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시대

철의 시대

$13.00
Description
연기 자욱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남아프리카
그곳에서 마주한 폭력과 죽음의 처절한 얼굴
아웃사이더가 사회에 개입하는 놀라운 장면을 무수한 모습을 통해 그려낸 작가.
_스웨덴 한림원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의 역작 『철의 시대』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1번으로 출간되었다. 『철의 시대』는 암으로 죽어가는 백인 여성의 눈을 통해 인종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남아프리카의 비극을 여러 층위에서 사유하는 쿳시의 대표작이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국가 주도의 야만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심금을 울리는 문장으로 통렬하게 고발하는 『철의 시대』는 쿳시의 문학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철의시대

저자:J.M.쿳시
1940년남아프리카공화국케이프타운에서태어났다.케이프타운대학을졸업하고1965년미국으로건너가오스틴텍사스대학에서언어학박사학위를받았다.1968년부터약3년동안뉴욕주립대학에서영문학을강의하며소설을쓰기시작했다.존스홉킨스,하버드,스탠퍼드,시카고대학에서도강의했다.1972년고국으로돌아가케이프타운대학영문과교수로재직했으며2001년정년퇴임했다.이후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해애들레이드대학에서문학을강의하고있다.
1974년『어둠의땅』을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한쿳시는두번째소설『나라의심장부에서』로남아프리카최고의문학상인CNA상을받았고,『야만인을기다리며』로세계적명성을얻었다.『마이클K』와『추락』으로한작가에게두번주지않는다는전례를깨고부커상을두차례수상했으며,에트랑제페미나상,예루살렘상,아이리스타임스국제소설상등많은상을받았다.그리고2003년“정교한구성과풍부한대화,날카로운통찰력으로서구문명의도덕적위선을날카롭게비판했다”는평과함께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그밖의주요작품으로『포』『철의시대』『페테르부르크의대가』『슬로우맨』『어느운나쁜해의일기』,자전소설3부작『소년시절』『청년시절』『서머타임』등이있고,다수의에세이와연구서를집필했다.

목차

철의시대
해설|타자의소설,타자의소설가
J.M.쿳시연보

출판사 서평

작가의사회·정치적입장이직접적으로드러난,
쿳시의작품세계에서흔치않은충격적이고놀라운작품.
-이코노미스트

J.M.쿳시는소설과에세이,평론등다양한장르에서활발한작품활동을펼쳐온다재다능한작가다.남아프리카문학의거장네이딘고디머는그를가리켜“종달새처럼솟구쳐독수리처럼내려다보는상상력을지닌작가”라고격찬하기도했다.“현재생존해있는영어권소설가중두말할필요없이가장유명하며수상이력이많은소설가”라는명성에걸맞게다양한문학상과더불어영연방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인부커상(맨부커상의전신)을최초로두차례수상했고,2003년에는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철의시대』는쿳시의소설중남아프리카의아파르트헤이트체제에대한분노가가장인상적이고도직접적으로드러나있는작품이다.남아프리카에서아파르트헤이트가여전히위력을발휘하던시절,퇴직한고전문학교수인커런부인은백인으로서혜택받은삶을살아왔다.불치의암을선고받은생의말년에이르러서야그녀는인종차별정책의날선공포와마주한다.그녀의침실발코니에서흑인거주지역인케이프플래츠에서치솟는연기가보이고,그녀가고용한흑인가정부플로렌스의아들베키가죽임을당하며,집안에들인베키의친구존은경찰의총격을받고숨진다.서서히죽음에가까워지는그녀곁에는그녀집에마음대로들어와살고있는노숙자퍼케일과그가데리고다니는개한마리뿐이다.아파르트헤이트체제의야만성과임박한죽음에대한서사가하나로얽혀있는,처절하게아름다운변주곡같은작품이바로『철의시대』다.

유혈이낭자한철의시대,그리고수치심

이소설의제목인‘철의시대’는인간들이철로된무기를들고서로의심장을겨누는참담한시대상을가리킨다.『철의시대』가배경으로삼는아파르트헤이트시대의남아프리카는흑인과백인사이에내전이벌어졌다고할만한국가적위기상황이다.작품의서술자인‘나’,즉커런부인이그녀의집안에서발견된권총이어디서났는지따져묻는경찰관에게“무기없는사람이살수있는세상이던가요?”하고반문할만큼,인종간대치가걷잡을수없는폭력으로치닫는중이다.흑인거주지역의학교들은문을닫았고,경찰은아이들을뒤쫓고마구잡이로공격한다.커런부인이학교에깊은반감을품은베키에게이유를묻자,베키는다음과같이답한다.“학교가뭐하는곳인데요?그곳은우리를아파르트헤이트체제에맞추는곳이에요.”이아이들이철로된듯하다고커런부인은생각한다.베키의어머니플로렌스의생각도베키와다르지않다.“우리는이애들이자랑스러워요”라고말하는플로렌스의모습은마치심장이철로된스파르타부인같다.이다지도험악한철의시대는언제쯤끝나게될지막막할뿐이다.

