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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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124 황학주 시집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총 5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아픈 만큼 예쁘고 예쁜 만큼 아픈 시들의 집합체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처음 사랑을 하던 그때로의 몸과 정신으로 자꾸만 돌아가게 하여 조금 웃게 하고 자주 울게 한다.
저자

황학주

1987년시집『사람』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내가드디어하나님보다』『갈수없는쓸쓸함』『늦게가는것으로길을삼는다』『너무나얇은생의담요』『루시』『저녁의연인들』『노랑꼬리연』『某月某日의별자리』『사랑할때와죽을때』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약여히당신을살아본적이없다
행복했다는말/여기엔시간이많지않다/우리의건너편/당신을위한작은기도/민들레/수선화위에내리는눈/어떤작곡/노을화첩/사려니숲길을가는/아끈다랑쉬/사람이있다는신호가간다/어느생신날/참예쁘다못난시

2부될수있으면마음이란구전이어야해
풀죽은것의시/키스/내가죽었다고누가정신없는소리를하면/하루/서귀포에홍매가피고이순은듣는다/북촌/노을을위한근정(謹呈)/해변고아원/슬럼프/나의노래/매화상회앞으로눈이몰리기시작한다/사랑을나눈직후/벼락맞은비자나무

3부삶은여기서시쓰는조건인데
늙은버드나무밑에서물때와말을맞추는/검은여에와서/모드락모드락/다시그걸뭐라고불러/갈라진손금을끌어다눈에대본다/내가어떻게네게왔다가는가/북에서내려온사람처럼/돌의유전/크리스마스에오는눈/편도/물의종점을지나집으로가는길/눈오는날앉아

4부한눈송이를당기는한수선화에게
모란잠,좀짧은듯한/설산마을/해변묘지/유리창닦이/반딧불없는반딧불이가찾아오는/바닷가집의고해성사/푸른밤바다/제주의짧은밤조끝에/버스정류장/애프터눈이발소/얼만가지나가는아침/사랑은조랑말처럼눈밭에/개작

5부여행을빼앗겨동백꽃같이질때가있으리라
겨울여행자/모래알/잠과잠사이/나는흐르네/노인/자기일아니라고그렇게말하나/5부두/해변에서/이유가있겠지/폭낭에게말걸기/여행자/그냥한달만말을안하기로한다

해설|어느여행자를위한변명
|이강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사랑은사랑에게로사랑일수없는곳까지”

사람이라는변심이사랑이라는뚝심으로
우뚝서는기적앞에두손을모으는마음

문학동네시인선124황학주시집『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를펴낸다.1987년시집『사람』으로작품활동을시작하여근32년동안꾸준한시작활동을해온시인황학주.특유의섬세한촉수로그어떤주제보다도‘사랑’을기저로할때제시의온도를인간의체온과거의흡사하게맞춰왔다할시인황학주.인간과인간이포옹할때의온도가가장뜨겁고인간과인간이돌아서제각각첫발을내딛었을때의온도가가장차가움을제시를온도계로재왔다할시인황학주.

특히나이번그의신작시집은그처음과그끝이전부‘사랑’으로거룩하게이룩되는과정속에있다할수있는바,그의시력을힌트삼아봤을때그의첫시집제목이기도했던‘사람’이‘사랑’으로포개지는과정속에있다싶으니묘한재미속에뜻하지않는깨달음속에새삼고개를절로끄덕이게되는나를발견하게도한다.어떻게한사람이일평생한사랑일수있는가.어떻게그한사람이일평생그한사랑을노래할수있는가.사람이라는변심이사랑이라는뚝심으로동상처럼우뚝서는기적앞에머리를조아리고두손을모으는마음으로이시집의제목을다시금읽어본다.‘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목숨수(壽)가수놓인흰베개가차마더러워질까내더러움을아는까닭으로벨수없이가만쳐다만볼뿐이던잠시잠깐의망설임같은거,그리하여그찰나에갖다붙여보고다시뒤져보는국어사전속거룩하다,라는단어같은거.그래,그렇듯뜬눈속의생과감은눈속의꿈을거는이가있다면사랑은그걸고걸음만으로도더는수식이필요없을놓여있음그자체로명징한돌같은것이아니겠는가.

