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 (쑤퉁 장편소설)

하안 (쑤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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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기수 쑤퉁의 거대한 알레고리를 만나다!
부조리한 역사의 물줄기에 갇혀 부유하는 작고 연약한 생명들을 신비롭고 강렬하게 묘파해낸 쑤퉁의 장편소설 『하안』. 사회주의를 완벽히 뿌리내리려는 마오쩌둥 주석의 혁명 사업이 한창인 시대. ‘나’ 쿠둥량의 아버지 쿠원쉬안은, 혁명 열사 덩사오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마을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다 쿠원쉬안이 혁명 열사의 아들이 아니라는 감정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문란했던 성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혁명의 피를 이어받았다던 ‘서기님’에서 ‘계급이기분자’ 신세로 전락한 아버지를 따라 나는 하염없이 좁고도 면면한 진췌강으로 쫓겨나 배에서 살아가게 된다. 샹양 선대에는 모두 열한 척의 바지선이 있었다. 뭍사람들은 멀쩡한 사람이라면 강물 위에서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선대 주민들을 낮잡아 본다. 그리고 어느 날 어머니를 잃고 혼자 남게 된 똘망똘망한 계집아이 후이셴도 샹양 선대에서 함께 살게 된다.

후이셴은 이후 뭍사람의 눈에 띄어 혁명을 옹호하는 공연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지만 간부의 눈 밖에 나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미용사로 전락한다. 후이셴을 짝사랑하던 나 쿠둥량은 그녀를 보러 뭍의 인민미용실에 자주 들르지만 뭍의 사람들과 얽히면 매번 소동을 치른다. 그러던 나는 아버지를 위해 열사를 찬양하는 비석을 배로 가져와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나에겐 당의 새로운 금지령이 떨어지는데…….
수상내역
- 제3회 맨아시아문학상 수상
저자

쑤퉁

1963년중국장쑤성에서태어나1984년베이징사범대학중문과를졸업했다.1983년대학재학중단편「여덟번째동상」으로문단에첫발을내디뎠고,1987년「1934년의도망」을발표하며중국평단에서위화,거페이등과함께‘아방가르드문학의기수’로주목받았다.이후다양한형식실험을통해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30여년이흐른현재까지도일상과전위,상상과현실,서정과욕망의경계를자유로이넘나들며왕성한창작활동을이어가고있는그는지금껏총아홉편의장편소설과백십여편의중단편소설을집필했다.
중국고유의색채를고스란히품은그의작품들은독자와평단모두에게서높은평가를받아2000년홍콩〈아주주간〉이발표한‘20세기중국문학100선’에「처첩성군」(1988)이선정된것을비롯해2009년『하안』으로제3회맨아시아문학상을수상했고,같은작품으로2010년‘올해의우수작가’에선정되었다.
2010년단편소설「자고」로루쉰문학상,2015년『참새이야기』로제9회마오둔문학상을수상했다.이외에도장쑤문학예술상,충칭문학상,소설월보백화상,상하이문학상,타이완연합보대륙단편소설추천상등다수의문학상을수상했다.많은작품들이영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등으로번역소개되었고,「처첩성군」『홍분』『쌀』등의작품들은영화화되어전세계에서호평을받았다.

목차


아들ㆍ9
격리ㆍ43
사생활ㆍ52
강물ㆍ74
천국ㆍ78
글자ㆍ93
부두ㆍ98
선대주민ㆍ117
동풍팔호ㆍ145
사람찾기ㆍ155
소파ㆍ167
후이셴ㆍ183
제비뽑기ㆍ213
어머니ㆍ231
강물소리ㆍ250
하제ㆍ257


소녀ㆍ279
홍등ㆍ289
유명인사ㆍ306
인민미용실ㆍ333
이발ㆍ348
하루ㆍ364
징벌ㆍ406
일엽편주ㆍ430
기념비ㆍ445
내려가다ㆍ472
물고기또는에필로그ㆍ485

옮긴이의말ㆍ491

출판사 서평

★제3회맨아시아문학상수상작★

“『하안』은욕망의배와,성취의메마른땅사이를여행하는
우리의인생에대한커다란우화다.”
제3회맨아시아문학상선정이유

문화대혁명시기,혁명의피를이어받았다던‘서기님’에서‘계급이기분자’신세로전락한아버지를따라하염없이좁고도면면한진췌강으로쫓겨나배에서살아가게된나.한밤중선실안을떠도는흐릿한비린내,백태로뒤덮인눈,투명한거품을문입,온갖반점으로뒤덮인살갗,늙기도전에쇠잔해진아버지는점점어류의모습에가까워지는데……강을땅삼아,배에서사는소년의눈에비친사회주의건설의모순들.그모순들은소년에겐‘헛방귀’라는이름으로,아버지에겐강으로숨어버릴수밖에없는‘운명’으로그들을덮친다.그리고아버지의운명은곧소년의것으로이어진다.

