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14.80
Description
삶의 깊고 어두운 우물에서 아름답고 정결한 문장으로 희망을 길어내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그의 여섯번째 소설『무엇이든 가능하다』. 작가는 제각기 자기 몫의 비밀과 고통과 수치심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욕망과 양심의 충돌, 타자를 향해 느끼는 우월감과 연민, 늘 타인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서도 타인의 관심을 끝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결국 소설의 제목인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끔찍한 절망,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사람으로부터 건네받는 이해와 구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말로 읽힌다.
저자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평범한일상속에서삶의진실을포착해내는섬세한시선,담담하면서도서정적인문체가아름다운작품1956『올리브키터리지』로퓰리처상을수상한미국작가다.1956년미국메인주포틀랜드에서태어나,메인주와뉴햄프셔주의작은마을에서자랐다.어린시절부터글쓰기에매료된스트라우트는일상의소소한일들을노트에적고,도서관의문학코너를좀처럼떠나지않는아이였다.작가가되겠다는열망으로유명한...

목차

계시?009
풍차?047
금간?089
엄지치기이론?127
미시시피메리?159
동생?207
도티의민박집?249
눈의빛에눈멀다?287
선물?311

감사의말?349
옮긴이의말―그들은햇볕속에앉아있었다?351

출판사 서평

각단편은모두고유한서사적완결성을갖추고있지만,이작품을단편집으로분류할수없는것은모든이야기의조각들을한자리에모아놓고한발짝떨어져서보았을때비로소드러나는묵직한깨달음과감동이있기때문이다.마치세월이지난후에삶을되돌아보면,당시에는서로큰관련이없는것같던사건들이느슨하면서도필연적인연결성을지니게되는것처럼,이작품에담긴일련의이야기들사이에는그런성글지만단단한결합성이있다.이러한구성이주는효과는등장인물들의관계를통해더욱극대화되는데,한단편에서이야기의중심이었던,즉주체였던인물이다른단편에서는타인의삶에대상화된조연으로등장한다.작품속인물들은이렇듯주체,객체,또주체로의전환을반복하며,‘나’라는단일한시선안에갇혀타인을대상화할수밖에없는우리에게삶을이해하는더넓은시야와깊이를제공한다.

“『무엇이든가능하다』는『내이름은루시바턴』에등장했던가장인상적인인물들에대한독자의추측을반복적이고성공적으로뒤집는다.이두작품은우리자신과타인의진실이얼마나불가해한지에대한심오한표현이다.”_시카고트리뷴

더불어이소설은그자체로독립적인작품이지만,스트라우트의전작『내이름은루시바턴』을사랑했던독자라면,같은세계를공유하고있는이책에서익숙한공간과반가운인물들을만날수있을것이다.소설의주요배경이되는일리노이주앰개시는전작의주인공인‘루시바턴’의고향이며,루시의오빠와언니를포함해이책에등장하는인물들대다수가전작에서루시와어머니의대화속에언급되었던사람들이다.고향을떠나뉴욕에정착한루시가쓴회고록『내이름은루시바턴』이극중에등장하고,누군가는그책을읽고감동을받기도한다.단편「동생」에서는루시가십칠년만에고향으로돌아와오빠피트가홀로살고있는옛집을방문한다.그리고같은마을에살았기에서로의존재를알고는있지만,서로에대해‘정말로’알지는못하는이들의진실이차례로밝혀지는과정에서,독자들은소문뒤에숨겨져있던익숙한인물들의진짜얼굴을만나게된다.


삶과삶이교차하는그우연하고도필연적인순간,
우리는어떻게서로를저버리면서도서로를갈망하는가.

스트라우트는언제나우리삶의근원에자리한외로움과인간의존재조건이지닌한계에대해이야기해왔다.이책에서작가는한층더예리하고냉철한시선으로인간의어두운욕망과내적인갈등을조명한다.삶에서가장절망적이었던순간에신의계시를받았다고생각하며평생을살아온남자는인생의말년에어쩌면진실은지금껏다른방향을가리키고있었을지도모른다는가능성앞에무너지고(「계시」),부유하고풍족한삶의이면에존재하는배우자의추악한비밀은끝없는번민과고통을낳으며(「금간」),또다른이는전쟁에서자신이목격하고저지른끔찍한일들로인해순수에대한혐오와동경을모두지닌채방황한다(「엄지치기이론」).소설속에서삶은상실의연속이자상실이전의삶으로부터돌이킬수없이멀어지는과정이다.“어쨌거나,그들모두그시간을버티며통과했다”는점에서이들은생존자이지만,살아남는다는것은삶이끝나기전까지영원히끝나지않는,현재진행형의행위다.아물지못한상처와채워지지못한욕망은생각지도못한순간에불쑥고개를쳐들고인물들에게고통스러운과거를상기시킨다.

