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를 봅니까?

나는 새를 봅니까?

$11.50
Description
새를 처음 본 것은 지난겨울,
어깨의 눈을 털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문단과 독자에게 흥미로운 충격을 안겨 주는 송미경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물기가 가득 어린 눈동자의 흔들림 같기도, 보였다 순식간에 사라진 눈송이 같기도, 시간이 멈춰 버린 어느 저녁의 하늘빛 같기도 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소설, 『나는 새를 봅니까?』이다. 송미경은 ‘나’를 주어로 하는 생경한 의문문을 우리의 귀에 고리처럼 걸어 놓는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지 못해 외출하지 않는 나, 흰 새를 보았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나, 나지 않는 냄새를 맡고, 외진 골목에서 눈감아 버린 기억과 맞닥뜨리는 나, 멈춰 버린 시간 속을 반복해서 걷는 나 들이 등장한다.

「신발이 없다」의 유주는 편안하게 맞는 신발을 구하지 못해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 쇼핑몰 검색으로 보내던 중 ‘발사랑’ 카페를 운영하는 주은발을 만나게 된다. 또래 친구인 주은발의 신발 시착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그 애의 창고에 방문하게 되는데, 유주는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해방감을 경험한다. 「나는 새를 봅니까?」의 동준은 수학 학원을 오가던 길에 크고 흰 새를 본다. 동준의 성적에 집착하는 아빠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친구 유하가 사라진 뒤 나날이 닳아 가던 동준은 그저 하루만 편안한 잠을 자고 싶다. 유리의 윗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온 뒤부터 동네를 뒤덮은 달콤하고 역한 냄새에 대한 이야기 「나지 않는 냄새」. 하지만 정작 유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끝내 그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저자

송미경

저자:송미경
2008년『학교가기싫은아이들이다니는학교』로웅진주니어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돌씹어먹는아이』로제5회창원아동문학상,『어떤아이가』로제54회한국출판문화상을받았다.단편동화「돌씹어먹는아이」를그림책과희곡으로다시쓰기도했다.『봄날의곰』『가정통신문소동』『통조림학원』『나의진주드레스』『복수의여신』『우리집에놀러오세요』『햄릿과나』등의동화와청소년소설『광인수술보고서』『불안의주파수』(공저)『중독의농도』(공저)『콤플렉스의밀도』(공저)등을썼다.

목차

신발이없다007
나는새를봅니까?033
나지않는냄새059
겨울이오기전에085
나를기억해?107
마법이필요한순간137
작가의말166

출판사 서평

작가송미경이눈맞춘
수많은,은빛,반짝이는눈동자들

「신발이없다」의유주는편안하게맞는신발을구하지못해하루의대부분을온라인쇼핑몰검색으로보내던중‘발사랑’카페를운영하는주은발을만나게된다.또래친구인주은발의신발시착서비스를이용하다가그애의창고에방문하게되는데,유주는거기서완전히새로운종류의해방감을경험한다.「나는새를봅니까?」의동준은수학학원을오가던길에크고흰새를본다.동준의성적에집착하는아빠는그런것은중요하지않다고말한다.친구유하가사라진뒤나날이닳아가던동준은그저하루만편안한잠을자고싶다.유리의윗집에새이웃이이사를온뒤부터동네를뒤덮은달콤하고역한냄새에대한이야기「나지않는냄새」.하지만정작유리는어떤이유에서인지끝내그냄새를맡을수없었다.「겨울이오기전에」에서는어린동생인주를데리고꽤떨어진외삼촌의집에방문했다돌아오는동주의저녁풍경이차분히펼쳐진다.택시기사의말에따르면“한국에서엄청난부자들만사는아파트”에사는외삼촌에게수많은선물을받고돌아오는길이지만막막한마음의동주다.소라와효주,승우세아이의지난시간과앞으로에대한이야기「나를기억해」,순간의실수로멈춰버린세상속은희와조지의다른색욕망을그린「마법이필요한순간」까지,섬세한묘사와또렷한이미지로풍성한단편들이다.
모든이야기들은아이들의내면에어느순간생겨나기시작한찰나의균열로부터시작된다.미세하지만분명한징후를안은채,기이한사건들과태연한이세계사이를위태롭게걷는아이들의목소리는송미경의예민한문장으로몸을얻어우리의내밀한부분에착지한다.
그림책,동화,희곡등다양한장르의이야기를만들어온작가이지만청소년단편집으로는이번이첫작품이다.오랜시간을거쳐한겹씩쌓아온이야기들을묶었다.출간을준비하는동안이아이들이자신에게찾아왔던순간들을꾹꾹눌러되짚으며다시한번가다듬었다.

가장반짝거리는농담,
아주작고,곧잊혀도되는이야기

“친구들은수업이시작되면내게‘미경아,네쪽지받고싶어.’라고적힌쪽지를보내곤했어요.그러면나는작은종잇조각에가장반짝거리는농담,우리들만의우스꽝스러운비밀같은것들을궁리해서쓰고그렸어요.아마종이가커서채워야할이야기가많았다면,보다나은문장이나보다나은그림을그려야하는거였다면나는쪽지주고받기를그만큼즐기지못했을거예요.쪽지를보내달라는쪽지를보내주던친구들,쪽지를바닥에떨어뜨리거나어른들에게걸리지않고잘전달해준친구들,간혹우리의쪽지놀이를눈감아준선생님들께고마운마음을전합니다.”
‘작가의말’에서송미경은『나는새를봅니까?』를채운이야기들을아주작고,곧잊혀도되는우리만의쪽지에비유한다.쪽지가오가는시공간의친밀함과아늑함은무겁고힘겨운마음을어느틈에휘발시키고옅은자국만을남긴다.“쪽지를보내달라는쪽지”를받을만큼언제나무언가를끄적거리던아이,작은종이에최대한또렷하게글자를적기위해펜촉이얇은제도펜을구비할만큼엉뚱한아이,그시절의쪽지덕분에학교를견디고늘뭔가쓰고그리는어른이되었다고말하는작가는여전히일상의많은순간을다양한매체로기록한다.『나는새를봅니까?』의표지로사용된사진도작가가찍어놓은,깃털만큼많은사진가운데한장이다.작가는오늘도성실하게어딘가로발신하는이야기들을가득적고있다.꼭꼭접힌쪽지속그의반짝거리는농담이영롱한불안속을걷는아이들을찾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