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삶 (실비 제르맹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숨겨진 삶 (실비 제르맹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50
Description
관능적이면서 음악 같은 문장과 시적인 표현을 통해 결합해낸 은밀한 비극과 운명의 메아리!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이 역사의 풍랑 속에서 묻혀버리기 일쑤인 개개인의 미시 서사를 발굴해내어 웅장한 연대기로 재탄생시킨 『숨겨진 삶』. 등장인물 개개인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희비극이 한데 엉킨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을 통해 펼쳐지는 대작이다. 이야기는 68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우르푀빌에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삶을 꾸려가는 베랭스 가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사실 비극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남편 조르주의 사망으로 이어진 차사고의 원인을 혼자만 알고 있는 사빈을 비롯해 조르주가 낸 사고로 한쪽 발을 잃은 그들의 딸 마리, 조카를 향한 금지된 욕망에 불타올랐던 에디트, 어느 겨울날 베랭스 가문에 산타클로스로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피에르, 제2차세계대전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그의 어머니 셀레스트 등 한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좌절, 빗나간 사랑이 섬세하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저자

실비제르맹

창조적인서사전개와독특하고아름다운문체로현대프랑스문단에서독보적인위치를차지하고있는실비제르맹은1954년프랑스샤토루에서태어났다.공무원인아버지를따라프랑스곳곳을떠돌며유년시절을보냈고,소르본대학에서저명한철학자에마뉘엘레비나스의지도를받으며공부했다.박사과정을마친후에는프라하로건너가철학을가르쳤다.
1981년부터틈틈이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으며,1984년발표한첫장편소설『밤의책』으로여섯개의문학상을수상하며화려하게데뷔했다.후속편이라할수있는『호박색밤』이후출간한세번째장편소설『분노의날들』로1989년페미나상을수상했다.그밖에『프라하거리에서울고다니는여자』『숨겨진삶』등많은소설을발표했으며,2005년『마그누스』로그해‘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공쿠르상’을수상했다.2016년프랑스문화재단에서수여하는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했다.
무력한개인이엄혹한세계와화해해가는과정을몽환적인상상력과치밀한필치로그려낸실비제르맹의작품들은‘새로운마술적리얼리즘’이라는호평을받으며20여개국언어로번역되었다.

목차

스냅사진_9
슬라이드상영_71
전진하라자손들이여…_149
정자亭子_269
옮긴이의말|탐색되지않은세계를향해열린창_285

출판사 서평

금세사라져버리는사람들,
전쟁과혁명이집어삼킨운명들,
이숨겨진삶들을망각으로부터구해내리라

프랑스현대문학의거장
실비제르맹이그려내는
탐색되지않은세계와비밀스러운열정

실비제르맹은우리시대의반고흐다._르몽드
프랑스현대문학의거장실비제르맹의역작

창조적인서사와독창적인문체로신비로우면서도감각적인소설들을써내며프랑스문단에서독보적인위치를차지하고있는유럽현대문학의거장실비제르맹의장편소설『숨겨진삶』이출간되었다.데뷔작『밤의책』으로여섯개의문학상을동시에수상해프랑스문단에돌풍을일으키며등장한제르맹은『분노의날들』(문학동네,2016)로1989년페미나상을수상했으며『마그누스』(문학동네,2015)로2005년‘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공쿠르상’을받았다.2016년에는프랑스문화재단에서수여하는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했다.
『숨겨진삶』은“관능적이면서음악같은문장과시적인표현을통해은밀한비극과운명의메아리를결합해낸”작품으로,“정서적인강렬함과날것그대로보여주는감정의리얼함”이잘드러난뛰어난소설이라는언론의찬사를받았다.이야기는68혁명의그림자가짙게드리운우르푀빌에서일견평범해보이는삶을꾸려가는베랭스가문을중심으로시작된다.그들에게는사실비극과비밀스러운이야기가숨어있다.남편조르주의사망으로이어진차사고의원인을혼자만알고있는사빈을비롯해조르주가낸사고로한쪽발을잃은그들의딸마리,조카를향한금지된욕망에불타올랐던에디트,어느겨울날베랭스가문에산타클로스로서갑자기나타났다가갑자기사라져버린피에르,제2차세계대전의비극을온몸으로겪었던그의어머니셀레스트등,한가족과그들을둘러싼인물들의내면에숨겨진열정과좌절,빗나간사랑이섬세하게,때로는그로테스크하게그려진다.