“우리는모두관객이필요해요.우리가뭔가를하는데아무도우리가그걸했다는사실을모른다면?음,나무가혼자숲에서쓰러졌다면쓰러지지않은거나마찬가지겠죠.”_「선물」,329쪽

그러나소설이말하는삶의진정한비극은우리자신의상처가타인의상처를들여다볼수있는눈을가리고자신의고통에매몰되도록만든다는것이다.우리는타인이우리의이야기를들어주고,우리의고통을이해해주기를바라면서도,정작스스로는타인의고통을온전히이해하지못한다.그러한몰이해는가장가까운가족들사이에서도예외가아니다.딸은늦은나이에새로운인생과사랑을찾아떠난어머니를결코이해하지도용서하지고못하고(「미시시피메리」),수십년동안숨겨져있던아버지의비밀이드러난순간,자식들은아버지가겪어왔을고통보다는자신들의수치심에갇혀헤어나지못한다(「눈의빛에눈멀다」).다시말해우리는모두관객을필요로하지만각자자신의삶이라는무대위에서살아가는우리에게객석은늘텅비어있다.그고립된공간에서텅빈객석을향해자신의이야기를부르짖는인물들을,작가는아주고요하고도침착하게,그러면서도대담하고가차없이묘사한다.


그래,바로거기있었다,온전한깨달음이.
누구에게나무엇이든가능하다.

스트라우트에게인간의삶은그모든결함과맹점에도불구하고본질적으로냉소의대상이아니라공감과연민의대상이다.삶에내재한근본적인한계는그한계가극복되는순간을더빛나게만드는어둠이다.작가는우리가매일서로에게무지와오해를,크고작은폭력을행하고있다는사실만큼이나,서로에대한이해가열리는찰나의순간,그런선의로충만한순간들역시분명하게존재한다고이야기한다.자신에게이해의손길을내민낯선이의얼굴에서가장깊은절망에빠졌던자신의어린시절얼굴을보게되는순간이(「금간」),덜그럭거리던마음의경첩이완전히떨어져나가마음의문이활짝열리는순간이존재한다고이야기한다.

“자책한다는것,음,자책하는모습을보일수있다는것―다른사람들을아프게한일에대해미안해할수있다는것―그것이우리를계속인간이게해주지.”_「계시」,41쪽

스트라우트의특별한점은그런기적같은순간의존재근거를행복이나기쁨과같은긍정적인감정이아니라마음의고통에서찾는다는데있다.육체의고통이살아있음의증거인것처럼,죄책감과연민같은마음의고통은이세상에이해와용서의가능성이남아있다는증거다.가난을딛고자수성가한남자가자신의부유함에대해,타인의가난에대해평생죄책감을가지고살아간다는사실(「선물」),그것이우리가서로를구원할수있다는근거다.

결국소설의제목인‘무엇이든가능하다’는전혀예상치못한순간에찾아오는끔찍한절망,예상치못한순간에예상치못한사람으로부터건네받는이해와구원을모두포함하고있는말로읽힌다.가능성은양쪽을향해열려있지만,타인의육체도정신도공유할수없는우리가서로를,서로의고통을이해하고마음을열수있다고이야기하는이책을읽고나면,그예측도통제도불가능한세상은어느새은근한온기를띤모습으로마음속에자리잡는다.그리고우리앞에펼쳐진무한한가능성의우주에서로를구원하는기적의순간들이어둠속에서깜박이고있다는것을안다면,그빛이오랜시간을날아와언젠가는우리앞에기어이도착할것임을믿는다면,무엇이든가능하다는이짧지만강렬한선언을절망이아닌희망으로읽는것은오독이아닐것이다.


▶각장의내용

「계시」토미거프틸은수십년전화재사고로소유하고있던농장을잃고,삼십년이넘는세월동안학교수위로일했다.비극적인사고였지만토미는그사건이가족의소중함을일깨워주는신의계시였다는생각을평생비밀처럼간직해왔다.이제팔십대가된그는어느날바턴씨네집앞을지나다가어릴때늘방과후에학교에남아책을읽던가난하고조용한소녀루시바턴을떠올리고,부모가사망한뒤에도여전히옛집에남아홀로살고있는루시의오빠피트를찾아간다.안부를묻는토미에게불편한기색을보이던피트는한때토미의농장에서일했던자신의아버지와관련된어떤기억을털어놓고,그단순한말한마디가토미의삶을송두리째흔들어놓는다.