“어렸을때부터강변에서자랐기때문에,바지선,아버지와아들,70년대,
이런소재들이머릿속에서끊임없이움실거렸죠.
물에관한이야기를쓰는것은저자신의고향에관해쓰는일이었습니다.”
_쑤퉁(〈경화시보〉인터뷰중에서)

사회주의를완벽히뿌리내리려는마오쩌둥주석의혁명사업이한창인시대.나쿠둥량의아버지쿠원쉬안은,혁명열사덩사오샹의아들이라는이유로마을의지도자가되었다.그러다쿠원쉬안이혁명열사의아들이아니라는감정조사결과가발표되고,누구도예상하지못했던그의문란했던성생활이만천하에드러난다.혁명의적자였던아버지는한순간에사회의해악이라는‘계급이기분자’가되었고,나는‘헛방귀’라는별명을얻는다.아버지는강으로쫓겨나고,나도함께갔다.그렇게부자는샹양선대船隊의칠호선배에서살게됐다.샹양선대에는모두열한척의바지선이있었다.뭍사람들은멀쩡한사람이라면강물위에서살아갈이유가없다며선대주민들을낮잡아본다.
그리고어느날어머니를잃고혼자남게된똘망똘망한계집아이후이셴도샹양선대에서함께살게된다.후이셴은이후뭍사람의눈에띄어혁명을옹호하는공연의주인공으로발탁되지만간부의눈밖에나인민을위해복무하는미용사로전락한다.
후이셴을짝사랑하던나쿠둥량은그녀를보러뭍의‘인민미용실’에자주들르지만뭍의사람들과얽히면매번소동을치른다.그러던나는아버지를위해열사를찬양하는비석을배로가져와아버지를기쁘게해드리리라마음먹는다.하지만아버지는나의기대와는전혀다른선택을하고,나에겐당의새로운금지령이떨어진다.

“저는허구의힘을숭배합니다.허구는최대치의현실이지요.
이러한의미에서『하안』의현실이되는시대가,
단순히‘배경’에그치는것이아니라비중있는‘인물’급의중량으로
기능하도록시대의얼굴을묘사해보았습니다.”_쑤퉁(〈경화시보〉인터뷰중에서)

『하안』에는구체적인시대적배경이드러나있지않지만1970년대,문화대혁명의어느시기임을짐작할수있다.(소설에특정시기를명시하지않는것은쑤퉁의전작『나제왕의생애』나「처첩성군」과비슷한설정으로,작가가즐겨쓰는작법이다.)『하안』의공간적배경은가상의지역,진췌강이흐르는펑황진,유팡진,마차오진등으로작은행정단위에국한되어있는듯보이나인물,배경등어느하나중국의당시시대상을담지않은장치가없다.1966년부터1976년까지의문화대혁명은중국공산당이주도한10년의대규모사상?정치투쟁이이루어진시기로,중국전체의국력성장과인민의생활수준을향상시킨다는명목하에아주작은단위에까지당의영향력이뻗어간때이다.쿠원쉬안과쿠둥량부자의고향인유팡진은새로운모습으로탈바꿈하기위해노력한다.“인민총동원으로주요전투에승리하여,동풍팔호대건설을맞이하자!열심히능률적으로,유팡진을사회주의모범마을로만드는데이바지하자!”(본문132쪽)라는표어가자랑스럽게내걸리며진췌강유역의역사이래유팡진에동풍팔호라는최대의송유관시설이들어선다.이는중국내자급자족을할수있을정도의원유생산량을달성했던당시의상황을여실히보여준다.또한뭍사람들과는격리되어어떤발전이이루어지고있는지몰랐던선대사람들이공중화장실의수도꼭지네개와수세식변기를둘러싸고환호하며화장실을견학하는등의장면에선전국차원의의료위생보건망이완비되었던시대상을엿볼수있다.
이밖에도‘온몸에서혁명적낭만주의의분위기가넘쳐흐르는’쿠둥량의엄마차오리민이나선대에서살다뭍으로나가게된후이셴이현대경극〈홍등기〉의리톄메이역을맡게되면서‘문예선전단’에서일하길꿈꾸는것역시시대의분위기를읽을수있는부분이다.중국공산당은중국혁명의줄거리를표현한문예작품들을통해당의포부를직간접적으로내세웠는데―“네가바로지도자동지가바라는리톄메이야(본문292쪽)”―선전단무대에서는배우들은전국의최상급예술인재들이었다.배우뿐만아니라무대미술,음악등모두일류를지향했으므로,너나없이무대에서길꿈꾸고무대에선이들을찬양했다.
특히『하안』이라는소설의제목자체가당시의시대상을함축하고있다고볼수있다.작가쑤퉁이처음에생각했던제목은『이안기離岸記』였다고한다.즉,소설속세상은하/안으로,강과땅(뭍)이분리된세계이며소설은주인공이뭍으로부터멀어지는이야기라는것인데,이는사회주의노선에반대하는이라면‘반혁명분자’라낙인찍고세계를양분화했던당시의분위기를선명하게보여주는것이라하겠다.

