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14.00
Description
“시인인 한, 아프고 근심하고 분노하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속수무책 무릎이 꺾이는 삶의 복판에서
김사인 시인이 매일 고르고 살아낸 82편의 시
넉 달간 매일 아침, 시 한 편을 고른 이의 뒷모습으로 시작해본다. 그 넉 달은 북한의 대규모 핵실험과 미국의 트럼프식 리더십이 충돌하던 때였다. 주한 미군이 사드 장비를 배치했고, 중국이 한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던 때였으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국을 도발하고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기를 서슴지 않았던 때였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이 파면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던 때라고. 그런 날들을 살며 매일 아침 신문에 실릴 시를 고른다면 당신은 어떤 시들에 손을 뻗을 것인가. 이 책은 속수무책 무릎이 꺾이던 이 시기(2017년 1월~4월), 중견 시인 김사인이 매일 고르고 살아낸 시 82편을 담았다.
저자

김사인

1956년충북보은에서태어나서울대국문과에서공부했다.1981년『시와경제』동인결성에참여하면서시를발표하기시작했으며,1982년무크『한국문학의현단계』를통해평론도쓰기시작했다.시집으로『밤에쓰는편지』『가만히좋아하는』『어린당나귀곁에서』,편저서로『박상륭깊이읽기』『시를어루만지다』등이있으며,팟캐스트‘김사인의시시(詩詩)한다방’을진행했다.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임화문학예술상,지훈상등을수상했다.동덕여대문예창작과에서학생들을오래가르쳤다.

목차

책머리에

1부
김광섭ㆍ나의사랑하는나라
이성선ㆍ별을보며
김종서ㆍ삭풍은나무끝에불고
프랑시스잠ㆍ위대한것은인간이하는일들이니……
서정주ㆍ신년유감ㆍ1965년1월1일
박용래ㆍ저녁눈
이순신ㆍ자식의복을입고
허난설헌ㆍ자식들의죽음을곡하다(哭子)ㆍ032
천상병ㆍ편지
이육사ㆍ절정(絶頂)
김소월ㆍ지연(紙鳶)
최익현ㆍ오적들을벨것을청하는상소(請討五賊疏)
이용악ㆍ그리움
라이너마리아릴케ㆍ엄숙한시간
신동엽ㆍ산문시1
박목월ㆍ가정(家庭)
황진이ㆍ동짓달기나긴밤을
백석ㆍ여우난골족
민영환외ㆍ대한제국애국가

2부
김영랑ㆍ동백잎에빛나는마음
자크프레베르ㆍ공원
도연명ㆍ아들을꾸짖다(責子)
김종삼ㆍ어부
오규원ㆍ이시대의죽음또는우화
박지원ㆍ염재기(念齋記)
구전노래ㆍ이거리저거리각거리
이성부ㆍ봄
오장환ㆍTheLastTrain
윤동주ㆍ참회록
신현정ㆍ오리한줄
고려시대노래ㆍ동동(動動)
정지용ㆍ춘설(春雪)
신채호ㆍ백두산가는길(白頭山途中)
박재삼ㆍ소곡(小曲)
파블로네루다ㆍ질문의책3
정약용ㆍ죽란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
김규동ㆍ북에서온어머님편지
김소월ㆍ초혼(招魂)
작자미상ㆍ광복가

3부
김동환ㆍ강이풀리면
라술감자토프ㆍ학(鶴)
대한민국헌법전문
유치환ㆍ누가이기(旗)를들어높이퍼득이게할것이냐
장주ㆍ소요유(逍遙遊)
성프란치스코ㆍ평화의기도
김성탄ㆍ또한유쾌하지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박정만ㆍ마지막편지
이상ㆍ꽃나무
신동문ㆍ비닐우산
레미드구르몽ㆍ머리칼
이규보ㆍ술마시는아들삼백에게(兒三百飮酒)
정한모ㆍ나비의여행
박성룡ㆍ풀잎
최하림ㆍ춘분
김기림ㆍ바다와나비
조선후기판소리ㆍ부가돈타령
서정주ㆍ한양호일(漢陽好日)
에릭클랩튼ㆍ천국의눈물
조지훈ㆍ완화삼(玩花衫)ㆍ목월에게
전봉건ㆍ돌13

4부
폴베를렌ㆍ하늘은지붕너머
김춘수ㆍ서풍부(西風賦)
존던ㆍ누구를위한조종(弔鐘)인가
김종길ㆍ사시(四時)
이장희ㆍ봄은고양이로다
두목(杜牧)ㆍ청명(淸明)
손로원ㆍ봄날은간다
이선관ㆍ살이살과닿는다는것은
황금찬ㆍ매화에부치는편지
해방기민요ㆍ일본놈일어서니
라빈드라나트타고르ㆍ기탄잘리1
정지용ㆍ유리창1
신동엽ㆍ좋은언어
신동집ㆍ어떤사람
임길택ㆍ저녁한때
페데리코가르시아로르카ㆍ기수(騎手)의노래
박두진ㆍ청산도(靑山道)
함석헌ㆍ생각하는백성이라야산다
기형도ㆍ엄마걱정
한성기ㆍ산에서1
김구용ㆍ제비
이응태의아내ㆍ원이아버지께올림

출판사 서평

모든존재하는것들은평정을얻지못하면운다.그럴진대시인이란어떤존재인가.자신이처한시대와뭇목숨들의열망에깊이사무쳐,뜨겁게때로섧게울고부르짖는자,요컨대시대의온전치못함을‘잘’우는것으로본분을삼는자이다.그부근의일이이른바‘시하는’노릇일터이며,시인이란바로그러하고자무진애쓰는자들,그와같고자제몸과넋을시대의복판에내놓는자들을가리키는이름이어야한다.시인인한,아프고근심하고분노하기를어떻게피할수있겠는가._‘책머리에’에서

『밤에쓰는편지』(1987),『가만히좋아하는』(2006),『어린당나귀곁에서』(2015)세권의시집을상재하며쓰기의형식으로“‘시하는’노릇”을이어왔다면,이책은읽기의형식으로‘시하고자’했던시인의노력일터이다.‘시대를아파하고분노하지않으면시가아니라는(不傷時憤俗非詩也)’다산정약용의언명을손에쥔채,시인은나라안팎의격랑을직시하며한편의시에나날의소감을붙였다.

