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왔다 (양장본 Hardcover)

내가 왔다 (양장본 Hardcover)

$12.50
Description
입학식 다음 날
공부 마치고 교문 앞에 갔더니
엄마 할머니 사범님 학원선생님 할아버지
학원엄할마선생님머니엄사할범마아버지님
교문이 꽉꽉 막혔다

우리 엄마는 없다
괜찮아, 나는 1학년

학원엄할마선생님머니 나 엄사할범마아버지님

뚫고 간다

_「혼자 갈 수 있다」 전문
저자

방주현시,난다

2016년『동시마중』에「주전자」「수저통귓속말」「모탕」을발표하며등단했으며2017년「주전자」로제1회동시마중작품상을받았다.

목차

제1부혼자갈수있다
혼자갈수있다|자기소개
학부모공개수업|짜장요일
초능력목발|세수
달팽이안전교육|걷고싶은길
고민|하늘걷기

제2부머릿속을기어어다닌는귀속말
바람떡|착지
인사|귓속말|손톱깍기
8월|수저통귓속말
만약교실에신녕님이살고있다면
거꾸로마을|부실물함
전학

제3부조금떨어졌어도가까운
교문거북이살아남기|이어폰
엄지자리|엄마없는밤
첫사랑|간마추기
개나리반|훈이

제4부질끈눈을감았지
모탕|환상통
이상해|바위|치과에서
자리맡기|알맹이
징검다리|주전자

제5부배일밤새로쌈는꿈탑
소방빌라5층꿈탑|십상좋다
어째든좋은일|명아주지팡이
치킨치킨|독감
허수아비|도미노놀이
언젠가는|구운땅콩
장화벗은고양이

해설이안시인

출판사 서평

|겨울을딛고씩씩하게찾아온개나리빛동시집

어제막1학년이된아이가어른들로꽉꽉막힌길을혼자힘차게뚫고간다(「혼자갈수있다」).바다를누비는배가되고싶었던쇠는,주전자가되긴했지만“내가-왔다-//뿌-뿌--/뿌-뿌--”외치는목소리가뱃고동만큼우렁차다(「주전자」).5층짜리소망빌라의주민들은아침이면허물고말5층꿈탑을밤마다새로이쌓아올리고(「소망빌라5층꿈탑」),네발자전거를타는할머니는칠순생일만지나면보조바퀴를뗄거라며날마다큰소리를친다(「십상좋다」).방주현시인의동시는기운차다.막막하거나실망스러울만도한상황에서도모든존재들은기죽는법이없다.지금있는그자리를출발점삼아저마다의보폭으로씩씩하게나아간다.어쩐지용기가솟아난다.우리곁을맴돌다때때로찾아오고마는아픔과슬픔,좌절의순간들위에씩씩함이야무지게놓여있기에,용기는마음깊은곳까지전달된다.그러므로이기운찬동시집의진가는“꿈과현실의거리”(이안),거기서오는통증을간직하면서도삶을긍정한다는데있다.
『내가왔다』는「주전자」로제1회동시마중작품상을받은방주현시인의첫동시집이다.급식으로짜장면이나왔을때처럼신나고,뽀얗게씻긴비누를볼때처럼기분좋고,맑게갠날걷고싶은마음처럼산뜻한동시들이담겼다.웃음을주면서힘도주기란쉽지않은일인데『내가왔다』는그걸해낸다.

|배경속에숨은것,장면바깥에있는것을바라보기

『내가왔다』속동시들은“익숙한것같은데낯설고,흔한것같은데드물고,오래된것같은데새롭다.”(이안)평범한일상속한장면을소재로끌어오면서도,그장면에서주목받지못할법한것에눈길을두기때문이다.짜장면을먹은아이의콧잔등에생긴“짜장점일곱개”(「짜장요일」),세수를하고난아이가“씻겨준”비누(「세수」)같은것들.도끼로나무를패는장면에서도,시인은도끼도나무도아닌‘모탕’(나무를팰때밑에받쳐놓는나무토막)의목소리를끄집어내어들려준다.초등학교에서아이들과함께매일을보내는방주현시인의눈은작고작은것,사소하다고여겨지는것,자세히살피면그제야보이는것들을놓치지않는다.배경처럼숨어있던존재들이『내가왔다』에서는모두주인공이다.


