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 (양장본 Hardcover)

어떤 것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 있는 것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있는 것
그 어떤 것을 모아 모아
어떤 것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도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고 아무도 아닌 누구에게 맡겨 두기도 하고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곳에 넣어 두었지 기린 머리만큼 높은 곳도 아니고 채송화꽃만큼 낮은 데도 아니고 옛날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데다 상자 안에 상자를 넣고 상자 안에 또 작은 상자 속에 넣어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은 나만 아는 곳에 두었는데 둔 곳을 몰라 나이를 먹으니 다 잊어버렸어 나중에 나중에 꺼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통 생각이 안 나 어떤 것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어 이젠 가물가물해

나중에라도 너희들은 꼭꼭 기억해 둬야 해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것이 무엇이었는지

_「어떤 것」 전문
저자

송진권

충북옥천에서태어나2004년창비신인시인상에「절골」외네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21회천상병시문학상,제7회고양행주문학상을받았다.현재‘젊은시’동인으로활동중이며동시집『새그리는방법』,시집『자라는돌』『거기그런사람이살았다고』를냈다.

목차

여는시

1부있지,내가이상한걸만들었어
이상한것|누구지?|개구리타기|릇|아무것도하기싫을때|배고파잠안오는밤|톱|비행기|자동세차장|선풍기

2부야오오옹이돋아나요
엄청아주중요한|담쟁이|트라이앵글|도깨비가사는곳|고양이는|노래나불렀지|달팽이껍질만남은이야기|감나무와개|물건너온개|유모차탄개|없는개|돌밑|봄비

3부호랑이쩌억쩍어둠을깨물던밤
굴뚝새|억울한두꺼비|잠자리의잠자리|숨쉬는자라|머윗잎아래|백(白)|까마득이|잘계시나부다|추석

4부공룡스티커도손을흔들었습니다
액체괴물|내동생구미호|불쌍한수박|지우개아빠|야근|우리가나고자란집|잠꾸러기애벌레|선생님오신다|심심할까봐|컴퍼스|고소한돈|폭포위|반딧불

해설이안

출판사 서평

양손바닥두장을합한것만한이동시집상자엔무엇이들었을까?그것은어떤것.할머니가유모차에태운늙은개,아이가현관에붙여놓은공룡스티커,김밥집에서거슬러받은돈에묻은참깨알,‘릇’이라는한글자,반딧불같은것들.사물은다만사물하나만이아니며,그날갯죽지아래기억과이야기가깃들어산다.어느집문의다닥다닥한스티커에는그스티커를붙이며놀았을어떤아이들의시간과보물스티커가꽤나소중했던우리의유년시절도함께붙어있다.시인은“어떤사람에겐아무것도아닌것이지만어떤사람에겐더할나위없이소중한것,세상에없지만어떤사람에겐여전히있는어떤것,눈에보이지는않지만어딘가있는것”들을살뜰히마름질해이상자안에넣었다.그리고우리에게손짓해상자앞으로부른다.

있지,내가이상한걸만들었어
깡통과빈상자를모아다가
얼기설기엮고붙여놓았는데
이렇게이상한게된거야

있잖아,여기가입구야
출구는어딘지나도몰라
들어와

_「이상한것」부분

도깨비가숨어사는말과선풍기바람에토막난말들이함께있는곳
송진권시인의두번째동시집
송진권시인은2012년동시전문잡지『동시마중』에「새그리는방법」과「강아지풀수염아저씨랑바랭이풀우산아줌마랑」을발표하며동시의머릿돌을놓았다.채어른이되기도전에어른들의세상에놓인어린나,이쪽세상에도저쪽세상에도놓이지못한채잔뜩겁먹은짐승처럼털을곤두세우고있는나를달래주고자쓰기시작한동시는2014년『새그리는방법』으로묶여나왔다.첫동시집이사람과자연과우주와신성이교감하는지난시공간을생생히복원해냈다면이번동시집『어떤것』은현재의시공간에자리를좀더내주었다.그래서우리는김굽는냄새를맡으며아궁이앞에쪼그려불을쬐던정지(부엌)에서나와털북숭이괴물이데굴데굴굴러오는자동세차장에안착했다.처음동시집을냈을때초등학생이었던두자녀가중학생이되는사이시인은그들과함께학교운동장으로시끌벅적한교실로뛰어다니며,또액체괴물을치대는마음과돌아가신할아버지사진옆에제사진을걸어두는마음을넘나들며‘어떤것’들을끌어모았을터.아이독자에게한뼘더가까워진셈이다.그러나송진권시인은여전히이안시인의말처럼“기억의수호자이자생생한표현자로서우리가잃어버리고,빼앗기고,추방당하고,그리하여어쩌지못하고떠나올수밖에없었던세계를우리곁으로불러내우리와함께있게한다.”

