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소설집)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소설집)

$14.00
Description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이장욱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15)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장욱의 신작 소설집. “정면으로 한 세계를 향해 대들어보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소설가 오정희)하다는 평을 들으며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저임금의 결정」,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 「낙천성 연습」을 포함해 그전보다 더욱 첨예해진 감각과 아름다워진 문장으로, 쓸쓸하지만 묘한 위로를 건네는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존재의 맨얼굴을 드러나게 했던 그간의 이장욱 소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율배반의 세계 자체와 시간의 흐름, 선과 악의 구분까지 허물어뜨리며 어딘가 단단히 비틀려버린 세상과 그 틈에서 최소한의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을 세련되고 날렵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저자

이장욱

2005년제3회문학수첩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고백의제왕』『기린이아닌모든것』,장편소설『칼로의유쾌한악마들』『천국보다낯선』등이있다.문지문학상,김유정문학상,제1회,제2회,제4회,제6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행자가사라졌다!_7
에이프릴마치의사랑_39
복화술사_77
크리스마스캐럴_117
낙천성연습_163
최저임금의결정_199
양구에는돼지코_237
스텔라를타는구남과여_265
눈먼윌리맥텔_291

작가의말_315

출판사 서평

뭔가다른존재가되고싶다는것
엉뚱한데서영영멈춰버린시간과더불어
혼자캄캄해져서
어둠속에손을넣어보는사람처럼

표제작인「에이프릴마치의사랑」은늦은아침“스트레칭자세를취한뒤슈만의환상소곡집을”들으며“알라딘마일리지로구입한머그잔에카누를털어넣”는‘그녀’에대한상세한묘사로시작된다.이후에도소설은내내‘나’의시선으로그녀에대해서술하며팽팽하게이어지는데,흥미로운것은소설이마지막에이르도록그녀가누구인지끝내알수없고심지어그녀의존재자체도확신할수없다는사실이다.
무명시인인‘나’는자신이발표한시를교묘하게더나은방향으로수정해포스팅하는‘에이프릴마치의사랑’이란이름의블로그를발견하고점차블로그주인인그녀(성별도단정할수는없다)에게빠져든다.블로그에는급기야자신이쓰지도않은시가자신의이름으로올라오고,‘나’는그시들이자신이쓴시보다더매혹적이라는사실을부정하지못한다.결국자신의이름이붙은시이므로자신의시라는자기합리화로그시들을문예지에발표하고문단의찬사까지받는다.그러던중블로그의업데이트가중단되고,계속해서문단의기대에걸맞은시를발표해야하는‘나’는조급함과두려움에빠져그녀에게연락을시도하는데……
‘나’는그녀를구성하는소소한일상하나하나에집요할정도로매달렸지만그녀의존재자체가불확실해지면서그모든것이무의미해진다.「에이프릴마치의사랑」은‘3월(March)’보다‘4월(April)’이앞서있는알쏭달쏭한제목처럼이미세상에나온시나글에주인이란있는것인지,나아가정해진공식이나예정된방향으로는진행되지않는삶을예측하기란가능한일인지몽롱한꿈을꾸는듯한보르헤스적환상성으로날카롭게되묻는수작이다.
「최저임금의결정」에서도이장욱은우리를낯설고어리둥절한꿈같은세계로이끈다.‘나’는편의점알바생인자신의애인을위협하고사고까지당하게만든편의점사장을살해하려는치밀한계획을세운다.그런데‘나’를맞닥뜨린사장의입에선충격적인이야기가흘러나오고,순식간에상황은반전된다.작가는“다음달부터최저임금맞춰줄게”라며알바생의당연한권리에도생색을내고사소한일에도자주화를내는사장을줄곧악인의자리에위치시키다가,일순간‘나’가스토커임을폭로하며두사람의역할을맞바꾼다.소설의마지막에이르러서는‘에쎄’를찾는,다분히환상적인존재인대여섯살남짓의소녀를등장시킴으로써이모든상황이실제인지혹은누가진짜악인인지알수없게만든다.가장낮은곳에서나마자신의자리를지키며사는사람들에게왜이런무대와배역이주어져야하는지질문을던지며,뒤틀린세계에서뒤틀리지않고선살아갈수없는존재들의삶의지난함을서늘하게드러내보인다.

