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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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현우

1989년겨울에태어났다.추계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4년조선일보신춘문예시부문으로당선하며등단했다.시집『사람은왜만질수없는날씨를살게되나요』,산문집『나의아름다움과너의아름다움이다를지언정』등을지었다.시를쓰는밤,기지개를켤때면냉큼달려와무릎으로뛰어오르는코코와함께살았다.

목차

시인의말

1부나는모르고모두가보는
천국/비문증/지독한자세/젓가락질가운데/거짓말/멍/코/겨울의개/회벽/각자의것은각자에게로/환상게임/김밥/어린아이의것/남다,담다/면도하는밤

2부조금은더너랑살수있겠지만
물구나무/기로/딱한입만더/티스푼처럼/컵/만월/주인잃은개/사육/목각인형/어쩌면너무분명한/섬집아기/누군가두고가버린/총구에꽃을/깨끗한애정/꽃

3부아름다운마음들이여기있겠습니다
한겨울의조타수/견고한모든것은/낙원/오늘/X/고인돌/총알개미장갑/끝나지않는겨울/Kissingagrave/회색이될까/헌팅트로피/가족의방식/가만히웃거나우는/미래의시인/일곱살/와디럼

4부울지않는것은아니다
만남/발레리나/주인없는개/자동나비/숨은방/탈피의역순/바늘뽑힌저울에게는/오후네시/글러브데이즈/생일/박하사탕/추억과추악/빨랫대를보고말했지/아베마리아/선한종말/아홉/후회

해설|정강이를부러뜨린아이는난파된배의조타수가되어조난자를밝은곳으로,밝은곳으로
선우은실(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잠든연인의입속으로과자부스러기를모아넣으며우는사람들
마지막빵의썩지않은부분을아이에게물리고곰팡이를집어먹는
참다못해타고있는장작을그대로끌어안는사람들
입김으로가족의언발을씻기는사람들

(…)

다시는아름답지말자
아름다워지지말자

이계절은다지났고
사람들은구출되어
각자의여름으로떠났지만

여전히어떤사람과나는남아서
쇄빙선처럼
얼음의방향으로간다
_「한겨울의조타수」부분

빛을담았어
당신에게주려고했어
내게가장밝은것은
두들겨맞아부서지고
피멍든채절뚝거렸으므로
그걸담아팔려고했어
_「와디럼」부분



“반짝거리는모든세상에는좋은슬픔”이있으므로
“날씨는태어난곳의기억을버리지않”으므로
“아름다운마음들이여기있겠습니다”

“남겨진것에뚜껑을덮으면/담겨진다”(「남다,담다」)는시구는이시집을,최현우의시세계를대변하는한문장이될수도있을듯하다.시인은슬픔으로가득찬2010년대를통과하면서우리에게남은것―그것이슬픔이든,분노든,절망이든,무력감이든―을그저남은채로두지않고,그생생한감정과장면을고스란히감각하고,그슬픔의순간에도떠오르는반짝임에감광하여시를쓰는작업을지속해왔다.“가만히웃거나우는”“절반은알고절반은모르”는,그리하여“아주가끔씩만희망도절망도아닐수있었”(「가만히웃거나우는」)던나날들을빛으로타전하는그의시는,조난자를밝은곳으로이끌기위한모스부호이자,미래에건네는청사진에다름아니리라.

우리는어떻게해야하나.‘견딤’을견디는것이어려우면어떻게해야하나.그것을단번에돌파할방법은모른다.그렇지만그렇게몇번씩꺾이고난뒤에비록울음으로엉망이된모습을하고서라도다치고깨진여남은것을주워다시기대를걸무언가를찾아나선다는것은분명지금취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자최대의용기이다.도저히견딜수없는것을견뎌야만앞으로의삶이지속될것임을이십여년동안알게되었으나그걸알고서도버텨나가겠다,이시집이이런것을말하려는것이라면나역시조금더버텨보겠다고생각한다.나의부분을내어주는것에대해비록삶은그어떤것도되돌려주리라보장하지않겠지만.낙관적인조건도없이깨지고좌절하고망가진뒤에도다시.
_선우은실(문학평론가),해설「정강이를부러뜨린아이는난파된배의조타수가되어조난자를밝은곳으로,밝은곳으로」부분

시인은망가지고부서진것을보았고,또물려받았지만“마음을망치는것들은피냄새가나니까”(「회색이될까」),“먼저일어나서일으켜주고싶”(「오후네시」)기에,“젖은햇빛을닦아주고싶은”(「아베마리아」)마음을담아“턱뼈에힘을주고고개를위로치켜들”(「아홉」)고서시를써내려간다.그렇기에“한번의착지를위해수많은추락을”(「발레리나」)감행하는우직함,“믿음도연습이야/그단한마디에구원을버”(「오후네시」)리는염결,“네가/아침마다무게를재며울어서/체중계를버”(「가족의방식」)리는헤아림,“다쳐서흘러나온사람에게서는/유유냄새가난다는걸”(「아베마리아」)아는사려깊음,이는모두시인최현우의다른얼굴일것이다.
사람이만질수없는날씨를살게되는이유는더잘기억하기위해서가아닐까?만질수있다면쉽게잊히고말그날씨를,시인은그것을더잘기억하기위해기미의기미조차기록으로남겨전하는것이아닐까?“날씨는태어난곳의기억을버리지않는다”(「면도하는밤」)는시인의말처럼시인은날씨처럼기억을버리지않기위해,햇빛아래고요히마르는빨래를,꽃이죽는밤을,옆사람의손의온기를,달빛에묻어나는연인의등을기록하는지도모르겠다.“반짝거리는모든세상에는좋은슬픔이있”(「깨끗한애정」)기에,“두몸은떨어져있어도한몸의시간을살고있다고”(「빨랫대를보고말했지」)믿고있기에,아직여전히“아름다운마음들이여기있”(「낙원」)기에.
“발롱!”(「발레리나」)하고더높은곳을꿈꾸던시인은어느덧믿음직한‘조타수’가되어이제는더먼곳으로,적소(適所)로,독자의마음으로나아가려한다.이의연한시인의잊지않으려는[備忘]기록은“망가지지않은것을주고싶”(「시인의말」)은미래의희망의기록이될것이다.이청춘의비망록이미래의청사진이되는경이로운순간을더없이기쁜마음으로함께맞이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