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박시하 시집)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박시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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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들어버린 식물의 재 안에서 부서지는 흰 빛”
슬픔의 문을 열고 가닿을 빛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2008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박시하 시인이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이후 4년 만에 찾아왔다. 60편의 시가 담긴, 그의 세번째 시집이다. “세계는 우리에 대한 사실이 아니야/ 어떤 확신일 뿐”(「아포리아」, 『눈사람의 사회』, 문예중앙, 2012)이라 외치던 첫 시집, “언젠가 삶은 사라지게 될 거야/ 아무것도 슬프지 않을 거야”((「구체적으로 살고 싶어」,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문학동네, 2016)라고 읊조리던 두번째 시집을 지나, “세계의 각도를 비틀 수는 있지만/ 마음은 비틀어지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은 사랑은/ 짐작하지 않는// 나의 도덕”(「나의 도덕」)이라 담담히 적어내려가는 이번 시집까지, 박시하 시인은 투명하고 단단한 슬픔의 언어로 시간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사라져가는 소중한 존재들을 애도해왔다.
저자

박시하

서울에서태어나이화여자대학교에서시각디자인을공부했다.2008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눈사람의사회』『우리의대화는이런것입니다』가있고,산문집『지하철독서여행자』『쇼팽을기다리는사람』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개가될까개가되면
날씨의아이/롤로와메이의책/이사1/저지대/존재의흐린빛/물고기/디어장폴사르트르/비의세계/죽은새/일요일의눈1/혼인식/가마우지/옥상,달빛,포도주/건축/간절기

2부구름이그달을가끔안아준다는것
가을/은하유령계/자유/빛은영원히영원한어둠에게로갔다/사라지는입술/미완의노래/더샤이닝/센강/선물/영원/하루/6월/무언극/2월/수어사이드송

3부사람을물에묻으면
양떼구름/애련/사라지는그림들/길위에서/죽음이미지/빗장/새벽/종이비행기/회녹색이름/전생/낡은첫밤의노래/모자들/잠시/11월/금지된새

4부하나가되면뗄수없을까봐
그을린방/이사2/진료실에서/시적인꿈/사슴/여름의게임/목없는그림자/일요일의눈2/미친잠/온갖꿈의언덕/무서운기쁨-헬가/세개의푸른올리브/토네루노에키/멸망경보/나의도덕

해설|사랑의공동체
김태선(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무언가주고받은느낌입니다
먼시간너머
시간이공간인우주의공허너머
어딘가에장밋빛집이있고
거기에서헤세와당신,불쌍한로캉탱,보부아르와내가
지워지는대화를나누고있을지누가알겠습니까?
먹먹한사랑을각자가슴에품고
알리지못한비밀을읊조리며
들리지않는노래를토해내겠지요
-「디어장폴사르트르」부분

우리가아는한정된시공간너머를시인은자신만의언어로들여다본다.밝힐수없는것으로남을‘알리지못한비밀’과‘들리지않는노래’가내밀한대화로오간다.“생존한다는건얼마만큼토나오는것입니까/친애하는사르트르”.‘사르트르-『구토』-박시하-시적화자-독자’로이어지는,유한성을넘어선소통.그사이사이우리는‘무언가주고받은느낌’을갖으리라.
이렇듯실체가보이지않는무언가를주고받는일은이시집에수록된열네편의시에서만나게되는두인물‘롤로’와‘메이’사이에도일어난다.한쪽이부재하거나응답할수없는가운데일어나는일.“메이는롤로를떠났다.//롤로가아프기때문이었다”로시작하는시「이사1」과“롤로는영혼의집을옮겼다.//메이가아팠기때문이었다”로시작하는시「이사2」.이들의이사는주거공간을옮기는것이아닌,서로가함께있던삶에서그렇지않은삶으로의이동을의미한다.“불행할정도로행복했던”둘의병증은“무수한잎을돋우”는것.메이는보랏빛잎사귀를피운롤로의나무하나에‘슬픔’이라는이름을붙이고바다로왔다.“이제는아프지마”라고기도하며잎사귀를하나씩해변에떨구는애도의형식.이것은메이의잎사귀를뜯어금간벽에붙이며손바닥이타버리도록기도하는롤로의창밖바다풍경과아름답고슬프게포개진다.행복했던기억이있고,‘증류된아픔’이이어졌고,마침내‘슬픔의문’이열리기까지,그들이주고받은무언가들로인해“아무것도변하지않았는데/모든것이변해버린것만같”다.

박시하의이번시집에는위에서아래로하강하는이미지가곳곳에산재해있다.비가내리고폭설이쏟아지는것부터,부서지고쇠락하고가라앉고산산조각나는것은필연적으로무언가,누군가혹은어딘가가스러지고사라지고지워지며어둠에덮이는것으로이어지는바,시인이이러한시세계를구축하기위해“한단어쓸때마다/손가락한마디씩부서지는//오랜형벌”(「그을린방」)을불사하며존재의그림자를향해다가간이유는무엇일까.문학평론가김태선이해설에서포착한것과같이“시인이스스로어두워지며어둠속으로들어가는까닭은,그그림자안에있을빛과만나기위해서이다.자신의그림자와타인의그림자가뒤섞여“무엇이무엇의그림자인지”(「롤로와메이의책」)알수없는,소통과불꽃의움직임처럼사라지면서만그모습을드러내는,밝힐수없는것을나누는사랑의공동체를노래하기위해서.”
폐허를바라보는허무의시선에서그치지않고,침묵과부재의허허로움에지지않고,그모든하강의이미지를끌어안은채가닿을빛을어디일까.시인의다음행보를기다리며시인과독자가음미할‘무언가주고받은느낌’을기대해본다.

그렇다면사랑은무엇일까
말할수없는혀가입안에서우주만큼커진다
사랑이에요
이말할수없는증폭이
나보다큰나를안고있는당신이

하늘의틈이벌어지고
끝없는눈이내린다
-「일요일의눈1」부분

●시인의말

어제를팔아서오늘을산다.
그러면내일이남는다.
이상한장사지만밑천이떨어진적은아직없었다.

결국장사치로서시를쓴다는사실이가끔당혹스럽다.

롤로와메이,죽은아이들에게이책을바친다.

2020년2월
박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