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화이트 호스

$13.50
저자

강화길

1986년전주에서태어났다.전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서사창작석사학위를,동국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방」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괜찮은사람』『화이트호스』,장편소설『다른사람』『대불호텔의유령』,중편소설『다정한유전』등을펴냈다.한겨레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젊은작가상대상,백신애문학...

목차

음복飮福_007
가원佳園_043
손_075
서우_111
오물자의출현_143
화이트호스WhiteHorse_185
카밀라_223

해설|신샛별(문학평론가)
그런여자,쓰(이)는여자,선택하는여자
-강화길의『화이트호스』를위한보너스트랙_253

작가의말_291

출판사 서평

왜여자들은비릿한애증을안고살아야했는가
왜어떤이들은영영아무것도모를수있는가
전세대여성의서사를꿰뚫는날렵한질문

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음복」은강화길소설의이러한변화를응축한작품이다.이단편은가부장제하에서는‘모를수있는것’이바로권력이라는사실을예리하게지적한다.「음복」의화자는새댁으로서처음참석한시가제사에서아무것도모른채속편한남편과달리한가족의갈등의내력을기민하게간파하고,또그것을이용하기를꿈꾼다.이러한욕망을시가의다른여성구성원들역시공유하고있다는것이느껴질때,여성들이불합리한구조속에서살아남기위해은밀한협약과묵인으로이뤄낸뒤틀린유대가새롭게발견된다.
그런데서로를향한여성들의애정은왜자꾸만어긋나면서날카롭게표출될까.「음복」이외부인인며느리의시선으로그러한현상을포착했다면,「가원佳園」은내부인인손녀의시선으로이모순의기원을찾아간다.느닷없이사라진할머니를찾기위해폐허가된옛집안으로들어가게된화자는망령처럼되살아난지난기억속에서무조건적인애정을보여준할아버지와자신을혹독하게성장시킨할머니의양육을대비해본다.조부모의모습에감춰진그들의진심을깨달은후,이손녀는할아버지보다할머니를더사랑할수있게될까.
이어지는단편「손」은딸을키우는어머니인화자의시선으로전개된다.해외근무를신청한남편대신아이를돌봐줄시어머니와함께살기위해지방의농촌으로이사한화자의편집증은가정을넘어마을전체에까지이른다.“마을에들어와사람들을해코지하고방해하는년”인악귀‘손’에관한미신을동력으로유지되는폐쇄적인마을에서딸을보호해야한다는압박감에시달리는화자가겪게되는기묘한일들이섬뜩함을안겨준다.

전세대여성의서사와모순적일수밖에없는그들의감정을세세히읽어낸강화길은여성의마음을어그러뜨리는구조적폭력을영리하고도섬세한작법으로들춰보인다.작가는여성에대한선입견과그로인해퍼져나가는소문과험담이여성에게병적인영향을미치는과정을생생하게묘사한다.
「서우」는여성들이연쇄실종된동네를무대로한단편으로,귀갓길에여성운전사의택시를탄한여성이차안에서맞닥뜨리는혼란과공포를그린다.소설은여성들에게는피해자의자리밖에는주어지지않으므로항상희생되기만할뿐이라는편견을서서히뒤엎으며농밀한스릴을선사한다.
「오물자의출현」은소설가지망생이자여성연예인이었던‘김미진’의죽음을파헤치는형식을취한단편이다.김미진에대한여러관점의분석과지인들의증언,김미진의유고를종합해진실에다가서고자하는열띤시도를따라가면서,강화길은한여성의죽음이한낱가십거리로전락해버리는비극을날카롭게재현한다.여성에대한평가에어떻게자극적인꼬리표가덧붙게되는지,겉으로드러난단편적인모습만으로누군가를판단하는것이얼마나소모적이고허황된일인지를역설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

