와척
빛나는나의돌
대체로
전구의형식
딸기를보관하는법
팔삭둥이
프로시니엄
관찰자로서
‘’
신앙생활
증발자
제3의방
3부나의어린하마는허우적대지않는다
얼굴이없는것들
날개가달린것들


검은콩하나가있다
인간세명
춤추는돼지
피규어
오브제
떠나는나에게
반투명한
내일은도시를하나세울까해
부러진부리
게니우스로키
무게는소리도없이

4부기분은디테일에있다
타워
물성
잠옷
아가미깃발
조감
블랭크
기분은디테일에있다
옥신
알비노
혼자서의낭독회
데칼코마니
구음(口音)
will
죽은식물의뿌리가공중에있는지
뜻밖의먼
해설|부서지고작아진마음전문가|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작아져서선명한,사소해서단단한
‘부서지고작아진마음전문가’의혼자서의낭독회

박세미의시는조심하는마음으로가득하다.이는부서지고작아진마음들과사람들을가만가만지켜보아온자의염려에서비롯한윤리일터.“이세상에하나뿐인존귀한존재는되지않아야겠다.”(「피규어」)는마음가짐과“가벼운것을가장무서워”(「화이트아웃」)할줄아는마음,“다시는결심같은건하지않겠다고결심하”(「아무것도하기싫어」)는화자들은모두한번쯤은“굼벵이의자세,굼벵이의속도,굼벵이의마음,굼벵이의식욕,굼벵이의일상”(「물성」)이되어본사람들일것이다.“기어서기어서/벗어나고싶었지만오늘도/실패라서”(「물성」)쓸쓸하기까지한나날을보내고,무생물-사물이되어버린것만같은시간들을통과한사람들의마음일것이다.가끔박세미의시가,목소리가거침-없이파고드는이유는“왈칵쏟아진오늘같은”(「아무것도하기싫어」)것에미리감치“곧아플겁니다.//슬픔이오기전에아플거예요.(…)아프고나면,정말아플겁니다./스스로를믿는힘으로”(「꾀병」)우리의아픔까지끌어안았기때문이기도할것이다.
그러나“눈물을모두소진하면웃음이나”(「전구의형식」)듯,진정으로아프고,앓고나면비온뒤의날씨처럼선명해지는감각이찾아오듯,그마음은‘이제내가모르는것들’(「블랭크」)을향해혼자서의낭독회를준비한다.

기도의형식은
맞댄두손에있는것이아니라
꿇어앉아하늘을향해포갠발바닥에있습니다
거기엔빛나는돌이놓여있죠

하지만
누군가내게와서
서로의발바닥을맞댐으로사랑에빠지자,
말한다면나는기꺼이
졸도할것입니다
두발바닥을활짝펴고서
_「빛나는나의돌」부분

작아져서더욱선명해지고,사소해서더욱단단한나와마음과시.박세미는그어떤포즈나허언없이,때로는관찰자의마음으로때로는취재의시선으로시를지어건넨다.갈라지고때묻은마음의벽에새하얀젯소를덧칠해시를건네는마음.굼벵이의속도이지만한없이부드럽고연한몸짓으로다가드는시.

박세미의시는이렇게말하는것같아.우리가원래되어야하는것이되는데는시간이아주오래걸린단다.부서지고작아진우리.실패하는굼벵이같고먼지같은우리.각자의자리에서조용히슬픔에빠져있는우리.그럴지라도나는끝까지나로남아나를지키면서살아갈게.그렇게살기위해노력할게.너도너로남아,너를잘지키면서살수있기를.우리가되고싶은것이되기위해서는시간이아주오래걸리겠지만“스스로에게속는힘으로”또“우아한몸짓”(「꾀병」)으로지금여기의삶을살아가면서,그러다가우리다시만나.열렬하게꼭만나.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해설「부서지고작아진마음전문가」부분

드디어커튼이걷히고조용조용한목소리로시인이첫낭독회를시작한다.그리하여우리는박세미의첫시집을마치‘처음보게될아이의눈동자를/그리워해’온것처럼,‘알아볼수있을것이다/이아이는나일것이다.’(「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