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9월은 너의 3월

나의 9월은 너의 3월

$12.00
Description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문학동네 시인선 134번째 시집으로 구현우 시인의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펴낸다.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레드벨벳,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의 히트곡들을 작업한 작사가이기도 한 구현우가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집으로, 6년간 활동하며 깊은 진폭의 감정으로 써내려간 63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고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야기 솜씨”(이문재), “서사적이면서 동시에 논리적”이며 “다양한 해석을 받아낼 구조가 튼튼히 갖추어져 있다”(신형철)는 평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시인답게 구현우의 시편들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한 사람이 이별을 겪고,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이 충동적이며 불가해한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들. “정확하고 불명한 언어를 위하여/ 나는 밀실에서야 쓴다”(「미의 미학」)는 시구처럼 쓰면 쓸수록 불가해해지는 마음들을 감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감정의 프로타주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집은 총 다섯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아프다고 생각하자 병이 시작되었다’를 시작으로 ‘2부 네가 모르는 서울에 내가 산다’, ‘3부 사람이 멀어지자 마음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4부 그러나 가끔 선연한’, ‘5부 가깝다 여기는 만큼 가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 사람의 마음이 이별 이후 어떤 결로 움직이는지 선명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저자

구현우

저자:구현우
1989년서울에서출생했다.2014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했다.구태우라는이름으로작사가로활동하고있으며,레드벨벳,샤이니,슈퍼주니어,루나,V.O.S등의노래를작사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아프다고생각하자병이시작되었다
오로지혼자어두운/악인/네거티브필름/광시증/회색/빌헬름의에로티시즘/붉은꽃/감정은여러종류의검정/동경/망한시대와올바른생활

2부네가모르는서울에내가산다
선유도/적/망실/본능이상의것/번역/노르웨이숲/산타클로스의이별선물/설원/빨강/공범/만신창이의역사/서글픈오전부터지루한오후까지/도그빌/새벽네시/성

3부사람이멀어지자마음이멀어지게되었지만
무서운소설을읽은다음/불/우리의서른은후쿠오카의여름/연찬/드라이플라워/깊은밤에도감춰지지않는/바라만보면그리운닿으면부서지는/괘종시계가어울리는테이블/아무것도아닌말/몽유병자들/허브/혼혈/이토록유약하고아름다운거짓

4부그러나가끔선연한
Amnesia/두목수/진화/인상/비희극/거의모든사랑/체호프의총/그러나가끔선연한/결벽/너의작은캐리어/언젠가되기를바라는건당신같은사람/목격자들/Alcoholic

5부가깝다여기는만큼가닿을수없는당신에게
검은집/그러니까좋은사람/설치/공중정원/간밤/연/미의미학/와전/자각몽/홀/을의독백/영

해설|다시만날세계/강동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너는가을옷이필요하구나나는봄옷을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건너고있어

선유도에서는볼수있을거야차마겉으로는구분되지않는계절

나의9월은너의3월
_「선유도」에서

제목에서드러나듯이시집을아우르는가장주요한키워드는시차時差다.“만남은다른두개별적타자들을하나의동일한주체로융합시켜주는사태가아니라,각자의고독을상기시키는간극을계속해서보존함으로써유지될수있는‘감각의시간’을새로운만남의풍경으로다시,가시화하는일”이라는강동호문학평론가의말처럼,시인의‘겉으로는구분되지않는계절’에대한감각은‘너’와‘나’의관계를새삼재인식하게한다.지속적으로등장하는“너는어떤시절처럼나를본다”(「비희극」),“사이프러스뒤에서너는겨울을나는그전해의겨울을지나고있다.”(「그러니까좋은사람」),“아이슬란드는여름이고서울은겨울인데같은온도로바람이분다”(「새벽네시」)같은시구들은그들이지나쳐온어떤계절을환기하게한다.그리고시인이불러일으키는그환기는지금-여기우리에게분명히잔존해있는과거를현재화하는과정이된다.
그런이유로구현우의시를읽다보면자연히내가떠나보낸어떤시절을떠올리게된다.어쩌면그리움은과거의나와현재의나의간극과비례해커지는것이아닐까?‘너’와‘나’가경험한전혀다른계절은우리가서로다른사람들이었다는체념의근거가아니라서로를더크게염원했다는증거가되는것은아닐까,하는생각을하면서.

『나의9월은너의3월』에서는시인의아름다움에대한각별한자의식또한엿보인다.시인은‘너’와‘나’가존재하는세계에서아름다움을발견하지만문장,단어,그어떤이름으로도환원될수없는종류의아름다움에서종종언어의길을잃는다.그길잃음의흔적들은“한때/너무잘어질러진것들이영원히전시되어있다”(「그러나가끔선연한」),“너는누구에게도불린적이없어아름다운병명”(「네거티브필름」),“너무많은아름다움에파묻혀네가보이지않는다”(「거의모든사랑」)같은문장들에서마주칠수있다.그러나한편으로시인은그말할수없는아름다움을아름다움이라말하는것을포기하지않는다.불가해한그리움을발견한것처럼,구체화할수없음그자체가바로아름다움이라는깨달음이있었기때문에그는“오늘은아름답다는이런고백도가능하다”(「거의모든사랑」)라고독백했을지모른다.그는‘아름답다’고선언하는대신조심스럽게‘가능하다’라고되뇐다.

남부지방에는비가온다는데이곳에는눈이내린다

어제는너에대한미움으로잠을설쳤고
오늘은
누구에게든
미워하는마음을먹지않으려다
밤을샌다
_「새벽네시」에서

그러나그의시어들이우리의마음깊은곳까지와닿아감각을일깨우고우리를어떤계절속으로끌고들어갈수있는것은그가그토록정확히표현하고자한‘아름다움’때문만은아닐것이다.오랜시간고심하고다시고민해아름답고정확한단어를고르다가이내실수처럼내뱉어버리는“그럼이제우리아무사이도아닌거죠”(「결벽」)라는가장단순한진심처럼,끝내세공해내지못한투명한말들에우리는뜻밖의기습처럼사정없이흔들리게되는것이다.그러니『나의9월은너의3월』을펼쳐들어그속에담긴공기를호흡하는일은,매번어김없이찾아오는새로운계절속에서우리의그리움을마주하는일이기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