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삶

허구의 삶

$12.50
Description
갈림길 앞에 선 우리를 진실된 삶 속으로 초대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등으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사에 족적을 남겨 온 이금이의 장편소설 『허구의 삶』. 퇴고에만 수년이 걸린 이 작품은 저자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상만'과 ‘허구', 상반돼 보이는 두 사람의 전 생애를 그리면서 평행세계로의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접목시킨 이 소설은 삶과 죽음, 허구와 진실, 과거와 현재,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오가는 긴장감 있는 구성으로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1988년. 고등학생인 ‘상만’은 쌀가게를 하는 외삼촌네에서 더부살이하는 신세다. 힘들 때 기댈 가족도 없이 쌀 배달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야 하는 그에겐 속을 털어놓을 친구의 존재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허구’가 전학 오기 전까지는. 허구는 으리으리한 이층집에 살면서 엄마 아빠의 차고 넘치는 사랑을 귀찮게만 여기고, 학교에선 사실인지 허풍인지 모를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친구들에게 돈을 펑펑 써 대는 아이다. 상만은 접점이라곤 없는 허구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면서 완고했던 삶에도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풍족해 TV 드라마 같던 허구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차츰 익숙해지고, 허구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 받으며, 허구의 방에서 허구의 책상에 앉아 허구의 참고서를 써 가며 공부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상만은 허구가 노트에 써 놓은 글 ‘여행자 K’에 제 이름을 붙여 공모전에 내고 상을 받기에 이른다. 허구가 평행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라는 글도 ‘뻥쟁이 허구가 지어낸 이야기겠지.’ 하며 가볍게 넘길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경일고등학교 반창회 밴드에 ‘초대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닉네임 ‘여행자’가 쓴 초대장은 허구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었으며, 글을 올린 이는 다름 아닌 상만이었다. 30년 동안 상만과 허구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허구를 만나며 어지럽게 엉켜 버린 상만의 삶과,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짊어지고 살아온 허구의 진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저자

이금이

어린이청소년문학작가.1962년충북청원군에서나고서울에서자랐다.유년기부터이야기꾼할머니와라디오연속극,만화책등과함께하며이야기의매력에빠져들었고,세계문학전집을읽으며작가되기를꿈꿨다.“내가어린이문학을선택한게아니라어린이문학이나를선택했다.”라고말할만큼아이들의이야기를쓸때가장행복하다는작가는1984년에단편동화「영구랑흑구랑」으로새벗문학상에당선하면서작품...

목차

초대장……7
쌀자루의무게……15
여행자K……41
환한어둠……69
허구의기록……115
갈림길……139
운명의경계……163
산자와죽은자……199
삶으로의초대……235
작가의말……254

출판사 서평

“사람들은자신이하나의인생만산다고생각하지만
실은하나의인생만안다고하는게더맞는말이야.”

때는1988년.고등학생인‘상만’은쌀가게를하는외삼촌네에서더부살이하는신세다.힘들때기댈가족도없이쌀배달을하면서틈틈이공부해야하는그에겐속을털어놓을친구의존재도사치스럽게느껴질뿐이었다,‘허구’가전학오기전까지는.
허구는으리으리한이층집에살면서엄마아빠의차고넘치는사랑을귀찮게만여기고,학교에선사실인지허풍인지모를온갖무용담을늘어놓으며친구들에게돈을펑펑써대는아이다.상만은접점이라곤없는허구와우연한계기로가까워지면서완고했던삶에도변화를겪기시작한다.모든것이풍족해TV드라마같던허구의집에서지내는시간이차츰익숙해지고,허구부모님의사랑을나눠받으며,허구의방에서허구의책상에앉아허구의참고서를써가며공부하게된것이다.
급기야상만은허구가노트에써놓은글「여행자K」에제이름을붙여공모전에내고상을받기에이른다.이렇게허구의것을빌리다가자신은빈껍데기가되고마는것은아닐까.문득찾아온씁쓸함은상만의곁에오래머물지않았다.허구가평행세계로여행할수있는‘여행자’라는글도‘뻥쟁이허구가지어낸이야기겠지.’하며가볍게넘길뿐이었다.
시간이흘러2019년,경일고등학교반창회밴드에‘초대장’이라는제목의글이올라왔다.닉네임‘여행자’가쓴초대장은허구의죽음을알리는부고장이었으며,글을올린이는다름아닌상만이었다.30년동안상만과허구두사람에겐무슨일이일어났던것일까.허구를만나며어지럽게엉켜버린상만의삶과,누구도알지못했던비밀을짊어지고살아온허구의진실이펼쳐지기시작한다.