남편의빈자리를지키는사빈베랭스
“조르주는비공식적인다른미망인을몇이나남겨두고갔을까?”

사빈은열일곱살에네살연상조르주와결혼하여가족을꾸렸다.서른네살이던조르주가차사고로갑작스럽게세상을떠난후,그녀가가족사업의경영을맡아진두지휘하고있다.사빈의시아버지샤를람은자기가집안의원로이며가장이라는의식이뚜렷하여아들조르주가남기고간빈자리를차지하려고애쓴다.그는베랭스군단의대지휘관을자처하며가족전체의재원과소비를감독하는재정관이되고싶어하기에,사빈과은근한신경전을벌이고있다.
사실사빈에게는아무에게도털어놓지못한비밀이있다.바로조르주의죽음에대한진실이다.조르주는시속백킬로미터로음주운전을하다가가로수를들이받아사망했다.조르주가차에올라타기전,사빈과조르주는격한말싸움을벌였다.조르주가산복권이당첨되어거액의돈을수령할수있게되었는데,조르주는복권을어디에두었는지기억해내지못했다.그는사빈때문이라고트집을잡으며싸움을걸었고,사빈도지지않고맞서자조르주는화를이기지못해차를몰고나가사고를낸것이다.조르주의유품을정리하던사빈은복권을발견하고,당첨금을아무도모르는새로운계좌에보관해둔다.이돈은사빈에게어떠한새로운기회를주게될까?
그런데이상하게도일년에네차례화려하게포장된장미다발이조르주의차가충돌한나무둥치에놓여진다.주변사람들은모두사빈이갖다둔것이라고생각하지만,사빈이한일이아니다.계절이바뀔때마다하나씩,붉은색조의언제나비슷한꽃다발.망자에대한기억을그런정열적인색깔로꽃피울수있는사람은정부情婦뿐이라고사빈은생각한다.조르주는다른미망인을몇이나남겨두고갔을지,사빈은궁금하다.

뛰어난상상력으로땅속을넘나드는소녀,마리베랭스
“난이담에나무가되고싶어요.”

조르주가분노에사로잡혀술에취한채도로를질주할때,조르주와사빈의딸인마리는아버지의자동차에서상상의나래를펼치다까무룩잠이든상태였다.거친운전에마리는잠에서깨어났고,곧심한멀미가나기시작했다.마리는참다못해자리에서벌떡일어나소리를질렀다.“아빠,차세워주세요!토할것같아요!”조르주가“뭐야?”소리를내뱉자마자차가휘청대더니옆으로미끄러졌고,조르주는온몸이갈가리찢긴처참한모습으로세상을떠났다.이사고로마리는한쪽발을잃었다.그때마리는일곱살이었다.
그사건이후마리는한발을무덤에두고있다.발목부위에서잘린오른발이땅속에묻혀있는것이다.마리는없어진발이제멋대로까불거리며마음내키는대로춤도추면서,유년의나라에머무르고있다고생각한다.날이면날마다그발은밤낮없이마리의머릿속에서절룩거리며주위를맴돌고그녀와함께깡충거리며뛰어다닌다.이발은그녀를지하세계로들어가게해준다.진흙과바위를지나,검붉은심장처럼포효하는마그마가들끓고있는곳이다.지구에서숨쉬었던모든동물과식물의잔재들이한데뒤섞인이곳에아버지의몸또한용해되어있다고마리는상상한다.
또한마리는나무가되고싶다는꿈을꾼다.마리의오빠들은이꿈을비웃지만,크리스마스시즌의백화점산타클로스로처음만나마리와오빠들과사빈의좋은친구가되는피에르는마리에게다정한말을들려준다.

