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자

고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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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 판화계의 거장 자오옌넨의 목각 판화와 함께 읽는 루쉰의 작품선집 네번째 권입니다.
“난…… 난 어쨌거나 좀더 살아야 해요……”

“조심한다는 건 매사에 부지런히 마음을 써야 하는 고통이었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망각과 거짓으로 죽음처럼 침묵하는 현실.
주위의 위엄과 차가운 눈초리 속에서 스스로 고독을 만들고
그 고독을 저작하면서 통곡했던 루쉰,
그의 초상들을 만나다.
저자

루쉰

중국의문학가,사상가,혁명가이자교육가.본명은저우수런이고자는위차이이다.1881년저장성사오싱현에서태어났다.1898년난징의장난해군학교에입학했고,곧이어장난육군학교부설철도학교로옮겨가서양의신학문을공부했다.1902년국비유학생자격으로일본으로건너가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서의학을공부하다문학으로국민정신을계몽하겠다는뜻을품고1909년귀국했다.1918년처음루쉰이라는필명으로중국근대문학사상최초의백화소설인「광인일기」를〈신청년〉에발표하며신문학운동의기치를올렸으며,이어중편소설「아Q정전」(1921)으로중국사회에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이후소설집『외침』(1923)『방황』(1926),산문집『열풍』(1925)『아침꽃을저녁에줍다』(1928),산문시집『들풀』(1927),문학연구서『중국소설사략』(1924)등을펴냈고,다양한필명으로여러잡지에잡문또는잡감문(雜感文)을기고했으며,많은외국작가의작품을중국어로번역소개했다.
루쉰은미명사와어사사등문학단체를이끌었고,국민당의반정부지식인탄압으로베이징을떠나샤먼,광저우를거쳐1927년상하이에정착했다.1930년부터는중국좌익작가연맹과자유운동대동맹에서활동했고,말년에마지막소설집『옛이야기,다시쓰다』(1936)를발표했다.평생중국문화사업에크게공헌한그는진보적외국문학뿐아니라국내외의저명한회화와판화작품을보급하고소개하는데힘썼으며,수많은고전문학을수집,연구하고정리했다.1936년상하이에서세상을떠났다.

목차

복을비는제사ㆍ007/비누ㆍ037/장명등ㆍ057/가오선생ㆍ075/고독자ㆍ093/애도ㆍ131
이혼ㆍ165/옮긴이의말ㆍ183/루쉰연보ㆍ187

출판사 서평

루쉰x자오옌녠목각판화작품집
새로운번역과강렬한판화로만나는중국근대문학의이정표,
중국의민족혼루쉰의대표작을읽는다!

문학동네는중국판화계의거장자오옌녠의목각판화와함께읽는루쉰작품선집을꾸준히소개해왔다.『아Q정전』『들풀』『광인일기』에이어이번에그네번째권으로『고독자』를선보인다.『고독자』에는루쉰의두번째소설집『방황彷徨』(1926)의수록작가운데표제작「고독자」를비롯한대표단편일곱편이실렸다.루쉰의글과완벽히조화를이루며독자에게루쉰작품에대한열정을불러일으키는자오옌녠의판화일곱점이각단편과함께한다.
루쉰은이작품들을1924년부터1926년사이에썼다.원래수록된소설집이름‘방황’에서짐작할수있듯이,루쉰이매우힘들었던시기에쓴작품들이다.제국주의침략과폭압적인정치권력등으로인한중국의혼란은희망을찾아볼수없을정도로어두웠다.중국의변화와개혁을바라는루쉰을절망시키기에충분했다.여기에루쉰개인사적으로여러시련이닥쳤다.문학적동지이자자신이부모처럼돌보았던동생과불화가생겨서,급기야결별하고따로분가해나오기도했다.첫부인과사랑없는결혼생활을언제까지지속해야하는지에대한고민,그런가운데싹튼새로운사랑으로인한갈등등이이어지던시기였다._‘옮긴이의말’에서

좌절과고민이이어지던시기를그대로투영한두번째소설집,『방황』의키워드는‘절망’이다.『방황』은그의첫번째소설집『외침?喊』이나온지3년만에세상에나왔다.『외침』에서루쉰은공화제혁명을추진하던1910년전후중국의모습을,즉,비극적현실을뛰어넘는새로운인간상과새로운세상에대한희망을담았었다.그랬던그가3년이라는짧은기간동안희망에서절망으로,세상을보는눈이어떻게,왜바뀌어갔는지그면면을『고독자』에실린일곱편의단편을통해가늠해볼수있다.

