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아직 멀었다는 말

$13.50
Description
소설의 품격과 깊이, 권여선 4년 만의 신작 소설집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모르는 영역」 수록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을 이끈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하나”(문학평론가 소영현)라는 평에 걸맞게 발표하는 작품마다 동료 작가와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한국문학의 품격과 깊이를 더하는 작가 권여선의 여섯번째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이 출간되었다. 제4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자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선정되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녕 주정뱅이』(창비, 2016)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라는 평과 함께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모르는 영역」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안녕 주정뱅이』로 ‘주류문학’의 한 경지를 이룬 권여선 작가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안간힘을 쓰며 인간다움의 위엄을 보여준 그에게 또하나의 주류문학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새로운 변화로의 이행을 감행한다. 소설집이 출간되기 전 진행한 한 대담에서 “술을 먹이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고, 술을 안 먹는 인물들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녔고(…). 뭐 하나를 딱 막아놓으니까 딴 쪽으로 퍼져나간 식입니다”(『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라고 언급한 것처럼 권여선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어쩔 수 없이 이끌리게 되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모르는 영역’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스물한 살의 스포츠용품 판매원인 ‘소희’(「손톱」)에서부터 레즈비언 할머니인 ‘데런’과 ‘디엔’(「희박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익숙한 것을 금지시킴으로써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향해 뻗어나가는 이번 소설집은 권여선 소설의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생선의 맛처럼 부드러운 놀람”(「전갱이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이 소설집은 촘촘한 묘사와 생생한 캐릭터로 한국사회의 문제 지점을 에두르지 않고 짚어나가는 저자의 특기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문학에서 드물었던 레즈비언 할머니의 모습과 레즈비언 커플을 향한 외부의 압력을 묘사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들 사이에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어떤 감정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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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여선

1965년경북안동출생.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인하대대학원에서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6년장편소설『푸르른틈새』로제2회상상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솔직하고거침없는목소리로자신의상처와일상의균열을해부하는개성있는작품세계로주목받고있다.2007년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2008년도제32회이상문학상수상작인'사랑을믿다'는남녀의사랑에대...

목차

모르는영역007
손톱047
희박한마음083
너머113
친구151
송추의가을167
재193
전갱이의맛223

해설│백지은(문학평론가)
당신이알고있나이다251

작가의말279

출판사 서평

“소희는강변을달리는통근버스차창에바짝붙어앉아
아침햇살에반짝이는강물을본다.
슬프면서좋은거,그런게왜있는지소희는알지못한다.”

