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존재하는모든사회는저마다의불평등을정당화해왔다:
역사적불평등과20세기의뉴딜과누진세,그리고21세기의신소유주의
『21세기자본』이자본주의에내재한불평등의경제적동역학을분석한책이라면,『자본과이데올로기』는사회의불평등을정당화혹은‘자연화’하는정치적-이데올로기적동역학을분석한다.이를위해피케티는‘불평등주의체제’와‘소유주의이데올로기’라는두개의핵심개념을축으로역사속다양한사회들을역사자료와통계데이터로써종횡하는데,이로써그가궁극적으로드러내고자하는바는현대의극단적인부의집중과불평등이고정불변일수없다는점이다.피케티는1980년대이후증대된21세기의불평등이1차대전발발직전최고조에달했던‘벨에포크’시기(1880~1914년)의불평등에비견될만큼심화되어가고있으며,공동선을명분으로정당화되기가곤란한지경에이르렀다고본다.즉뉴딜정책과소득과자산에대한강력한누진세가불평등을완화하고경제적번영을이끌었던20세기중반이후,레이건과대처로상징되는‘보수혁명’을거쳐사적소유에대한절대적신성화를기반으로한소유주의이데올로기가다시금강력하게부상했다는것이다.그러나역사는선형적이지않을지언정인류의진보를향해진전되어왔다.피케티는한사회의불평등은그사회의정치와이데올로기를통해정당화되고고착되기도하지만,사회를다른형태로전환시키는힘이기도하다는것을역사학적이고도경제학적인연구를동원해매우실증적으로증명하고있다.
불평등은이데올로기적이고정치적이다:사적소유의신성화와불평등의자연화
피케티는서문에서“불평등은경제적인것도기술공학적인것도아니다.오히려이데올로기적이고정치적인것이다.이것이분명이책에제시된역사연구의뚜렷한결론이다”(19쪽)라고밝히고있다.『21세기자본』이불평등과재분배를둘러싼정치적-이데올로기적진화를일종의블랙박스처럼다룬한계를지녔다고자평하는피케티는『자본과이데올로기』에서이를정면에서다루고자한다.따라서이책이보여주고자하는것은불평등이경제논리에의한필연이아니며,사회의지배이데올로기와정치적세력균형에따라형태를달리해진화해왔다는점이다.책의1부는사회적불평등과그정당화의기원을다룬다.특히근대이전의전사(귀족)-사제(지식인)-제3신분(노동자와농민)으로이루어진삼기능적신분사회가프랑스혁명이라는단절을경유해19세기서유럽에서만개한소유자사회로전환되는과정을기술한다.2부는유럽열강의제국적식민주의를통해한사회의불평등이그내부와외부를가로지르며전개되는모습을기술하는데,특히식민지배의종언에서유럽국가들이가장공을들인것이식민지피지배노예들에대한배상이아니라,유럽인노예소유자들에대한배상이었다는점을강조한다.‘사적소유’가불가침의신성한권리로완성되는데는정치체제와소유체제가불가분의관계로부단히연결되어온역사적과정이놓여있다는것이다.
브라만좌파와상인우파:부의대물림과교육불평등의심화가불러온정당정치형태
『자본과이데올로기』는20세기에들어서면서볼셰비키혁명과양차대전,유럽사민주의사회의출현을거치며세계의불평등은역사적으로가장완화된형태를띠게되었으나,냉전과1980년대이후미국과서유럽의보수우경화및소련과공산주의의몰락을거치며21세기에불평등이다시금폭발적으로증대하고있다는점을계속해서보여준다.책의3부와4부는금융자본의세계화와초집중,조세피난처로상징되는불투명성으로인해한국가안에서는물론전세계적으로도재분배가더욱어려워지고있는현시대를다룬다.이에대한분석과더불어부의불평등이세대를건너대물림되며더욱집중되는현상,유럽사민주의정치가재분배를향한야망을포기한대가,구舊공산국가지배자들의과두지배와재정불투명성,엘리트중심의교육불평등으로심화되는소득불평등등모든것이20세기중반에상대적평등을실현했던계급정치의실종으로귀결되었음을보여준다.과거노동자들의정당이었던좌파정당이고학력자들(고소득자들)의정당으로바뀌어가고,전통적인상위자산보유자들의정당인보수정당들이사회토착주의를통해가난한50%를유인하게되는현재의정당정치가전세계적현상임을증명하는장들은이책의백미다.
