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데이스 (사뮈엘 베케트 희곡 | 양장본 Hardcover)

해피 데이스 (사뮈엘 베케트 희곡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더욱 처절하고 치밀한 필독 걸작
언덕에 허리까지 파묻힌 여자, 사지로 기어다니는 남자, 그 충격과 압축의 이미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준 사뮈엘 베케트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1952)를 성공시키며 부조리극의 기수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후 희곡·소설·비평·방송극을 막론하고 작품을 쏟아내듯 집필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구축했다. 그중 놓쳐서는 안 될 희곡 작품이 베케트가 집필·수정·연출에 지대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 『해피 데이스』(1961)다. 네 명의 등장인물로 구성된 『고도를 기다리며』와 달리 단 두 명의 인물과 황폐한 광야만을 내세운 압축성, 주인공이 언덕에 파묻힌 충격적인 무대 광경, 치밀하게 설계된 대사·지문·호흡이 완벽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인간에게 주어진 육체와 시간이라는 조건의 끔찍함, 인간이 갈구하는 실존과 소통의 허구성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베케트가 쌓아온 부조리극의 세계에서 그 정점을 보여주는 『해피 데이스』는 “베케트=고도”라는 굳건한 공식을 깨트리는 동시에, 문자로 읽는 텍스트이자 배우를 통해 발화되는 육신의 텍스트인 희곡 읽기의 매력을 경험하게 하는 걸작이다.

언덕 한복판에 허리 위까지 파묻혀 있는, 위니. 오십 세가량, 젊어 보이는 외모, 가급적 금발, 통통한 체형, 맨팔과 맨어깨, 깊게 파인 보디스, 풍만한 가슴, 진주 목걸이. 위니가 팔은 언덕 앞에, 머리는 팔 위에 내려놓은 채, 잠들어 있다. 위니의 언덕 왼쪽에 장바구니 같은, 큼직한 검정색 가방이, 오른쪽에는 접이식 양산이 접힌 채 놓여 있고, 양산 손잡이 끝은 양산집 밖으로 나와 있다. 위니의 오른쪽 뒤에서, 언덕에 가려진 채, 땅에 누워 자고 있는, 윌리. (13p)

희곡 『해피 데이스』는 총 2막 구성이고, 등장인물은 50대 여자 ‘위니’와 60대 남자 ‘윌리’다. 태양이 작열하는 황폐한 광야의 언덕 꼭대기에 부인 위니가 허리까지 파묻혀 있고, 남편 윌리는 언덕 뒤에서 사지로 기어다닌다. 아무런 설명 없이 내던져진 이 포스트아포칼립스적 이미지는 “또 천국 같은 날이야”라는 위니의 첫 대사와 함께 시작부터 충격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해피 데이스』는 베케트의 작품 속에서 남성의 욕망과 공포가 깃든 시선으로 묘사되곤 했던 여성이 처음으로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인간 실존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베케트의 주제가 치밀하게 설계된 대사·지문·호흡을 통해 빈틈없이 발현됨으로써, 그의 부조리극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압축된 정수를 보여준다.
저자

사뮈엘베케트

1906~1989
아일랜드에서태어나생애의대부분을프랑스에서보냈다.희곡,소설,시,비평등여러분야에서영어와프랑스어로글을쓰고자신의작품을직접번역했다.『고도를기다리며』를성공시키며부조리극의기수로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1961년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와국제출판인상을공동수상하고,1969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희곡뿐아니라라디오극과텔레비전극등을집필하고연출하며평생실험적인작품활동에전념했다.20세기가장영향력있는작가로꼽히며후대예술가들에게지대한영감을주었다.
비평문「단테…브루노.비코‥조이스」(1929)를시작으로시집『호로스코프』(1930),비평집『프루스트』(1931)를발표했다.소설집『발길질보다따끔함』(1934),장편소설『머피』(1938)등으로작가로서입지를다졌다.1945년프랑스어집필을시작해소설3부작『몰로이』(1951)『말론죽다』(1951)『이름붙일수없는자』(1953)를발표했다.희곡『고도를기다리며』(1952)가유럽과미국각지의무대에오르면서세계적인성공을거두었다.그후『마지막승부』(1957)『크래프의마지막테이프』(1958)『해피데이스』(1961)등으로독보적인부조리극의세계를구축했다.

목차

제1막
제2막

옮긴이주
해설
사뮈엘베케트연보

출판사 서평

사뮈엘베케트부조리극의정점에선압도적인걸작
『고도를기다리며』보다덜알려졌지만
더처절하고치밀한실존의몸부림!

“오오늘도행복한날이될거예요!”

당신이거기내말을들을수있는거리에서
가능한한적당히내말에
귀기울인다는사실을아는것만으로…
어…천국이나다름없죠.
거기서내말들려요?제발대답해줘요……

태양이맹렬히내리쬐는초원위,
언덕꼭대기에허리까지파묻힌부인위니,언덕뒤에서사지로기어다니는남편윌리.
인간의악착같은헐떡임그자체의이미지,파편화된대사가발생시키는아이러니한리듬,
실존을위한몸부림과말소리가치밀하게직조되며상기시키는인간의조건.
사뮈엘베케트부조리극의정점에선압도적인걸작!

