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조우리 소설)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조우리 소설)

$13.50
Description
“조우리의 소설을 읽을 때, 숨쉬기가 편안하다.
잘 읽히되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은 얼마나 귀한가?” _정세랑(소설가)

부드러운 압력으로 우리를 떠오르게 하는 산뜻한 바람의 소설
퀴어, 노동, 여성에 대한 확고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금의 여성 청년이 처한 현실을 단정하고 산뜻하게 그려낼 줄 아는 신인 작가 조우리의 첫 소설집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이 출간되었다. “담담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개 다섯 마리의 밤」을 포함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한 명의 신예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뭉클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변화가 사회의 모서리에 위치한 여성 인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성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반가운 젊은 작가의 탄생을 우리에게 알려온다.
퀴어, 노동, 여성 문제에 집중하는 소설이라면 이미 충분히 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우리는 사회의 약한 층에 놓인 인물들이 주인공일 때 빠지기 쉬운 우울함과 비관으로부터도, 윤리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자칫 취하기 쉬운 정의감으로부터도 멀찍이 거리를 둠으로써 지금껏 접하기 어려웠던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인물들이 놓인 현실이 결코 밝지 않음에도 이야기에 “적절한 바람길이 있어서 절망으로 가빠지지 않”(소설가 정세랑)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바람은 우리를 이리저리 휩쓸리게 하는 강풍이 아니라, 우리를 위로 가볍게 솟아오르게 함으로써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절한 온도의 미풍이다.
저자

조우리

2011년단편소설「개다섯마리의밤」으로대산대학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경장편소설『라스트러브』가있다.

목차

우리가핸들을잡을때007
11번출구037
미션069
내여자친구와여자친구들097
나사129
물물교환155
블랙제로181
개다섯마리의밤211

해설│선우은실(문학평론가)
우리의자리239

작가의말267

출판사 서평

“어디서든,너도꼭너를지켜.
그게우리를지키는일이될거야”

