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사람과 눈사람

눈과 사람과 눈사람

$12.50
Description
자신만의 독특한 울림을 발산하는 임솔아의 첫 소설집!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임솔아의 첫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증명하고,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로 2017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와 소설 모두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 저자가 시적인 문장 안에 진중한 사유를 함축해 써내려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문단 내 성폭력의 피해자로서 용기 내어 쓴 《추앙》, 기초생활수급자로 사는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시도하나 결국 거액의 병원비까지 떠안게 된 유림. 건강보험 혜택이 절실해진 유림은 정신병력 진단서를 받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급박하고도 끈질긴 사투를 벌이는 《병원》 등 일상에서 한 번씩은 마주했을 어떤 무례함과 부당함을 생생히 기억해내게 하는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임솔아

2013년중앙신인문학상,2015년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눈과사람과눈사람』『아무것도아니라고잘라말하기』,장편소설『최선의삶』,시집『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겟패킹』이있다.신동엽문학상,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줄게있어_007
병원_039
다시하자고_057
추앙_083
뻔한세상의아주평범한말투_099
신체적출물_121
선샤인샬레_145
눈과사람과눈사람_171

발문|윤이형(소설가)
모래로만든눈사람_201

작가의말_221

출판사 서평

열여덟살부터스물다섯살까지
당신의경험으로부터시작된,당신과지극히가까운이야기

삶을직시하고온몸으로경험하는작가임솔아의첫소설집『눈과사람과눈사람』이출간되었다.2013년중앙신인문학상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그는첫장편소설『최선의삶』으로2015년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소설가로서의재능을증명하고,첫시집『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로2017년신동엽문학상을수상하며시와소설모두에서눈에띄는성취를보여주고있는젊은작가다.시적인문장안에진중한사유를함축하여한국문학의깊이를더하는임솔아의작품세계를단편집으로는처음음미해볼수있는기회다.임솔아가고르고골라배치해둔단어들은시어와같은무게를지니고문장과문장사이를말해지지않은의미로고요히채워가며자신만의독특한울림을발산한다.
소설집에수록된여덟편의작품은인물의나이순으로배치되어있다.다음작품으로이행할수록나이를먹어가는임솔아의인물들이보여주는변화는인상깊다.스스로를비정상으로여기게만드는세상에반발하며서걱거리는모래알처럼흩어져있던존재들이소설집의끝에서는물기를품은눈송이로변해서로뭉친다.임솔아가‘작가의말’에서“이인물들은여태내가겪어온것들을함께겪은동지들”이라고밝힌바,소설속의인물들이삶을지속하며이뤄내는변화는작가임솔아가겪은변화와무관하지않아보인다.

첫작품「줄게있어」의주인공‘영후’는친구의죽음을온전히이해하기도전에강요되는애도와물밀듯이쏟아지는주변의부담스러운배려와온기를참지못한다.영후는자신과다른세상에편입되지못하고,세상은그런영후를‘병들었다’고판정한다.영후처럼비정상이라고판단된이들은생존을위해정상임을공인받아야만한다.그래야만사회시스템을이용할수있기때문이다.「병원」의주인공‘유림’은기초생활수급자로사는삶을포기하고자살을시도하나결국거액의병원비까지떠안게된다.건강보험혜택이절실해진유림은정신병력진단서를받기위해정신과의사와급박하고도끈질긴사투를벌인다.「다시하자고」에서비좁은원룸에서동거하는‘수희’와‘지은’은세상이그들을신용하기위해요구하는신분을마련할수없다.그들이일자리를얻으려면자신의이름을버리고소속과자격과정체성을바꿔야한다.두사람은오직함께살기위해그불안정한삶을감내한다.
이처럼아주가까이있지만주의를기울이지않으면발견할수없는사회의사각지대에임솔아는자신의몸을한껏밀착한다.그리하여작가스스로경험하지않고서는써낼수없는약자와소수자로서의삶의세부를소설속에배치해놓는다.이렇게쓰였기때문에,임솔아소설을읽으며우리는일상에서한번씩은마주했을어떤무례함과부당함을생생히기억해내게된다.