그해겨울,나는육지생활에작별을고하고아버지를따라배와강물로향했다.그것이영원한추방임을미처알지못했다.배에오르기는쉽지만내리기는어렵다는것을.선대에오른지십삼년이된지금까지나는두번다시뭍으로돌아가지못했다.(본문74쪽)

아버지의출신성분이문제로떠올라우리역시내력이불분명한인간들이되었으니.아버지는속죄를해야했고나를데리고샹양선대로왔다.이일은하방도아니요,추방도아니며,분류되었다고보는게맞을것이다.(본문79쪽)

“왜멋대로역사를지어내요?”
“역사는수수께끼야!개소리나하는녀석이역사를어떻게이해하겠냐?”

작가쑤퉁은시대의얼굴을세세히그려내는데그치지않는다.그시대의얼굴이가진속성이무엇인지를묘파하는작업역시그의일이다.쑤퉁은사회주의공고화라는시대의명령이궁극적으로는위선과쉽게허물어지기마련인작위성을품고있었음을여러장치를통해보여준다.
애초에아버지쿠원쉬안이혁명열사의아들로지목된것은엉덩이에있던몽고점때문이었다.덩샤오샹열사의아들은엉덩이에물고기모양의몽고점이있다고전해지는데,마침아버지의엉덩이에선명한물고기모양몽고점이있었던것이다.이렇듯열사의후손을결정하는중요한일이과학적인근거없이작위적으로,우연에기대진행되었다.때문에아버지가열사의후손이아니라고판명되는일역시쉬웠다.손바닥을뒤집듯열사의후손은한순간에다른사람으로지명되었다.왜그렇게되었느냐고묻는물음에대해선‘역사는수수께끼’라는대답으로눙쳐진다.

“역사는수수께끼야.알겠니?덩사오샹열사도,네아버지도하나의수수께끼지.”(본문264쪽)

“네아버지의출신은신경쓰지말고너자신만착실하게살면돼.둥량아,내가충고하는데,절대명심해라.역사라는건수수께끼야.역사는수수께끼라고!”(본문377쪽)

또한신성시하던열사의비석을하루아침에다른곳으로옮겨버리고,비석이세워졌던자리가실은옷가지등을묻은‘가짜무덤’임이허탈하게발견되는상황역시현실의부조리함을드러내는대목이다.‘역사는수수께끼’라는말에대해,작가는주인공쿠둥량에게‘헛방귀’라는별명을지어주며응수한다.

진췌강근처에사는사람이아니면‘헛방귀’라는말의뜻을잘모를수도있다.진췌강지역에서수백년동안전해내려온토박이말이니까.그냥들어도대충짐작은가지만사실좀더심오한단어다.거기에는‘텅비었다’와‘방귀’라는뜻이함께있다.이두뜻을합하면,텅빈것보다더허무하며방귀보다더구린것이된다.(본문41~42쪽)

수수께끼라는말로포장된현실의실상은결국‘헛방귀’라는것이다.쿠둥량의입을빌려,쑤퉁은다시한번강조한다.

진췌강강물위의저녁놀은핏빛처럼붉고,나는마음속에서솟구쳐오르는서러운분노를떨쳐낼수없었다.더이상참을수없어검붉게물든강물위로외마디성난고함을내질렀다.

헛방귀!(본문230쪽)

“『하안』은쑤퉁최후의아방가르드문학이다.”왕간(인민문학출판사편집자)

현실과역사가‘헛방귀’이고‘수수께끼’라는예측불가하고설명불가능한막연한상태의것이라면그안에서사람들은어떻게뿌리내리고살아가야할까.사람은사람이될수있을까.문화대혁명이라는폭력적상황속에서사람은차라리사람이아닌존재가된다.

그리고나사람아니야.난헛방귀니까,너희들도날사람으로생각하지마!(본문390쪽)

후이셴은현대경극속리톄메이라는‘역할’로살기를강요당하고,쿠둥량은배에서살며뭍에서달리는모양새이나행위조차어색해한다.뭍에서직립,즉바로서는행위조차마음대로할수없는사람이되어버린것이다.극단적으로,쿠둥량의아버지쿠원쉬안은물고기에가까워진다.

둥량아,말해봐라.진심을말해야한다.내가더사는게무슨의미가있지?너도내가죽기만을바라지?나는죽어야하겠지?(중략)
아버지의몸은바람에건조시킨절인생선같았다.물고기등뼈같은척추는연약하고가늘었으며,등에가득난원인모를은색얼룩들은물고기비늘처럼보였다.광룽표비누향이그몸에서나는기이한비린내를더이상가려주지못했다.(중략)
나는맥이탁풀려고개를떨궜고,그렇게고개를숙인순간아버지의등에서금색반점을발견했다.매우신비로운그반점은머리와꼬리가있고미세하게흔들거렸다.(중략)물고기한마리.물고기한마리였다.나는이발견에공포를느꼈다.이것이역사의수수께끼에대한답이란말인가?(본문439~440쪽)

이렇듯『하안』의인물들은불가해한시대의피해자로,인간의존엄을잃고다른존재로서살아가야한다.『하안』이‘아방가르드문학’,‘마술적사실주의’등의작풍이라회자되는것은이러한인물묘사에대한평일테다.이렇게우리는부조리한역사의물줄기에갇혀부유하는작고연약한생명들을신비롭고도강렬하게묘파해낸중국아방가르드문학의기수쑤퉁의거대한알레고리를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