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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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요조와 임경선, 두 여자의 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

이토록 무례하고 고단한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
여자로 일하고 사랑하고 돈 벌고 견디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우리가 나눈 모든 것.
여기, ‘낙타와 펭귄’처럼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솔직하고 ‘앗쌀하다’. 다른 여자는 자신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 가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여자는 서로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들은 어린 시절 다른 이들이 침범할 수 없는 우정을 나누던 단짝소녀들이 그랬듯이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완연한 어른 여성이 되어 여자로 살아가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낱낱이 기록한 교환일기를 주고받은 두 여자, 바로 요조와 임경선이다.

2005년부터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어느덧 개정판 포함 이 책으로 꼭 20권째의 책을 출간한다는 베테랑 ‘저술업자’ 임경선. 그리고 뮤지션, 작가,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자, ‘책방 무사’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야기와 자신을 연결하고 있는 여자, 요조. 이 두 여자의 내밀한 속이야기는 어쩌다 수다의 울타리를 넘어 책으로 묶였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토록 기나긴 수다를 이어가며,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다시금 폭소하게 했을까. 일과 사랑, 삶, 생리, 섹스, 여행, 돈,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매일의 고통과 싸움에 이르기까지―두 사람의 경계 없는 여자일기가 자물쇠를 풀고 세상에 나왔다.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곤 했다. 임경선과 신요조는 어쩌다 막연히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하던 시절을 거쳐서 지금은 ‘정말로 친구’가 되었다. 정말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 이번엔 진짜 살 뺄 거야, 라고 어젯밤에 분명히 말해놓고 새벽에 또 뭔가 먹었다는 고백을 듣는 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겠다더니 기어이 일을 붙잡는 고집을 보는 일, 엉엉 울었다는 말을 푸하하 웃으면서 말하는 일. (…) 우리에게는 확실히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모는 배의 키를 조절한다. 저렇게 살아야지, 혹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디 우리처럼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주기를, 그리고 우리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고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_요조의 말, 7~9쪽

저자

요조,임경선

글쓰고노래하고영화만들고제주에서책방무사를운영하는여자.본명은신수진.1집[Traveler],2집[나의쓸모],스페셜앨범[MyNameIsYozoh],단편영화로만든EP앨범[나는아직도당신이궁금하여자다가도일어납니다],[우리는선처럼가만히누워]를발표했다.지은책으로『오늘도,무사』『눈이아닌것으로도읽은기분』,『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게』(공저)등이있다...

목차

임경선의말_4
요조의말_7


솔직과가식_경선14
어떤솔직함은못됐다는거언니도아시죠_요조20
무언가를하지않기로하는것_경선28
시간은점점없어지고있어요_요조38
어정쩡한유명인으로사는일_경선46
있을때잘해야해요_요조54
가까울수록때론낯설필요가있어_경선62
서로간에비밀이조금도없어야한다는강박적태도_요조70
사람들앞에서말을잘하고싶지만_경선78
섹시한건아무튼피곤한일이네_요조86
어차피자고나면정말다똑같을까_경선92
우리가처음만난날_요조100
관용이필요해_경선106
난이런사람들이싫어요_요조114
우리가일을같이할때_경선120
언프리프리랜서unfreefreelancer_요조126
즐겁게워커홀릭_경선132
다정하고감동적인침범_요조144
인생의다음단계로나아간다는것_경선150
더나은어른이되고싶다면_요조158
부당한요구에응하지않는이유_경선164
사랑은역시마주보는거예요_요조172
‘좋은연애’가대체뭐길래_경선178
더욱더사람들을속이고싶어요_요조184
에세이를잘쓰기위해할수있는것들_경선190
제가준비하고있는마지막한방_요조198
사십대_경선204
더분발해서방황할게요_요조212
이사준비와야무진업무메일_경선218
어쩔수없이,나_요조228
사랑을더하고더괴로워하겠어_경선238
괴로울수없는괴로움에대하여_요조246
몸의문제는무척중요하니까_경선254
피와땀_요조262
완전한이별은우리부디천천히_경선268
그럼,안녕히_요조278

출판사 서평

일과사랑,삶,생리,섹스,여행,돈,자유그리고이모든것을얻어내기위해지불해야하는매일의고통과싸움에이르기까지―두사람의경계없는여자일기가자물쇠를풀고세상에나왔다.

