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맛

귤의 맛

$12.50
Description
우리 모두가 지나온 초록의 시간
버겁고 외롭지만 함께라서 가능했던 그날의 이야기들
《82년생 김지영》으로 차이와 차별의 담론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키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귤의 맛』. 한 개인에게서 공감의 서사를 예민하게 끌어내는 저자가 이번엔 미열과 고열을 오가며 초록의 시간을 지나는 한 알 한 알의 존재에게 시선을 맞춘다. 숱한 햇볕과 바람을 들이고 맞으며 맛과 향을 채워 나가는 귤 같은 너와 나의 이야기. 사춘기나 과도기로 명명되는 시기를 쉽게 규정하지 않고, “어차피 지나갈 일, 별것 아닌 일, 누구나 겪는 과정으로 폄하하지 않고 그 자체의 무게와 의미로 바라보고 싶어 한” 작가의 다정한 응시가 담겨 있다.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소란, 다윤, 해인, 은지는 ‘맨날 붙어 다니는 네 명’으로 통한다.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이들은 다소 충동적으로 한 가지 약속을 한 뒤 타임캡슐에 넣어 묻는다. 앞날이 바뀔지 모를 이 약속 뒤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는데 소설은 이 약속을 둘러싼 네 아이들의 속사정을 번갈아 풀어놓는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단짝 친구와 어리둥절하게 끝나 버렸지만 위로받지 못한 소란, 학교의 기대와 모두의 호의를 받고 있지만 외로운 다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수신 불능의 아빠와 무너진 가계로 뻑뻑한 상처를 입는 해인, 이유를 모른 채 친구들의 무리에서 잘려 나간 기억이 있는 은지. 어긋나는 관계의 화살표 속에서, 미묘해서 오히려 말 못 하는 감정의 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막막함 속에서 지금의 시간을 쌓아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평범한 날 속에 자잘한 생채기가 나면서도 저마다의 악력으로 가지를 쥐고 초록의 시간을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닿아 있다.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친구 관계가 어려워서, 혹은 내가 내 마음에 안 들어서 답답하고 속상해하는, 그래서 가끔은 엎어져 울기도 하는 작고 여린 아이들의 사유와 감정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과 “남들도 다 겪는 일이야.” “네가 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라는 무성의한 말들에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고,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이 소설을 완성시켰다.
저자

조남주

1978년서울에서태어났다.이화여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PD수첩],[불만제로],[생방송오늘아침]등시사교양프로그램의작가로10년동안일했다.2011년장편소설『귀를기울이면』으로문학동네소설상을받으며소설가로데뷔했다.2016년장편소설『고마네치를위하여』로황산벌청년문학상을,같은해출간된『82년생김지영』으로2017년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82년생김지영』은현재세계각...

목차

고등학교입학식
다윤의이야기
소란의이야기
해인의이야기
은지의이야기
우리가가까워지는동안
우리가가장친했을때
다시,은지의이야기
다시,해인의이야기
다시,다윤의이야기
다시,소란의이야기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천천히답을찾아가면돼.우리는계속자라는중이니까.

?소란“앞으로누가이런말하면차소란존나나쁜년이라고좀해줘.”
맨날붙어다니는네명중의한명.그조용한애.넷중가장공부를못하고,가장말이없고,중간키에개성없는얼굴에아무런사연도특징도없어서아무도눈여겨보지않는걔,로불리는아이.그런데이것이소란의전부일까.

?다윤“다정이그만아팠으면좋겠어.아플거면그냥없어졌으면좋겠어.”
우울한집안사정같은건아무도몰랐으면하는마음과누군가먼저알아줬으면하는마음이다윤안에뒤엉켜있다.동정은싫지만위로는간절하다.이런다윤을엄마는이해할수있을까.책등의색이날아가듯빛바래져가는다윤의마음을이해할수있을까.

?해인“제인생망치지않았어요.망쳐지지않았어요,아빠.”
해인은베란다짐더미가운데서서계속울었다.엄마가손을내밀어구조하듯해인을베란다에서데리고나왔다.
“다른핑계찾을거없어.지금우리눈물나는상황맞아.그러니까울고싶으면그냥울어.”

?은지“우리친하게잘지냈었잖아.근데나한테갑자기왜그랬어?”
그때은지는처음으로잘못하지않아도불행해질수있다는사실을깨달았다.그리고사람들은모두스스로선택하지않은일에영향을받고책임을지고때로는해결하면서살아간다는사실도.

영화동아리에서만난소란,다윤,해인,은지는‘맨날붙어다니는네명’으로통한다.중학교3학년을앞두고제주도로여행을떠난이들은다소충동적으로한가지약속을한뒤타임캡슐에넣어묻는다.앞날이바뀔지모를이약속뒤에는저마다의이유가있었다.순간의여러감정과계산이빚어낸.

소설은이약속을둘러싼네아이들의속사정을번갈아풀어놓는다.평온하게흘러가는타임라인위에커서를대고잠시정지된장면을들여다보듯,작가는인물들의마음과주변을찬찬히훑는다.가장많은시간을함께보낸단짝친구와어리둥절하게끝나버렸지만위로받지못한소란,학교의기대와모두의호의를받고있지만외로운다윤,대화가통하지않는수신불능의아빠와무너진가계로뻑뻑한상처를입는해인,이유를모른채친구들의무리에서잘려나간기억이있는은지.어긋나는관계의화살표속에서,미묘해서오히려말못하는감정의틈에서,자신의목소리를내지못하는막막함속에서지금의시간을쌓아나가는아이들의모습은,평범한날속에자잘한생채기가나면서도저마다의악력으로가지를쥐고초록의시간을나아가는우리의모습과닿아있다.


나무에매달린채햇볕을받으며끝까지익은귤과,
아직초록색일때가지가잘려남은양분으로자란귤.
나는,그리고너희는어느쪽에더가까울까.
_본문중에서


“네가?대체?뭐가?부족해서?그러니?”라는?말들에?
“그래도?힘든?건?힘든?거라고,?그럴?수도?있는?거라고.”
십대아이들의편에서서이야기를풀어나가기위해,작가는그또래아이들을인터뷰하고,그들이만드는신문을읽고,청소년서적이나다큐멘터리들을찾아보며소설속인물들을성실하게빚어나갔다.

학교생활이힘들어서,친구관계가어려워서,혹은내가내마음에안들어서답답하고속상해하는,그래서가끔은엎어져울기도하는작고여린아이들의사유와감정을존중해주고싶은마음과“남들도?다?겪는?일이야.”?“네가?대체?뭐가?부족해서?그러니?”라는무성의한말들에그래도?힘든?건?힘든?거라고,?그럴?수도?있는?거라고?토닥여주고?싶은마음이이소설을완성시켰다.

성장은때때로버겁고외로운일인것같습니다.
이책이낯설고?힘든?시간을?보낸?이들에게?
인사와?위로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
_2020봄,조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