어디에도안착하지못한채이리저리휩쓸리는상황에서도
절망이아닌낙관을디테일하게그려낼때,
그순간생겨나는우리가서있을새로운자리

조우리소설에담긴사회적시선의변화는등단작인「개다섯마리의밤」과최근에발표한「미션」을함께묶어살펴볼때두드러진다.두작품모두연인또는주인공과가까운인물이해고당하는사건이소설의중심에놓여있는데,각각의소설이이문제를다루는방법은사뭇다르다.「개다섯마리의밤」의‘지유’는연인‘준희’를찾기위해길을떠난참이다.공장에서만나연인이된두사람의관계는준희가해고당하면서조금씩흔들리기시작한다.그뒤준희는함께살던집에서나가버리고,지유는어디로갔는지모를준희를찾기위해버스에올라탄다.‘다섯마리의개를담요로삼아야할만큼몹시추운밤’을의미하는‘개다섯마리의밤’은지유와준희가처해있는현실그자체를가리키는것일테다.
「개다섯마리의밤」이인물들을둘러싼‘밤’이라는시간대에초점을맞춘다면,「미션」은인물의행위에좀더중점을둔다.물류회사에다니는‘미경’은토요일밤회사업무용앱인‘미션’을통해다음날오후부산에서열리는과장의결혼식에팀대표로참석하라는팀장의지시를받는다.주말을반납하고부산에가야하는것도스트레스이지만더큰문제는석달전그과장의비리를익명으로고발함으로써과장이부산지사로좌천되게한사람이바로미경자신이라는데있다.자신을개인비서부리듯함부로대하던그과장을다시마주해야한다는사실이끔찍하지만팀장의명령을거부할수도없는미경은부산으로향하는KTX에올라탄다.그리고부산으로향하는짧은시간동안미경의머릿속에떠오르는건,박물관에서연구원으로일하다자신을‘공공재’처럼아무렇게나대하는학예사들의횡포를견디다못해일을그만두고한국을떠난‘수아’의모습이다.“복사기처럼,휴대폰처럼,차키처럼”(87쪽)마구부려지는미경과수아의처지는「개다섯마리의밤」속인물들이처한위태로운노동현실과비슷하지만,결혼식이끝나고서울로향하는미경이수아에게전하지못한“어디서든,너도꼭너를지켜.그게우리를지키는일이될거야”(96쪽)라는말을떠올리며“미뤄둔미션을실행할때”(같은쪽)라고읊조리는모습은미경이지금의상황을타개하기위해어떤행동을취할것임을예감케한다.
그러므로조우리소설의변화에대해이렇게이야기해볼수있지않을까.조우리소설은인물들이자신을둘러싼현실을‘밤’인채로두지않기위해어떤행동력과의지를강화하는쪽으로변해왔다고말이다.소설집의맨처음에자리한「우리가핸들을잡을때」또한‘행동하는’인물의모습이담긴작품으로,여성이다른사람에게운전대를맡기지않고스스로운전대를잡기로결심했을때어떤일이가능해지는지포착한다.운전문제로여자친구‘상미’와싸운‘나’는홧김에집을나와엄마집으로향한다.인력사무소를통해입주청소일을받아하는엄마는‘나’에게최근에친해진동료‘금자씨’와함께셋이서운전연수를받자고제안한다.세사람이돌아가면서핸들을잡기로한건강습비를할인받기위함이지만,이행위는뜻밖에‘나’에게상미와화해할수있는계기를마련해주고이를통해‘나’는그전과는다른선택지가자신에게있음을깨닫게된다.“레즈비언딸과,딸의다툼을살뜰히염려하는엄마와,이혼후제2의인생을위한여행자금을준비하는이주여성천금자.조합만으로도흥미로운이로드트립”은다양한현실에놓인인물들을모두아우르며퀴어,노동,여성문제를날렵하게가로지름으로써“연민이나윤리적자기성찰용비극으로우회하지않고,여성연대로부터각자의문제를마주하는산뜻한동력”(문학평론가김건형)이조우리소설의핵심임을보여준다.

“우리는서로를끌어안을필요가없었다.
위로가필요한일이아니라는걸,알고있었다.”

표제작인「내여자친구와여자친구들」은대학생때만나십년동안연애하고그중오년을같이살고있는레즈비언커플인‘나’와‘정윤’의이야기를그린다.정윤에게는어린시절부터각별하게지내온네명의여자친구가있는데,정윤은틈만나면‘나’에게그친구들의결혼식,돌잔치,모임에가자고조르고‘나’는그제안을계속거절한다.그러다‘나’는정윤의친구아들돌잔치에참석해달라는제안을받게되고,같은날대학동창‘수지’로부터초대장을받게된다.돌잔치와수지의연락은레즈비언이라는‘나’와정윤의정체성이다른사람들에게어떻게받아들여져왔는지를날카롭고뼈아프게상기시키지만,이작품또한조우리특유의산뜻함과담백함으로우리를우울이나비관으로빠뜨리지않는다.
등단직후이루어진한인터뷰에서조우리는“나에게소설은붙잡는것이다.사라지거나흩어지지않게계속붙잡는것.소설이할일은이름을붙여주는일이라고생각한다.(…)어떤뉴스장면을보는데괜히마음아프고눈물날때.그게어떤감정인지모르고지나가는데문학은그게뭔지조금더이야기해주는것”이라고말한바있다.그때로부터십년의시간이지나는동안조우리는그다짐을계속붙든채,희미해지기쉬운여성의자리를소설속에마련하는작업을계속해왔다.조우리소설이그전과조금은다른방식으로여성을호명함으로써우리는,무턱대고밝거나마냥구겨지지않은새로운표정으로우리를돌아보는여성의얼굴을마주볼수있게되었다.



나를힘들게하고내가힘들게했던,그럼에도다시나를웃게하고기쁘게했던내소설속의모든여자들에게.내가서있는자리에함께서있었던그들에게.내여자친구와여자친구들에게.원하는대로행복하길바란다고,정말행복하길바란다고말하고싶다.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