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잔 극장 (손홍규 장편소설)

파르티잔 극장 (손홍규 장편소설)

$14.50
Description
“네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언젠가 너를 일으켜세워줄 거야.”
자기 자신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
서로의 이야기가 되어주기 위해, 서로가 되어주기 위해
기꺼이 절망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중한 문제의식과 인간 내면에 대한 애정어린 탐구를 정련된 문장에 담아내는 작가 손홍규의 신작 장편 『파르티잔 극장』이 출간되었다. 꾸준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소설세계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작가가 『서울』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장편 『파르티잔 극장』은 1930년대 말부터 해방공간을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연극과 무대를 향한 매혹을 공유하며 한몸처럼 이어진 두 사람의 운명을 그린다. 불행한 역사의 굴레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비극을 감당하며 끝내 사랑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 두 사람의 자취가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
저자

손홍규

1975년전북정읍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1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사람의신화』『봉섭이가라사대』『톰은톰과잤다』『그남자의가출』,장편소설『귀신의시대』『청년의사장기려』『이슬람정육점』『서울』,산문집『다정한편견』『마음을다쳐돌아가는저녁』등이있다.노근리평화문학상,백신애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장불멸의집
2장희극배우
3장무력하고불행한
4장새와물고기
5장파르티잔들의극장
6장당신이야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무력하고불행한사랑에뛰어든이들,
홀로일어섰다홀로멸망한이들에게바치는
작가손홍규의먹먹한송가

1930년대말삼청동언덕배기의한셋집,하루종일마루끝에앉아지금의자신이아니라면무엇이되어도상관없겠다고생각하는어린여자아이가있다.이름난기생이었던이모와함께,왕년에유명한배우였으나오랫동안격리병동에감금되었던어머니를기다리는‘희수’는그러나돌아온어머니가애정과증오사이에서요동치며무너져내리는모습에커다란상처를입는다.그리고그집문간방에인력거꾼아버지와함께세를들어온소년‘준’이있다.오래전어머니가집을나간뒤로방직공장기숙사에서지내는누나에게만마음을의지하는준은희수의상실과상처를자신의것처럼알아보고,희수역시그에게마음을기울인다.
준은그집에세든배우와기생,그리고마술사사내와그의단짝인거인차력사와어울리며연극과무대에대한열망을키워가고,희수역시춤을배우고준과함께극장을다니며무대에익숙해진다.그러나혼란한시대의한가운데에서희수는엄마를,준은누나와아버지를연이어잃고,가혹한운명은두사람에게씻을수없는고통을안긴다.서로를향한마음에도불구하고두사람은이별과재회를거듭하며해방공간의혼돈과전쟁의참화속으로휘말려들어간다.

“나는그가결코연기할수없는그가되고싶었어요.”

희수와준두사람의삶을좌우하는커다란사건과주변인물들은당시의역사적사건과실제인물들을참고한것으로,소설에는일제강점기의좌익운동과사상검열,해방공간에서의좌우충돌과정치공작등당시의주요한정치적,문화적사실뿐아니라신파극에서만담,막간극등의대중극과신극으로,궁중무용에서서양춤으로이행해가는당대문화예술계의흐름이그배경에두텁게깔려있다.이와같은세부의정밀함은단순한소재적관심이나시대고증이상으로이소설이역사현실에밀착해쓰였음을알수있게한다.
그러나소설은그와같은요소들을전면에드러내장식하기보다이야기의밑바탕에자연스럽게배치하고그보다는희수와준두사람의관계와마음의움직임에초점을맞춘다.거기에인간과예술에대한깊은역설을간명한진술로압축해전달하는문장은두사람의상황과내면에대한어떤설명보다더극적으로다가온다.

그가더이상무엇에도아파하지않도록그의침묵을지키는혀가되고싶다.그의사연들이이야기가될수있도록그의삶을기록하고다른이들에게들려줄수있는단단한혀가되고싶다.나는……그가결코연기할수없는그가되고싶었어요.(189쪽,298쪽)

서로를향한두사람의마음은서로를대신해서로의이야기가되고자하는,곧서로가되고자하는열망으로이어진다.이것이불가능한꿈만은아닌것은,자기자신임을잃지않으면서다른사람의이야기가되는것,“그사람이아니면서도그사람처럼혹은그사람을능가하여그사람으로존재하는자,그게바로배우”(187쪽)이기때문이다.소설에서희수와준이번갈아상대의이야기를서술하는화자가되는구성역시이를보여준다.
그리고그꿈은두사람만의이야기에그치지않는다.전쟁의와중에인민군포로와남부군대원으로재회한희수와준이유격대대원들의신상과이력을듣고기록으로남기는일,그이야기의“행간에웅크린슬픈기억과기쁜추억을뒤섞어본래그들의것이었다고도그들의것이아니었다고도말할수없는한사람한사람의사연”(340쪽)을기억하는일또한서로의이야기가되고자하는열망과다르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역사로부터우리가알고있듯이,어떤꿈들은이들의이야기처럼먼과거의실패로남았다.하지만이야기가끝나도소설속에남아울리는목소리들은이들의이야기가전과는다른무언가가되어영원히되살아나리라는예감과함께그목소리에귀를기울이게만든다.작가손홍규의남은이야기가더궁금해지는것은그때문일것이다.

나는……당신의인생이야기를듣고싶은게아니에요.내게당신이사랑했던사람의이야기를들려주세요.당신이사랑했던그이의삶을그이가들려주듯이내게들려주세요.나는……언젠가네이야기를할거야.네가그럴수있는것보다더아름답게,네가그럴수있는것보다더쓸쓸하게네삶을이야기할거야.나는이이야기를다른어떤사람도아닌너한테들려줄테니까.(3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