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양장본 Hardcover)

진주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이야기의 힘을 빌려 반드시 담고자 했던 누군가(들)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세월!
2017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EBS 《지식채널e》의 작가,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를 8년째 만들고 있는 제작자, 글쓰기와 라디오 제작을 골자로 하는 창작 워크숍 기획자 및 운영자인 장혜령의 첫 소설 『진주』. 민주화운동가였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딸의 이야기로, 보이지도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는 사람들과 그런 역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뜻 르포르타주 혹은 에세이로 부를 법한 이 책을 소설로 이름 붙인 데에는 소설가 한강 작가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 시절 선생과 제자로 만난 인연으로, 장혜령 작가는 이 원고를 한강 작가에게 먼저 보였는데, 이 책에는 에세이를 초과하는 것들이 들어 있어 에세이보다 소설로 이름 붙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따라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1970~9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관한 다종다양한 자료, 사진 기록물, 일기, 악보, 뉴스 보도 등이 낯선 방식으로 결합, 재구성, 직조되어 있다. '스스로 말하는 여자'로 자란 화자는 폭압적이었던 그 사회의 풍경과 그때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후의 삶, 정권이 몇 차례 바뀌며 그때마다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반복된 부조리한 삶의 풍경들을 차근차근, 때로는 기도하듯 때로는 호소하듯 때로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목소리로 기록을 이어간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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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혜령

어린시절,책그리고영화속에서시간을보냈다.이미지를만들고싶다는생각으로한국예술종합학교에들어가영화연출을공부했다.졸업후십년간,발표가기약되지않은글을썼다.2011년팟캐스트‘네시이십분라디오’를만들어세상어딘가에분명히존재하지만눈에띄지않는,그러나가치있는책과작가를소개해왔다.그러다가소설리뷰웹진‘소설리스트’에서소설을리뷰하고,EBS〈지식채널e〉에서대본을쓰게되었다.작가와독자를잇는낭독회,‘개와고양이의라디오워크숍’‘지금이곳에서시작하는글쓰기’와같은창작워크숍을지속해왔다.
2017년,문학동네시부문신인상을받았고이듬해사랑,기억,이미지를테마로홀로써온글들을묶어『사랑의잔상들』을펴냈다.앞으로도특정장르에속하기보다새로운공간을개척하는글을쓰고자한다.

목차

1장딸은공집합을이해할수없었습니다
2장우리가아닌삶
3장혼자행진하는사람
4장비밀은당신이영혼을가진존재라는증거입니다
5장당신뒤에딸도받아쓰기를했습니다
6장지상의꿈은혼들의거처입니다
7장부서지는나는,있습니다
8장기다림이라는신앙
9장파도는묻습니다
10장한남자는얼마나많은골목으로이루어져있습니까

에필로그당신은뒷모습이고풍경은흐릅니다

작가의말
참고문헌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허구가아니다.후일담문학이아니다.남의얘기가아니다.
지금의르포이고,지금의시이고,지금의신화다.”_김혜순(시인)
-이들의다장르,다매체,혼합언어텍스트다.

2017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한시인이자EBS〈지식채널e〉의작가,잘알려지지않은좋은책을소개하는팟캐스트‘네시이십분라디오’를8년째만들고있는제작자,글쓰기와라디오제작을골자로하는창작워크숍기획자및운영자.작가장혜령을소개할때필요한말들이다.“특정장르에속하기보다새로운공간을개척하는글을쓰고자한다”라는작가본인의지향점과맞닿아있는행보.
그에새로운한걸음을더할이번책은이름없는민주화운동가였던아버지의흔적을찾아가는딸의이야기다.보이지도기록되지도,기억되지도않는사람들과그런역사의이야기.작가의자전적이야기를바탕으로1970~90년대학생운동과노동운동에관한다종다양한자료,사진기록물,일기,악보,뉴스보도등이낯선방식으로결합,재구성,직조되어있는책.언뜻르포르타주혹은에세이로부를법한이책을그러나‘소설’로이름붙인데에는소설가한강작가의의견이크게작용했다.대학시절선생과제자로만난인연으로,장혜령작가는이원고를한강작가에게먼저보였던것.“이책은에세이보다소설로이름붙이는게더좋을것같아요.에세이를초과하는것들이들어있어서요.그래서전화했어요”(「작가의말」에서)라는선생의조언을작가는따르기로하였다.자신이걷는길을앞서걸은선생이었다.추천의글을쓴김혜순시인역시“딸의글은몽타주와신택스(syntax),삽입텍스트,서사의탈영토화로혁명한다.(…)다장르,다매체,혼합언어텍스트다”라는문장으로이소설의특별한형식에지지를표했다.이렇듯이상하고아름다운에너지로우리에게도착한장혜령첫소설,제목은‘진주’다.

