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돌멩이 오리 (양장) - 문학동네 동시집 77

오리 돌멩이 오리 (양장) - 문학동네 동시집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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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른자동롬원」을 비롯해 부드럽고도 힘차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는 작품들로 동시의 세계를 꾸준히 넓혀 온 이안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오리 돌멩이 오리』. 시인이 오래 매만져 조약돌처럼 반들반들한 말들이 넘치지 않게, 꼭 있어야 할 자리에 가지런히 놓였다. 여기에는 외우기 쉽고 외우고 싶은 말, 주머니 속에 넣고 만지작거리고 싶은 말, 소중히 간직하여 길러 내고 싶은 말이 타고 있다. “너에게 주는 말이니까 이제부터 네 말이야.” 시인의 다정한 말로 이 동시 기차는 출발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

저자

이안시,정진호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1998년『녹색평론』에시를발표하고,1999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마른우물의날들』『치워라,꽃!』,동시평론집『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동시집『고양이와통한날』『고양이의탄생』『글자동물원』『오리돌멩이오리』『기뻐의비밀』등을썼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편집위원이다.

목차

제1부우리이말기르자
금|기차|도라지꽃의올해도하는절망|뻐꾸기|사월꽃말|사월꽃말2|삼색제비꽃|안경원숭이|앵두|은|의자|장미꽃|조금|파꽃

제2부꼭한번이그림을그려보려고
연못|1은나무2는오리|말뚝|시옷|소금쟁이|돌|돌거북버스|오리돌멩이오리|돌멩이|빗방울펜던트|봄연못

제3부내귤은달라
비오는날|하진이3|형선이|내귤은달라|코스모스|평범하지않은혜연이의평범한절망|꽃이진날에도|살랑살랑|먼지공부|주문이많은기도|옛날이야기

제4부이렇게노란세상은처음이야
해바라기창문|어린소나무의각오|마지막잎새|도미노놀이|겨울|로드킬|도둑놈의갈고리|모과나무|덩굴|덩굴2|앵두꽃|그림자방석|찔레꽃식당|해바라기|투수왕과왕포수의대결|참새

해설_김준현

출판사 서평

갖고싶은말,기르고싶은말
마음의금간곳마다여며주는노란단추가되어

1학년국어교과서에실린「른자동롬원」을비롯해부드럽고도힘차게새로운감각을일깨워주는작품들로동시의세계를꾸준히넓혀온이안시인의네번째동시집이출간되었다.작은것들에눈과마음을열고(『고양이와통한날』)형식과어법에의실험적탐구를거쳐(『고양이의탄생』)다양한결의소리를경쾌하게들려주었던(『글자동물원』)이안시인은이번책에서동시라는장르의근원을탐색해우리가갖고싶었던바로그말을살며시손에쥐여준다.
현란한수식을더하기보다세심하게깎아내고덜어내는데공을기울인시구들은‘동시’라는것이우리에게어떤의미였는지를새삼돌아보게한다.간명하게쓰인시에는우리스스로의마음을가만히들여다보고보듬게하는힘이있다.읽는이의은은한마음에뿌리를내리고제각기의모습으로자라날말이므로“기르고싶은말”(「사월꽃말」)이라부를수있을것이다.동시란결국“마음이금간곳”을여며주기위해피어나는“노란단추”와같은것임을,그렇게“갖고싶은말”로태어나는것임을이안시인은동시로써말하고있다.
『오리돌멩이오리』에는시인이오래매만져조약돌처럼반들반들한말들이넘치지않게,꼭있어야할자리에가지런히놓였다.여기에는외우기쉽고외우고싶은말,주머니속에넣고만지작거리고싶은말,소중히간직하여길러내고싶은말이타고있다.“너에게주는말이니까이제부터네말이야.”시인의다정한말로이동시기차는출발한다.

