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방찰방 밤을 건너 (양장본 Hardcover)

찰방찰방 밤을 건너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등단 46년차 키다리 시인의 새 동시집
고요하다가 아프다가 눈물 나다가 철들다가 쓰인 동시들

등단 46년차 시인 이상교의 새 동시집. 이상교 시인은 동시집과 시집, 그림책, 동화, 손수 그림을 그린 산문집 등 분야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200권이 훌쩍 넘는 책을 펴냈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일컬을 때 한결같이 쓰는 말은 ‘키다리 시인’이다. 처음 글을 쓰게 한 것이 동시였고, 가장 아끼는 것 또한 동시이므로 시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 지난해에는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서도 기어코 새 동시를 써 냈다. 다시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대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동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는 그렇게 이 세상에 나왔다. ‘시인의 말’에서 말하듯 “고요하다가 아프다가 눈물 나다가 철들다가” 쓴 동시들이 차곡차곡 담겼다. 어떤 작품은 차분한 밤의 빛깔을 띤 채 담담하게 말을 건네고, 어떤 작품은 어둠을 지나고 마주하는 아침처럼 말갛고 환하다. 지난 동시집들과 다른 지점이다.
저자

이상교

서울에서태어나강화에서자랐습니다.1973년어린이잡지『소년』에동시가추천완료되었고,1974년조선일보신춘문예동시부문에,그리고1977년조선일보,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부문에입선및당선되었습니다.지은책으로동화『처음받은상장』『좁쌀영감오병수』등과그림책『도깨비와범벅장수』『야,비온다』등이있고,동시집으로는『예쁘다고말해줘』『고양이가나대신』등이있습니다.세종아동문학상과한국출판문화상,박홍근아동문학상등을받았고『예쁘다고말해줘』가IBBY어너리스트도서로선정되었습니다.

목차

제1부깊은밤두귀만동동
초침/봄밤/봄/꼬깃꼬깃/대추나무/물고기씨앗/여우비/맹꽁이/
잠귀/아파트고양이/뻐꾸기/귀접힌토끼/벽

제2부해마가되었던날
나!/마우스/바람부는날/덜룩이/낙엽/직박구리/해마가되었던날/
눈온날/억새/불쬐기/송사리꿈/나무/가을시작

제3부아무도모르게공룡한마리
멸치다듬기/증조할머니/바다/할아버지의공룡/전생에/
부스럼/귀/묵/만남/강아지풀/죽/겨울강/봄눈

제4부다예쁘다!
저물녘/모종삽/꽃집강아지/어울린다/함석지붕/토끼귀/
화장지/엘리베이터에서/다예쁘다!/부르지마/답답해죽겠다/
강아지꼬리/게거품/여름한낮

해설_김유진

출판사 서평

깊은잠가운데
귀만동동떠올라
말똥말똥잠깬
두귀.

읽다가침대밑으로떨궈
펼쳐진책장위로
벌레한마리기어간다.

여섯개일지여덟개일지
셀수없이더많은발일지,
살가락살가락발소리를
죽여
바삐걸어간다.

발걸음이알아차릴라
동동떠올랐던두귀,
잠으로도로갈앉는다.

_「잠귀」전문

고요했던밤이수많은소리로가득차
살아난다,살아난다.

올해로71살이된그가스스로를일컫는또다른말은‘까칠한할머니’다.전혀까칠하지않은말투로허허웃으며난까칠한할머니예요,말하곤하는데이상교의동시를아는독자들이라면그말이사실이아님을알것이다.IBBY어너리스트로선정된전작『예쁘다고말해줘』에이어이번『찰방찰방밤을건너』에서도작고작은존재들에대한애정이담뿍묻어난다.수많은길고양이들,강아지의꼬리,토끼의두귀와민들레곁피어난쑥부쟁이를기특하게여기고다리가여섯개일지여덟개일지모를벌레한마리를방해하지않으려숨죽이는시인의모습은따듯하고온유하기만하다.굳이‘까칠함’이라부를면모를찾자면,작은존재들이내는소리,고요해보이는밤의소리마저찾아들을수있는‘예민함’일테다.
이상교시인에게밤은소란한시간이다.초침이찰방찰방시간을건너가는소리,살가락살가락벌레가책장위를지나가는소리,달님이창문을넘어와방바닥에살며시희디흰발을내려놓는소리까지들려오는까닭이다.해가저물고하루가마무리되는,시작보단끝에가까워보이는그시간에시인은생동감을부여하고새로운색을덧입혀우리를초대한다.고요했던우리의밤또한그렇게살아난다.