우리가막역한사이라고말하면사람들은대체로놀라워했다.마치어떻게낙타와펭귄이친구가될수있냐는듯이해가잘되지않는표정을짓곤했다.
임경선과신요조는어쩌다막연히‘아는사이’였다가편의상서로를‘친구’라고소개하던시절을거쳐서지금은‘정말로친구’가되었다.정말로친구가된다는것은서로의왔다갔다하는모습을봐야만하는사이가되었다는뜻이다.나이번엔진짜살뺄거야,라고어젯밤에분명히말해놓고새벽에또뭔가먹었다는고백을듣는일,정말아무것도안하고쉬겠다더니기어이일을붙잡는고집을보는일,엉엉울었다는말을푸하하웃으면서말하는일.(…)
우리에게는확실히타인의이야기가필요하다.우리는그이야기를보며우리가모는배의키를조절한다.저렇게살아야지,혹은저렇게살지말아야지,하면서말이다.
이책을읽으며부디우리처럼살아야지하고생각해주기를,그리고우리처럼살지말아야지하고도생각해주기를바란다._요조의말,7~9쪽

오디오로연재하고책으로완결하다!
―두여성작가의신선하고과감한도전!
책읽을시간조차내기쉽지않은여성들의귀에꽂힌공감의언어

이책은요조와임경선두작가가네이버오디오클립에‘요조와임경선의교환일기’라는제목으로서로에게교환일기를녹음해보내는프로젝트에서시작되었다.최근출판계에오디오북제작과유통이점점활성화되어가는상황에서두작가는과감하게오디오콘텐츠를우선제작하고,그후에책으로묶어내는방식을택한것이다.임경선의낮고단단한목소리와요조의느릿하고나른한목소리가오가며만들어내는우정과공감의대화는,고단한하루속에서책장한장넘길시간조차쉽지않지만,귀는활짝열려있었던수많은여성들로부터뜨거운호응을모았다.

“요즘육아로인해친구들과수다도어려웠는데,애기재워놓고두분의일기로대리만족했어요.즐거운시간다정한위로의시간들이었어요.”
“제쓸쓸한출근길을늘외롭지않게해주었던클립이었습니다.들으면서삶에대한생각들을공유받고더불어공감받으며제게풍족한시간들을선물해주셨어요.”
“전주로산책할때들었는데피식피식웃음이튀어나와걷다가입술에힘을꾹주며호흡을조절한적이얼마나많았던지.이렇게웃길일인가싶었고,그뒤에쉬사라지지않는뒷맛에또한번다음에피소드를기다렸습니다.오후쯤굉장히피곤할때한조각먹는초콜릿같았어요.그리고멀리있는친구와수다떠는기분이들어한동안따뜻했습니다.”
“저한텐두분의짧은목소리가가끔씩‘하루를구원’하는순간으로만들어줬어요.”
_네이버오디오클립‘요조와임경선의교환일기’댓글에서발췌

두작가가오디오클립에교환일기를연재하는동안,청취자들은좋은문장들이너무많아받아적기가힘드니스크립트를올려달라고꾸준히요청해왔다.이에두사람은각자충분한시간을갖고문장을가다듬은뒤,30편의녹음파일에여섯편의긴글을추가하여마침내책으로완성했다.비로소활자가된그녀들의이야기에는마치‘음성지원’기능이내장돼있는듯하다.행간마다다사다난했던하루를서로에게전하는가쁜숨소리와시트콤처럼좌충우돌했던자신의소소한일상을전하는경쾌한웃음소리가들린다.또‘엉엉울었다는이야기를푸하하웃으면서말하는’친구앞에서배꼽빠지게웃어주고는,뒤돌아서로의‘무사’와안녕을간절히빌어주었던나지막한기도와눈물도책갈피마다배어있다.

