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15.00
Description
응급의학과 의사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평범한 우리 모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이 조금 색다른 에세이로 독자를 찾아왔다. 『제법 안온한 날들』에서 그는 좀더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말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순간, 그럼에도 기억함으로 완성되는 순간. 인간의 고통과 그럼에도 끝내 찾아오는 기적 같은 회복을 매 순간 지켜보는 그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에는 우리가 결국 지금, 여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생생히 확인시켜주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이번 책은 전작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와 결을 조금 달리한다. 이전 산문집에서 응급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근거리의 생생한 모습을 주로 전했다면, 이번 책에서 그는 종종 안온한 일상으로 물러나 고통 이후 찾아오는 인간의 회복을 멀리서 응시하기도 한다. 가장이 쓰러져 휠체어에 앉게 됐지만 남은 가족은 그를 돌보며 슬픔을 딛고 건강하게 회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희망」)는 타인이 함부로 재단하지 못할 인간의 불행과 행복, 생명력에 관한 일화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의사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의사도 병원에 가는 게 두려울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사도 병원에 가는 게 두렵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보다 더 두려울 수도 있다.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근엄하게 환자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지만, 사실 진료가 무섭고 아프면 힘든 건 똑같다. 인간 보편의 고통 앞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은 의사의 인간미를 보여준다.
저자

남궁인

고려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고려대학교병원에서응급의학과전문의를취득,현재이대목동병원임상조교수로재직중이다.읽기와쓰기를좋아해그틈바구니속에서도무엇인가계속적어댔으며,글로전해지는감정보다아름다운것은없다고믿는다.『만약은없다』,『지독한하루』,『차라리재미라도없든가-읽어본다』를썼다.『그는가고나는남아서』,『여기서끝나야시작되는여행인지몰라』『내가너의첫문장이었을때』,『나의복숭아』등의책을함께썼고,『anusual언유주얼(격월간)』등의앤솔러지에종종참여했다.

누군가의안온한하루는곧누군가의지독한하루이기도하다.매일밤응급실은예기치못한불행을겪은사람들로붐빈다.응급의학과의사는그불행을하나도피할수없는사람이다.그현장에서숱한하루를버텨낸의사의목소리를이책에담았다.여기담긴기록은매일의비극을똑똑히목격하고마치참회하듯써내려간글들이다.결국예고없이닥치는운명의가혹함을인간의힘으로이겨내지못했을지라도,이야기하고싶었다.지독한하루앞에지독하게저항하는인간의간절함이여기있음을.

목차

Part1
나라에서당신에게
평생의행운
어떤집중
고백
사람을세는방식
미뢰
소금은상하지않잖아
관대할수없는일
소원
헤어지는중
공황장애
눈물의이유
인간에게남아버리는슬픔
불안과고독
거식증
공기의냄새
키와몸무게
개미
스포트라이트
우에노의케이
생활
배려
열상
무릎
발가락은특별히더아프다
모른다고말하기위하여
의식과무의식사이
마지막술집
감각호문쿨루스
통증
말벌
영원의달리기

Part2
응급실에서당신에게
안은어깨
따뜻한청진기
감사하다는말
솜사탕과어머니
희망
진단명
가난
음독
세균
헌혈합시다
아침의퇴근길
내시경
의료진의실수
청소년과사후피임약
알맹이가없는것이알맹이
응급실의초월적존재
살갗으로지켜낸아이
거짓말같은사실
죽음을기억하라
울지않는환자
갑판위에서
열사병
한표의권리
증언할용기
동료
어머니
시간을건너내글을읽을당신에게

출판사 서평

모든것이사라져도마지막순간우리가기억할일,
살아있는동안온힘을다해끌어안지않으면후회할단한가지
그건,사랑
의사가왜하필사랑이야기를들고왔을까,하는생각은다음질문을마주했을때사라지고만다.“우리가눈을감는마지막순간에가장후회할일은뭘까?”갖지못한돈?누리지못한권력?명예와인기?아니,그렇게대답하는사람은없을것이다.끝내못다한사랑,소중한사람과더많은시간을보내지못한것,망설이고미루다놓쳐버린마음.그런것들이후회로남지않을까.그러니늘생사의벼랑끝에선마음으로일하는그가사랑이야기를하는것은자연스럽다.어쩌면피할수없는일이었을지도모른다.우리에게끝까지남는것은결국사랑일뿐이므로.
그가일터에서목격한사랑은때로강철같은의사들의눈시울마저젖게할만큼감동적이다.평생을해로한할아버지가갑작스레아내를떠나보낸후마지막으로아내의손을꼭잡고하는고백,가족보다더끈끈하게지내던환경미화원이동료의죽음앞에서오열하는대목,화재현장에서아이를지키기위해맨몸으로버틴아버지의이야기등은일상에파묻혀살아가는동안잊고있던사랑의소중함을보여준다.

