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종류들 - 조르주 페렉 선집 6

공간의 종류들 - 조르주 페렉 선집 6

$15.00
Description
조르주 페렉 선집 6권. 1974년작. 페렉이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에세이로, ‘공간’에 관한 진진한 질문과 명상이 담긴 책이다. 하나의 장소, 또는 하나의 공간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영원한 장소나 공간이 있는가? 우리는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기억하는가? 만약 당신이 공간으로써만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평생 여러 공간을 떠돌며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여러 겹의 공간을 목록화하고 마비된 일상의 사유에 새로운 질문들로 지각의 문을 연다. 작게는 하나의 페이지에서부터 침대, 방, 아파트, 건물, 거리, 구역, 도시, 시골, 나라, 세계까지 뻗어나가며, 공간에 공간을 칭칭 감고 사는 우리를 비춘다. 프루스트에게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있다면, 페렉에게는 이 소중하고 소소한 에세이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가 있다.
저자

조르주페렉

저자:조르주페렉
1936년파리에서태어났다.부모님은1920년대에프랑스로이주한폴란드계유대인이었다.1940년이차대전에참전한아버지가전사한후1943년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어머니가목숨을잃자,고모에게입양되었다.소르본대학에서역사와사회학을공부하던시절,『라누벨르뷔프랑세즈』『파르티장』등의문학잡지에기사와비평을기고하면서글쓰기를시작했다.1959년군복무를마친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신경생리학자료조사원과파리생탕투안병원문헌조사원으로일하며글쓰기를병행했다.직업상다양한자료와방대한기록을다루어야했던이경험은그의작품세계전반에큰영향을미쳤다.1965년『사물들』로르노도상을받았다.1967년작가와화가,수학자등으로구성된실험문학모임울리포OuLiPo에가입하고,예술적창조의근간을형식제약에두는울리포의실험정신을수용해매작품마다새로운세계를구축해낸다.그중프랑스어에서가장자주쓰는모음e만빼고쓴소설『실종』(1969)과e만쓴『돌아온사람들』(1972)은‘언어’와‘기억’에천착한작가의특별한작품으로주목받았다.특히1978년메디치상을수상한『인생사용법』은10차직교그레코라틴제곱방진과체스행마법을도입해완성한명실상부한걸작으로손꼽힌다.이독특하고방대한작품으로전업작가의길로들어서지만,1982년45세의이른나이에기관지암으로생을마감했다.길지않은생애동안『잠자는남자』(1967),『어두운상점』(1973),『공간의종류들』(1974),『W혹은유년기의추억』(1975),『나는기억한다』(1978),『어느미술애호가의방』(1979),『생각하기/분류하기』(1985),『겨울여행』(1993)등다양한작품을남기며독자적인문학세계를구축한페렉은,오늘날20세기프랑스문학의실험정신을대표하는작가로꼽힌다.

역자:김호영
서강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파리8대학에서조르주페렉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에서영화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양대학교프랑스언어문화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아무튼,로드무비』(2018),『영화관을나오면다시시작되는영화가있다』(2017),『영화이미지학』(2014),『패러디와문화』(공저,2005),『유럽영화예술』(공저,2003),『프랑스영화의이해』(2003)등이있고,옮긴책으로『미지의걸작』(2019),『겨울여행/어제여행』(2014),『인생사용법』(2012),『어느미술애호가의방』(2012),『시점:시네아스트의시선에서관객의시선으로』(2007),『영화속의얼굴』(2006),『프랑스영화』(2000)등이있다.

목차

서문15

페이지21
침대31
그리고몇몇평범한생각들
방39
진행중인작업의단편들|소소한문제|평온하고도소소한생각1번|평온하고도소소한생각2번
아파트47
쓸모없는공간에관하여|이사가기|이사오기

계단

건물67
소설계획
거리77
실제작업들|편지초고|장소들
구역93
구역의삶|구역의죽음
도시99
나의도시|외국도시들|관광에대하여|연습
시골111
시골적인유토피아|향수어린(가짜)대안
움직임에관하여
나라119
국경|나의나라
유럽125
세계127
공간133
직선들에관하여
척도들
공간을가지고놀기
공간의정복
레몽루셀씨의이동식주택|서재에있는성히에로니무스|탈주자|만남들
살수없는곳
공간(이어서그리고끝)