::복을비는제사
「복을비는제사」는사회주의중국이수립된이후최초로컬러영화로제작되는가하면,중등교과서에도수록되면서중국인이라면누구나소설로읽고영화로본작품이다.일찍이남편과사별한주인공샹린댁은루전의한집안에하녀로오게된다.누구보다착실히일해주인집과신뢰를쌓아가던그녀였지만,그녀의시어머니라는사람이그녀를시댁으로데리고간다.샹린댁은시동생의장가밑천을마련하기위해두메산골로시집을가게되고,아이를낳지만불운하게도또다시남편과아이를잃고루전으로돌아온다.그녀는완전히딴사람이되어버렸다.“제가정말바보였어요,정말”이라는말만반복하며손발이예전처럼민첩하지않고,기억력도많이나빠졌다.‘가난’의맨얼굴에대해생각해보게하는단편이다.

::비누
주위의글러먹은학생이나망해가는사회와싸우는등뭔가큰일을해야한다는생각을갖고있던쓰밍.어느날그는길거리에서노인을봉양하며구걸하는한소녀를본후비누를사게된다.집으로돌아온그는아내에게당신을위해샀다며비누를건네지만,아내는쓰밍의얄팍한속내를간파하고만다.

“당신이그효녀주려고특별히샀으니이제빠득빠득씻기면될거아녜요.나한테어디어울리기나해요?난필요없어요.그효녀덕을보고싶지도않고요.”
“그게무슨말이야?여자들이란……”쓰밍이말을더듬거렸다.얼굴에선쉐청이팔괘권연습을하고났을때처럼땀이흘렀다.절반은너무뜨거운것을먹은탓일게다.
“우리여자들이어째서요?우리여자들이당신네남자들보다훨씬낫지요.당신네남자들은열여덟아홉살먹은여학생을욕하지않으면열여덟아홉살먹은거지아가씨칭찬이나늘어놓는데그게다무슨꿍꿍이겠어요.‘빠득빠득’이라니,정말꼴불견이야.”
“내가아까말했잖아?그건건달들이한말이라고……”48~49쪽

공공연하게급진적인개혁을외치지만,자신의사적인생활에서는개혁을실천하기는커녕,여성에대한이중잣대를드러내는지식인의모습이그려진다.

::장명등
지광촌에는무려양무제시절부터전해내려오는관습이있다.사당에장명등을켜두는것인데,지광촌사람들은장명등이꺼지면마을이전부바다로변하고사람들은미꾸라지가된다고굳게믿는다.그러던어느날,이장명등을끄면마을의메뚜기도돼지열병도없어진다며최후의수단으로사당에불을지르겠다고주장하는사람이나타난다.

사람들의귀와마음에무서운소리가들렸다.“불을지를거야!”물론집안깊숙이칩거하는사람들의귀와마음에는아무것도들리지않았다.하지만온마을의공기에긴장감이돌았고,자신들이미꾸라지로변하는건아닌지,세상이여기서끝나는건아닌지불안해했다.당연히끝장나는건지광촌뿐이라는점을그들도어렴풋이알고있었으면서지광촌을세상전부인양생각했다.67쪽

마을사람들은그를미친사람으로낙인찍고결국가둬버린다.관습적인식과미신에저항하는사람의모습은루쉰이1918년발표했던소설「광인일기」의주인공과닮아있다.

::가오선생
가오간팅은「중화국민은모두국사정리의의무가있음을논함」이라는글을발표한후유명인사가되었다.인기에부응해,그는자신의이름을가오얼추로개명한다.러시아의대작가고리키의이름과흡사하게지은것이다.일주일전만해도친구들과함께마작을하고술을마시며여자를쫓아다녔던그가셴량여학교에서학생들에게역사를가르쳐달라는요청을받는다.가오얼추선생은부랴부랴수업준비를하고,수업첫날교무부장과의만남에서혼이쏙빠진다.교무부장은학생들을어떻게가르칠것인지에는큰관심이없다.

“저도여성들이공부하도록장려하는게세계적조류임을알지만자칫잘못하면극단에빠질수있다고생각합니다.하늘이좋아하지않는것도미리문제의싹을자르겠다는뜻일겁니다.일처리가인심을얻고불편부당하고중용에맞고우리민족의유산대로이뤄진다면결코폐단에빠지는일은없을겁니다.”83쪽

미흡한수업준비에잔뜩긴장한가오선생은결국수업을망치고집으로돌아와마작놀음판에끼면서,여학교란자신처럼점잖은사람들이어울리지못할곳이라며다시는가르치러가지않겠다고큰소리친다.겉으로는개혁을주장하지만이면으로는전통수호를주장하는지식인의허위와위선을가감없이풍자한다.

::고독자
시내에서멀리떨어진산골에서도시로유학을나왔던「고독자」의주인공웨이롄수.도시S성에서신식학문을배우고개혁을추구하는지식인이었던그가할머니의부고를접하고산골로돌아온다.전통적방식으로장례를치르라는마을사람들의권고에,그는그러겠다고짧게대답한후눈물한방울일절흘리지않다가갑자기소리를지르며울부짖는다.이후롄수는S성으로돌아가몇몇글을발표하다모함을받고일자리를잃게된다.롄수의생활은급격히어려워져구걸하는삶을살게되고과거의자신이주장하고떠받들었던신념과배척되는일을구해생계를유지한다.어느날화자인‘나’에게도착한서신에서롄수는‘좋아졌다’고말하지만,행간에밴자괴감을지울순없다.