“어찌보면우린이미나무야.손바닥을봐.포플러이파리처럼잎맥이있잖니.손가락을펼쳐봐.단풍나무이파리같지.손가락을다시모으면개암나무이파리같고……점점커가며선택할수있을거야……”(47~48쪽)

“자거라,자,이건꿈이야,꿈속의애무,꿈속의입맞춤……”
조카에대한금지된욕망에굴복한에디트

베랭스가에서‘쉿왕고모’라는별명으로통하는왕고모에디트.만성두통에시달리는그녀는소음과고함소리라면질색하기때문에이런별명이붙었다.왕고모는자신이기르는근사한사냥개의성대를수술시켰다는의심도받았다.기르는개마다짖지를못하고쉰한숨소리만냈던것이다.겉보기에는신경질적인친척할머니로만비춰지는그녀에게는사실아무에게도말하지않은비밀이있다.바로조카이자대자代子인조르주를향한,우정과모성애를넘어선금지된사랑이다.
에디트의조르주를향한감정의변화는그가열여섯살이던해에갑자기닥쳐왔다.베랭스가가매년여름휴가를보내는바스크지방강가에서어느오후에일어난일이었다.수영복차림의조르주는무척늠름한모습이어서소년이라기보다젊은남자처럼보였다.그의젖은몸에서물과반짝이는빛줄기가줄줄흘렀다.

젖은머리를흔들며테라스로다가오는조르주는더이상저아래작은강에서올라오고있는소년이아니었다.오빠의아들도,열여섯살소년도아니었다.바위와조약돌과풀숲에서,송진냄새와빗물처럼흐르는햇빛속에서모습을드러낸조르주는그누구의아들도아니었다.첫비행을시도하는꿀벌의나이일수도,짙푸른능선이뚜렷한산들의나이일수도있었다.그는개벽開闢의밀사였고,눈뜨는육신과눈부신나신,욕망의밀사였다.(110쪽)

그모습을본에디트는심장이쿵쿵뛰는것을느꼈다.심장의박동은가슴속에서뿐아니라배와옆구리,음부에서도,마치주먹질을하듯그녀의몸속여기저기를강타했다.그날밤에디트는잠을이루지못하다가,결국자리에서일어나어두운복도를더듬으며조르주의방까지살금살금걸어갔고,잠든조카의몸에손을얹었다……

“전진하라자손들이여,내아름다운사랑의소산이며
똥칠한내사랑의소산인아이들이여……”
전쟁의상처를안은셀레스트와피에르

셀레스트는예쁜드레스를입고검은눈을아름답게빛내며결혼식장에들어섰다.오르간의우렁찬연주가울려퍼지고,꽃다발과향의달콤한내음이진동했다.곧남편이될파콤제브뢰즈가그녀쪽으로몸을숙이며그녀만이들을수있도록작은목소리로속삭였다.“당신을사랑하지않아요,셀레스트.앞으로도사랑할수있을것같지않고.”사실‘정상적인’가정을꾸려야한다는압박에못이겨셀레스트와혼인하기로한파콤은남자에게만사랑을느끼는사람이었던것이다.파콤으로부터그충격적인말을들은순간부터셀레스트는병과도같은발작적인웃음에시달렸다.그녀가동정을잃던순간에도,파콤이어찌나서투르고혐오감을드러내던지그녀는결국미친듯이웃음을터뜨리고말았다.그단한번뿐인동침으로피에르가태어났다.
제이차세계대전이시작되고,파콤은독일로징집되었다.그런데셀레스트에게놀라운사건이일어났다.한남자를만나황홀한사랑의기쁨을느끼고육체적쾌락을처음으로알게된것이다.그연인은적국인독일군의제복을입고있었다.그의딸젤리를낳기까지했지만,그녀는떳떳했고이관계를숨기려하지않았다.

