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독창성’의탄생그리고‘멜빌부흥’
―포경선이야말로나의예일대학이자나의하버드대학이었으므로
허먼멜빌은1819년8월1일부유한무역상인앨런멜빌과마리아갠즈보트멜빌의여덟자녀중셋째로태어났다.스코틀랜드계인앨런과네덜란드계인마리아는미국독립전쟁에서공을세운명문가출신으로,허먼멜빌은자신이모계와부계로부터‘혁명’의피를물려받았다는사실에흡족해했다.1832년앨런이사업실패후세상을떠나게되자학업을중단하고형과더불어가족의생계를위해돈벌이에나선다.삼촌이중역으로있던뉴욕주립은행에서은행원으로시작해형이운영하던상점의점원으로,농장일꾼으로,교사로여러일자리를전전하게된다.1839년6월에는뉴욕과리버풀을오가는상선의사환으로취직해처음으로배에오른다.그는이일자리를얻기몇주전<니커보커>5월호에실린제레미아N.레이놀즈의「모카딕,혹은태평양의흰고래」라는글을읽었다.멜빌연구자인허셜파커교수에따르면,이무렵이미멜빌은고래에대한글을쓸계획을세웠다고한다.1840년에는형과함께19세기세계최대포경기지였던미국매사추세츠주의뉴베드퍼드를찾아포경선어커시넷호의선원으로계약을맺고1841년1월3일출항한다.
당시포경선의항해기간은3년내지4년정도로길었고,항해중다른포경선을만나는‘사교적방문(gam)’을통해소식을교환하곤했다.멜빌은사교적방문으로윌리엄헨리체이스를만나그의아버지오언체이스가쓴에식스호난파기를빌려읽게된다.오언체이스는1820년남태평양에서거대한향유고래의공격을받고난파된포경선에식스호의일등항해사로몇달을표류하다가까스로생환했다.멜빌은오언체이스의이야기에서『모비딕』의영감을얻는다.
멜빌의포경선원생활은쉽지않았다.선장의폭압과격무에시달리다1842년7월,동료와함께탈주해타히티섬을비롯한폴리네시아의여러섬들을떠돈다.1843년미해군에입대했고,제대후자신의경험을담은첫소설『타이피』집필을시작한다.1846년과1847년각각『타이피』와속편『오무』를출간해영국과미국에서일약베스트셀러가되면서“식인종들과함께산”모험작가로서의명성과인기를누리게된다.이러한성공이후멜빌은작가로서의야심을발휘해소설들을쓰지만,대중의반응은점차싸늘해진다.1850년너새니얼호손과친교를맺고문학적여정의동반자가된다.멜빌은장편소설여덟편,「필경사바틀비」와「베니토세레노」등을담은단편집을내지만더는자신의작품을출간해줄출판사를찾지못한채1860년시로전향한다.시도꾸준히쓰나소량의부수를자비출판으로출간할정도로말년에는작가로서의명성을잃었다.1891년9월미완성유작으로남게된「선원,빌리버드」를집필하다심장발작으로영면한다.어느신문에서는그를‘한때작가’였고대표작은‘MobieDick’이라며,과거형과엉뚱한철자로그의부고를전했다.
문학평론가해럴드블룸은셰익스피어와세르반테스이후성취하기어려웠던‘진정한독창성’이19세기와20세기미국문학에서일부성취되었다고한다면그시작은멜빌이리라평했다.시대를앞선불운한작가멜빌은그러한독창성탓에생전에는냉대를받았다.하지만오래지않아‘멜빌부흥(MelvilleRevival)’이인다.1919년평론가레이먼드위버가<네이션>에허먼멜빌탄생100주년을기념하며특히『모비딕』을극찬한것을계기로재조명되면서1924년유작인「선원,빌리버드」까지포함한허먼멜빌의전집이발행되고활발한연구가이루어지면서멜빌은에드거앨런포,너새니얼호손과함께19세기미국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손꼽히게된다.