작가는돈얘기하는거아니라고요?!
―솔직한그여자,임경선의페이협상법

이책에서두작가는글쓰기와말하기,인간관계와관용,멋,몸과마음의건강,좋아하는책,싫어하는것들의리스트등다양한주제들에대해각자의노하우와경험을적극적으로공유한다.그중에서도특히인상적인건,이세계에서살아남기위해이들이지불해야만했던노력과고통에대한이야기이다.일하면서맞닥뜨리는온갖난감하고당혹스러운상황들에대해서도이들은솔직하게토로한다.임경선은작가로살아가기시작한이래전국방방곡곡자신을찾아주는곳에서137번의강연을해왔다.그러나작가의시간과노동력을내달라요청하면서도‘돈’얘기는쏙빼놓고의뢰하는일의가치와의미부터냅다주입시키려하는이들은너무나많았다.당신에게줄적합한페이는예산에책정해두지않았지만,당신이만약좋은작가라면,반드시여기와야한다고강권하는사람들과수없이상대해야했다.이런기묘한청탁에대해임경선은이렇게신랄하게꼬집는다.

나는늘페이문제를중요하다고생각해왔어.페이는그냥‘상대가생각하는나의가치다’라고못박고시작해야프리랜서로서돈을냉철하게바라보고자신의가치를지킬수있는것같아.가령강연등의행사청탁이들어올경우,일얘기는하는데돈얘기를안하면바로“그런데이일은비용이발생하나요?(번역:돈안줘요?)”라고확인부터해.공교롭게도돈얘기를먼저안하거나맨나중에하는회사일수록페이가적을확률이크지.(…)영리목적이아닌행사임을강조하거나자기들이비영리단체임을강조하면서,너역시도돈욕심내지말고군말없이이가치있는프로젝트에동참해야한다고설파하는분들도계셔.마치우리가너에게일을맡기는것그자체에자부심을가지라는듯이.물론내가돈을받든안받든진심으로그일에동참하고싶으면그렇게하면되는건데,그게아니라면이런식으로‘죄책감’안겨가면서일을날로시켜먹으려는처사는너무못됐잖아.야박한쪽은내가아니라고.
_임경선,‘즐겁게워커홀릭’134~135쪽

40대쯤되면잘났건못났건간에,주위에민폐끼치지않고자신에게주어진역할쯤은거뜬히해내는‘유용한인간’이되어야한다고믿는다는임경선.그렇기에그녀는한개인으로서는대중앞에서나서길두려워하는내향적인여자이지만,적어도작가로나서는자리에서는가장유용하고적극적인모습으로임하기위해노력해왔음을고백한다.더불어글쓰고책을낸이후에필연적으로부딪쳐야하는‘말하기’의어려움과그것을훌륭하게돌파해내는과정의디테일도책에상세히적어두었다.
그러나이러한저술노동자의노력과시간을‘행사의고매한취지’와‘독자의사랑’으로‘후려치려는’기관과단체들은대체얼마나많은가.작가는돈보다더훌륭한명분을쫓아야한다고강권하는이들의속내는얼마나폭력적인가.
그리하여임경선이정당한페이를받기위해조율하고협상하는기술을망라한‘임경선의페이협상법’은비단친구요조에게만푸념처럼속삭이는이야기가아니라,불안하고위태로운생활을이어가는동료작가들에게건네는연대의이야기로도들린다.또한이것은작가의시간과노동력을필요로하는모든사람과기관들에게그녀가건네는곡진한당부이기도하다.
작가인우리에게도최소한의생활을이어갈수있는돈,그리고노동할때마땅히지켜져야할최소한의예의나원칙이필요하다고.아니,비단작가가아닐지라도모든‘일하는사람’에겐‘보람’이나‘선의’,‘뜻’을강권하기에앞서그사람이들이는시간과노력에걸맞은최소한의대가가주어져야만한다고.

프리랜서겸책방주인의이메일화법수련기
―노력하는그여자,요조가자신과책방을지키기위해하는일들

한편,요조는책들사이에서그저하루씩만무사하게살고싶다는소망으로작은책방을열었지만,폭발적인이메일과무수한말과요청들에둘러싸인채바삐살아가고있다.“책을서점에들이고싶다는입고요청메일부터왜정산을해주지않냐는항의메일,무슨무슨책이있느냐는문의메일,그외이런저런메일들을매일같이받고”또회신을보내며살고있다.이북새통속에서그녀가세운업무이메일회신의원칙은두가지.

첫째,아무도기분이상해서는안된다.둘째,이모티콘을문장으로표현해본다.

‘무례하고멍청한메일’을받아서화가날때도요조는자신의분노를그대로실어보내서일을그르치지않는다.매일다량의메일을보내고받는삶속에서그녀는‘감정을내세우기보다공통의목적을먼저생각하는법’을,나와생각이다른사람과소통하면서상대의기분을상하지않게하는방법을수련해가고있다.그리고그런세심한노력들이바로요조라는사람을만든다.