뭔가다른존재가되고싶다는것,그건사람이라면누구에게나조금씩있는마음속의구멍과비슷하다.구멍으로바람은들게마련이고,그런바람이라도좀들어야숨을쉴수있는법이니까.(119쪽)

찰스디킨스의동명의소설을떠올리게하는「크리스마스캐럴」이데려다놓는세계도흥미롭다.성공한컨설턴트인‘나’는크리스마스이브에아내의전남친에게전화를받는다.사내는다짜고짜“내와이프가잠든침대에서내와이프의남편이되어잠들고싶다”며만나줄것을요구한다.사내의말을어설픈치기로느끼면서도이상한호기심과기시감에이끌린‘나’는그를만나러간다.“면접을보러온취업지망생을바라보듯이”자신만만하게사내를대하던‘나’는너저분한차림의노인이등장하면서조금씩흔들리기시작하고,폭설을뚫고돌아온집에서마주한아내의얼굴에소스라치게놀라게되는데……「크리스마스캐럴」은흡인력있는이장욱의문장을따라읽다보면누구나한번은꿈꿔봤음직한세계로가닿아있음을깨닫게하는작품이다.그런데작가는어딘가비현실적인존재를이야기의마지막에자주등장시킴으로써이모든것이환상일수도있음을암시하고,이야기를따라낯선세계로떠났던독자를처음의자리로되돌려놓는다.그리고제자리로돌아온독자들은,어쩐지달라진자신의얼굴을보고놀라는경험을하게된다.
언젠가한번은만나게될것같은노인은「행자가사라졌다!」와「양구에는돼지코」에도등장하는데,이두작품이주는삶의통찰도되새겨볼만하다.「행자가사라졌다!」는‘행자’라는이름의애완뱀이사라지면서시작된다.화자는함께사는가족들을한명한명용의선상에올리며행자의행방을추적하지만,가족들은저마다의알리바이를가지고있다.그리고마지막으로남은할머니‘행자’.애완뱀에게자신과같은이름을붙인할머니와애완뱀의모습이겹쳐지면서,소설은인생의경험과추억은한순간사라질수도있으며그러한위험성과가능성은누구에게나도사리고있음을예리하게드러낸다.작가가“유독아픈마음으로썼다”고‘작가의말’에서밝힌「양구에는돼지코」는결혼식장과장례식장을혼동하고자신의이름과아내의이름마저제대로기억하지못하는치매노인의모습을사실적으로그린작품이다.다른수록작들보다확연히현실감이강한작품인데,“돼지코만있으면당신을만날수있을것이다”라고다짐하며남은생을향해혼자걸어가는화자의모습이쓸쓸하면서도특별한감동을준다.
“세상의다른곳에서,당신의깊은곳에서,무언가를불러오는능력”이복화술이라고말하는복화술사의목소리를빌려소설이무엇을말해야하는지생각해보게만드는메타픽션형식의작품「복화술사」,이율배반의세상을견디지못해끊임없이자살을시도하고끝내성공하고마는아버지를이해하지못하면서도어느새아버지를닮아있는화자를통해‘낙천적으로는’살아내기어려운현실의아이러니함을꼬집는「낙천성연습」,인디밴드‘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팬클럽에서만난남녀의기이한잠버릇과그보다더괴이한일들이벌어지는일상의모습을그리면서,누군가를온전히이해하고삶의모순을받아들이는일의어려움에대해되묻는「스텔라를타는구남과여」,전직베스트셀러소설가였던화자의삶을재조명하면서“조금삐걱거리다가순순히움직여주”는목조창문처럼언제든새로운삶으로나아갈수있음을환기하는「눈먼윌리맥텔」도이장욱의소설세계가도달한성취를잘보여주는작품들이다.

이장욱은어떠한허들도없이일상과환상을넘나들고능숙하게이야기를조였다풀었다하며‘다른존재’가되어한번쯤가보고싶었던세계로,혹은쉬이조합해내기어려운다채로운시공간으로우리를데려다놓는다.그리고상대적으로약자의자리에있거나다소괴상한존재라는시선에놓인인물들의면면을들여다보면서,그들이결코모자라거나유별난것이아니라제대로기능하지못하는이상한사회가그들을존재의밑바닥으로내모는것이라며우리를안도하게한다.우리는자주불안하고사소한일에화가나고자꾸마음이캄캄해지지만,까맣고어두운그곳에천천히손을넣어‘다른세계’로이끄는이장욱의소설을반가워하지않기란어려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