‘브라만좌파’는학력·지식·인적자본의축적을지향한다.‘상인우파’는무엇보다도화폐·금융자본의축적에의거한다.이들이특정지점에서분쟁을겪을수도있다.‘브라만좌파’는예컨대고등학교,그랑제콜,그들이애착을갖는문예제도에재원을조달하기위해,‘상인우파’보다는좀더높은세금을선호할수있다.하지만두진영모두현행경제체계와,경제·금융엘리트에게만큼이나지식인엘리트에게도사실상매우큰이득이되는현재의세계화양상에대한강한애착심을공유한다.(…)‘브라만좌파’와‘상인우파’는사실상통치정당성의두형태를구현한다.이다중엘리트체계는,지식인엘리트와전사엘리트의역할분할에근거한오래된삼기능사회의심층적인논리로의일종의회귀를나타낸다.다만차이는전사엘리트가(재화와안전이이제는중앙집권국가에의해보장된다는사실로인해)상인엘리트로대체되었다는것이다.‘브라만좌파’와‘상인우파’가교대로집권하거나또는차라리상이한엘리트들을결집시키는연합의틀로함께통치할수도있다._본문831~832쪽
정의로운소유와영구적인부의재분배를위하여:사회연방주의와보편적자본지원
부의대물림과초집중을해소할방안은무엇일까.이책4부의마지막17장은이러한물음에대한피케티의답과그가제창하는참여사회주의의실현에관한일종의사고실험을담고있다.열린토론을전제하며피케티가제시하는몇가지중핵심적인안은‘사회적일시소유’와사회연방주의다.사회적일시소유는재산세나토지세같은사적소유에부과되는모든세금을누진소유세로통합하여개별적인부의대물림을막고사회적상속을실현하기위해‘사회적관계로서의사적소유’개념을전면화하자는방안이다.누진소유세는유럽성인평균자산의60%에해당하는12만유로(약1억6000만원)를25세가되는청년에게지급될자본의재원으로예시된다.
누진소유세가구현하는일시소유개념은,이미20세기에실험된누진상속세와누진소득세에내포된일시소유형태와연장선에있다.일반적으로이러한제도적조치들은소유가사회적관계이며따라서규제되어야한다는관점에기초해있다.(…)재화의축적은언제나사회적과정의결실이며,이는공적기간체계(특히법·조세·교육제도),사회적분업,수세기동안인류가쌓아온지식에의존한다.이러한조건들에서철저히그논리대로라면,막대한자산을쌓아온사람들은그일부를공동체에매년되돌려줘야하고,그렇게함으로써소유는더이상영구적이지않고일시적이된다._본문1043쪽
이러한소유의확산에더해국경·이민·민족·종교등(경계)을둘러싼균열과이로인한비극들을평등주의적연대로묶어내는안으로제시되는것이사회연방주의다.피케티가제시하는사회연방주의는자본에대한초민족적인규제및개입을발전시키지못하고외려학력엘리트에준거하면서자산엘리트와타협하는유럽사민당-미국민주당계열의좌파에대한비판과반성에근거하여,인민계급의물질적이익을옹호함과동시에이런방향을초민족적인연방제의형태로구현해야한다는전망을집약하고있다.이는특히극우파에의해구현될수있는사회토착주의에대한좌파의전략적대응방향일수있다.인민계급의균열과지배세력의연합이세계경제와맞물려불평등을증폭시키는현상황에대한토마피케티의진단은정치와경제가서로떼려야뗄수없는관계임을새삼환기시켜준다.정치와경제,혹은자본과이데올로기가뒤얽힌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를그려보는일은사회과학본연의과제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