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남진우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남진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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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140 남진우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2009년 《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니 햇수로 11년 만이다. 총 68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첫 시부터 끝 시까지 산문시로만 채워져 있다.
저자

남진우

1981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사랑의어두운저편』『새벽세시의사자한마리』『타오르는책』『죽은자를위한기도』『깊은곳에그물을드리우라』가있다.명지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아주오래된폐가의문을열고들어가면
전투/창가에서/적막/고양이의비밀/문/거리의악사/책도둑/설인(雪人)/악어/밤으로의표류/산호초/화염국/광야를달리는사자처럼/검은고양이/서역만리/서산에해지고/산그림자/약속의땅

2부거울속에서전쟁이시작되었나보다
성문앞보리수/철제계단이있는풍경/천사가불칼을들어그땅을치니/겨울묵시록/귀뚜라미소년/겨울의빛/한밤의마술/모래의시간/천일밤의여행/우리가사는동안/봄빛/저녁식사/무명초/거울을들여다보다/회오리바람속에서/철거/가까이그리고멀리서

3부깊은밤침입자가창을넘어들어왔다
새를부르다/기적소리/봄밤의독서/최후의인간/개와늑대사이의시간/불타는책의연대기/심야의방문객/범행의흔적1/범행의흔적2/도서관에서/밀사/어두워지기전에/코끼리를꿈꾸다/심야의지하철/책들은그섬에가서죽는다/도착/나는어둡고적막한집에홀로있었다

4부자이제받아서쓰기만하면되네
제국의가을/사막의돌/새벽세시의시인/축제의시간/매복/그림자연못/불타는호랑이의연대기/실종/풍경/자객/스노볼/포효/여우이야기/잠들지않는아이를위한노래/빙하와어둠의기록/노인과바다

해설|펄프의꿈,도착(倒錯)의전화(前化)
-이‘이야기’는무엇인가?
|조재룡(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밤의끝,알수없는곳에서
새들이이야기를물고날아온다.”

문학동네시인선140남진우시집『나는어둡고적막한집에홀로있었다』가출간되었다.2009년『사랑의어두운저편』을낸이후처음선보이는신작이니햇수로11년만이다.총68편의시가4부로나뉘어담긴이번시집은첫시부터끝시까지산문시로만채워져있는데그래서일까,해설을포함하여168쪽이나되는두툼한분량도그렇거니와‘이야기’라는서사의체인이시한편만이아니라시편마다,나아가시집전체를팽팽히감고있구나,알게하는연이은숨의고리들로말미암아시를읽고시를이해하는데있어일단은고도의집중력을요하겠구나,각오뒤에다짐끝에그처음을시작하게한다.

“밤의끝,알수없는곳에서새들이이야기를물고날아온다”라는시인의말로포문을여는시집.서너번앞서읽은입장에서‘밤’과‘끝’과‘알수없는곳’과‘새들’과‘이야기’와‘물고’와‘날아온다’를키워드로페이지를넘긴다면보다수월하게읽힐것도같은시집.밤을말할수있겠는가,끝을풀이할수있겠는가,알수있는곳이라면우리가끝끝내살았겠는가,우리에게없는갈퀴있는두손을가진게새들아니겠는가,시라면서대놓고이야기라니리듬감있는정신이아니겠는가,씹거나삼키거나핥거나뱉는것이아닌물고있을적의그어중간함을감히삶과죽음의경계라하면과장이겠는가,그럼에도날아가서영안보이는것이아니라날아와서혹보일수도있겠다,하는기대로세상이치따질기세없이무한한상상력으로제안의헛것이랄까제눈에는온통보이는그것들을일단은꿰어보는과정이시가아니겠는가.

남진우의시문장은쓸데있기만해서,쓸데없음은못참아서,지방보다는근육인고로,우회보다는직진인고로,그읽기의빠른회오리에휘감기기에는다소어려움이있는것도사실이다.속도를냈다가는이야기의맥을놓쳐그품을다시파고들고자애초의처음으로돌아오기가십상인까닭이다.산문시의형태를띠다보니겉으로는느슨할수있겠으나속으로는촘촘히당겨짠직물처럼팽팽한시집.그위로비가내린다할때그물기를흡수하는시가아니라그물기스스로매달려있게하는시집.물기의머금음이아니라물기의매달림은투명한비침을담보로할터,이런꾀가없고저런수가필요없음을온몸으로증명하는시집.