제가그런사람이되는데성공한다면,마찬가지로저를아끼는누군가가제가부끄러워할,속상해할,화가날말을한다고해도순간적인욱한감정에멍청하게속아넘어가지않고상대방이내어준용기와책임에집중할줄아는사람도자연스럽게될거라고생각해요.
아무리아픈말이라도말하겠다는입.아무리아픈말이라도듣겠다는귀.어른의우정을위해꼭단련하지않으면안되는신체기관인것같아요._요조,‘더나은어른이되고싶다면’162쪽

내인생이펼쳐지는토양을개간하기위해서시간을어떻게운용해야하는가를따져볼때,원고한장에급급하고노래한곡을땀땀이메꿔나가는것이요조라는땅에는가장적절한조치라는것을알게되었어요._요조,‘어쩔수없이,나’233쪽

펭귄과낙타의공통점
두여자가‘1년너머의삶을상상하지않는이유’

그야말로‘펭귄과낙타’처럼너무달라서당최왜그렇게친한지남들은쉽사리이해하기어려운두사람이지만,그녀들에게도공통점은있다.바로‘1년너머의삶을상상하지않는다는것’.두사람이1년너머의삶을섣불리상상하지않게된데는각자의이야기가있다.직장생활을하던임경선은과거갑상선암진단을받았다.자꾸만재발하는암때문에그녀는자신의몸과삶을1년단위로체크하고관리하게되었다.병원에서안전하다고진단받은1년치의삶―그시간동안몰두할일을찾고자신이기울일수있는최선의노력을성실하게이행해내가는것이그녀의삶이었다.

너도알다시피내병원정기검진이1년단위로있다보니나는모든것을1년단위로끊어서살아.늘한해계획만세우고그다음일은생각하지도,상상하지도않아.장기계획이나그랜드마스터플랜이나평생을걸라이프워크,이런것도생각안해봤어.그저현재와향후1년에만관심을가지고그안에서불필요한것들을제거해내고챙길것들을최대한심플하게추려놓은후,그것들을하나하나나사를조여가고기름칠을해가면서사는느낌이야._임경선,‘사십대’206쪽

한편요조는사랑하는여동생을10년전전철역에서일어난사고로억울하게잃었다.트라우마로인해전철을겨우다시타게된지도얼마되지않았을만큼,아직슬픔은가까이있고,매일마주하던가족이어느날느닷없이‘만질수없는사람이되어버렸다’는실감은서늘하다.그래서그녀는만질수없는동생의상징을자신의피부에문신으로새겼다.“가끔은고수가너무맛없어서싫다는사소한이유로커다란고수나물을귀아래새기기도하면서,피부라는거그냥죽으면썩는거다,노는땅이다”라고여긴다.

자꾸만재발하는갑상선암때문에매년검진을받아오면서1년너머의삶에대한상상이가능해지지않는언니처럼저역시10년전에동생을사고로잃게되면서사람이얼마나아무이유없이간단하게이세상에서소멸해버릴수있는지,그부재가너무나깊이각인되어버리는바람에장기적인인생의계획을짜는일이불가능해져버렸거든요.매일죽음에대해서생각하게되고,최대한고통받지않는방법으로죽었으면하고소원하게되고,내일이라도나는동생처럼갑자기죽을수있다는사실을제법현실적으로감각하면서살고있어요.그러다보니어떻게보면‘별수없이’현재에충실해지는사람이되었는데,이런저와언니의태도가깊은곳에서잘맞았던것이아닌가싶어요._요조,‘더분발해서방황할게요’213~214쪽

그녀에게몸과삶이란언제느닷없이스러져버릴지모르는막막하고먼것이지만,지금이순간우리가살아있는단하루는너무나가깝고생생하다.그래서어느날거리에쓰러진사람을119대원들이둘러싼사고현장을목격한뒤그이름모를사람에대한염려와불안속에서그녀가써내려간하루의일기에는,온그녀의시야에들어온풍경과세상이손에잡힐듯너무도‘소중하고절박하게’묘사되어있다.