"살아있어아직많은것이가능했다.”
어느한순간정지할수도,리셋할수도없는삶속으로

작가는이번작품에서‘상만'과‘허구',상반돼보이는두사람의전생애를그리면서평행세계로의여행이라는판타지요소를접목시켰다.삶과죽음,허구와진실,과거와현재,현실세계와가상세계의경계를훌쩍뛰어넘어오가는긴장감있는구성은독자를단숨에이야기속으로끌어들이며,깊은통찰이담긴단단한문장으로축조된서사의끝에기다리고있는충격적인반전은또한번놀라움을선사한다.음울한농담처럼불쑥찾아온,허구의죽음을알리는장례식초대장으로시작한『허구의삶』은그렇게우리를진실된“삶”속으로초대한다.
그리고동시에이책을선택한독자들은책을읽으며다시한번갈림길앞에서게된다.잃어버린길위에서어디에도발붙이지못한채허구의세계를떠도는여행자가될것인가.자신의일그러진삶을부정하고다른삶을선망하며허구로무장한채걸어갈것인가.허구와상만,양극단을달려가는두사람의생애를체험하는일은,앞으로펼쳐질무수히많은갈림길에서어떤선택을쌓아나갈지고민해보는기회가되어줄것이다.더불어그선택의무게를견디며나아갈나자신을조금더너그럽게안아줘도된다는작가의위로를함께건네받을것이다.

“선생님은어떤어른이라고생각하세요?”
기출문제는물론예상문제에도없었던질문에잠시내안의무언가가출렁,했다.
(…)‘나는어떤어른인가’라는질문은오랫동안가슴속에들어있던이야기의발효제가됐다.세상모든아이들은존재자체로존중받거나사랑받을자격이있다.(…)허구의상황을바로잡아줄어른이있었다면,상만에게네잘못이아니라고말해주는어른이있었다면어땠을까.그들의삶을지켜보는일은어른인나자신을들여다보는시간이기도했다.내내부끄럽고미안했다.
_작가의말에서

실수했더라도,후회로가득하더라도우리앞엔아직가지않은길이놓였다.어떤마음으로나아갈지선택은책을덮은우리의몫이다.“살아있어아직많은것이가능”하기에.


문장발췌

17쪽
짐받이에실린쌀자루또한자비가없었다.오르막길에서는상만을잡고늘어져힘들게하고,내리막길에서는등떠밀어곤두박질치게했다.그리고평지에서는온전히상만의두다리에힘을실었다.자전거에짐을싣고달리는일은공짜나행운이라고는없는그의삶과같았다.그럴때면열여덟살상만은이미외삼촌나이쯤된것같았다.

49쪽
K는여행자다.여행가가자의적으로선택한직업이라면여행자는그것이숙명인사람들이다.대부분이그렇듯K도처음엔자신이여행자의숙명을타고났음을알지못했다.K가처음으로여행을경험한것은열다섯살때였다.

66쪽
사람들은늘선택하며살아간다.선택하지않은,가지않은길에대해일말의후회나미련도없는사람은없을것이다.다른삶을안다한들,본다한들할수있는건아무것도없었다.하지만포기하기에는미련이남았다.여행자의삶이익숙해지면다른세계의운명에개입하는방법을찾게될지도모른다.

66쪽
K는마음이바뀌기전에라이터를켰다.불꽃이유혹하듯혀를날름거렸다.K가불을붙이자편지는곧재도남기지않고사라졌다.대신K의앞엔무수히많은‘가지않은길’이놓였다.

88쪽
허름한바지가걸렸지만허구것은맞지않아빌릴수없었다.바지마저허구것을입으면상만은빈껍데기나마찬가지였다.허구의글덕분에상을받고,은주를알게됐고,인터뷰를하기로했고,인터뷰장소에는그의옷을입고나간다.하지만상만의씁쓸함은오래머물지않았다.

190쪽
“1999년12월31일밤11시59분59초하고,2000년1월1일새벽0시1초하고대체무슨차이가있어?그런데그1,2초사이에대단한변화라도있을것처럼떠들어대잖아.여기저기죽겠다고난린데…….”
상만이열을올리며한말에허구는동의하지않았다.
“글쎄?1,2초는엄청난차이야.그1,2초에운명이바뀔수도있어.”

250쪽
상만은허구와자신이많이닮았음을깨달았다.환경과처지가달랐을뿐섣불리꺼내놓을수없는상처로가득한내면은똑같았다.하지만상처를덮는방식은달랐다.허구는아무곳에도뿌리내리지않고제이름처럼허구의세계를떠돌았고,상만은거짓으로다진반석위에뿌리를내리려고안간힘쓰며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