장미다발을들고비닐하우스에서나오던팜티마이아줌마

수학문제를설명하던6학년2반이서연선생님

서류가방들고걸어가던김유성아저씨

마을버스를운전하던박미양기사님

모두들일하다잠시멈춰서서

먼데하늘을보는

11시무렵

_「학부모공개수업」전문

생업에종사하느라학부모공개수업에참석하지못한보호자들이각자의일터에서잠시먼하늘을바라본다.어느평일의오전11시무렵풍경이다.학부모공개수업이라는소재를다루면서도교실안이아닌교실바깥에주목하는것.방주현시인이지닌시선의독특함은바로이런것이다.잘보이지않는존재를넘어,지금여기에함께있지않은존재에까지닿는다.이시선은우리로하여금왁자지껄한교실에서도전학간연우의빈자리를바라보게하고(「전학」)새로생긴치킨집얘길들으면서도문을닫고사라져버린가게들을떠올리게한다(「치킨치킨」).우리눈과마음에담기는세계의밀도가한층높아진다.

공원으로경로당으로
할아버지모시고다니느라지친
명아주지팡이

초저녁부터
흙묻은발도안닦고
현관에서서잔다

천장은
할아버지마중할때켠전등을
얼른꺼주고

벽은
미끄러지는지팡이에게
모서리를내주고

_「명아주지팡이」전문

|사이사이살펴주고조용히받쳐주는,
|조금떨어졌어도가장가까운그자리에서

눈에띄지않는것,심지어부재하는것마저보는시인의유다른눈은그가어떤자리에서있는지를짐작하게한다.그자리는지금곁에없는존재까지볼수있을정도로세상을넓게조망하는높이를가지면서도,구석구석에있는존재들을유심히살필수있을만큼가까운곳에위치할것이다.먼지가청소기를피해안전하게착지하는‘콘센트위5밀리미터난간’(「착지」),지쳐미끄러지는명아주지팡이에게살며시모서리를내어주는‘벽’(「명아주지팡이」),교문앞으로몰려나와곧장학원차에올라탈아이들을위해얼른빨간불을켜주는‘신호등’(「교문거북이살아남기」)의자리처럼.
『내가왔다』는“한걸음떨어진곳”인듯하지만“사이사이살펴주고”“조용히받쳐주는”자리,그러니까“조금떨어졌어도/가장가까운/거기”에(「엄지자리」)있다.덕분에기우뚱흔들리면서도훈이의자전거는계속앞으로나아갈수있고(「훈이」),1학년아이는어른들사이를혼자서도용감하게뚫고갈수있다(「혼자갈수있다」).

여러분!
“아,귀여워!”
소리가들리면
있는힘껏달려야해요.
안그러면
다시는친구들을못만나요.

_「달팽이안전교육」전문

|『어쿠스틱라이프』난다작가가왔다

『내가왔다』의웃음과씩씩함은난다작가의그림으로한층돋보인다.반복되는일상속미묘한변화의결을촘촘하게그려내는『어쿠스틱라이프』로마니아층이무척두터운그다.이번에는동시의눈길이향한모퉁이마다경쾌한스포트라이트를비추며동시편편에보는재미를더했다.치과의자에누워무서워하다가깜박졸고마는할머니,눈인사를나누는마을버스와그기사님들,안전교육을받고있는달팽이어린이들에이르기까지,난다작가특유의터치로생기있게깨어난캐릭터들은책곳곳을부산스럽지않게노닐며동시의화폭을넓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