정말로그녀는부끄러워하지않았다.양심에비추어거리낄게없었다.사랑을했고그사랑을숨김없이,솔직하고도떳떳하게몸으로체험한걸후회하지않았다.그누구에게도해를끼친게아니었다.한남자의몸을애무하고포옹했고,방안깊숙한곳에서그와하나가되어전쟁의범주밖에있었다고해서그일이범죄일리만무했다.(248쪽)

그러나독일군이물러간후,용기있게사랑했던셀레스트는사람들의증오심과악감정의화풀이대상으로전락했다.셀레스트는머리를박박깎이고완전히벌거벗겨져구경나온사람들로미어지는거리에짐승처럼던져졌다.“남편이강제징용되어독일에서일하는동안독일군의품안에몸을내던진추잡한계집”으로지목되어셀레스트는십삼개월된어린젤리를안은채온갖비웃음과모욕을당해야했다.
어린소년이었던피에르는벌거벗은어머니가사방에서날아오는침과야유를받는장면을목격했다.어머니의품안에안긴젤리의기저귀가풀려엉덩이밑으로늘어져있고,젤리는톱질하는소리같은울음을울었다.머리부터발끝까지오그라든창백한몸이드러난어머니는병들고실성한웃음소리를내고있었다.
시간이흘러우연히사빈과만나베랭스가문의사업을돕게된피에르.아주충직한사람인그는사빈의아들딸들과친구처럼지내지만,자신의사생활에대해절대입을열지않았다.그와함께한지수년이지난뒤에도베랭스가사람들은그의젊은시절이나가족에대해아는바가거의없었다.

어둠에대해인간들은무얼아는가?
침입자가되어그안에스며들뿐……
그렇다면낮에대해서는무얼아는가?
빛에대해인간이아는건무언가?

베랭스가의큰어른인샤를람은사빈과피에르가애정관계인것으로오해하고는,단둘이있는자리에서피에르에게침을뱉는다.어머니셀레스트가겪은일때문에모욕과비웃음에크나큰트라우마가있는피에르는엄청난충격을받고그자리에서돌처럼굳어버리고,그후완전히자취를감춘다.사빈과그녀의아들딸들은피에르를백방으로찾아나서지만,피에르의행적은묘연하기만하다.
피에르가사라져버리자그의빈자리가여실히드러난다.가부장적분위기가만연하며서로간의이해가부재하고대화가단절된상태였던우르푀빌의이가족은피에르를통해소통할수있었던것이다.그들은사라진피에르를추적하는과정에서각자새로운삶의국면으로접어든다.사빈의큰아들인앙리는피에르가남긴빈집에서마크로스코의거대한복제화를보고전율을느끼며,피에르를새롭게이해하게된다.

로스코의이복제화는색이바래버린지금도앙리에게는세상을향해열린,탐색되지않은세계를향해열린창이다.이그림역시숨겨진삶이식별되고감지되게끔하기위해한사람이애쓴자취였다.숨겨진이비극들속에서는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빛과어둠이마찰을일으키거나포옹하며접촉했고,다양한색깔들이수축과팽창이라는이중의운동속에부동不動을스치며움직인다.그리고확대되는미지의공간속에서조용한모험이전개된다.(220~221쪽)

그림이앙리에게준깨달음은자신이그동안샤를람의비방에넘어가선한피에르를악인으로여기고있었으며,앙리가피에르를잃으면서“가지고싶었지만가지지못했던형”도함께잃어버렸다는사실이다.후에앙리는집을떠나전쟁터를누비는르포르타주사진기자가되어인간의어둠과빛에대해탐구한다.
『숨겨진삶』은역사의풍랑속에서묻혀버리기일쑤인개개인의미시서사를발굴해내어웅장한연대기로재탄생시켰다.등장인물개개인의세밀한심리묘사와희비극이한데엉킨인생에대한깊이있는탐구가아름답고유려한문장을통해펼쳐지는대작이다.소설의말미에서는오랫동안죽은줄로만여겨졌던피에르가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