급할수록더디다.지쳐숨이넘어갈때쯤,마침내올것은온다,더디게더디게.그것이봄이다.
오면,봄이오면,눈부셔맞이할수없고,소리가굳어이름조차부를수없다.새날,새봄은그렇게온다.나의봄도너의봄도,서울만의봄도평양만의봄도아니다.우리모두의봄이어야한다.
_81쪽

한기가가시지않은2월의어느아침,저자는이성부시인의「봄」을골랐다.“기다리지않아도오고/기다림마저잃었을때에도너는온다”라고시작하는시.이시를고른소회에저자는“긴급조치의시대이던1974년의작품.사십년도더전의시를마치오늘의것인양읽게되는심정이기구하다”라고덧붙였다.으스스한봄이오지않길바라는마음이낯설거나새삼스러운것이아니며,그렇기에더더욱시대의아픔을통감하는것이다.

내가‘나라’라고아는이것이참‘나라’가맞는가.내가‘시’라고‘문학’이라고알고있는이것이참‘문학’은맞는가.여기내가‘나’맞는가.아닌줄을알고나있나나는.
글속의분열적유체이탈이잠시어이없다가,생각할수록남의일이아니어서웃지못한다.내가없으니내일을남일로보고남노릇을내일인줄안다.큰것에는허술하고작은것에만골몰한다.
_77쪽

연암박지원이삼십대에쓴글「염재기」의한대목을옮기며저자가덧붙이글이다.술취해자다깨자기자신을찾는‘송욱’의‘분열적유체이탈’이남의일인것만은아니라서늘히깨달은터.“이백여년전에제기된이‘참된나’화두가아파,일세의문장다운함축과여운을기릴겨를이없”어슬프다적으며저자는한시기를또묵묵히기록해둔다.
이렇듯저자는연구자이자시인으로서역사라는거대한물줄기가운데현재의우리가거울처럼들여다봄직한시들이곳곳에서출몰했음을누구보다가까이서깊이생각해왔을터이고,그감식안과고찰이이책의기본뼈대가되었다.

‘시’를시늉한겉모양이시가아니라,안의사무침이시인것
―예와오늘,동양과서양을비롯,말과노래까지아우른‘시’를정의하는특별한기준

상기한「염재기」와같이김사인시인이고른‘시’의범주가폭넓다는것이이책의또다른특징이될것이다.저자는그날그날상황에가장의미있을시를고르되한시와외국시까지포함했으며,“시만이시가아니라모든절실하고애쓴언어들은시에준한다는생각”을더했다.이순신의『난중일기』와1919년청년들이목청껏부른노래〈광복가〉에서부터〈대한제국애국가〉,「대한민국헌법전문」,「흥부가돈타령」,「소요유」,신채호의한시와릴케,프랑시스잠,자크프레베르의시,그리고에릭클랩튼의〈천국의눈물〉까지한권에아우를수있었던이유가그에있다.“마음에사무치는바가말과글을입으면그것이바로시다.‘시’를시늉한겉모양이시가아니라,안의사무침이시인것이다”라는저자의신념과태도가여실히드러난다.저자가「책머리에」에밝힌시선정기준을좀더살펴보자.

작고시인들의글과시만을대상으로삼기로정했다(죽은아들에바친에릭클랩튼의노래가사가유일한예외다).우리의시읽기가대체로온고지신에소홀하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또그좋음에비해독자들에게덜알려져있거나오해된시인과시를우선했고,‘참여’를표방했던쪽보다는전통서정시쪽을,중심부보다주변부,서울보다는지역에서활동했던시인들을좀더앞세우려했다.익히알려진시인일수록가능하면그의또다른면모를소개하려애썼다.

‘좋은언어’가더쌓여야한다
―날마다시를읽는다는것,그일은우리를어디에가닿게하나

시간은흐르고오늘도달력은넘어가지만과거가된다해서그것으로끝인일은무엇하나없음을우리는안다.행복보다는불행에,안정감보다는불안함에점점더익숙해지는이시대와세대에우리가잃어버린삶다움,사람다움의고귀한가치를찾아내밝히려는자,그를우리는시인이라부르는것이아닐지.언어의쓸모를확인하고메마른일상의소통양식에영향을끼치는문학을우리는시라부르는것이아닐지.쓰고참담한소식들가운데김사인시인이‘시하기’를통해지향한곳은어디였을까.“외치지마세요/바람만재티처럼날아가버려요.//조용히/될수록당신의자리를/아래로낮추세요.//그리고기다려보세요”로시작하는시,신동엽의「좋은언어」를고른날덧붙인글에서엿볼수있으리라.

눌변이지만진심인염려의말,따뜻한믿음의말,조금손해가되더라도상대가좋아하니나도따라기분이좋은마음의말,연민의말.‘좋은언어’가더쌓여야‘조용히눈으로만이야기할’좋은세상이온다고이시는간곡하게이른다.1970년4월발표된신동엽시인의유작.
_1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