송진권의시와동시에는,백석의시와류선열의동시가들어와있다.송진권이그둘을끌어들였다기보다백석과류선열이그를통해여전히현재에살아있다고해야더옳을것이다.송진권은기억의수호자이자생생한표현자로서우리가잃어버리고,빼앗기고,추방당하고,그리하여어쩌지못하고떠나올수밖에없었던세계를우리곁으로불러내우리와함께있게한다.우리가송진권문학의공유자가되어야하는것은,그속에우리공동체가미처치르지못한애도의식이담겨있기때문이다._이안(시인)

우리가사는곳저편의반짝이는세계로잠시데려가줄동시상자

산업사회로빠르게진입하면서우리가버리거나두고온어떤것들을만났으면합니다.고리타분하거나케케묵은것일수도있지만대다수가아직도기억하고있을공동체의기억과가치들을한번쯤상기해주었으면합니다._송진권

그바람으로시인은보이지않는사람들이나(「누구지?」)百에서빠진하나(「白」),별자리를만드는까마득이의후손들(「까마득이」)을이상자에쟁였다.구전설화와민담이녹아든이야기동시의주인공들또한차곡차곡쟁였다.이동시상자를받은아이들은친근한사물들속에파르름하니이마를내민신기한것들을손에쥐어볼것이다.우리곁을이미스쳐갔지만없는채로도아직우리안에사는어떤것들을,언젠가는오뚝하게고개를들고우리를데워줄어떤것들을,우리가사는곳저편의반짝이는세계로잠시데려가줄어떤것들을.그리하여우리는우리의상자를가다듬어볼일이며,누군가의어떤것으로간직될꿈을꾸어볼일이다.

개가죽고
감나무밑에빈개집
빈개집앞에개밥그릇만놓였습니다
바닥이반질반질한
개밥그릇만놓였습니다

빈개집을들여다보던할머니가
개밥그릇에떨어진땡감을주워듭니다
할머니가빈개집안을들여다봅니다

꼭꼬리치며나올것같아서
컹컹짖으며드러누울것같아서

없는개는
없는개지만
없는채로도
아직개집안에삽니다

「없는개」전문

흘러내려요
주르르르흘러내리다
바닥에닿으면
발이생기고꼬리가생기고
머리와뾰족한귀와
구슬같은두눈과
야오오옹이돋아나요

늘어나요
지이이이익
고무줄처럼기일게늘어났다가
원래대로줄어들면서
얼룩무늬와
갸르릉갸릉과
날카로운이빨과발톱이생겨요

떨어져요
톰방톰방
꼬리머리귀다리콧수염이
조각조각떨어지다가
하나로붙어
고양이로일어나기지개를켜요

「고양이는」전문

어떤것의희미해진잔상마저도탑게살려내는,
한장한장다시한번뒤적여보게하는그림의힘
사람들을바라보는것,사람들안에자리잡은어떤것을붓으로끌어내는걸제일잘하는화가정인하가그림을그렸다.『밥?춤』『부드러운거리』의흥과다정한일상성,『뭉치와만도씨』의유머와사랑스러움,『내심장은작은북』에심장고동을함께달아주었던그림의힘이『어떤것』에담겼다.어떤것들의희미해진잔상들마저또렷하게,도타운것으로살려내는그의그림은이동시집의재미를찾아다시한번차분한호흡으로뒤적여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