철의시대.그다음에오는청동의시대.그러한순환주기에서,점토의시대,흙의시대같은더부드러운시대가돌아올때까지얼마나오래,얼마나오래걸릴까?
(/p.66)

커런부인이멀리미국으로이주해사는하나뿐인딸에게남아프리카에서벌어지는참상을알리는편지형식으로구성된이소설에는아파르트헤이트라는악랄한체제에일조한백인의수치심이가득하다.커런부인은인간이느낄수있는수치심에는한계가없는것같다며절망에빠져괴로워한다.“우리는이사람들이쓰레기라도되는것처럼이들에게총을쏜다.그러나결국,삶을살가치가없는건우리다.”
쿳시는백인으로서사회에서지니는자신의기득권을뼈저리게의식하는작가다.그는자신과다른위치성에서살아가는타자들을함부로재현하는일은그들의시선을전유하는폭력이될수있음을작품을통해꾸준히드러내왔다.쿳시는『철의시대』에나오는약자들,즉퍼케일,존,플로렌스,베키,타바니등과같은흑인들에초점을맞추어그들의실존적삶을재현하려하는대신,가해자인백인의내면을해부하고그들의모순을지긋이응시한다.그는아파르트헤이트정권에의해죽음으로내몰리는흑인들의경험을서사의중심에놓고그들의삶을재현하고대변하는것이자칫허위나값싼감상이될수있음을예리하게의식하고있다.커런부인또한딸에게당부한다.만약그녀의편지에거짓말과애원과핑계가들어가있다면,그걸쉽게용서하지말라고.이모든것을차가운눈으로읽어달라고.

내게공감하며읽지마라.너의가슴이내가슴과함께고동치지못하게해라.
(/p.135)

임박한죽음앞에서의속죄와사랑

소설의첫머리에서커런부인은닥터시프레트로부터청천벽력같은소식을듣는다.“우리는현실을직시해야돼요.”그녀가암으로시한부선고를받은것이다.인생의남은나날이얼마되지않음에도불구하고그녀는세상에대한사랑을포기할수없다.눈을깜빡이는시간마저도아까울만큼세상을사랑하고산과바다의모습을시야에깊이아로새기길원하는그녀이지만,아파르트헤이트의잔인성을눈앞에서목도하고는그악행을막을수없음에절망과분노와죄의식을느낀다.

나는이땅,이곳남아프리카에서걸을때,흑인들의얼굴위로지나간다는느낌을점점더강하게받아요.그들은죽었지만그들의영혼은그들을떠나지않았어요.그들은무겁고완강하게거기에누워서내발이통과하기를기다리고,내가지나가기를기다리고,다시들어올려지기를기다리고있어요.무쇠로된수백만의형체들이지구의표면아래에서떠다니고있어요.
(/p.161)

그녀는현재그녀가처해있는상태로,추한상태로죽고싶지않다고생각한다.그녀는구원받고싶다.어떻게해야구원받을수있는걸까?그녀가찾은답은“사랑스럽지않은것을사랑해야한다”는것이다.베키처럼생기넘치고상상력이풍부하지도않은,사랑스러운구석이라곤단한군데도찾을수없는베키의친구존을,지린내,싸구려포도주냄새,곰팡내,발냄새등온갖고약한냄새를다풍기는노숙자퍼케일을사랑해야한다.커런부인은생각한다.“나는퍼케일을신뢰하지않기때문에퍼케일을신뢰한다.나는그를사랑하지않기때문에그를사랑한다.그가약한갈대이기때문에나는그에게기댄다.”사랑할수없는것을사랑하고,신뢰할수없는것을신뢰하며,연약함과죽음을받아들이는것.그게바로그녀가할수있는최대한의속죄다.이는영혼을환대하지않는철의시대에영혼이살아남을수있도록노력하는일이기도하다.

사람은가장가까이있는걸사랑해야한다.사람은손에닿는걸사랑해야한다,개가사랑하듯이말이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