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 묻다 (성석제 시집)

낯선 길에 묻다 (성석제 시집)

$10.00
Description
시집 『낯선 길에 묻다』 는 〈유리 닦는 사람〉, 〈그늘에서 쉬다〉, 〈막내의 여섯 가지 심부름〉, 〈살아 있음이 악인 존재의 가벼움〉, 〈작은 권력에 맛을 들이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성석제

1986년『문학사상』신인발굴시부문에입선,등단했다.시집으로『낯선길에묻다』『검은암소의천국』이있다.1995년『문학동네』에단편소설「내인생의마지막4.5초」를발표하며소설을쓰기시작했다.다수의소설집과장편소설및에세이를펴냈다.

목차

시인의말1─『낯선길에묻다』에부쳐
시인의말2─『검은암소의천국』에부쳐
개정판시인의말

제1부낯선길에묻다
유리닦는사람/산책자/삶은달걀곁에/공속의산책/집수리/한상사/박수근/운없는날/그늘에서쉬다/막내의여섯가지심부름/중독/아버지와아들/수술실/죽어가는사람/가족1/그곳엔누가사는지/서쪽가는길/파리는……찾아다닌다/어두운길/추억의교육/꽃피는시절/저녁은모든곳에/다시꽃피는시절/초승달/밝은지하에서기다림/노을가는길/쓰레기를태우면서/벌레들/비엔나숲의이야기/닭/썩은널빤지/다리네마을소/뱀/노래와숨/농부의꿈/오징어/철판위의오리/모든수소가아비되지않는다/이슬로사라진/장화/살아있음이악인존재의가벼움/겨울달/풍금고치기/도둑의노래/대가의죽음/첫사랑을기리는노래

제2부꽃한송이한그루나무
풀잎에맺힌/어지럴싸꽃잎은/갑자기/그림자속으로/작은권력에맛을들이다/꽃을피우고섰다/반복/권력자/나무들,털고일어서다/절마을/꿈에서깨어/생각의요물/내속의나슬픔을아는이/길/못난개/장기알/술꾼/귀를움직이다/먼지처럼/아욱꽃/이사/유랑의무리/차갑고단단한고드름같이/검은암소의천국/서른번째사랑을기리는노래/평화의집/먹는다/노래를기리는노래/말의왕/봄/겨울/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합니다.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입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르는데,그때로부터근24년이흘렀습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신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시인선이어느덧150번째시집을눈앞에두고있는가운데출범하게된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출간될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편집자의책소개

시인이자소설가성석제의시들을묶어문학동네포에지『낯선길에묻다』로펴낸다.재기발랄한위트와유머속에날카로운풍자를담아내는우리시대의이야기꾼,소설가성석제로보다익숙할그의출발은‘시인성석제’였다.1986년『문학사상』신인발굴시부문에당선되어집필을시작한그는1995년『문학동네』에단편소설「내인생의마지막4.5초」를발표하며소설가로변신하기까지두권의시집을통해자신만의시세계를선보인바있다.문학동네포에지는성석제의첫시집『낯선길에묻다』와두번째시집『검은암소의천국』을한권으로묶어선보인다.‘쓰는사람’성석제의출발,그귀한시작을엿본다.


사랑을사랑하는이상한사랑도있었네

그의시에서소설가로서의면모를자꾸만들춰보려는것은수상한유혹이겠으나,그의소설이가진특유의압축성,짧고묵직한‘펀치’로우리의사고를단번에깨쳐주는힘의원천을엿보려는,엿보았다는편견을피하기는쉽지않다.문학의시원은본디하나라는지당한말씀에기대게될지도모른다.그러나무수한단어와문장이그를통과해간지금도“시를쓰고있을때의나를부러워하지않을도리가없다”(「개정판시인의말」)는그이니,‘시인성석제’의세계는여전히그자리에서,시간으로퇴색되지않는제목소리,저만의결을이루고있음이다.
첫시집『낯선길에묻다』에서그의탐구는삶과죽음이라는근원적질문,존재의본질을향했다.그리고6년에걸쳐이질문에는일상의희비극,현실의면면들이섞여들어『검은암소의천국』으로나아간다.서사와서정을두루살피며나아가는그의시력은결국‘길에묻고’‘길을묻는’끝없는숙고일것이다.