다시금,고전이전하는위대함
―우리는그주제의크기만큼이나확장된다
『모비딕』은멜빌이작가로서의인기와명성을잃고,둘째아이가태어날예정이라생활고는한층깊어져가는때에집필한여섯번째장편소설이다.너새니얼호손에게헌정한이작품은영국에서먼저출간계약이이루어져1851년10월18일세권으로분권되어세상에나온다.멜빌은인쇄직전에제목을변경하는데,이중요한내용을담은편지가한발늦게도착하는바람에영국판은『고래TheWhale』로출간된다.이에더해결정적인인쇄실수도발생해‘에필로그’가누락된채출간되어화자의정체는그야말로유령이되어버린다.해적판의유통을막기위해곧장미국판출간이추진되는데,멜빌은영국판에서의실수들을바로잡아『모비딕,혹은고래Moby-Dick;or,TheWhale』(멜빌은구두점에엄청나게예민한작가였다.까닭에본문내에서는한번도쓰이지않은이제목의하이픈을두고논쟁이분분해문학역사상가장유명한하이픈이되었다.)로,두툼한한권으로출간한다.1851년『모비딕』이출간되었을때<리터러리가제트>에실린리뷰(“이책은정말이상하다.소설이라고호언하나상식에서꽤나벗어난작품이다.괴이하게거창하고곳곳에매력적이고도생생한묘사가있다.”)및서점과도서관에서는이소설이고래학내지포경업실용서로분류되었다는설은멜빌의작품이얼마나낯설고새롭고독창적인가를오히려역설한다.
1920년대이후멜빌의작품이다시읽히면서그에게영향을받은후대작가들이등장한다.특히윌리엄포크너,코맥매카시,노먼메일러등이빚어낸인물들은멜빌의피쿼드호에승선한여러인물들을원형으로삼았다.위대한첫문장(<텔래그래프>선정‘가장위대한첫문장30’)으로꼽히는“나를이슈미얼로불러달라(CallmeIshmael)”에서부터독자는등장인물의이름그리고그상징과마주하게된다.이슈미얼이본명인지가명인지는알수없지만,이소설의화자는성경에서차용한이름과그상징으로자신을정의한다.즉‘추방된자’이자‘떠도는자’로.이슈미얼은이땅에서겪는삶의염증,우울그리고자살충동을달래기위해바다로향하는인물로,이교도친구인퀴퀘그와함께포경선피쿼드호에서경험한사건을독자에게전한다.그사건이곧이소설의줄거리랄수있다.지능이높고광포한흰고래,전설의향유고래‘모비딕’에게한쪽다리를잃은에이해브선장은복수심에불타일등항해사인스타벅의반대에도피쿼드호의선원들을이끌고모비딕과대결해비극적인최후를맞이한다.
불가능함을,파멸할것임을알면서도운명을따르는에이해브의최후는그리스비극,셰익스피어의비극을잇는다.하지만멜빌은그러한비극에이르기까지삶에대한성찰,풍요로운상징과알레고리.고래학을방불케하는백과사전적지식과온갖사료그리고실제포경선원으로겪은경험과위대한작가로서의상상력을섞어다채로운포경선의모습과저마다의사연을지닌인물들의이야기로가히고래처럼‘거대하고자유로운’허먼멜빌만의진정한독창성을발휘한다.하지만역설적이게도『모비딕』은이처럼여느소설에서는맛보기힘든다채로운특장들이있으나,매력적인플롯때문에“흰고래모비딕에게한쪽다리를잃은후복수의화신이되어버린노선장에이해브의,광기와도같은추격을뼈대로운명에도전하는인간을상징적으로그린작품”이라고,흡사언젠가읽은듯그주제를읊게된유명한고전이기도하다.결국이작품을가장제대로소개해줄문장은작품내에있을듯하다.“바로이것이야말로거대하고자유로운주제가지닌미덕,모든것을확대하는엄청난미덕이다!우리는그주제의크기만큼이나확장된다.웅장한책을쓰려면반드시웅장한주제를택해야한다.벼룩에대한책을쓰려고시도해본이들은많겠으나,그주제로는결코불후의명작을쓸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