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염승숙 소설)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염승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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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간절한 마음을 담아 꾹꾹 써내려간 단어로부터 시작하는 사랑의 기억술
《그리고 남겨진 것들》 이후 5년 만에 펴낸 염승숙의 네 번째 소설집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저자의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소설세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집이자,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곡진하게 쓴 비망록이다. 미풍에도 흔들리는 풍부한 감수성과 무(無)의 소리조차 감각하려는 집요함을 통해 천천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담론적 배경으로 유산의 아픔을 가진 세이와 회화 복원사로 일하는 제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소설 《오래전 고독》과 《비하인드 더 신즈―오래전 고독》, 옛 연인과의 한나절 해후를 담은 《추후의 세계》 등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짐작과 오해를 무릅쓰는 신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7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염승숙

2005년『현대문학』신인추천에소설,2017년경향신문에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채플린,채플린』『노웨어맨』『그리고남겨진것들』,장편소설『어떤나라는너무크다』『여기에없도록하자』등이있다.

목차

거의모든것의류 009
추후의세계 047
오래전고독 083
비하인드더신즈―오래전고독 121
빗소리와무無의소리 151
작가와그의문제들 193
충분히근사해 229

해설|오은교(문학평론가)
딛고선땅이흔들릴때 267

작가의말 286

출판사 서평

“그말들을기억할수있다면
사랑은조금더지속될수있지않을까”

다시사랑하기위해서,다시시작하기위해서
짐작과오해를무릅쓰는신중한사람들의이야기

지난여름,이시대를살아가는청춘들의이야기를환상적이고도핍진하게그려낸『여기에없도록하자』로현실과소설을엮는독보적인감각을장편소설로도완벽하게선보인바있는작가염승숙.등단15년차,기복도쉼도없이또박또박자신만의보폭으로세계를확장해나가는작가는이제한국문단의가장믿음직한소설가중한명으로공고히자리매김했다.환상과실재를,다정과비정을,재미와리듬을씨실과날실삼아특유의문체와함께매끄럽게직조하는탁월한감각을가진그가,소설집으로는『그리고남겨진것들』이후5년만에네번째소설집『세계는읽을수없이아름다워』를선보인다.

이번소설집은염승숙의더욱깊어지고단단해진소설세계를경험하기에더할나위없는작품집이자,상실이후를살아가는한사람이곡진하게쓴비망록에다름아니다.작가는불가해한이세계의면면을,읽을수없는수만가지의이유를,그럼에도그것이어째서이토록아름다운지를극도의섬세함과예민함으로감각해궁굴리고공글린다.평론가오은교의말처럼“보이지않는자들을보고,들리지않는자들의소리를들으며,존재하지않는구멍에자발적으로빠진이작가”는미풍에도흔들리는풍부한감수성과무(無)의소리조차감각하려는집요함을통해천천하게다가오는진실의순간을기다리고,기록한다.

가만히안으면마음의뼈가고스란히감각될것만같은
무심한듯절박하게전하는안부와위로,염승숙소설의근사한목소리._조해진(소설가)

잃은것이잊은것이되지않도록
“지구라도꽉,붙들고싶은심정이되어”써내려간비망록

『세계는읽을수없이아름다워』를,작가염승숙의행보를설명할단어로‘포착’만큼걸맞은표현은없을듯싶다.포착(捕捉).잡고또잡음.얼핏포착이란단어는순발력을함의하고또그것이중요한듯보이지만,염승숙의세계에서기회나기미를재바르게알아차리는것보다더욱종요로운일은‘놓지않음’에있다.세계의균열을예리하게포착하되예단하지않을것.또한포착하고단면을스케치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그단면의여지가남아있지않을때까지다각도로헤아리는것이바로염승숙만의차별화되고도드라지는단편미학이다.염승숙의소설은빠르게이해에다다르지않고,빠르게해소해버리지않으며,빠르게화해하지않는다.

세이는그저짐작하는것이다.그리고오해한다.자신이짐작하는것이다만짐작에그칠뿐진실은아니며진실에가깝지도않으리란사실조차진정으로이해하는것이다.(…)짐작에짐작을거듭해,최선을다해오해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_「오래전고독」에서

연작소설「오래전고독」과「비하인드더신즈―오래전고독」은세월호참사를담론적배경으로유산의아픔을가진‘세이’와회화복원사로일하는‘제이’자매의이야기를다루고있다.자신의아픔을남편에게조차공유하지못하는세이와어느날가뭇없이사라져버린그의남편‘기영’.오해와짐작을거듭하고그오해와짐작조차다시금회의하지만,작가가내려놓는포석위를천천히따라가다보면이는소모되고반복되는양상이아닌오해의기능을발견하는궤적이된다.오해의윤리가탄생하는자리가된다.