더이상피는흐르지않습니다.고통은없습니다.
그러나지워지지않는것은있습니다.

진주는화자가어린시절처음으로비행기를타고가보았던도시의이름이다.한때아버지가수감되었던도시,어린화자는아버지를면회하기위해진주행비행기에올랐다.

경찰아저씨가아빠를갑자기뒤에서붙잡을때가있지.
그때수첩을한꺼번에삼켜버려야하거든.
친구가있으니까.
잡아가버리면안되니까.
_93쪽

수첩을즐겨쓰는아버지생신에스누피가그려진스프링수첩을선물한딸.아버지가그수첩을어째서쓸수없는지어머니는딸에게설명하고,수첩을돌려받은딸은그것을자신의비밀을적는용도로쓴다.시간이흘러가정으로돌아온아버지는이제“투쟁,착취,노동,여성,차별,자유,해방,민중,세월,진혼,통일./넋,한,쑥물,주춧돌,참세상,신새벽./그립다,빛바래다,사무치다”(195쪽)같은단어와무관한‘개인적인삶’을꾸려야한다.전기배선기술을배우고영어시험급수를취득해야한다.엑셀과한글프로그램을배우고트럭운전을익혀야한다.신념이있고정의로운사람이었던아버지가마주한세상살이의어려움,고독감,무력감이딸의삶에구석구석새겨져있다.

마음을담아써보세요.
거짓없이쓰는겁니다.

당신들은쓰고,당신들은다시매를맞는다.

거짓없이쓰라고하지않았습니까.
거짓없이쓰는겁니다.
거짓없이.

그들은그들의교훈이당신내면에자리잡아,당신자신이했던것과그들이말하는것사이의차이를당신이더는구분할수없게되기를바란다.불법적인연행불법적인감금불법적인시간의탈취이런낮이런밤이열흘스무날삼십일넘게이어지는동안반드시그렇게될것이다.낮으로부터밤이,밤으로부터낮이나뉘지않고,그들로부터당신들이,그들의말로부터당신들말이완전히구별되지않는고통은당신들이이방을나간뒤에도계속되어,그고통이당신들을서서히지치게하고쓰러지게하고병들게하고무너지게하고,당신들모두가죽어없어진뒤에도이방의불빛은절대꺼지지않을것이다.
그리하여,당신들의밤당신들의악몽은우리의삶이될것이다.
_129쪽

“나는공산주의자입니다.나는사회주의자입니다.나는불법조직에가담하여사람들을선동하였습니다.”(128쪽)울면서받아쓴당신들,아버지-남편-아들들.그‘당신들’을받아쓰는나-딸-여자.“민주화운동은‘딸’에이르러서야비로소문학적사건이되었다.이소설에는이전의‘운동’소재소설에서보였던작가자신의알리바이찾기같은것은없다.다만응시와해체가있을뿐.(…)아버지는감옥의빛아래서그들의조서를받아써야만했고,딸은여자의말을다시받아써야만해서스스로말하는여자가되었다.”(김혜순시인)‘스스로말하는여자’로자란화자는폭압적이었던그사회의풍경과그때를살아낸사람들의‘이후’의삶,정권이몇차례바뀌며그때마다낯설지않은풍경으로반복된부조리한삶의풍경들을차근차근,때로는기도하듯때로는호소하듯때로는이해하기위해애쓰는목소리로기록을이어간다.

나의이야기는
당신에게가닿기위해쓰인다

눈을뜹니다.
감옥이있는작은도시에서.
특별할것없는전쟁이끝나고,특별할것없는사랑이생겨나고,특별할것없는아이들이태어나고,또특별할것없는많은일들,그런무수한사건들이일어나고또잊힌다른도시와마찬가지로,특별할것없는이곳에서._213쪽

문학작품은삶에미세한파동을일으킨다.비단읽는사람의삶뿐만이아니라그것을쓰는사람의삶에도그러하리라.장혜령작가는오년이라는시간동안특정한형식에종속되지않는방식으로자신만의진실한이야기를쓰고또고치며“이야기의세계를만들어,기록되지않는다면사라질지모를기억이머물자리를그속에마련하고자했다.그세계가고립된방이아닌,누군가들어올수있고머물수있는곳이길바랐다.기억이,삶이,이야기가애초타인과더불어시작되었듯이.”(「작가의말」에서)잘복원된것이아니면아닌채로,파손되었다면그것을그대로드러내는방식으로,거기에이야기의힘을빌려반드시담고자했던누군가(들)의다시는돌아오지않을세월.교도소면회소테이블에아버지와마주앉은어린여자아이를기억속깊은곳에서소환해내야했던이유,개인적이면서도결코개인의일로만한정되지않는그이유,작가가스스로납득하기위해,읽는이에게가닿기위해진주를다시찾은이유를찬찬히들여다볼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