정상이라는권력에종속되기를거부하고
정상을비정상으로전복시켜보이는강인한목소리

정상이라고명명된권력에의해비정상으로분류된다해도,임솔아의인물들은그렇게밖에는살아갈수없는존재들이다.“나는비정상이어서아픈게아니라나를거부하면서까지정상이되려고애를썼기때문에아팠어”(「뻔한세상의아주평범한말투」)라고그들은고백한다.그들은세상에편입되는대신아웃사이더가되어자신만의시각으로세상을바라보며살기로한다.그리고이세상또한정상이라고말할수없음을,나아가세상이정상과비정상으로나눠지지않는다는사실을점점깨달아간다.이제그들은정상으로간주되기위해용인되곤하는온갖‘윤리적인거짓’과‘선한폭력’에서부터문단내성폭력사태에이르기까지,세상의옳지않은면들을들춰보이며‘이것은옳지않다’고똑똑히말하기시작한다.
자신보다약한존재를내려다보며자신이정상적으로살아가고있다는착각을유지하는「뻔한세상의아주평범한말투」의‘언니’와여행중불의의사고로절단된동생의발가락을이성적인판단하에해외에남겨두고귀국할수있는「신체적출물」의‘은지’는,언니의보살핌을받는‘기정’과신체의일부를영영잃게된‘은하’의입장에서도정상이라고할수있을까.임솔아소설은정상으로여겨지던것들을비정상으로뒤집어보게함으로써정상과비정상의경계를무화시키고정상이라는이름을차지하고있는권력을허문다.이러한전복은「추앙」에서가장강렬하게이루어진다.「추앙」은임솔아가문단내성폭력의피해자로서용기내어쓴작품이다.“강직하거나점잖다고정평이나있는수많은교수와시인”중에는권력을이용해자신을존경하던습작생들을추행하고폭행한가해자가분명히있다고,이소설은증언한다.“시적자유와낭만성으로포장되는모든폭력”을합리화하는맹목적인추종을끝내고다음세계로나아가기를바라는임솔아의강인한음성에는결코흔들림이없다.

이질적인세상을눈송이처럼부유하던존재들이
자신의형체를잃지않기위해모여들어눈사람을만들기까지

정상성이라는허상에서탈피하여자기자신을있는그대로받아들일때임솔아소설의인물들은평화를맞는다.「선샤인샬레」의주인공‘민주’가그렇다.민주는무엇으로도명명될필요가없는존재들이자유롭게머물다떠나는비밀스러운휴양지‘히든롬빌라’의직원이다.여행객들이‘아무것도없다’고말하는이곳에서,민주는아무것도아니지만분명히존재하는것들과함께살아간다.외부로부터억지로부여받은자신의정체를잊고있는한,민주는아무것도아닌채로세계와동화되는삶을살수있을것이다.
그리고마지막작품「눈과사람과눈사람」에서임솔아의인물들은있는그대로의자기모습을유지하기위해타인에게연대의손길을내민다.마치눈송이가세상에녹아들지않고모여들어커다란눈사람을만들듯이.이단편에등장하는인물들은성폭력피해자와연대하기위해모였지만뜻하지않은오해를받아다른연대자들로부터질타받게된다.그들은해명을준비하지만,길고긴회의끝에그들의고백이성폭력가해자들에게피해자를공격하고연대자들을와해시킬좋은무기가되리라는결론을낸다.더큰연대를이루기위해스스로를고립시키기로결정한이인물들의연대의식은끝내다른이들에게전해질수는없겠지만,그렇게남겨져응결될수록더욱단단해져갈것이다.
이소설집의첫작품부터마지막작품까지찬찬히읽어낸뒤에는타인을바라보는임솔아의시선이달라져온궤적을느낄수있다.남들만큼따스하지않고,그다지눈에띄지않을수도있겠지만,임솔아는자신만의방식으로타인에게손을내밀어보고있다.자신만의온도로,당신과나사이에눈결정처럼투명한징검다리를놓으면서.



이소설집에는열여덟살부터스물다섯살까지의인물이존재한다.이인물들은여태내가겪어온것들을함께겪은동지들이다.당연한이야기같겠지만나는이당연함이내손끝에서구현되는것때문에겨우살아왔다.나는이인물들의경험으로부터출발된인간이다.삶을이어갈나와내소설속인물이앞으로도닮은모습일수있을까.막연히그랬으면좋겠다고생각해본다.아침에일어나딸기를연유에찍어먹고오후에는벚꽃이지는것을열심히구경하고.오늘내가겪은하루처럼이런이야기만적게되더라도,그랬으면좋겠다.내가쓴소설곁에내가있고싶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