겨울강가운데서심장은얼지않고뛰고,좁다란벽은벽시계를달고새숨을얻었다.멈춘듯혹은죽은듯보이는겨울강과좁다란벽에심장을달아준시인,그가쓰는시의심장은어디쯤일까.심장이뛰어‘시’라는맥박이탄생한자리,45년넘게바라보고보듬으며키워나갔을‘자기다움’의자리를조용조용더듬어본다.(…)밤에보이는소리를듣는시인의예민한심장이두근대며외치고있다.고요했던밤이수많은소리로가득차살아난다,살아난다._김유진(어린이문학평론가,동시인)

아픔을견디고이겨내는강인함
켜켜이쌓인시간을지닌이의묵직한힘

지난해,나는좀많이아팠다.
중환자실에서팔다리가묶이고입에는인공호흡기가꽂혀있었다.
그무렵,하늘나라에서는긴급회의가열렸다.
“철이라곤들지않는키다리시인이오면그긴다리로겅중대며
조용한하늘나라를온통휘젓고돌아다닐게뻔해!”
회의에서내려진결론덕에나는하늘나라에가지않아도되었다.
퇴원해돌아온나는침대벽에잠자코기대앉아하릴없이생각에나잠기게되었다.
그바람에가뜩이나밝은내귀는막내생쥐가자면서내는
이빨가는소리까지알아듣게되었다.
이번동시집시들은그렇게써졌다.
고요하다가아프다가눈물나다가철들다가.
_‘시인의말’중에서

「송사리꿈」은병상에서쓰인대표적인시다.할머니의폐에물이찼다는말을들은'나'는꿈에서빠릿빠릿하고잽싼송사리한마리를만난다.잡으려도잡을수없는송사리는병마에잡히지않고일어나고야말겠다는시인의강인한의지가투영된존재로읽힌다.「할아버지의공룡」에서는비쩍마른몸의등뼈를유쾌하게풀어냈다.울툭불툭불거진‘할아버지’의등뼈는가냘픔이나약함의심상으로이어지지않는다.“할아버지는아무도모르게/공룡한마리를/키우고계셨다.”라는마지막연은무엇이든견뎌내고이겨낼수있는단단함,켜켜이쌓인시간을지닌이의묵직한힘을보여준다.
묵은젓가락에도숟가락에도잡히지않고파드득파득달아나아가미를달싹이고(「묵」),조그만달랑게한마리는파도가하얗게달려와도“덤벼봐,덤벼봐!”한다(「게거품」).때로는몸이낙엽만큼가붓해져날아갈것만같아도“나무의자를잡은손에/힘을꽉”주어땅에단단히발붙인다(「낙엽」).“맵고매운때”를거친나무가매순간코에좋은냄새를풍기듯(「나무」),힘겨운상황을이겨낸시인의이번동시집은차분하지만기운차고힘이있다.그힘을어린이를위한동시라는그릇에거뜬히담아내는것또한이키큰시인만이지닌힘이다.

화장실과다용도실사이
좁다란벽에
시계가걸렸다.

재깍재깍재깍재깍……
벽은새로숨을얻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고른숨소리.
살아난벽.

_「벽」전문

“이상교선생님은기억못하시겠지만
저는선생님을뵙고큰위로를받은적이있어요.
시간이흘러선생님책에그림을그리게되어영광이었습니다.”

『찰방찰방밤을건너』의그림은그림책작가김혜원이맡았다.고양이를사랑하고아끼는것으로잘알려진‘고양이시인’과‘고양이화가’의만남이다.(이상교시인이펴낸『고양이가나대신』『길고양이들은배고프지말것』,김혜원화가의『고양이』『고양이이름은미영씨』등은제목만으로도두사람의고양이사랑을짐작하게한다.)
김혜원은작고놀라운생명체를어여뻐하는마음으로,그리고이상교의동시를귀하게아끼는마음으로맑고따스한그림들을살포시얹었다.이상교시인의전작에는발랄하고유머러스한그림이어울렸다면,『찰방찰방밤을건너』에는김혜원화가의말갛고산뜻한그림이맞춤옷처럼꼭들어맞는다.수채물감을쓴그림들은잔잔하고고요하지만가만들여다볼수록해석의결이다채로워그깊이가두텁다.김혜원화가가털어놓은속이야기를보건대,그깊이는다른누구도아닌‘이상교’의시였기때문에남다른애정으로작업한덕분이라여겨진다.

“2011년가을,제가그림을처음시작할때이상교선생님의글특강을들을기회가있었어요.수업중길고양이이야기가나왔는데제가울었어요.길고양이의딱한사정이가여워서이기도했지만제개인적으로도심신이지쳐있던때라복받쳤던것같아요.서른이훌쩍넘어서그림그리겠다고직장을그만두고서막막했고,그당시길에버려진젖먹이아깽이세마리를돌보던중이어서무척힘들었거든요.너무창피했는데이상교선생님께서기억해두셨다가그다음수업때눈물값이에요,하면서선생님동시집한권을선물해주셨어요.선생님은아마기억못하시겠지만,저는그때위로를받았고마음이참좋았어요.그런데몇년이지나이렇게선생님글에그림을그릴기회가주어져서,저에게는정말영광이었습니다.”
_김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