사람들은거리낌없이자기주장을내세우는이를가장싫어했고,그런사람이있으면반드시뒤에서헐뜯었다.예전부터그러했고,롄수도그런분위기를알고있었다.하지만봄이되자교장이그를해고했다는얘기가떠돌았다.뜻밖이라생각했지만이런일역시예전부터늘있어왔다.그저내가아는사람만은그런일을당하지않기를바랐기에이번일이뜻밖으로여겨졌을뿐,S성사람들이이번에만특별히더사악했던건아니었다.106~107쪽

스스로고독을만들어그것을입에넣고저작하면서보낸일생이말예요.그런사람이무척많다는생각도들었어요.그런사람들때문에통곡한겁니다.113쪽

웨이롄수는루쉰의절망과좌절감이투영된인물이다.어두운현실속에서출구를찾지못하던당시많은중국지식인의상징이자루쉰자신모습의축소판이기도하다.

::애도
신세대젊은남녀의동거와그비극적파국을다룬「애도」속여성은자신만의삶을찾아서집을나오고,고등교육도받은신여성이지만결국남자와헤어진뒤죽음을택한다.두젊은남녀는연애할때만해도새로운세상에어울리는새로운연인이었다.하지만결혼뒤두사람의사랑은경제적압박과식어가는사랑때문에,무엇보다도전통적인남녀성역할이두사람의결혼생활을지배하면서파국으로치닫는다.

그런뒤로그녀는지난일의복습과새로운시험을시작했다.나더러따뜻함이남아있는허위의답안을숱하게쓰게해서그녀에게그온기를보여주도록하고,허위에찬초고는내가슴에쓰게했다.그런초고가점점내가슴을가득채워숨을쉬기가힘들어지곤했다.나는괴로워하면서이런생각을했다.진실을말하는데는자연히커다란용기가필요하다.하지만그런용기가없어허위속에서꾸역꾸역살아가서는인생의새로운길을열수없다.그뿐만아니라사람마저도살수없다!150쪽

::이혼
농촌의이혼문제를처리하는과정을다룬소설「이혼」은재판이아니라중재를통해자체적으로농촌공동체의분규와갈등을해결하던모습을그린다.이혼을원하는아이구는자신의부당한처지를개선해보려는의지가충만한적극적인여성이다.

“나도화가나서그래요.그‘새끼짐승’이젊은과부와눈이맞아서나는안중에도없고,어디내가만만할것같아요?그‘늙은짐승’도자기아들역성만들면서나는필요없다하니,어디두고보라지요!치대인이라도어쩌겠어요?제아무리지사나리와의형제여도말같지도않은소릴하진않겠지요?”167쪽

하지만결국이혼은중재과정에서사건을해결하는권력자의위선과편파적인시각아래,뜻밖의결말에이른다.

아이구는자신이완전히고립되었다고느꼈다.아버지는아무말도하지않았고오빠와동생은감히올생각을못했다.웨이나리는원래시집사람들편이었고치대인도믿을수없었다.젊은뾰쪽턱나리도비쩍마른빈대처럼굽실거리며장단을맞췄다.176쪽

아이구는생각지도못했던일이닥칠것임을알았다.예상할수도,막을수도없는일이리라.그제야치대인이얼마나위엄있는인물인지절감했다.잘알지못했던자신이지금껏방자하게굴며막나갔다.그녀는너무후회스러워자신도모르게말했다.
“저는원래치대인의분부대로따르려고……”179쪽

“당신은자기손으로누에고치를만들어서거기에스스로를가두고있어요.
세상을좀밝게봐야해요.”

“그럴지도모르지요.
하지만당신이말한누에고치를만드는실은어디서온겁니까?”

『고독자』속인물들은변하지않고여전히지속되는봉건적전통질서때문에희생당하거나,구질서에편승하거나묵인하며평화롭게지낸다.1920년대의중국은근대로나아가려는힘과구습을유지하려는힘사이에팽팽한긴장감이도는공간이었다.나아가려는힘은진보와혁명에대한희망에서비롯된것이었겠지만,현실은봉건구습을유지하려는관성에가로막혀긴장되고불안한절망의나날이었다.중국최초의리얼리스트작가인루쉰은『고독자』를통해허황된구호나선전대신근대로나아가는현실의단면그대로를담고싶었던것은아닐까.상처입은이리가깊은밤광야에서울부짖듯,구습을폭로하며절규하는루쉰의초상들을만나본다.

루쉰x자오옌녠목각판화작품집

『아Q정전』『들풀』『광인일기』『고독자』『옛이야기,다시쓰다(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