도통감정적넘침을모르고짐짓거리두기의표본만을지켜온남진우의시는어떤경우에도특유의냉정하고차분하며날카로운관찰자의시선으로부터흔들리지않는단단함을제문학의본령으로유지해왔다.이번시집역시그런건강한토양에서출발은하나,갈고난밭고랑에심은작물의종류가전에없이다양해졌다는점,그이야기의초록들을거두는데있어끈기있게높이를키우고집요하게몸피를넓혔다는점에서앞선시집들과조금변모된양상을보이는것도같다.시로마주한자신과의싸움에서더한격함을보인다랄까,그것을이름하여열정이라할때이야기의소실점안으로쏟아지고모여드는이에너지를바로하여간절함이라말해보면글쎄,손사래의시인이저앞에서있을까.시라는이만큼의뜨거움,그여전한반복.“글쎄,저놈의사냥이언제나끝날지……”(「창가에서」)

시집전반을뒤흔드는주제는여럿일테고그중시라는원형으로의깊은탐구를건드려보자면그흔적은이렇게도발견되는듯싶다.“한번시작하면끝을보아야”(「고양이의비밀」)하는세계.“꽁꽁묶은보퉁이를풀어헤치자다른보퉁이가나오고그보퉁이를풀자또다른보퉁이가나오”(「문」)는끝도없는세계.“둥근달아래빙글빙글도는설인의춤”(「설인(雪人)」을마주할수있는세계.“한걸음내디딜때마다한걸음나에게다가오는계단”(「철제계단이있는풍경」)을만나야하는세계.“산맥을넘고바다를건너끝없이어디론가끝없이날아가는새”(「새를부르다」)를올려다보기만하는세계.“이밤나는홀로누군가를기다리고있지만그가영원히오지않으리라는것을”(「최후의인간」)이미알고도행하게하는세계.“간신히나는,오늘나는죽을것이다,라고”(「도서관에서」)일단은자신있게쓰게만드는세계.

죽음이라는본령은또어떻게건드려졌나.“석달전땅속에묻힌아내가멀리서대답하는음성이들려”(「적막」)들어버리는세계.“저멀리눈부시게빛나는약속의땅을향해가고또가며뗏목과함께우리는가라앉는”(「약속의땅」)다해도무서울것이없는세계.“아니그럼너는네가아직살아있다고믿는게냐.너또한기껏바스락거리고있을뿐이지않느냐”(「우리가사는동안」)라며새삼귀를열게하는세계.“씹으면씹을수록밥은모래가되어”가고“밥을먹으며서서히모래무덤이되어”(「저녁식사」)감을깨닫게하는세계.“나는귀가먹어아무소리도듣지못한다.너도입다물고흘러가는구름이나보아라”(「무명초」)일갈해주는소리에귀를기울이게되는세계.“바람은안자고뭐하나?/그냥헤매는거지.헤매다걸리는게있으면한번흔들어보는거지./한번흔들리고나면아무소용없어.돌이킬수없이변해버리는거야.”(「회오리바람속에서」)바람을보게만드는세계.

읽어나가면서몸에새겨지는문장의힘,그한두줄의마력만으로도어쩌면이시집의역할은제기능을다했다할수있을것이다.시의내용적측면에서정확한뜻풀이가가능한들그것이무슨소용이겠냐며,그렇게놀랄일도아니라며“페이지에서페이지로이어져가는글자들의끝없이긴행렬”(「산호초」)에곧바로합류할것이책에미친남진우만의일관된태도임을바로알수있어서다.전에없이시니컬한유머러스함을자주선보이기도한그의이번시집을때론킥킥대며읽다때론헉헉대며읽다그읽기의숨을오래참게한시가한편있으니,바로이「악어」다.“당신이분명히알아두어야할것은우리사이에악어가숨어있는것이아니라악어들사이에우리가살고있다는것.유일한문제는조용히살다어느날소리소문없이사라지느냐아니면악을쓰며뼈만남을때까지뜯기면서사느냐,그차이일뿐이다.”남진우의이번시집을한마디로어떻게말할수있겠냐,거듭누군가묻는다면그래,「악어」라는시에서이부분을이렇게추렴해볼수도있겠다.“그놈들은어디서튀어나올지모른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