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장편소설)

$17.60
Description
현실의 그림자로 살다가 역사의 얼룩으로 스러지는
가장 비속하고 성스러운 이들에게 바치는 찬가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단번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회참여적인 에세이에 힘을 쏟아온 그가 무려 20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소설이다. 소설가로서 긴 침묵 끝에 발표한 신작이었기에, 평단과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은 것들의 신』에 이어 이 작품 역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인도 델리와 카슈미르 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장대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와 양상을 띤 삶과 죽음이 처절할 만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종교와 계급과 파벌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도의 참혹한 현실을, 특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억압받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고난을 강렬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작가가 분열로 고통받는 고국을 바라보는 눈길은 타자를 향한 대상화의 시선이 아니라 공감과 연민이 담긴, 철저히 내부자적인 것이기에 혹독하면서도 애처롭고 애틋하다. 그 시선은 매일같이 수많은 이들의 삶이 무참하게 저무는 황폐한 땅 위에서 멎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벌어진 상처 깊숙이 희망이 끝내 뿌리를 내리는 곳까지 가닿는다.
이 작품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의 현실과,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오직 소설만이 사회의 본모습을 거짓없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은 세상에 의해 지워진 작은 존재들을 기억하고 상상하고 써내려간 진실하고 신실한 기록이자 그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맨부커상 후보(2017),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2017)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커커스〉, 아마존, NPR 선정 ‘올해의 책’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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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룬다티로이

ArundhatiRoy
1961년인도의메갈라야실롱에서태어났다.부모의이혼으로외가인케랄라에서지내다가1977년델리로이주해건축설계학교에입학했다.졸업후국립도시계획연구소에서일하던중독립영화감독프라디프크리셴을만나영화〈매시사히브〉에주인공으로출연하고크리셴과결혼했다.이후영화〈애니〉〈전기달〉,TV시리즈〈바르가드〉등을남편과공동작업하고,영화비평「인도의대단한강간트릭」을발표했다.
1997년첫소설『작은것들의신』으로부커상을수상하며일약세계적인작가로발돋움했다.1998년「상상력의종말」을발표하며사회운동가로서본격적인활동을시작했다.『생존의비용』『권력의정치학』『전쟁이야기』『보통사람들을위한제국가이드』『제국시대의대중권력』『아룬다티로이,우리가모르는인도그리고세계』『자본주의:유령이야기』등인도사회,나아가세계의여러이슈에대해목소리를내고있다.라난재단의문화자유상,시드니평화상,노먼메일러집필상을수상했고,〈타임〉선정‘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100인’에이름을올렸다.
『작은것들의신』은1997년출간되어〈뉴욕타임스〉‘주목할만한책’으로,〈인디펜던트〉〈선데이타임스〉〈옵서버〉등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출간후전세계40여개언어로번역출간되어600만부이상팔린베스트셀러가되었다.2017년,첫소설을발표한지20년만에두번째소설『지복의성자』를펴냈다.이책은〈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올랐고,맨부커상후보와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로선정되었으며,〈워싱턴포스트〉〈커커스〉,아마존,NPR등에서‘올해의책’으로뽑혔다.

목차

1.늙은새들은어디에가서죽는가?_013
2.콰브가_018
3.탄생_131
4.아자드바르티야박사_170
5.느린거위쫓기_182
6.훗날에대한몇가지의문들_188
7.집주인_191
8.세입자_285
9.미스제빈1세의때이른죽음_409
10.지복의성자_521
11.집주인_560
12.귀키욤_569

감사의말_575
옮긴이의말히즈라의공동묘지파라다이스_581

출판사 서평

“모든것이무너질때,유일한윤리적행위는그것에대해말하고,쓰고,행동하고,노래하는것이다.”_아룬다티로이(〈이코노믹타임스〉인터뷰중에서)

아룬다티로이는『지복의성자』를10년동안집필했다.이야기의씨앗을품은세계가다가와내면에터를잡고,길을닦고,서서히모양새를갖출때까지재촉하지않고묵묵히기다렸다.그렇게기나긴숙고의시간을거쳐섬세하고생동감넘치는언어로쌓아올린이작품속에서는모든것이살아있다.인물과동식물뿐아니라사물과공간까지도.중요한것은이러한생동감이단순한문학적기교가아니라작가가추구하는작품세계의본질이라는점이다.로이가지향하는문학은그저눈으로감상하는평면적인풍경이아니라독자들이직접거닐며체험할수있는삼차원적인공간이다.