나는그길로가지않았네

성석제의‘낯선길’과‘검은암소의천국’은세상의가장후미진곳,어둡고누추한풍경이다.“골목가장깊은곳”“창은늘닫혀/개만사납게짖어”대고사람들이“멈칫거리다돌아나오는”곳,“아이들도그곳으로는공을굴려보내지않는다”는그집(「그곳엔누가사는지」).이곳에어른거리는한기,스멀거리는어둠은죽음의그림자다.“집이란지어질때부터무너지기시작하는/생물표본과같은것”이어서“시멘트는시멘트대로날아가며/모래는모래대로떨어져나”가속절없이무너지고,시인은문득묻는다.“그속에살아야할우리는/어쩌란말인가”(「집수리」).
“천만원때문에”“천만원이못되는재산”때문에수술비를댈수없어죽어야하는이가있고(「아버지와아들」)“시장에다녀오던주부와딸을찔러중태에빠뜨리고현장에서붙잡”힌남자는범행동기조차밝히지않은채“어느날이슬이되어이땅에서사라”진다(「이슬로사라진」).죽음으로얼룩진낯선길.“우리에게죽음은가장흔한정거장”(「파리는……찾아다닌다」)인것이다.
사회의가장자리에속한이들에게는마지막한마디조차허락되지않는다.“고층건물의유리를닦”다추락사한“그는검토가필요가없을정도로완벽하게죽었기때문에”“그는죽었다”,그저그렇게“논의하고결정”된다.“이중의안전고리가풀리고/그가떨어진건”다만확정된“사실”일뿐이다.죽음이란“스스로말할수도/들을수도/볼수도없게된”다는것.마침내죽은이의눈물과목소리마저앗아가는이황량한세상에는“그를기억하는사람도별로없다.”(「유리닦는사람」)
이토록허망한죽음들앞에세계는이내침묵하고,그들의마지막은금세잊힌다.세계와의불통앞에시인은질문을고쳐묻는다.왜그렇게되었느냐고,“이낯선길에서벗어날수는없”는것이냐고(「닭」).낯선길에던지는그의질문이란침묵을강요당하는소외된죽음,이삭막한현실이반복되는원인을따지는일이다.시인은물음으로써변방에서소리없이사그라드는생명들에게최후의발언권을건넨다.


그대에게서흘러나오고
그대에게로돌아가는것

불행히도현실의길은어딘가로열린통로가아니라여전히굳게닫힌문이다.“마을밖으로가는길은벼랑길뿐이어서사람하나도겨우건”너는길이므로“모두죽을때까지이마을을떠날수없”다(「다리네마을소」).무심하게칼로소의목을따는주인(「비엔나숲의이야기」)에게서도,“순서대로털을뽑고목을치고발목을자르고내장을꺼”내는기계(「닭」)에서도인간성의흔적을찾기는어렵다.비극의뿌리에는언제나인간이있고,‘검은암소’에게‘지옥’이라할이곳은인간이만든철창이다.천국으로향하는길은“집이떠내려가고사람도함께쓸려”갈때,인간이사라질때에야열리는것이다(「검은암소의천국」).
이도저한공포와허무에서우리사회의90년대가가져온환멸의흔적을볼수도있겠고,그가소설에서도이어나갈자본주의의부조리를향한풍자의씨앗을발견할수도있겠다.그러나시인은시속에서손쉽게길을포기해버리지않는다.“큰길로나오고어디론가사라”진다해도길에대한흥미,길을향한거듭되는물음으로써“길은여전히있”을것이므로.마침내그는“변하지않는것은저길뿐”“이근처에서는이길만이진실”임을확인한다(「어두운길」).외면한다고길이사라지는것은아니다.현실이어둡다고현실을버리는것은시인의선택지가될수없기에.
시리도록냉소적이던그의시선은마침내그안에희미한연민을내비치며,“아무도보지못”하는“눈물을”향한다.“세상과자신을고치기시작”한상이군인을찾아,“이골목에서가장늦게까지환히불밝힌가게”로(「한상사」).죽음이홀대받을수록묵묵히버텨나가는삶의시간이야말로「꽃피는시절」이고“하루하루”“반짝였던”(「노래를기리는노래」)날들이다.날카로운현실인식을통해그가닿고자하는곳은현대사회가쉽게잃어버리는인간성,삶이회복해야할진정한자리다.

그래도나는해야할일이있다

‘낯선길’을향한시인의진짜물음은묻고또묻기,반성하는일이다.질문만으로는길을극복할수없는탓이다.“이저녁의느린산책길에서수만가닥의다른길이생겨”나고“이제나도어느쪽인가를선택해야”할것이다.결국시인은“가야한다”.그리고“또머물러야한다”(「노을가는길」).
지켜야할가치를잃어가는현실에서시인은시대에진빚을생각한다.소위‘지식인’으로서,“야학을계속해야하니”“난책을읽어야하니까”핑계대며막냇동생에게심부름을떠넘기는스스로를자조하고(「막내의여섯가지심부름」)“당신보다늙었고/당신보다지쳤고/교활하고가난하고/마누라에게꼭잡힌것같고/지독한술꾼처럼보이”던것이“실은당신과똑같은사람”(「운없는날」)임을일깨우며반성이온다.지하철역엔“기계에일렬로찍혀나와내앞을차례로지나”치는사람들,기계가되어버린사람들이있으니“알고보면나도그같은운명에서잠시벗어나있을뿐”이다(「밝은지하에서기다림」).

사람아,겸손을타고나는법은없다
겸손해지는것이다

─「나무들,털고일어서다」부분

이삭막한현실풍경의스케치속에서한줄기견딤의빛을본다면스스로에게엄격한시인의반성,그끝에얻는겸손덕이다.20년도족히전에시를쓴그는“평균”이라는“작은권력에맛을들이”는일(「작은권력에맛을들이다」),“우리를번롱하는저모니터의눈”(「그림자속으로」)의덫앞에끝내깨어있다.자신을반성하고마침내인간을,인간이지닌필연적어둠마저반성하는일.‘시인성석제’의이야기를우리가꺼내펼쳐드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지금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