호르르르벚꽃잎이떨어진다
벚꽃잎그림자가조르르르달려간다
벚꽃잎엉덩이에방석을대어주려고
_「그림자방석」

기차는긴차
길어서
길게
휘어지기도
하는차

철커덕철커덕철커덕
소리가긴차

떠난사람생각이
길게되감기는차
_「기차」

‘동시’라는그릇에담겨야하는것

「그림자방석」은한연에한행씩,단세연으로이루어졌다.간결한문장과홀가분한시의모양이호르르르가볍게흩날리는벚꽃잎을닮았다.조그마한벚꽃잎의“엉덩이에방석을대어주려”달려가는,작고작은그림자의모습은마음속에오래도록머무르며큰잔상을남긴다.「기차」는마음저편에품고있었던저마다의그리움,그긴자락을불러낸다.“슬픔하나는,/잘말려서갖고있자”라는다짐의말은(「사월꽃말2」)우리가지나왔거나지나고있는아픔의시간속어딘가에서거듭되뇌어지며위로의주문이된다.
어렵고생소한말은어디에도보이지않는다.모두노랫말처럼쉬이입안을구르고,그러면서읽는이가간직할수있는말로자라난다.‘동시’라는그릇에무엇을담아야할지,그리고그내용에알맞은그릇은어떠해야할지집요하게고민해온시인의시간이내비친다.

형선이가밥을아주천천히먹어서
형선이가밥먹는모습을아주오래지켜보았는데
형선이가밥을얼마나천천히먹느냐면
형선이가밥을다먹고숟가락을놓는순간
온세상에기적이일어날것처럼천천히먹는다
마침내형선이가숟가락을놓고일어선다
그래서오늘저녁에도
하늘엔영광땅에는평화
_「형선이」

연못을좋아하는오리가
날마다연못에입혀주는,시의옷같은시옷

이안시인은두달에한번동시전문지『동시마중』을펴내고동시전문팟캐스트‘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를진행할뿐아니라기회가닿을때마다전국의어린이독자들을만나동시얘기를나눠왔다.“연못을좋아하는오리가”날마다물살을열고연못에“시옷”을입히듯,일상에“시의옷같은/시옷”을입힌다(「시옷」).『오리돌멩이오리』는그토록긴시간동안어린이들을지켜보며동시를써온그이기에도달할수있었던한지점에서있는책이다.동시란누구를향해놓이는것인가하는근본적인질문에대한응답이있다.
그리하여시인의눈길은밥을아주천천히먹는“형선이”,『글자동물원』에서처럼여전히“하,”웃어보이는“하진이”뿐만아니라올해도똑같은모양으로피어나절망하는“도라지꽃”,누구도돌아보지않았던“돌멩이”하나에까지이른다.빠르고역동적으로움직이지않아서시선을끌지못하는존재들,“평범한”(「평범하지않은혜연이의평범한절망」)존재들에게까지닿아야하는것이바로동시이므로.

돌멩이야?오리떼야?
가까이다가가니까
놀란오리떼가푸드드득날아오르는데
깜빡잠에서깬
돌멩이도몇점
덩달아날아오르더라
_「오리돌멩이오리」중에서

어서와,
긴잠에서깨어난돌멩이가
날아오르는세계로

시인이길고긴시간을들여애정어린눈으로지켜보기에모든존재는변화의가능성을품은씨앗이된다.오리와오리사이에놓인돌멩이는잠에서깨어나힘차게하늘로날아오르고(「오리돌멩이오리」),나무가없으면풀과거미줄을감으며기어가던덩굴은마침내전봇대꼭대기에오르며(「덩굴」「덩굴2」),지난여름의빗방울은긴시간동안정성스레궁글려져아름다운펜던트로탄생한다(「빗방울펜던트」).때로는아득할만큼긴시간이일궈내는결실,그러느라빙둘러휘어지기도하면서나아가는길의풍경을마주할때의기쁨은크다.잠들어있던시심이서서히깨어난다.천천히찾아와더욱큰기쁨,이것은우리가동시를읽는이유와도맞닿아있을것이다.

그림책『위를봐요!』『별과나』『벽』의정진호작가의그림은간결한묘사와절제된채색으로정갈한동시들의곁을따라나아간다.애써여백을메우지않으면서도곳곳에서숨은주인공을발견하는재미를더했다.동시를읽는독자들에게넉넉히자리를내어주는그림이다.

“이동시집은오리일수도있고오리와오리사이에있는돌멩이일수도있다.알고싶다면우선가까이다가가야한다.망설일것없다.낯섦과경계를허물고시인이먼저우리를향해마중을나와있을테니까.돌멩이처럼무해하고오리처럼유려한말의곡선을지닌동시들이니까.”_김준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