작가는실체적진실이힘을잃어가는시대에,오직소설만이우리사회의본모습을거짓없이보여줄수있다고말한다.그러나『지복의성자』가정치적인선언이라는평가에대해서는,“소설은현실을다루어야하지만,나는현실을다루기위해이소설을쓴것이아니라,그저현실을외면하지않았을뿐”(〈보그〉인터뷰중에서)이라반박했다.물론이작품은인도가영국으로부터분리독립한이후분쟁과내전이끊이지않는카슈미르의현실과,2002년구자라트에서이슬람교도를상대로벌어진학살등실제사건을바탕으로하고있다.그러나그러한역사적사건들은작품외적인맥락때문이아니라,등장인물들이처한작품내적인현실로서온전히기능하기에설득력을가진다.그리고그럴때에야,소설이소설로서완전할때에야문학은현실에균열을일으킬수있다.로이는20년전에그랬던것처럼,오직훌륭한문학만이낼수있는목소리로세상의작은존재들에게진실한애도와사랑과혁명의시를바친다.

규정될수없기에존재하지않는자들을위한낙원,
남성도여성도아닌이가지키고있는그곳에
어느길잃은여인이찾아온다.
절망이낳았으나끝내희망으로자라날작은생명을안고.

소설은크게두갈래의이야기로나뉘는데,그중한축의중심에는‘안줌’이라는인물이있다.안줌은1950년대중반,인도델리에서남성과여성의성기를한몸에지닌채태어났다.안줌의부모는절망하는한편아이를남성으로키우고자노력하지만,안줌은우연히시장에서여성의옷을입고거리를자유롭게활보하는‘히즈라’(통념적인남성이나여성에속하지않는제3의성)를보고자신도그사람처럼되고싶다고느낀다.스스로를여성으로정체화한안줌은결국가족을떠나히즈라들이모여사는공동거주지‘콰브가’에서살게된다.이제그녀의새로운소망은어머니가되는것이다.그러던중사원계단에버려진채홀로울고있던여자아이를발견하면서그꿈은현실이된다.안줌은아이를콰브가로데려와자이나브라는이름을지어주고극진한사랑을쏟는다.

그러던어느날안줌은이유없이온갖병치레를하는자이나브의건강을빌러다른지역의사원에갔다가구자라트를경유하게되는데,그곳에서이슬람교도를상대로한힌두폭도들의무차별적인린치에휘말린다.히즈라를죽이면불운이따른다는이유로목숨을건진안줌은큰충격을받고돌아온다.그사건이남긴트라우마로인해그녀는이전의생활로돌아가지못하고결국콰브가를떠나마을의허름한공동묘지로거처를옮긴다.그곳에는안줌의가족들과신원을알수없는낮은계층의사람들이묻혀있다.안줌은그곳에작고볼품없는집을짓고살아가기시작한다.새로운터전에서서서히기운을회복한안줌은거주지를점점확장해,가난하고갈곳없는이들을위한게스트하우스를만들고‘잔나트’,즉파라다이스라는이름을붙인다.그리고얼마뒤늘어난식구들과함께또다른사업도시작하게된다.바로누구도받아주지않는시신을염하고간단한장례를치러묻어주는일이다.그리하여안줌이건설한새로운둥지는가난하고소외된사람들이삶과죽음을모두의탁할수있는기묘한안식처가된다.

