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소설)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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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년 세월에 걸쳐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김숨의 소설 미학!
1997년 등단하여 올해로 작가인생 22년, 조용히 그러나 가열차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한 김숨의 3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은 독특한 작품집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첫 소설집 《투견》의 개정판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자신의 작품세계가 근본적으로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첫 소설집에 수록된 가운데 두 작품만을 살리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쓴 《뿌리 이야기》를 더해 일종의 3부작으로 구성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를 개작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 그리고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뿌리 이야기》까지 총 3편의 중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서사-이미지들이 세 작품 속에서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집은 일종의 존재 3부작으로 읽히기도 한다. 모두가 ‘숲을 보라’라고 말할 때에도 ‘숲이 아닌 나무를 보라’라고 말하는 듯한 김숨의 소설 미학은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고든다.
저자

김숨

1974년울산에서태어났다.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느림에대하여」가,1998년문학동네신인상에「중세의시간」이각각당선되어등단했다.장편소설『철』『노란개를버리러』『여인들과진화하는적들』『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흐르는편지』『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숭고함은나를들여다보는거야』『너는너로살고있니』,소설집『침대』『간과쓸개』『국수』『당신의신』『나는염소가처음이야』등이있다.동리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
뿌리이야기
슬픈어항

해설|조강석(문학평론가)
존재3부작과이미지-서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내가왜여기에있는가
내가왜없는게아니라있는가
나무들도스스로에게묻고는할까
―이상문학상대상수상작「뿌리이야기」수록,작가김숨의존재3부작

2015년제39회이상문학상대상작에김숨의「뿌리이야기」가선정되었을때,그는수상소감에서당나라시선이백의‘마부위침(磨斧爲針)’고사를언급했다.도끼를갈아바늘을만들고있는노인을보고이백이다시공부에정진하게되었다는이야기.김숨작가는그노인의믿음을자신의믿음으로삼겠다썼는데,실제로‘도끼를갈아바늘을만들작가’를떠올렸을때많은이들이가장앞서떠올릴이름중하나가그일터이다.1997년등단하여올해로작가인생22년,조용히그러나가열차게작품활동을이어온작가김숨.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등으로문단은그에대한신뢰를보였고,모호한이미지가두드러지는소설부터역사와현실을토대로한소설까지,독자는그를‘믿고읽는작가’라부른다.

『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는이상문학상대상수상작인중편「뿌리이야기」를비롯,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등단작「느림에대하여」를개작한「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1998년문학동네신인상당선작「중세의시간」을개작한「슬픈어항」총3편의중단편소설을묶은독특한작품집이다.

살리고싶어,살려야지……혼잣말을주문처럼외며초고아닌초고를완성하고났을때생애처음쓴소설이‘뿌리이야기’와닿아있다는걸깨닫게되었다.등단후내가지금껏쓴,쓰고있는단편과장편들이어디에서왔고,오고있는지가계도같은게그려지는것또한경험했다.
_‘작가의말’에서

첫소설집『투견』의개정판작업을진행하던중,작가는자신의작품세계가근본적으로‘뿌리이야기’와닿아있다는것을깨달았다.그리하여첫소설집에수록된작품가운데두작품만을살리고,20년가까운세월이흘러쓴「뿌리이야기」를더해일종의3부작으로구성한것.세편모두작가가상당부분개작하였고,셋중두작품은제목도바꾸었다.

“우연히'이식할나무'라는소리를들었을때느낀공포감이작품의모티프가됐다”고밝힌바있는작품「뿌리이야기」는이소설집의가운데에자리하여세작품의중심축역할을한다.

“나무는자신이태어난자리와죽는자리가같은존재야.태어난자리에서꽃을피우고,열매를맺고,죽음을맞는……”

그는메타세쿼이아들보다더심하게흔들리고있었다.

