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사의보석같은시인,
백석의시를올바른판본으로읽는다
한국현대시에활발한생명력을불어넣은보석같은시인이자한국현대시사를통틀어가장사랑받는시인가운데한사람인백석.1980년대뒤늦게발굴되어주목받은후로그의시집과전집이여러곳에서출간되었지만,고형진교수가펴낸『정본백석시집』은그중에서도가장믿을만한책으로꼽힌다.백석시연구에쏟은고형진교수의오랜노력이고스란히담긴명실상부한백석시의정본이기때문이다.
문학작품의표준이되는판본인정본(定本)을확립하는일은곧작품의정확한연구와감상의기초가되는까닭에문학사에서매우중요한작업이다.특히백석의시에서그중요성은더욱크다할수있다.잘알려져있는대로백석의시에서는생소한토속어가무척적극적으로활용되고있어이것을모두현대표준어로바꾸면시의맛이사라지고말기때문이다.고형진교수는백석시원본의언어를면밀하게분석하고관련연구들을참조해백석시의중요한매력의하나인생소한방언과고어는살리고오탈자나당시의혼란한맞춤법으로인한표기는바로잡음으로써백석시를온전한모습으로오늘날에되살려낸다.
백석의시어들을둘러싼이런특별한사정을염두에두면,백석시원본의언어에대한매우면밀한검토와주의가요구된다.(……)이러한작업은백석이구사한방언과고어와조어를도드라지게하여백석이원래의도했던원본의향취를더욱살리고,또표기법의정돈으로백석시를오늘의독자들에게한층친숙하게만드는길이될것이다.(「백석시원본의언어와표기법,그리고정본의원칙」,330~331쪽)
오랜기간백석시를연구해온고형진교수는백석의시세계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그가구사한평안방언의어휘와음운,어법상의특징을깊이연구하고,당시제정된한글맞춤법통일안의내용과그정착과정을살피고,나아가당시발표지면의편집양식까지세밀하게살피는등백석시정본의타당한기준을마련하는데각별한공을들였다.책의말미에실린「백석시원본의언어와표기법,그리고정본의원칙」은그과정을보여주는상세한해설로서정본작업에대한신뢰를한층높여준다.
정본의토대가되는원본의확정작업도『정본백석시집』의엄밀함이돋보이는대목이다.고형진교수는백석의시가실린지면의영인본에만족하지않고여러도서관에소장되어있는원본잡지들을일일이찾아살피고서로비교해원본판독의정확성을높였으며,그럼에도판별이어려운경우는해당잡지의다른활자와대조해원래글자를확인하는등의수고를아끼지않았다.
또한『정본백석시집』의가장큰특징가운데하나는백석시에무수히등장하는생소한어휘들을정확하게풀이한데있다.이를위해고형진교수는백석시의언어에대한기존의연구뿐아니라백석의시와연관있는당시의언어,지리,풍속,역사등에관한인접분야의방대한자료를참고해백석이사용한시어의의미를확인하고,이를친절하고간결하게풀이해백석의풍요로운언어밭에오늘날의독자들이어렵지않게다가갈수있게했다.
백석과같은빼어난시인의작품이시대를초월해독자들로부터오랫동안사랑받는것은당연한일이지만,그바탕에는일견낯설어보이는당시의작품을오늘날의독자들이친숙하게받아들일수있는모습으로복원해내기위한지난한연구와노력이뒷받침되어있다.백석의시한글자한글자를꼼꼼하게,오래도록검토해작품의올바른모습을찾아낸『정본백석시집』이지닌의의가곧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