이야기의다른한축을담당하는중심인물은틸로,무사,비플랍,나가라는네명의동년배친구들이다.이들이처음만난것은1980년대중반대학에서다.비플랍과나가는부유한상류층출신으로어린시절부터알고지낸사이다.당시역사학과대학원생이었던이들은건축학부학생인틸로를연극연습에서만나게된다.틸로의곁에는연인인듯형제인듯붙어다니는과묵한청년무사가있다.비플랍과나가는비밀스러운과거와남다른삶의방식을가진틸로에게사랑을느끼지만제대로표현하지못하고졸업이후연락이끊어진다.세월이흘러비플랍은인도정보국의고위공무원이되고나가는유명신문기자가된다.카슈미르에발령을받아근무하고있던비플랍은,어느날밤전화한통을받는다.흉악한이슬람전사를사살한뒤그와함께있던수상한여자를잡아왔는데비플랍에게‘가슨호바트’라는메시지를전해달라고했다는것이다.‘가슨호바트’는대학시절연극에서비플랍이맡은역할이름이었고그는메시지를듣자마자잡혀온여성이틸로임을알아챈다.그러나보안상당장움직일수없는처지였던비플랍은카슈미르특파원으로활동하고있던나가를대신보내그녀를안전하게데려온다.그일이있고얼마후틸로는나가와결혼한다.

그로부터십년이넘는세월이흐른뒤,두갈래의이야기는마침내어느혼잡한거리에서하나로모인다.늘시위하는사람들로가득한델리의광장에서버려진갓난아이가발견된다.시간이지나도부모가나타나지않자사람들은아기를경찰에넘기자고한다.그런데어디선가불같이화를내며자신이아이를데려가겠다는사람이나타난다.바로시위를구경하러나왔던안줌이다.이내아기를경찰에넘겨야한다는사람들과안줌사이에실랑이가벌어지고혼란한사이아기는사라진다.아기를데려간사람은틸로였고그녀는불가사의한삶의조류에의해그녀앞에도착한이작은생명을운명처럼받아들인다.그녀가몰랐던한가지사실은그불가사의한삶의조류를타고더많은가족이,그리고진정한보금자리가그녀에게다가오고있다는것이었다.

오직사랑으로결속된삶과죽음의공동체

소설의제목이자작품속에서‘지복의성자’로언급되는‘하즈라트사르마드’는페르시아출신의성인(聖人)이다.그는일생의사랑을찾아인도델리로온뒤유대교를버리고이슬람교를받아들였으며힌두교인소년과사랑에빠졌다.그러나황제가알라만이유일신이라는내용의이슬람교신앙고백문을암송하라고명하자,그는영적추구를완성해진정으로알라를받아들일수있을때까지는증언할수없다고주장했다.결국끝까지자신의신념을굽히지않은그는처형되었고,목이잘린뒤에도그의입에서는신앙고백문대신사랑의시가흘러나왔다.그리하여사르마드는위로받지못하고어디에도속하지못한자들을보살피는성자가되었다.

“산산조각이난이야기를어떻게말해야할까?서서히모든사람이되어서.아니.서서히모든것이되어서.”_본문570∼571쪽

사르마드가상징하는종교적포용력과경계없는사랑은소설의핵심에자리한다양성이라는가치와맞닿아있다.작가는다양한언어와종교와삶의방식이혼재된인도사회의다양성은극복되고정리되어야할혼란이아니라삶을더다채롭고자유롭게만드는해방의가치라고말한다.그런의미에서성별과카스트와종교같은세속적인경계를뛰어넘어,오로지서로에대한이해와사랑으로결속된안줌의공동체는사르마드의가치가고스란히실현된장소다.그리고무수한갈래의삶과그각각에깃든이야기들을차별없이끌어안는다는점에서『지복의성자』역시안줌의파라다이스와닮아있다.작가는죽음을앞둔순간에도배척의기도문이아닌사랑의시를노래하는사르마드의마음으로자신이창조한광대한세계곳곳에공평한빛을비춘다.그순간무수한삶의파편들은제각기다른무한한색채의물결로독자를향해깜빡인다.그때소설은그저하나의이야기가아니라모든사람이,아니모든것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