“천이백킬로미터야……”

“이메타세쿼이아들이이동한거리말이야.당신말대로한자리에서있는존재가어느날뿌리들려서천이백킬로미터나되는거리를날아온거야.”
나는그가날아가지못하게그의발등에못이라도박아넣고싶었다.그를내옆에붙들어둘수만있다면발가락하나하나에.
_76쪽,「뿌리이야기」에서

뿌리를시각화하는부정형미술작품을만드는‘그’와지지부진한연인관계를이어온‘나’의이야기.‘나’에게는어린시절고모할머니와한방을쓴기억이있다.고모할머니는노년에홀로되어‘나’의집으로들어왔고,방안에그저정물처럼존재하기만했던사람이다.양로원으로한번더‘옮겨진’고모할머니가세상을떠나던날밤,‘나’는고모할머니의손이자신의방에날아들어더듬더듬자신의손을찾아그러잡았던것같다느꼈다.간절히자신의손을잡곤하던고모할머니.그녀역시‘그’처럼‘뿌리들린존재’였을까.‘뿌리들림’은명백히타의적인것.‘그’와고모할머니의뿌리를뽑아든건누구혹은무엇이었을까.

「뿌리이야기」속‘그’는맨앞에배치된작품「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이하「나무」)의‘오빠’를떠올리게한다.두발이그자리에자신을정박시키는뿌리가되기를소망하는장면이두작품에,두인물에게비슷하게반복되기때문이다.“나무를만지는데‘나무’를만지고싶었어”(28쪽)라말하는어린‘나’와불편한발을가진느릿한‘엄마’,세상과다른속도를가진엄마를보며점점빨라지는자신의속도를버리기로한‘오빠’.자기방천장에구멍을내고그속에몰두하다가끝내가출하고야마는‘오빠’와,‘나무’에대한시(詩)를쓰고자애쓰는‘나’.이는결국“오감(五感)으로는어루만질수없는‘바깥’에대한불가능한꿈꾸기와관계깊다.따라서이렇게말해볼수있겠다.이작품은‘바깥’을독자에게보여주지는않지만?누가/무엇이그것을할수있겠는가??‘바깥’을독자에게내밀어놓고있다.”(조강석,해설「존재3부작과이미지-서사」에서)

「슬픈어항」에는결벽증적이고폐쇄적인삶을사는모녀가등장한다.세작품가운데한곳에정박해‘뿌리내리고’사는듯보이는이모녀의삶은그러나안정감과는거리가멀다.창문을포함해외부와의통로가차단된집에는‘나’가들어가누우면꼭맞을사이즈의어항만이놓여있다.산소발생기없는어항속금붕어들은죽어나가고,어렴풋이추측되는‘나’의아버지의부재와그빈자리가‘나’의어머니에게남긴트라우마적상처가,이갑갑한집을더욱숨쉴틈없는기이한공간으로느껴지게한다.“잠언은어항속에있다.나는잠언을믿을준비가되어있다.믿음은그대로고통이된다.”(127쪽,「슬픈어항」에서)그러나“나는아직뿌리에가닿지못한게아닐까,내가나를망각하고존재하는곳에.나는뿌리에가닿고싶지않은것인지도모른다.(77쪽,「뿌리이야기」에서)

“자연물인뿌리가예술적오브제로승화하기위해거치는통과의례들중가장단순하고의미심장한의례”를‘못박힘’이라고한건「뿌리이야기」의‘그’이다.「나무」의오빠가방천장구멍을막은철판에박아넣은열두개의못,제살을긁어흘린피를어항속에흘려넣은「슬픈어항」속‘나’가손에든것역시공사판에서주워온못이었다.‘뿌리들림’과‘못박힘’,세작품에서공통적으로발견되는두모티프는세계의유폐와개방에양가적으로관여하는것이리라.모두가‘숲을보라’라고말할때에도‘숲이아닌나무를보라’라고말하는듯한김숨의소설미학은이렇듯20년세월에걸쳐인간존재의근원을파고든다.“뿌리를깊이,단순하게내리”는‘심근성나무’처럼.

이작품집은일종의존재3부작으로읽히기도한다.각각의서사-이미지들이세작품속에서상호연관되어있다는것을거듭확인할수있기때문이다.그결과이작품집전체는일종의이미지-서사를구성한다.바깥에대한지향과내부의실존적조건그리고양자의교섭으로서의삶에대해……그런데의아한것은다소무거운이미지들이연속되어있음에도불구하고마지막페이지를덮으면서존재력(theforceofexisting)이고양되는방향으로몸이움찔하는것을알아챌수있다는것이다.그것이김숨소설의또하나의힘이다.
_조강석,해설「존재3부작과이미지-서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