다만,나는다만이해하고싶어.오해로그칠지라도짐작에불과할지라도.그게나를괴롭게하더라도.(…)이건자책이아니야.다시사랑하기위해서,다시시작하기위해서야.이해하고오해한고독의시간들을내것으로그려오려한다._「비하인드더신즈―오래전고독」에서

비극적폭력의세계에서오해와짐작은체화된무력이아니라이에맞서는가장온당한강력이기도할터.오래전부터이어진고독을,어쩌면생래적일지도모를고독을다룬이소설들은「추후의세계」와「거의모든것의류」로변주되고확장된다.옛연인과의한나절해후를담은「추후의세계」는범죄로아이를잃은‘우중’과우연으로커리어가몰락한‘나’의비극이후의재회담이다.‘하진’의“눈과손에서쓰이는단한줄의아름다운문장”이되고싶지만,“모르는사람이너무갑자기마음에들어버리면말로표현못할자기혐오가동반”되고마는‘류’를그린「거의모든것의류」역시사건이후의삶을살아가는,살아갈수밖에없는인간의분투를담은묵직한소설이다.
이엄혹하고무자비하고불가해한폭력의세계속에서도피어나는로맨스가어쩌면작가가우리에게건네는첫번째‘읽을수없는아름다움’일지도모르겠다.그리고씁쓸함을동반한이로맨스는난데없음이아니라차라리필연적이다.작가가그려내는인물은오해라는사랑을쥔사람들이자,비극이전의온기를기억해두었다지금으로옮겨오려는사람들이며,그렇기에가장내밀한형태의사랑은연대의모습으로까지뻗어나간다.작가는“항상자신과자신주변의모든것에관심을갖”고“안부를묻고근황을나누”는사람들과“묻지않고외면했던무수한순간들”(「작가와그의문제들」)을기어코소환해절박한심정이되어쓰고서‘배려’의다른얼굴일‘무심함’을가장해독자앞에내어놓는다.

“그가떠난뒤에야괜한눈물이비어져나왔다.어쩐지분했다.분하고서글펐다.모형같고제스처같아서포즈같고기만같아서차마건네지못했던진심을,변형되고왜곡될까두려워쉽게하지못했던위로를무심코부려놓고간그가놀라워서.인간이이렇게나어설프고우연하고따스하고가여워서.”_「추후의세계」에서

또한작가가가진언어에대한민감성을짚고넘어가지않을수없다.염승숙의‘단어’에대한치열한고민은세계의단면을인식하는시발점이자세계의비?을인지하는첫발이된다.부사‘너무’와‘기어코’를두고한참을고투하는화자들은작가의페르소나에다름아니다.부사는정갈한문장이되기위해가장먼저탈락되기쉬운품사이지만,‘번듯하고어엿함’만을남기겠다는재단의폭력에저항하는제스처가되기도한다.비정하고투박한세계에사뿐히내려앉아뉘앙스를조율하는부사는어쩌면이세계에소설이존재하는이유를몸소보여주는행위와다르지않다.어느순간부사가,부사를달아주는일은소설그자체로보이기도한다.

이소설들위에서는자주국어사전이열린다.작가는일상적입말에내재되어있는폭력성의함의를재차곱씹으며이에대항하는다른말을세워본다.무신경하고몰인정한언사를통해희미한존재들을지워내는세계에서그들의엄존을알려주는지표는다름아닌어떤부사들이다.(…)부사는문장의향방을결정적으로바꾸지못하는작은성분일뿐이지만,주성분으로만이루어진문장에정서와태도를부여해준다.염승숙은다정하고끈기있는부사들을끼워넣는방식을통해막말로점철된폭력적언사들에저항한다._오은교(문학평론가),해설「딛고선땅이흔들릴때」에서

염승숙의소설속에서어제의상참(傷慘)은더나은내일로나아가려는상상이된다.그렇기에부서지고,가라앉고,추락하고,사라지는세계는무참하되결코무의미하지않다.“점차로많은걸잊고또무수히잃어버려왔다고생각했는데남아있는건여전히남아서결코지워지지않는뭔가”(「충분히근사해」)를남긴다고작가는말한다.단단하기에흔들리는사람들,신중하기에오해하는사람들은결국사랑하는사람의다른모습이지않을까?“나는지금근사할까”(「충분히근사해」)라고회의하고자문하는사람이야말로언젠가근사한사람이될수있지않을까?읽을수없이아름다운세계에는아마그런사람들이살고있을것이다.“크게울고싶은마음을감추고앉아”“지구라도꽉,붙들고싶은심정이되어”(「거의모든것의류」)글을쓰는사람도있을것이다.“아름다운난독의세계”(「추후의세계」)에대한목격담이자“눈부신두려움”을마주한증언의모음집『세계는읽을수없이아름다워』.간절한마음을담아꾹꾹써내려간단어로부터시작하는사랑의기억술은독자의마음속에결코지워지지않는무늬를남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