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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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배영옥 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뭇별이 총총》을 냈던 바 있는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다. 시인은 2018년 6월 1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6년에 와 2018년에 간 사람. 그쯤이라 하기에는 모자라다는 말로밖에 답할 수가 없겠는 시간, 오십 두 해. 이 시집은 시인이 작고하기 전까지 손에 쥐고 품에 안고 있던 시들로 한 연 한 연 너무 다듬어서 하얘진 속살과 한 행 한 행 너무 들여다보아서 투명해진 속내를 한 편 한 편 평소의 제 얼굴인 듯 다부지면서도 단호히 내어걸고 있다.
저자

배영옥

1999년매일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뭇별이총총』이있다.2018년6월11일지병으로세상을떠났다.

목차

1부엄마무덤곁에첫시집을묻었다
훗날의시집/늦게온사람/사과와함께/그림자와사귀다/위성/암전/또다른누군가의추억으로남을/누군가는오래그자리에머물렀다/뼈대의감정/여분의사랑/이상한의자/나는왜/거룩한독서/헛글에빠지다/애인들/먼지처럼/담쟁이를위하여/수치(羞恥)/자두나무의사색/뱀딸기/재활용함/자화상/사람꽃/작약꽃/포도나무만모르는세계

2부다음에,다음에올게요
나를위한드라마/거울속에머물다/훗날의장례식/멀리피어있는두장의꽃잎/마지막키스/불면,날아갈듯한/귀/눈물의뿌리/모란/모란과모반/밥상위의숟가락을보는나이/사월/유쾌한가명/다음에/소음의대가/포시랍다는말/어느발레리나의오디션/그냥거짓말입니다/해피버스데이/나도모르는삼년동안/부드러운교육/꽃피는가면/우리의기억은서로달라

3부의자가여자가되고여자가의자가되기까지
의자를버리다/시/구름들/나의뒤란으로/가나안교회는집뒤에있지만/햇볕에임하는자세/적막이라는상처/수박/누군가가나를외면하고있다/고봉밥이먹었다/행복한하루/벌레의족속/촛불이켜지는시간/미자가돌아왔다/페이지터너의시간/눈알만굴러다니던혁명광장의새처럼/이상한잠적/비의입국/나는나조차되기힘들고/천사가아니어서다행인/사하라/나는새들의나라에입국했다

발문|사람은죽지않는다
|이영광(시인)

출판사 서평

하나의초,어차피타고없어질,
그저꼿꼿하기만한하나의초,
그한가닥의흰등뼈같은시들,

문학동네시인선122배영옥시집『백날을함께살고일생이갔다』가출간되었다.1999년매일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한이후시집『뭇별이총총』을냈던바있는시인의두번째시집이자유고시집이다.시인은2018년6월11일지병으로세상을떠났다.1966년에와2018년에간사람.그쯤이라하기에는모자라다는말로밖에답할수가없겠는시간,오십두해.
이시집은시인이작고하기전까지손에쥐고품에안고있던시들로한연한연너무다듬어서하얘진속살과한행한행너무들여다보아서투명해진속내를한편한편평소의제얼굴인듯다부지면서도단호히내어걸고있다.예서의단호함이란그것이무엇이든어떤미련이란이름으로부터의탈탈,손을털어버린자의차가움이자가뿐함이기도하겠다.생을훌쩍건너버린자니이때의놓음은크게생의집착같은것이되기도할터,하여이곳에아니있으니저곳에있을시인에게365일이지났으니,그쯤지났기도하였으니이제좀물어봐도될일같아하늘을올려다보며땅을내려다보며묻노니,그래거기서도시인이여,“여전히현재진행형인나의전생이여”하며“영원을돌이켜보”고있으려나.
이런돌아봄,이런뒤척임,이런되감기가태생이며성격이지않았을까싶게시인은이번시집속제살아옴의시간을역으로돌아뒤로걸어가기를매순간반복하고있다.더는앞으로걸어갈수없음을,걸어간다한들캄캄하여보이지않는그시간들은차마제입으로말할수없는것임을참으로잘아는시인이기에제눈에보이고제입이말할수있을겪고난지난시간속제삶에서풀려나온실들만하나하나매듭을짓고있다.정확한가?그러하다.꼼꼼한가?그러하다.덤덤한가?그러하다.아픈가?그러하다.
아무렴,안팎으로꽤나아픈시간을보냈겠구나,이제와짐작이나해보는작금의우리들앞에이시집은생의무상이라는그어찌할수없음,그안보이는바람소리를들려줌으로서늘히등짝을쳐주는기능속에있기도하다.안보이는그뒤,그뒤가누군가에게는문이되어훤히다보이는세계라는거.뒤가앞이고앞이뒤라는그당연한데도살면서는속수무책모를수밖에없는삶의비밀을조금알아버린것도같은시인은납덩이를찬것같은음울한무거움속나날을사는우리들이조금이나마가벼울수있게힘을빼는법의시를털어놔주고간듯도싶다.
어떻게이렇게탈탈저에게서저를털어낼수있었을까.하나의초,어차피타고없어질,그러나애초의생김이딴거없이그저꼿꼿하기만한하나의초,그한가닥의흰등뼈같은시들,마지막까지끝끝내쉽사리손에서놓지못한채만졌다는시들의깊은이야기속힌트를부제목에서더듬어본다.1부“엄마무덤곁에첫시집을묻었다”하니그키워드하나를‘엄마’로삼는다.2부“다음에,다음에올게요”하니그키워드하나를‘다음’으로미룬다.3부“의자가여자가되고여자가의자가되기까지”하니그키워드둘을‘여자’와‘의자’에서찾는다.어쨌거나엄마에게로갔겠구나,그다음이란게그런돌아감이겠구나,여자가앉아있을때는의지의여자였겠으나여자가돌아갔으니의자는의지의의자가되었겠구나……
이생에서의남은날이얼마주어지지않았음을알고손바닥이까지도록시를붙들었음을너무알게한시집.페이지가쉽사리넘어가지않는시집.쉽게종잇장을넘길수없는이유,목숨'수壽'가걸려있는연유.첫시부터울음이나통곡하게는안한다.그게비수다.잘가시라.“혁명광장을지키는독수리떼의지친울음소리가/이토록내어깨를누르는것을보면/이토록내마음을울리는것을보면/나는아무래도새들의나라에입국한것이틀림없다”하시니부디그곳에서는훨훨나시라.모쪼록배영옥시인의명복을빈다.

시는비상한뜨거움으로한생애에“백일”만이남았던사람이어떤“늦은사람”(「늦게온사람」)과함께한고통과사랑의시간을적고있다.고통이“온기”를뺏어가고“죄”를심어주는닫힌나날은그러나,“상처”를두려워하지않는용기의발명가운데저도모를사랑을향유하는듯하다.“어쩌랴”에는사랑할방도가없음에도사랑을끌어안고말았던기쁜무장해제의마음이묻어난다.“백날”이“일생”이되는까닭이여기있지않을까.“여분의사랑”은곧사랑의전부였던것이다.
―이영광발문「사람은죽지않는다」중에서

일러두기
*이책은2018년6월11일세상을떠난배영옥시인의유고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