여리고유한한인간의몸과마음을바라보는의사의각별한시선
“인간은일방적으로불행하지않다”
이번책은전작『만약은없다』『지독한하루』와결을조금달리한다.이전산문집에서응급실을현미경으로관찰한근거리의생생한모습을주로전했다면,이번책에서그는종종안온한일상으로물러나고통이후찾아오는인간의회복을멀리서응시하기도한다.가장이쓰러져휠체어에앉게됐지만남은가족은그를돌보며슬픔을딛고건강하게회복하고성장해가는이야기(「희망」)는타인이함부로재단하지못할인간의불행과행복,생명력에관한일화다.

가족이돌이키지못할불행을겪거나가장이쓰러져휠체어에앉아있을지라도,사람들은현실을비관하며그자리에주저앉지않는다.오히려곁에있는사람들은그를끌어안고돌보며각자저마다의위치에서앞길을찾고희로애락을느끼며성장한다.내가세상만사를슬픔에찬눈으로만바라보고있는동안,휠체어에앉은그는나름대로자리를잡고세상을견디고있었으며,가족들은그를돌보며자기자리를찾아가는일을했다.(…)그시절나는,가족들이전부건강하고이렇다할좌절도없었다.그럼에도응급실에서절규하는사람을본다는이유로불행을재단하는습관을이어왔다.그러나싹은어디에서든피어난다.그리고척박한곳에서움튼싹은,오히려더화려하고아름다운꽃을피우기도한다.우리는주저앉는존재가아니다.모든사람이각자의슬픔을안고당당하게,당연하게살아가고있다.병원을나간사람들은시련을극복하고때로는미소를지으며살아갈것이다.한참고된생활에취한나는그사실을간과하고있었다.사람은일방적으로불행하지않다.(194~195쪽)

아픈건잘못인가요?죽음에도돈을지불해야하나요?
의학만으로는풀수없던세상이란수수께끼
「가난」「세균」「열사병」같은글에서는의사의시선으로예민하게간파한세상의부조리를말하는그의음성이느껴진다.아무리현대의학이발달했다지만인간의마음까지과학적으로,합리적인방식으로작동하는것은아니다.불안과공포가사람들을잠식하면때때로비이성적인분노와손가락질이속수무책엉뚱한방향을가리키기도한다.「세균」은장티푸스무증상보균자로,반평생을섬에고립돼살아야했던‘장티푸스메리’의비극을일깨운다.그는“현대의학이완벽해보이지만,실은1900년대에도의학은‘현대의학’이었다.지금의우리도완벽하지않을것이다”라며“여전히비합리적공포감과손가락질과편견의프레임이남아있고누군가를지탄하는일이더욱손쉬워진세계에서,악의없이불행했던장티푸스메리의비극을우리는기억해야한다”고말한다.「가난」은돈이없어어떤치료도받지않고죽겠다던어느버스운전기사의이야기를,「열사병」은의료사각지대에놓인취약계층이유난히열사병환자로많이실려왔던2018년여름의기억을담고있다.

의사가아플때는어떤기분일까?
의사의통증,그리고내밀한사랑이야기까지
한편,이책에는조금은가벼운마음으로읽을수있는의사자신의이야기도있다.“의사도병원에가는게두려울까?”누구나한번쯤궁금해해봤을법한질문이다.결론부터말하자면의사도병원에가는게두렵다.어쩌면아무것도모르고병원을찾는환자들보다더두려울수도있다.병원에서만나는의사는하얀가운을입고근엄하게환자에게이런저런지시를하지만,사실진료가무섭고아프면힘든건똑같다.인간보편의고통앞에서그가보이는모습은의사의인간미를보여준다.그는무릎을크게다치고끙끙거리며혹시수술을하게될까봐전전긍긍하기도하고(「무릎」),어렸을적유난히아프던발가락마취의기억을떠올리며유독발가락마취주사를맞으러온환자에게“이거진짜완전히너무아픈겁니다.아휴,꼭잘참아주세요.이거정말진짜아파요”라고거창한예비선언을하기도한다(「발가락은특별히더아프다」).
하지만사뭇유머러스하게묘사되던‘개인적인통증’이때로는묵직한깨달음으로이어지기도한다.내밀한그의이야기들이꼭개인적인것만으로읽히지않는대목이다.

타인의고통을많이경험하고지식을쌓은의사도좋은의사가될수있겠지만,더불어자신의삶을오래경험하고예민하게지켜본의사도좋은의사가될수있겠다싶었다.(…)생이길어질수록이해할수있는고통의가짓수가느는것이다.보통사람이나이지긋한의사에게더욱신뢰감을느끼는것은,의학은반복으로공고해지는경험의학문이기때문이기도하지만,의사개인이인생굴곡을통과할수록그의삶도많은고통으로풍성해지기에의사가환자의감정에이입할수있는확률이올라가기때문일테다.(…)삶이흘러갈수록나는더욱실재하는고통에가까워질것이다.그렇다면점차내환자들전부가아닌일부에게라도더깊이공감하며위로의말을건넬수있지않을까.그들의고통을내가겪은일처럼조금더이해하게될테니말이다.그런생각으로나는나이가들어가며다양한고통의편린을마주해도좋겠다는생각이다.(122~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