이책에사용된몇몇어휘색인155

조르주페렉연보159
주요저술목록167
해설:공간에대한명상173

출판사 서평

우리를둘러싼공간에대해묻고생각하고상상할수있는거의모든것에관한기록

이책의차례를보면,‘나’의지리를확장해나가는방식으로전개되는페렉식공간분류법이한눈에보인다.우선작게는작가로서자신이마주한백지공간인‘페이지’에서부터,잠자는공간인‘침대’‘방’‘아파트’‘건물’‘거리’‘구역’‘도시’‘시골’‘나라’‘유럽’‘세계’...더나아가문학의공간에서부터‘살수없는곳’까지를아우른다.각층위마다공간에대한질문과생각,분류와기록,기억과상상을통한세세한서술과사색이뒤따른다.
“산다는것,그것은최대한부딪치지않으려애쓰면서하나의공간에서다른공간으로이동하는것이다”(17쪽)라고말하는페렉.그가이책전반을통해던지는질문은다음과같다.공간은어떻게생겨나는가?공간의기능은무엇인가?우리는어떻게공간을나누고어떤식으로사용하는가?그공간에서우리는무슨행동을하는가?나는내가먹고마시고잠잔공간을모두기억하는가?나만의공간,또는영원한공간이란것이있는가?과연우리는사는동안그곳을점유할수있는가?
당연히내가어디에있다고안다고생각하는것들에일침을놓는이런질문들은,독자로하여금현재자신의위치,말그대로정신적이거나관념적인위상이아닌,오직하나의설명으로만가능한지리학적좌표가본래무엇이었나되묻게한다.정말이지이곳이,이곳에내가있다는것이,믿을만한현실이자고정불변의실재가맞는가?“세계는하나의의미를되찾는일,지상의글쓰기에대한지각이자,우리가그저자임을잊어버린어떤지리학에대한지각같은것이다”(132쪽)라고페렉은말한다.지상의한존재가한평생누비며돌아다니는이기본적이고객관적인지리를묻는일이놀랍게도곧자신의지리를찾아가는여정임을,이책은공간에공간을칭칭감고사는시간의미아인우리눈앞에차근차근그비밀의실마리를풀어보인다.

일상과그저변을들여다보기,무언가를살아남게하기,생존신호로서의글쓰기

페렉은누구보다평범하고일상적이고무용한것들,‘일상하위의것infra-ordinaire’이라부르는것들에한없이애정을보인작가다.폴오스터는작품곳곳에사물과공간묘사를너무나세밀하게안배하는페렉의작품세계에대해“페렉의손에걸리면벌레가갉아먹은탁자마저흥미의대상이된다”고말하기도했다.폴비릴리오는페렉이자신의눈을마치한골목의감시카메라처럼작동시킨다고표현하기도했다.무심히그곳을지나는사람,그곳에있는사물,그곳자체를샅샅이담는데사력을다하는작가페렉.이런그의눈을가장직접적으로보여주는이산문집에서,과연어디까지기록할수있는가하는,글쓰기에관한의미를되묻지않을수없다.한때페렉은자신이살았거나기억하는곳을기록해나가는‘장소들Lieux’프로젝트를기획한적이있고,1969년부터1981년까지작업일정을짜놓고진행하다도중에완결하지못하고말았다.이산문집『공간의종류들』도그런작업구상와중에비릴리오의의도와맞물려진행된글이라할수있다.이책을내고1년뒤인1975년에『코즈코뮌』에발표한「파리의어느장소에대한완벽한묘사시도」역시공간,장소성,일상의기억이란주제와맞물려있다.그글은사흘내리생쉴피스광장의한카페에앉아눈에보이는모든것을적어나간글이다.이처럼페렉은왜아무도질문하지않는것,눈에띄지않는것에자신의글쓰기공간을할애했을까?
“흥미롭지않은것,가장분명한것,가장평범한것,가장눈에띄지않는것을적기위해노력하기...‘등’이라고말하지도,쓰지도않기...더평범하게보도록다짐하기.”(84쪽)이런페렉의의식적인글쓰기,끝없이다짐하고“어리석어보일정도로천천히접근하는”작가로서의관찰이담긴문장하나하나는,우리모두의무감각한일상에긴급경보를울리고비상등을켜게한다.그의태도는특별하고비범한사건에집착하는여타의작가들과는전혀다르다.그는왜이런입장을고수했을까?이는그의유년기,이차대전에서부모를잃고유대인으로서자신도피신해있어야했던성장기의기억과결코무관하지않다.전쟁의비극은기억에서많은것을앗아갔고,작가는늘말없는일상의저변을둘러보고관찰해야했다.눈에보이는하잘것없고평범해보이는모든것에서표식과기호를읽고사인을했다.이눈이곧생존의문제와직결되기에.이런기억에대한애착과더불어,또한생계를위해문헌과자료를뒤지며조사원직업생활을하면서익힌분류와정리에민감한사고력습성이,그의이산문집『공간의종류들』에서도고스란히묻어난다.
보는법을익히기,의문을가지기,생각하기,분류하기,기록하기,기억하고상상해보기,결국그에게글쓰기는매순간자신이살아있다는,여기에있다는지리감각이자그에대한확인으로서의생존신호와다름없었다.페렉은이글의마지막을이런말로닫는다.“글쓰기:무언가를붙잡기위해,무언가를살아남게하기위해세심하게노력하기.점점깊어지는공허로부터몇몇분명한조각들을끄집어내기,어딘가에하나의홈,하나의흔적,하나의표시,또는몇개의기호들을남기기.”(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