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져서선명한,사소해서단단한
‘부서지고작아진마음전문가’의혼자서의낭독회
박세미의시는조심하는마음으로가득하다.이는부서지고작아진마음들과사람들을가만가만지켜보아온자의염려에서비롯한윤리일터.“이세상에하나뿐인존귀한존재는되지않아야겠다.”(「피규어」)는마음가짐과“가벼운것을가장무서워”(「화이트아웃」)할줄아는마음,“다시는결심같은건하지않겠다고결심하”(「아무것도하기싫어」)는화자들은모두한번쯤은“굼벵이의자세,굼벵이의속도,굼벵이의마음,굼벵이의식욕,굼벵이의일상”(「물성」)이되어본사람들일것이다.“기어서기어서/벗어나고싶었지만오늘도/실패라서”(「물성」)쓸쓸하기까지한나날을보내고,무생물-사물이되어버린것만같은시간들을통과한사람들의마음일것이다.가끔박세미의시가,목소리가거침-없이파고드는이유는“왈칵쏟아진오늘같은”(「아무것도하기싫어」)것에미리감치“곧아플겁니다.//슬픔이오기전에아플거예요.(…)아프고나면,정말아플겁니다./스스로를믿는힘으로”(「꾀병」)우리의아픔까지끌어안았기때문이기도할것이다.
그러나“눈물을모두소진하면웃음이나”(「전구의형식」)듯,진정으로아프고,앓고나면비온뒤의날씨처럼선명해지는감각이찾아오듯,그마음은‘이제내가모르는것들’(「블랭크」)을향해혼자서의낭독회를준비한다.
기도의형식은
맞댄두손에있는것이아니라
꿇어앉아하늘을향해포갠발바닥에있습니다
거기엔빛나는돌이놓여있죠
하지만
누군가내게와서
서로의발바닥을맞댐으로사랑에빠지자,
말한다면나는기꺼이
졸도할것입니다
두발바닥을활짝펴고서
_「빛나는나의돌」부분
작아져서더욱선명해지고,사소해서더욱단단한나와마음과시.박세미는그어떤포즈나허언없이,때로는관찰자의마음으로때로는취재의시선으로시를지어건넨다.갈라지고때묻은마음의벽에새하얀젯소를덧칠해시를건네는마음.굼벵이의속도이지만한없이부드럽고연한몸짓으로다가드는시.
박세미의시는이렇게말하는것같아.우리가원래되어야하는것이되는데는시간이아주오래걸린단다.부서지고작아진우리.실패하는굼벵이같고먼지같은우리.각자의자리에서조용히슬픔에빠져있는우리.그럴지라도나는끝까지나로남아나를지키면서살아갈게.그렇게살기위해노력할게.너도너로남아,너를잘지키면서살수있기를.우리가되고싶은것이되기위해서는시간이아주오래걸리겠지만“스스로에게속는힘으로”또“우아한몸짓”(「꾀병」)으로지금여기의삶을살아가면서,그러다가우리다시만나.열렬하게꼭만나.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해설「부서지고작아진마음전문가」부분
드디어커튼이걷히고조용조용한목소리로시인이첫낭독회를시작한다.그리하여우리는박세미의첫시집을마치‘처음보게될아이의눈동자를/그리워해’온것처럼,‘알아볼수있을것이다/이아이는나일것이다.’(「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