찌를듯무자비하면서도따스한햇빛처럼
황량한폐허속에서도무언가를찾아내는손길처럼
끝인듯시작을예고하는,아직은무엇도끝나지않았다는말

소설집의제목인‘아직멀었다는말’은「손톱」속의“문득소희는새처럼목을빼고어디까지왔나확인하듯창밖의거리를내려다본다.할머니가아흐어하소리를내며하품을한다.그건아직멀었다소희야,하는말같다”라는문장에서가져온것이다.소희는일하는매장에서박스를들어올리다박스아래에튀어나와있던굵은고정쇠가손톱을뚫고나와손톱절반이뒤로꺾이고살이찢기지만,대출금과옥탑방월세등을생각하면아득해지는탓에제대로된치료를받지못한다.“친구도못만나고친구도못만들”며,갚아야할빚과모아야할돈을백원단위까지끊임없이계산하는스물한살의소희.그런소희에게유일한사치는아침통근버스를탈때쏟아져들어오는햇빛이다.‘찌르는듯따스하고무심하면서도공평한’햇빛처럼소희의하루하루는거칠것없이무자비하지만그러나끝내온기가전해져온다.그건“대화가안된다매가리가없다무나아안하다생각이없다”는말대신손톱이다친소희에게“조심해야지”하고말해주는할머니의존재덕분일것이다.함부로희망을말하거나섣부르게위로를전하려는것이아니라,다만조심해야한다고,아직멀었다고말함으로써그만큼의가능성을열어두는것.때문에‘아직멀었다는말’은끝을단정짓지않음으로써우리에게새로운시작을알리는듯하다.
「너머」의N도소희와사정이비슷하다.기간제교사로두달간고등학교에서일하게된N은“복잡해보이는사태도정규와비정규를가르는경계만알면대부분참으로간단히도이해가되”는그세계에서은근히비정규를무시하는교사들의속내를예민하게간파하고“치사하고악질적인쪼개기계약과계약연장꼼수”에넌더리가나계약기간이끝나면학교를깨끗이그만둘생각을한다.하지만N은요양병원에어머니를모시고있는상황이기도하다.「손톱」의소희가일반짬뽕보다오백원더비싸다는이유로매운짬뽕을포기하는것처럼,「너머」의N은계약기간을연장함으로써받게되는한달치월급과“그돈으로버틸수있는시간”을가늠하다끝내흐느끼면서생각한다.“버릴수없는것들이있다고.세상천지N에게는어머니밖에없고어머니에게는N밖에없다고”말이다.
이처럼이번소설집은촘촘한묘사와생생한캐릭터로한국사회의문제지점을에두르지않고짚어나가는권여선만의특기가여전한가운데,한편으로는『안녕주정뱅이』이후권여선소설의새로운결을느끼게한다는점에서또한주목할만하다.「희박한마음」의레즈비언할머니인데런은연인디엔이떠난뒤혼자살며디엔과의일을꼼꼼히짚어나간다.디엔과같이살던몇년전,한밤중에어디선가섬뜩한의문의소리가들려온적이있었다.숨이막히는듯한컥소리와끼이이이하는비명같던그소리는실은옆집수도계량기에서나는소리였다.디엔이떠나고없는지금도여전히소름끼치는그소리는반복된다.혼자사는여자를두렵게하는그소리는,대학시절데런과디엔이함께벤치에앉아담배를피울때갑자기나타나담배를끄라며소리지르던한복학생남자의위협과도닮아있다.그러면서도데런은복학생남자가디엔을후려쳤을때아무것도하지못하고무기력하게지켜보기만했던그순간으로끊임없이돌아가는데,이소설은그간의한국문학에서드물었던레즈비언할머니의모습을그려냈다는점에서도특기할만하지만,레즈비언커플을향한외부의압력을묘사하는것에서한발짝더나아가그들사이에해소되지않고남아있는어떤감정을집요하게응시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

“아니야.그건우리가모르는영역이다.”

삼년만에재회한커플의하루를담은「전갱이의맛」과가족묘를둘러싼가족들의왁자지껄한소동극인「송추의가을」등이전과비교해조금더유머러스하고산뜻한작품이소설집의곳곳에자리한가운데,소설집이「모르는영역」으로시작되어“요즘모르겠다는말을많이한다”는‘작가의말’로마무리되는점이의미심장하다.「모르는영역」에서‘명덕’은사진에찍힌무언가를보며유에프오가아니라낮달이맞지않느냐는딸의물음에이렇게말한다.“모르지그건.(…)그건우리가모르는영역이다.”
등단이후20년이넘는시간동안수많은작품을써내고도권여선은아직무언가를잘모르겠다고,“해입장에서밤에뜨는달은영영모르는”것처럼어떤것은영영알수없다고말하는듯하다.그런데모르겠다는그말은,무언가를딱잘라판단하지않겠다는뜻이기도하다.그모름의힘으로권여선은인물을둘러싼사건을면밀하게살피고,인물의감정을고스란히느끼기위해아주깊은바닥까지내려가는것이아닐까.그리고그덕분에우리가사건을,인물을,소설을이해할수있는폭또한넓어지는게아닐까.명덕이잘모르겠다고답을하는순간사사건건부딪치는딸에게서(엄마가아빠같은사람을왜만났는지)“이해가된다”는말을듣게되는것처럼말이다.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