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김미월 소설)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김미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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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이 지닌 의미를 찾아내서 스스로 삶을 빛나게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
김미월의 세 번째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 틈새에서 빛나는 찬란한 순간을 다정하게 응시해온 저자의 이번 소설집은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깊어진 눈으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삼사십대 사회인이다.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그들의 생활은 한시라도 빨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불안으로 매 순간 고통받는 이십대 청춘의 삶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에서 자리잡기까지 산전수전을 겪으며 웬만한 일로는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단련된 그들은 사는 것이 원래 고통스럽다는 진실을 깨닫고 북받치는 감정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빠르게 삼켜내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당황시키는 순간은 여전히 찾아오는데, 이제는 확고해졌다고 믿어온 삶의 방향이 뒤흔들리는 때가 바로 그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을 느끼고 당황하는 '나'의 이야기를 그린 《오늘의 운세》, 종말 하루 전날 종로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 2013년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등의 작품들 속에서 낯선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저자

김미월

2004년세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정원에길을묻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서울동굴가이드』『아무도펼쳐보지않는책』,장편소설『여덟번째방』,산문집『내가사랑한여자』,옮긴책으로『바다로간가우디』가있다.신동엽문학상,제1회,제3회,제4회젊은작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가장아름다운마을까지세시간_007
아직일어나지않은일_039
옛애인의선물바자회_069
2월29일_099
오늘의운세_129
질문들_157
선생님,저예요_185
도망가지않아요_207
연말특집_241
만보걷기_275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
‘서른이’는자란다_307

작가의말_331

출판사 서평

청춘의마지막페이지에머무는다사로운희망의빛
김미월8년만의새소설집!
제4회젊은작가상수상작「아직일어나지않은일」수록

청춘들의고단한일상과그틈새에서빛나는찬란한순간을다정하게응시하는작가김미월의세번째소설집『옛애인의선물바자회』가출간되었다.고독한존재들이삶의공간에서일구어내는독특한낙천성이인상깊었던첫소설집『서울동굴가이드』(2007),세상에상처받고스스로를유폐한영혼들이선한의지로자신을치유하고고립에서벗어나는진실된성장을그린첫장편소설『여덟번째방』(2010),아주사소한몸짓에서한사람의귀한자질과고유한매력을포착해내는작가의시선이돋보인두번째소설집『아무도펼쳐보지않는책』(2011)이후8년만에선보이는작품집이다.그세월을통과하는동안청춘의끝자락에당도한김미월의인물들은더욱깊어진눈으로지난날을되돌아보고앞으로의삶을고민한다.그들은이제지구가멸망하는것보다멸망을기다리는시간이무가치해지는것이더욱암담하다는사실을안다.삼십대로접어든이후에도생활은팍팍하고때때로낙담에짓눌리지만,김미월의인물들은특유의태평하고긍정적인자세를유지하며일상의의미를발견하고삶을지속할힘을되찾는다.삶에일희일비하지않는이들의연륜과희망을놓지않는강인한마음덕분에,이번소설집에서는종말조차나른하고따스한풍경으로그려진다.

서른이후,삶은부대끼는데속은헛헛한시절
슬픔을능숙하게다루게된이들의애잔하고도꿋꿋한일상

『옛애인의선물바자회』에등장하는인물들은대부분삼사십대사회인이다.직장을갖고경제적으로비교적안정된그들의생활은한시라도빨리사회에서제자리를찾아야한다는불안으로매순간고통받는이십대청춘의삶과는결이다르다.사회에서자리잡기까지산전수전을겪으며웬만한일로는분노하거나슬퍼하지않도록단련된그들은사는것이원래고통스럽다는진실을깨닫고북받치는감정을타인에게들키지않도록재빠르게삼켜내면서어른이되었다.그러나그런그들을당황시키는순간은여전히찾아오는데,이제는확고해졌다고믿어온삶의방향이뒤흔들리는때가바로그것이다.
첫단편「가장아름다운마을까지세시간」은일시적으로삶의방향성을잃고혼란스러워하는서른아홉살여성‘양희’의이야기이다.자유롭게혼자떠도는삶을만끽해온그녀에게어느날갑자기인간이라면겪을수밖에없는근원적외로움이엄습한다.우연히여행을함께하게된어느한국인유학생이자신을‘프랑스에서가장아름다운마을’에데려다주기로한약속을어기고헤어진남자친구와재회하기위해돌아가버린순간,양희는문득깨달은것이다.혼자서가장아름다운마을에가본들그곳이가장아름다울수는없으리라는것을.그대로귀국한그녀는오랜친구이자남편과이혼한‘나’와함께,태어나서한번도만난적없는생부를이제라도찾아가보기로한다.생판남과다를바없는아버지는과연양희의외로움을녹여줄수있을까.분명한것은양희의곁에는함께길을찾고있는‘나’가있다는사실이다.