총5부로나뉘어담긴이번시집은아픈만큼예쁘고예쁜만큼아픈시들의집합체다.그리하여우리로하여금처음사랑을하던그때로의몸과정신으로자꾸만돌아가게하여조금웃게하고자주울게한다.모든사랑은첫사랑이기도하겠으나몰라서놓았던마음,알아도놓을수밖에없던마음,그마음들은정말이지왜평생어렵고어려울그것인가.그럼에도자꾸만생겨나는마음.꽃처럼피었다지는마음.계절처럼왔다가고갔다오는마음.그옛날둘이하나되곤하였겠으나냉정하게따져보건대“약여히당신을살아본적이”(「여기엔시간이많지않다」)실은있을리없었던것도같은마음.그마음을이제야아는것같은마음.그마음을이제야들킨것같은마음.“마음이뛰면감고마음이멎으면풀어도되는사랑일때/생각나는사람”을오늘에야만나이렇게고백하는마음.“당신은내게너무나첫사랑을못한,그렇고그런사람”(「당신을위한작은기도」),그러니까이시집은어떤둘에게는“이장르의가장진한사담”(「노을화첩」)으로얼룩덜룩한이야기일텐데바로이러한대목에서이둘의숙명같은걸그대로지켜보고섰는나를보게도한다.“뽀삭뽀삭눈에밟히는/그사람오지못한길에서/그한사람,마주치는일”(「사려니숲길을가는」),그속수무책,그어찌할수없음을대체누군들어찌할수있으랴.

황학주의이번시편들을읽어나가는데는무수한느림이동반된다.공감은빠른이입일것이나“솔기미어지는사랑은어디까지인가”좀처럼가늠할수없는사랑의넓이와깊이가끊임없이몸을뒤틀어대는탓이다.“사랑한다는것은그걸사랑한다는것”(「키스」)이다할때의‘그걸’은얼마나많은발견을품은지시이련가.“눈을뗄수없어끝이안나고/발이떨어지지않아지지않는/이별들”(「노을을위한근정(謹呈)」)와중에“모든나무는혼자서/가슴에울렁이는것/흔들리는것으로/어느새특이해지지”(「해변고아원」)하고나지막하게읊조려주는시인에게서우리는사랑의있음,그존재의더한성숙으로사랑의오늘을살아보려고기대하는이들의설렘에모터가도는소리도뺏어듣게된다.내주변을둘러보지않겠는가.내안을헤집어보지않겠는가.“갈변하는사랑을꼭쥔사람”(「매화상회앞으로눈이몰리기시작한다」)누구인가하고.그사람에대한집중과그사랑에대한노력으로내가달라져가고내가변화되어갈때의조용한흥분,그“연한마음의자줏빛봉지들”(「다시그걸뭐라고불러」)을비밀처럼고백처럼안고갖고살아가도록등을밀어주는황학주의시편들.무모하다한들세상긴한아름다움은다계서파생되어나온것을,하룻저녁어느입으로이리말하지도않았던가.“사랑은사랑에게로사랑일수없는곳까지”(「크리스마스에오는눈」)가보는일이라고!

“삶은여기서시쓰는조건인데”(「편도」)겨울여행자라할법한시인의추위속에노란수선화라는사랑이깃들어불과같은달과같은온기가전신에퍼져가는느낌이다.어딜만져도피가돌고있구나,그따스함이손바닥을관통하여마음까지전해지는와중인데불쑥이런마음도들고야마는것이다.“한눈송이를당기는한수선화”(「얼만가지나가는아침」)의힘이란얼마나가엾이도센가.“식고퍼진사랑의환상을어깨에메고가슴에죽을흘리고있는나”(「5부두」)란사람에게돌이켜보면“추억은춥게서서춘춤들뿐”(「해변에서」)일수도있었겠으나이젠좀아니그러할것도같은것이바로이런구절덕분이다.“왜인지집에누군가가와기다리고있는것만같다”(「폭낭에게말걸기」)라지않는가.“모란을읽는사람은모란을계속읽는사람일수밖에없”(「모란잠,좀짧은듯한」)듯이사랑을쓰는사람은사랑을계속쓰는사람일수밖에없을것이므로,자나깨나평생사랑이었고여생또한평생사랑일것이빤한황학주의이번시집에서우리는그와별개로우리에게필요한만큼의우리사랑만욕심껏떼와도아주좋을성싶다.지금이순간에도그는넘치고,또넘치고있을것이므로,그사랑으로말미암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