이소설집의표제작「화이트호스WhiteHorse」에서강화길은이러한문제의식에서한걸음더나아가여성을구속하는말들을자신만의의미로다시쓰겠다는작가로서의다짐을드러낸다.‘백마탄왕자’를연상시키는이단편의제목은G.K.체스터턴의시집에등장하는시어이자,밥딜런과테일러스위프트가자신의음악에활용한상징이기도하다.이단어가강화길소설에이르러서는어떤의미로변모할까.자신만이쓸수있는소설을완성하기위해부단히자기갱신한끝에한국여성스릴러를대표하는작가가된강화길의다음소설을기대하게만드는단편이다.
책의말미에수록된작품「카밀라」에서강화길은이루어질수없는사랑의아픔을인간과흡혈귀의좁혀질수없는거리에빗대어표현한다.최초의여성흡혈귀가등장하는소설인셰리든르파누의고전소설『카밀라』를현대적으로변주한이단편은자연스럽게흡혈귀소설의대표작으로일컬어지는브램스토커의『드라큘라』를떠올리게한다.『드라큘라』에영향을주었지만그그늘에가려진『카밀라』는드러나지못한채뒤틀린유대로세상을떠받치고있는강화길의여성인물들과닮았다.기존의이야기를자신만의의미로또한번재탄생시키는이러한작업을계속하며,강화길은지워지지않을인상을한국문학에남기고있다.우리는『화이트호스』를읽으며훗날여성스릴러의고전으로자리매김할소설들을동시대에읽는기쁨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화이트호스의역사는집의역사가될것이고,이곳에머문사람들의기억이될거야.그들의기억에따라화이트호스의의미는달라질거야.왜냐하면쓰는사람,노래하는사람에의해그의미들은계속바뀔수밖에없으니까.그게그들이하는일이고,그들만이할수있는일이니까.(…)나는계속찾아다닐거야.그것이내가하는일이고,이것이나의사랑이니까.
그래.
정말사랑해._‘작가의말’에서

강화길소설을읽고나면맞서고싶어진다.조마조마하지만응시하고싶어진다.피해와방관과부역이뒤엉킨모순적인내부를들여다보게된다.모르는사람들,알려고하지않고모르는척살아도되는사람이라면이토록단단해진마음의두께를결코이해하지못하리라.
어째서누군가에겐두렵고누군가에겐그렇지않은가.이기울기와낙차는왜여전한가.죽은사람의사진에인사하는여자,태연한사람들속에서홀로진땀흘리는여자,낯선동네에서귓속말에시달리는여자를보면불쑥이렇게묻고싶을것이다.

강화길은어디에나있는여자들이야기로어디에도없는장르에이르렀다._편혜영(소설가)

아름다운문학을위해삶이필요한것이아니라삶이아름다워지기위해문학이필요하다는생각을,강화길의소설을읽으면서도자주하게되었다.더아름다운문학이있지않느냐고말하는주변의목소리가아닌자신의“진짜목소리”가이끄는곳으로가기시작했을때비로소강화길이라는작가가탄생하였고,나는우리세대의박완서가될수있을한작가를만나게되었다._신샛별(문학평론가)

무던한보통의얼굴이어떤폐허를딛고만들어졌는지강화길은직시한다.우리를구하는것은오직그런각오일것이다.회고는쉬운용서대신단단한언어와함께오직앞으로향한다.이소설집에수록된「음복」은,이작품이지금까지받았고앞으로받을어떤상보다도크다._이다혜(『씨네21』기자,작가)

서사표층의얇은껍질밑에위태롭게내재되어있는,은폐하고비켜가고타협해온많은문제들이점차민낯을드러내며여러층위의질문을던진다.가족을구성하고있는각사람들의무반성한행위와사고,상처의공격성과폭력성에대해묻는방식이교묘하고신선하다._오정희(소설가)

강화길이여기까지왔다.더아프고시린,생채기가덧나고아물고다시그렇게되기를반복한,생의표면에새겨진유구한주저흔을이토록태연한저주파의배음으로재생하고있다.강화길은이제어디로가려는가.나는조마조마한데,이보다더두근거리는기다림은드물다는걸알고있다._권여선(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