자신의신념만굳건하다면혼자서도한세상잘헤쳐나갈수있으리라믿었건만,세상은그렇게녹록지않다.김미월의인물들은자신이옳다고여겼던삶을부정당하거나스스로부정해야하는상황에처해있다.
「오늘의운세」의주인공‘나’는아침에눈을떴을때전신을움직이지못하게된것을느끼고당황한다.‘나’는따돌림당한끝에세상을떠난친구의장례식장에서슬퍼하는가해자들과,팀장에대해험담을늘어놓으면서겉으로는사근사근한직장동료들과같아지고싶지않아서엇나가다가외톨이가되어버린인물이다.연락이끊긴‘나’를걱정하며찾아와줄사람이아무도없는상황에서‘나’는다시눈을감을따름이다.
「질문들」의소설가지망생‘나’는자신의꿈을부정하는오빠에게월셋집보증금을빌려주어야하는처지다.집이계약되어야새로운보금자리도찾고소설쓰기에도집중할수있는데,‘나’는집의단점을묻는사람들의질문에매번곧이곧대로답해주고만다.수없이쏟아지는질문들에진심으로답하면핀잔을듣는지독한현실이지만,‘나’는집필중인소설속주인공을죽이지않고기어코살려보고자한다.
「도망가지않아요」의‘완구’는마흔이넘도록반려자를찾지못해외로워하다가우연히국제결혼중개소의현수막을보고베트남여성과결혼하기로결심한다.그러나금전으로관계를거래하는국제결혼시장에서완구가꿈꾸던진정한사랑은얻을수없다.로맨티스트였던완구가결혼식을올리자마자이혼위기에처하면서자기안의속물성을마주하게되는소설의결말이인상적이다.

사랑에대한기억과감정도흔들리기는마찬가지다.불같은감정에속지않게된나이에도사랑은여전히어렵다는것을보여주는소설들은한없이생소해지는삶에낙담하곤하는‘3040세대’독자들의공감을불러일으킨다.「2월29일」에서는너무나완벽해서환상처럼느껴지기까지했던여행에대한기억이상대방에게는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이드러나고,「만보걷기」의주인공‘정화’는같은도시에서살았던연인이떠난뒤에야한박자늦게연인의시각에서도시풍경을바라볼수있게된다.사랑이끝난후다시보이는추억,사랑하던시절에는미처알지못했던마음에대해두소설은이야기한다.
표제작「옛애인의선물바자회」는아내와평탄하게살아가던남자가옛사랑‘희수’와재회하게되면서겪는내적갈등을그린다.남자는희수에게자신의이야기를단한번털어놓았는데,그마저도남의이야기를하듯삼인칭으로들려주었다.덕분에희수는남자의과거를미화해기억하고있다.남자는다시만난희수앞에서그오해를풀고당당하게설수있을까.마지막까지자신을똑바로지칭하기를머뭇거리는남자에게서자신의본모습을드러낼용기를내지못하는연약함이엿보인다.그것은삶이안정되었음에도여전히마음은불안정한어른아이,“서른이”(문학평론가이지은,해설)의일면일것이다.

모든하루에는반짝이는순간이숨어있다
망해가는세상속에서희망을발견해내고야마는단단한마음

그러나김미월소설의인물들은막막한현실을기어코다시살아가보기로결심하는데,그럴때그들은누구보다듬직한얼굴을하고있다.그렇게세상일에미혹되지않는다는사십대로접어들면그들도더이상방황하지않게될까.이질문에당장답할수는없겠지만,김미월이그들에게불어넣어준체념섞인꿋꿋한자세가있다면서른시간후지구종말이찾아온다고해도평소와다름없는나른한일상을보낼수있을지도모른다.
2013년제4회젊은작가상수상작「아직일어나지않은일」은종말하루전날종로일대의풍경을묘사한다.그런데김미월이그리는종말직전의풍경은비장하지도참혹하지도않다.평소와다른것이있다면“생기라고부를수도있을”무언가가사라져있다는것뿐이다.이미‘이번생은망했다’는인식이세간에팽배해있었기때문이다.마치종말정도로는일상의관성을깰수없다는듯,사람들은주어진일과를보내며마지막을준비한다.그런데하루아침에미래가없어져버린이때역설적으로아주사소한일이기쁨을가져다준다.복숭아통조림캔을따기위해애쓰던주인공이의외로쉽게뚜껑을열수있게되었을때그의눈이행복으로반짝이는것처럼.세계와함께삶이망해가더라도,김미월의인물들은일상이지닌의미를찾아내서스스로삶을빛나게만든다.

『옛애인의선물바자회』가조명하는청춘의끝자락은과거에한일과하지않은일에대한갖은후회로마음갑갑한시기이자,미래에대한불안이불쑥찾아와지금잘살고있는지를고민하게되는시기,망해가고있다는막연한좌절감을능숙하게감추며일상을유지해나가야하는복잡미묘한시기이다.이낯선시절을통과하고있는인물들의내면풍경을김미월은섬세하게드러내보인다.이시절에익숙해질즈음또다시생경한삶이찾아올지라도,더는걱정하지않아도될것이다.김미월특유의긍정성이돋보이는작품들에는일상의사랑스러운순간을밝혀주는희망의빛이아른거리고있으니말이다.그러니김미월소설과함께라면삶은언제든반짝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