◆◆◆

베케트는인간의삶이덫이될수있다는그의가장강력한상징을그려냈다.현대의리스트에서가장불안하고잊지못할작품이다.뉴욕타임스

침묵과고립의공포를물리치고자몸부림치는인류에대한베케트의예지력의정수를완벽히뽑아냈다.가디언

삶의잔혹한측면에깃든순수한낙관주의라는베케트의주제를우리는좀더파헤치고갖고놀아야한다.데일리뉴스

몸의절반이파묻힌주인공역할은〈햄릿〉에비견할버거운도전이다.아무런설명없는그들의포스트아포칼립스는〈워킹데드〉나오늘날의디스토피아드라마보다더욱황폐한인간의삶과이성을보여준다.위니를연기하는게배우들의에베레스트로여겨지는것도놀랄일이아니다.월스트리트저널

“거기서내말들려요?제발대답해줘요……”
실존과소통을끊임없이확인하려는인간의악착같은헐떡임

과연위니가처한현실을‘행복한날’이라부를수있을까.위니는기상종이울리면눈을떠야하고취침종이울리면눈을감아야한다.자기의지대로잠을자거나노래를부를수없다.몸의절반이언덕에처박혀있고그아래서는개미들이들끓는다.허락된것은쉴새없이떠들수있는입,그녀의존재를보여주는물건들(양산,안경,돋보기,칫솔,치약,약병,권총등),그리고그물건들을만질수있는양손이다.
위니는자신의물건을집착적으로만지고사용하고들여다보며일과를보내는와중에,혼잣말이나기도를하고언덕뒤의남편윌리에게끊임없이말을걸면서자신의‘살아있음’을확인받으려한다.하지만윌리는대답이없다.신문을보거나원하는때에잠들수있고기어다닐수있는윌리에게위니는애원한다.대답하기싫으면손가락이라도들어서보여달라고.위니가줄곧윌리의존재를환기시킴으로써두사람이대화를할때도있다고보이지만그것은착각이다.윌리의대사가신문기사나위니의말을그대로따라할뿐이라는점에서,위니의대사조차물건에쓰인글자·문학구절·상투어의반복이라는점에서,결국말하는사람과듣는사람은위니한사람이라는점에서,인간이그토록갈구하는관계와소통의허구성이날카롭게드러난다.

오알아요두사람이모였을때-(더듬거리며)-이렇게-(보통목소리로)-한사람이다른사람을본다고해서반드시다른사람도그한사람을보는건아니죠,삶이내게가르쳐줬어요…그것도.(38p)

귀먹었어요,윌리?(사이)말못해요?(사이)오알아요당신은말하기좋아하는사람이전혀아니었죠,당신을사모해위니내아내가되어줘그리고그날이후로아무말없었죠레이놀즈뉴스의토막기사말고는.(84p)

그러나이악착같은몸부림도결국육체와시간의감옥안에서이뤄지는것이다.낡고소진해가는물건들처럼위니의육체도쇠락해가다제2막에서는언덕안으로목까지빨려들어가그분주하던손놀림마저불가능해진다.위니는제1막에서양손을사용할수있을때곁에있는권총에입을맞추기만하고스스로를쏘지않는다.제2막에선결국양손을쓸수없게되고,움직일수있는남편에게자신을쏴달라고할수있음에도그러지않는다.어떤사건을예감하며권총을주시하는우리의시선에결국당도하는건아무리최악인삶이라도‘끝나기전에는끝낼수없다’는메시지다.그럼에도“행복한날이될거예요”라고거듭외치는위니의모습은,한정된공간에얽매여막연히구원을기다리는인간의무지와삶의잔혹성이라는베케트의주제를소름끼치도록실감하게한다.

눈으로의미를좇다서서히소리에귀가기우는,무대를위한시
삶과실존에대한근원적물음에가닿는베케트의언어장치

『해피데이스』에서더불어주목할점은,베케트가설계한대사·지문·호흡이다.반복되는표현들로만들어내는안정감과절묘한유희,텍스트에주저와방황의감정을입히는쉼표·말줄임표·연결부호,침묵(사이)으로파편화된대사가자아내는아이러니한리듬이위니의입을통해빈틈없이쏟아져나온다.베케트는텍스트로쓴희곡이무대에서구현되는결과와대사의형식·소리·리듬에도완벽을기하고자했다.따라서베케트의희곡은의미를좇는눈에서시작해서서히소리에귀기울이며읽어나갈때,그모든것이어우러진한편의시로서다가온다.그런면에서『해피데이스』는연극안으로시를가져오기를바랐던베케트의언어적의도가극한속유일한발화자를통해폭발적인시너지를발산하는작품이다.
이로인해연극〈해피데이스〉의위니역은배우들의에베레스트로여겨진다.오스카상과에미상을두차례씩수상한다이앤위스트는이를〈햄릿〉에비견할버거운도전이라언급했고,영국배우빌리화이틀로는그난해함과어려움에도불구하고“어떻게그가쓰는글이전부내삶에관한것같은지.『해피데이스』를읽었을때,대체이남자가나에대해쓴건가생각했다”라고공감을표하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