저는내내기분이너무이상해서,버스에서넋을놓고앉아있다가목적지에도착도하기전에그냥중간에내려버렸어요.내리고보니충정로였어요.그냥발길닿는대로처음가보는골목길에들어가헤매고다녔어요.오래되고낡고조그만술집들,음식점들이골목틈에옹기종기모여있었어요.
내가지금아름다운곳에‘살아서’이렇게‘걸으면서’이것들을‘보고’있다는감각하나하나가너무강하고소중하고절박해서,가게마다눈을맞추고골목에아무렇게나세워진화분하나하나를들여다보고숯불갈비가게옆에서달궈지고있는숯가까이가서그열감을느끼고가게의이름들도발음해보았어요.누구보다도똑똑해진채로어떻게살아야할지알아버린기분으로집에돌아와이글을써요.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저는또까먹게되겠죠.까먹기전에얼른말할게요.너무사랑하는언니가,제가,그리고이이야기를듣고있는당신이여기있어요.
있을때,잘해야해요._요조,‘있을때잘해야해요’59~60쪽

우리가까먹기전에기억해야할인생의중요한것들
―여자로살아내기위해,각자의행복의나라에다가가기위해
우리는계속사랑하고살아가야한다

이렇게장기적인계획이나거창한야망보다는자신에게주어진단하루를귀하게여기고,‘지금내옆에있는사람’에게잘하고자하는두여자의마음이아마도‘일기’를쓰게했을것이다.그녀들은솔직과가식에대하여,어정쩡한유명인으로산다는것에대하여,강연하고글쓰고노래하며살아가는삶에대하여,그리고그들의주변을둘러싸고있는싫어하는것들에대한솔직한뒷담화들에이르기까지거침없이대화를이어간다.어린시절,자물쇠달린하드커버노트에비밀스럽게주고받던교환일기의추억이두여성작가의대화에서되살아난다.
두사람이핑퐁처럼주고받는주제와대화들은따뜻하고,때론신랄하며,더없이친하고편한두여자가나누는대화는너무적나라해서낄낄거리면서읽게되다가도,서로에게고백하는내밀한마음의풍경은가슴을찌른다.30대요조와40대임경선은서로왜이렇게나이를많이먹었느냐고서로놀리고놀라며,과거의기억과현재의삶과앞으로의소망을공유한다.
이책을읽고나면문득마음을터놓을친구가보고싶어진다.“너는멋있는사람이야”라고나의미약한빛을알아보고어깨를내어줄언니가,그어떤이야기든안심하고끝없는수다를떨수있는진정한친구가그리워진다.그리고내곁에남아있는친구에게당신이내게그런존재라고문득말을걸고싶어진다.
마치이책의마지막에서임경선이‘신수진’(요조의본명)에게쓴것처럼.

깊은우정은,공통의적이있든없든,일에서잘나가든못나가든,실연한상태든목하열애중이든,돈이있든없든,그런것들과는관계없이,그어떤의무감없이도그저보고싶고,그냥‘아무거나’에대해이야기할수있는관계라고생각해.별내용도없는문자나이메일이와도그저즐겁고신나고,만나면서로에게서힘을얻고,못만나더라도불안해하거나의심하지않는그런관계는얼마나소중한지.(…)

너는네가어떤사람인지,어떤사람이되고싶은지잘모르겠고매순간주변환경에휘둘린다고했었지?요조답다,신수진답다,가대체뭐냐고도묻고.
내가그대답을알려주어도될까?

너는멋있는사람이야.
그리고앞으로도계속멋있는사람으로남게될거야.
그게신수진이야._임경선,‘완전한이별은우리부디천천히’270~271쪽

비효율의끝을달리는몹쓸습관이생겼다.요조와나누는문자대화가그것이었다.아침일찍부터밤늦게까지트위터와페이스북,문자메시지와텔레그램등뚫린곳이면그어디서건,우리는서로에게미친듯이뭔가를썼다.시시콜콜한일상보고부터진지하고논쟁적인주제까지가리는것도없었다.(…)
그렇게해서태어난것이네이버오디오클립‘요조와임경선의교환일기’와책『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게』이다.나라는고효율추구형인간은덕분에탕진의죄책감에서벗어나긴했지만,역설적으로그제서야비효율의아름다움과기쁨을깊이깨닫게되었다.

산다는건뭘까,우리는여전히궁금하기만하다.그러니앞으로도살아가는일에관한우리의이야기를결코멈추지못할것같다._임경선의말,5~6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