「풍차」병으로사랑했던남편을잃은뒤,어린시절에자신을버리고떠났던늙고병든어머니를돌보며외롭게살아가는패티나이슬리.고등학교진로상담교사인그녀는어느날상담실로찾아온예의없는학생과말다툼을벌이다가잔인한말을내뱉고만다.그후패티는우연히서점에서유명한작가가된루시바턴의책을보게되고,어린시절지독한가난과학대를겪으며살아온루시의삶을통해,끔찍한상처를품고사는것이그녀혼자만은아니라는사실에위안과위로를받는다.어쩌면새로운삶도,새로운사랑도불가능하지만은않을것이라는희망이패티의마음속에서움튼다.

「금간」린다피터슨-코넬은부유한사업가인남편과호화로운집에살고있다.매년여름타운에서열리는사진페스티벌에참석하기위해멀리서온이본이라는여자가그들의집에묵게되고,린다는일주일동안게스트룸에서지낼이낯선여자를유심히관찰한다.그런데이집에서이본을주목하는것은그녀뿐만이아니다.린다는자신이오랜세월침묵하고방관해온남편의비밀이불러일으킬지도모를참극을상상하며극도의공포와불안에빠져든다.

「엄지치기이론」베트남전참전군인이었던찰리매콜리는평생전쟁의처참한기억에시달려왔다.매일약에의지해겨우선잠에들고,깨어있을때도늘악몽을꾸고있는것같은그에게순수함이나인격같은것은우습고순진한환상에불과하다.평범한일상이주는안일함으로부터도피하고싶다는명목으로어느매춘부와지속적인관계를가져온찰리는,어느날그녀로부터만달러를요구받고갈등에빠진다.그리고깨닫는다.다시한번어마어마한고통이몰려오기직전의그익숙한정적이,그팽팽한공허가그를집어삼키고있다는것을.

「미시시피메리」다섯자매중막내인앤젤리나는칠십대라는늦은나이에자신보다한참어린이탈리아남자와사랑에빠져자신의곁을떠나버린어머니메리를용서할수없다.어머니가떠난지사년만에이탈리아를방문한앤젤리나는낯설고우스꽝스러워보이는어머니의달라진모습에거부감을느낀다.메리는이제중년이된,그러나여전히자신이가장사랑하는막내아이에게영원히지워지지않을상처를주었다는사실이끔찍하게고통스럽다.모녀는각자의위치에서서로를이해하려해보지만그들사이의거리는쉽게좁혀지지않는다.

「동생」피트바턴은뉴욕으로떠나성공한작가가된후십칠년만에고향을방문하는막냇동생루시를맞이할준비를하며심한불안에시달린다.마침내그가홀로살고있는고향집에도착한루시를피트는어색하게맞이한다.뒤이어도착한둘째비키는혼자도망치듯고향을등진루시에게오랜세월품고있던불만을날선말에담아쏟아낸다.결국세남매의재회와함께어린시절의가난과부모의학대에가까운훈육에대한기억이수면위로떠오르고루시는견딜수없는고통을느낀다.

「도티의민박집」도티가오랜세월운영해온민박집에스몰부부라는동부출신의부유한커플이묵으러오고,도티는단번에의사남편을둔셸리스몰이자신의삶에불만이많은의기소침한여자라는것을눈치챈다.예상대로셸리는남편이학술대회로자리를비운동안도티에게이런저런자신의인생이야기를늘어놓는다.셸리는자신이겪었던수치스러운일에대해이야기하며눈물짓지만,사회최하층의삶을뼈저리게경험한도티에게셸리의고통은어쩌면보잘것없는것이다.

「눈의빛에눈멀다」어린시절자유롭게숲속을거니는것을좋아하던명랑한소녀애니애플비는어느날더이상숲에가지말라고단호하게명령하는아버지의얼굴에서난생처음보는분노와혐오를읽는다.애니는열여섯살에극단에발탁되어고향을떠나고,연극배우로서오랜세월전세계를돌아다니다가아버지에대한충격적인소식과함께고향으로돌아온다.그리고그녀는마침내그옛날아버지의얼굴에서보았던분노가무엇이었는지알게된다.

「선물」어린시절쓰레기통을뒤져버려진음식을먹어야할만큼가난했던에이블블레인은이제에어컨사업으로크게성공한아메리칸드림의표본이다.육십대중반이된그는크리스마스에손녀와함께스크루지연극을보러갔다가,손녀가극장에인형을놓고오는바람에어두운밤,홀로불꺼진극장에간다.그곳에서스크루지역할을맡았던배우에게붙잡혀반강제로그와대화를나누게된에이블은삶을되돌아보며자신이평생느껴온원인모를죄책감에대해곱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