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조연호 시집)

유고 (조연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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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 조연호.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 『저녁의 기원』 『천문』 『농경시』 『암흑향』을 펴내며 한국 시단에서 가장 난해한 시인으로 일컬어지기도, 가장 독특한 시인으로 손꼽혀오기도 했던 시인 조연호.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좀 유연한 ‘앎’이 생기지 않으려나, 그가 펴낸 두 권의 시산문 『행복한 난청』과 『악기』를 펼쳐본 분이라면 더한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겠거니와, 무릇 시와 산문이 한데서 뿌리 내려 한데서 기둥으로 자라 오르는구나, 일관된 그만의 쓰기 패턴에 고유한 그만의 ‘쓺’ 스타일을 인지하게도 되겠거니와, 그럼에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그의 새 작품을 펼쳤을 때라 할 텐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묘한 당혹감을 실한 설렘으로 변주한 채로 책을 마주하니 시인 조연호의 신작 『유고(遺稿)』다. 문학동네시인선 136번째 시집이다.
특별히 부의 어떤 나눔 없이 총 45편의 시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는 이번 시집은 ‘유고(遺稿)’라는 제목을 힌트로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 다소 접근하기가 수월한 듯도 하다. 머리글로 올려둔 “사람은 본지 영혼이 깡마르고…… 그리하여 시체는 참으로 짙은 빵이리라” 이 구절만 보더라도 우리를 사로잡는 시의 분위기는 감은 눈 가운데 더욱 예민해지는 냄새라 한참 킁킁거리게 된다. 시는 알게 만드는 것일까, 시는 알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조연호의 시는 후자에 가까우리라. ‘절로’를 타고 가는 그 무한한 휨의 곡선 주자로 특히나 능한 이가 조연호 시인이라 감히 자부하는데, 그만의 리듬을 좇으니 부러지거나 부서지는 뼈일 리 없다 싶고 그만의 사유를 따르니 일리에 무리가 앞설 수 없다 싶다. 우리가 시를 왜 읽고 쓰는가, 그 질문에 가장 정직한 예로 왜 조연호의 시를 들이미는가 하면 바로 이 타이밍의 서성거림, 그 어른거림의 아름다움을 봐버려서일 거다. 목적을 놔버린 시, 목적에 영영 눈이 먼 시, 그래서 자유롭고, 그래서 더욱이 슬픈 시. 눈으로 먼저 읽어온 조연호의 시라면 이번 시집은 입으로 먼저 읽어봄이 어떨는지. 그 입술 사이에 무엇이 맺히는지 그 맺힘 속 나를 한번 비춰봄이 어떨는지.
저자

조연호

1994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죽음에이르는계절』『저녁의기원』『천문』『농경시』『암흑향』이있다.현대시작품상,현대시학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채색묘비앞에서/술래잡기후의고독/아리스토텔레스의나무/나역시아르카디아에서쓸모없음을줍다/긴피리의남근을불어주오,가련한가수의코를물어주오/호양나무의고요를따라/주홍책읽기/3계명/나는나의음부에들어간신만을의지하노라/겨울대육각형/겨울대육각형/우주에세이/나의개는포도나무였으므로/성야(星夜)사진을찍다/시인의성좌는별자리뒤편의고요한뒤따름/수대권(獸帶?)으로가는사람들/포도닫기의날/시체는참으로짙은빵/포도닫기/부탁의나무/묘갈(墓碣)A/여름산과학(産科學)/짐(?)이라는이름의술/영도(零度)의술/야소교흥망약전(耶蘇敎興亡略傳)/포도닫기주변/나는자기꼬리를공격하는개처럼풍물시(風物詩)의자기위협을근심하지않으리/칸트의밤꾀꼬리구절/만찬중떠올린의무/문학가의연문(戀文)/친밀성과밑바닥/케르베로스의정많은하루/추수후쌀겨고르기/귀신이있다/여름노장(露場)에세이/히페르보레이오스의나라/프네우마와함께계절이오고/은총은자연을파괴하지않고완성한다/천(千)의모습의첫문자/좋은가부장의시/은총은자연을파괴하지않고완성한다/슬(蝨)처럼취하다/령(?)/꽃/야좌도(夜坐圖)에서길을잃다

해설|그리하여다시한번더!
|김정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