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도시 이야기 (최정화 장편소설)

흰 도시 이야기 (최정화 장편소설)

$13.50
Description
“당신은 혹시, 과거를 알고 있습니까?”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새하얀 망각의 도시
“부재와 실재가 교차하는 혼란의 세계에서 진정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인물들의
이 장엄한 기록을 함께 나누고 싶다.”
_구병모(소설가)

최정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다.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2016)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에 내재한 불안을 표면화했다면, 첫 장편 『없는 사람』(2016)에서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모티프로 한 노조 문제를 서사화함으로써 냉혹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드러냈고, 두번째 소설집 『모든 것을 제자리에』(2018)에서는 ‘불안’으로 구축된 세계 자체를 그려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두번째 장편 『흰 도시 이야기』는 감염자의 기억을 삭제하고 왜곡시키는 전염병에 휩싸인 익명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소설이다. 더이상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지 않은 도시에서,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과거를 잊지 않은 채, 정보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최정화는 전례 없는 재난 상황을 마주한 한 도시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든 것을 잊었을 때, 우리를 우리이게 만드는 단 하나의 기억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최후의, 혹은 최소한의 보루일지 모른다고, 최정화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장르적 쾌감은 덤이다. SF의 문법을 차용한 『흰 도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전개와 조금씩 드러나는 의외의 진실들을 통해, 강력한 흡인력으로 읽는 이를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특히 후반부에 드러나는 ‘L시’의 전경은 독자를 전율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최정화는 자신의 장기인 단단하고 탄력적인 서사에 섬세한 감수성과 한층 더 깊어진 주제의식을 담은 장편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저자

최정화

1979년인천에서태어났다.2012년『창작과비평』신인소설상에단편소설「팜비치」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든것을제자리에』『지극히내성적인』,장편소설『없는사람』이있다.2016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장갑
다기조
흰개들
고요를닮은아이
아내의손
51번접수자
손없는자들에게는죄가없다
감염되다
어둠의끝
사라진아이들
아무도살지않는마을
두고간성명판
따뜻한손,단단한등
검은구름주간
복구되는땅
어떤사람들은이삶을
되찾은손
모래마을을떠나다
새로운이름
우리들에게일어난일
피프린의도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새로운병이나타났다는것은
새시대가출현했다는것과동일한뜻이오.“

어느날L시에는정체모를전염병이돌기시작한다.‘다기조’라이름붙은이병에걸리면과거의기억은사라지고,세계에대한인식도재정립된다.개별적자아는붕괴되고전체속에서흐릿한형상만을인지하며오직현재속에서만살아가게된다.이에정부는재난사태를선포하고L시를봉쇄한다.
한편외부에서들어오는물자를시민들에게전달하는교역소에서일하는이동휘는다기조에적응한뒤도리어평온함을느끼며살아간다.그는정부가정보를은폐하고있다고주장하며진실을알리기위해투쟁하는단체‘흰개들’을비난하며현실에안주하는인물이다.그러던어느날그는시민들의가계도정보를관리하던중자신에게아내와딸이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리고어느날부터도시에아이들의모습이전혀보이지않는다는사실도.자신의딸을찾기위해‘흰개들’이거주하는‘모래마을’에찾아간그는공식적으로는아무도살지않는것으로기록된그곳에다기조에저항하며기억을잊지않은채삶을이어나가고있는사람들이있는것을목격한다.

모든것이같았지만모든것이달랐다.시력은전처럼정상으로돌아왔고사물은선명하게보였으나거기에는정서가담겨있지않았다.영혼이없는미소와같이모든것들이거기에있었으나아무것도없었다.
_134~135쪽

그는딸을찾기위해교역소를나와‘흰개들’과함께살아가며그들의삶을지켜본다.그리고그곳에다기조에함락당한L시에서의삶과는전혀다른삶이펼쳐지고있다는것을확인한뒤점차그들을이해하게된다.그러던중L시에서는‘모래마을’을폐쇄하라는조치가내려오고,이제이동휘는‘흰개들’의대표가되어중요한것을잊은채평화를누리던삶에서스스로를지켜내고자하는마음을품고L시로돌아온다.

왜어떤사람들은싸우고어떤사람들은굴복하고어떤사람들은견디는가.또어떤사람들은왜,이삶을견디지못할까.
_245쪽

『흰도시이야기』는가상의도시에서일어나는일을다루고있지만,그속에있는사람들의모습은우리가사는이시대와별반다르지않다.도리어우리가가지고있지만외면하고싶어하는우리의어떤모습들을형상화했다는점에서,어쩌면우리자신보다더우리와닮았는지도모른다.아이들이모두사라진도시에서과거의기억을상실한채살아가는어른들의모습은몇해전우리가모두함께겪은어떤재난이후의우리자신을되돌아보게한다.그래서그런지스스로를지켜내기위해투쟁하는이들의이야기가유발하는감정은분노보다는비애와상실감에가깝다.

마지막문장을읽고난뒤에,독자들이활자에서눈을떼고현실의어딘가를바라보게되기를바란다.그게어떤사람의이름이건얼굴이건,자기방에놓인어떤사물이건그무엇도머물지않는모퉁이이건간에,창밖에펼쳐져있거나혹은시야에도닿지않는먼곳이건간에,자신의바깥으로눈을돌리기바란다.
_'작가의말'중에서

우리가숨쉬며살아가는현실과언뜻멀어보이는이야기를통해서이시대의본질을드러내보이는일에있어최정화는어떤경지에올랐다고할수있을듯하다.그가펼쳐내보이는거대한이야기를맞닥뜨린우리는때때로그이야기보다더무거운진실을마주하게된다.그러나우리는그의소설을읽고또읽을것이다.진실을담고있는매혹적인이야기를만나는일은흔치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