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여름의 빌라

$14.80
Description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이번 작품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백수린 소설의 화자들은 더이상 여리거나 약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보다 기민하게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천천히 균열을 직시하며, 관계의 어긋남을 아프게 헤아린다. 그 예민함으로 외면을 택하기보다 공존을 모색하기에 조용하게 단단해진다. 손쉬운 이해나 혐오에 빠지지 않고 사랑으로 이행하려는 이의 행보와 입술은 언제나 무거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백수린이 그려내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흔들림의 자취, 고요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동반한다.
저자

백수린

201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거짓말연습」이당선되면서등단했다.소설집『폴링인폴』,『참담한빛』,『여름의빌라』,중편소설『친애하고,친애하는』,짧은소설『오늘밤은사라지지말아요』,번역서『문맹』,『여름비』를출간했다.젊은작가상,문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제45회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간의궤적007
여름의빌라041
고요한사건073
폭설107
아직집에는가지않을래요139
흑설탕캔디169
아주잠깐동안에205
아카시아숲,첫입맞춤235

해설|황예인(문학평론가)
나의작은세계에서벗어나서267

작가의말288

출판사 서평

그런걸찾는다면이소설을읽어야한다._박연준(시인)

이제백수린의소설은두팔을뻗어자신이스스로단련한근육을통해
모어와모국,모성의세계의불균질함까지나아간다._김금희(소설가)

백수린소설의화자는모름지기조심스럽다.이사려깊은인물들이지나온“결정적인한장면”(「고요한사건」)을둘러싼계절과세월을함께좇아가보는일이그의소설을읽는주요한독법이자체험일것이다.‘결정적인한장면’이란그저작가가그려내는클라이맥스를뜻하는것은아니다.이는오히려자신의최선으로사려깊었기에피치못한시차視差와사각死角을‘이제와’되짚고대면하는여정에더욱가깝다.표제작「여름의빌라」와「시간의궤적」은그때는미처보지못한이면의진실이오랜시차를두고당도하는이야기다.서로다른삶의조건을가진‘나’와‘언니’(시간의궤적」),‘주아’와‘베레나’부부(「여름의빌라」)가일식하듯포개어졌다다시금멀어지는과정을반추하며비로소생생한과거에다다르는과정을작가는그려낸다.선명한상실의감정앞에서단절이아닌마주하는용기를택하는소설속화자들에게상실은더이상상처가될수없다.
모국에서든이국에서든유배의감각으로살아갈수밖에없는화자들,이를테면‘전학생’‘아시아인’‘여성’으로서내안의소수자성을끊임없이인식하고제위치를살피는백수린의화자들에겐딛고선모든땅이언제나이국일수밖에없을것이다.물론그경계는쉬이지워지지않지만,내안의이인異人을부단히인식하는인물들은타자의삶을예단하는대신자신의삶으로들여놓으며,반대로감히타인이되어보기를경계하기에고독해지는인물이탄생하기도한다.재개발지역에불시착한듯한한가족과그속에서소외감을느끼는나의고독과한계를한폭의정물화로그려낸「고요한사건」,어느밤힘겨워하는노인을돕는‘착한일’이초래한비극으로자꾸만그날로되돌아가는한남자를그린「아주잠깐동안에」에는작가가오래도록천착해온경계의윤리가촘촘하게구현되어있다.
한편「아직집에는가지않을래요」는이번소설집안에서도“아주우아하게다른방향으로결을뻗은놀라운작품”(김금희)이다.모체에가두어져있던욕망이서서히발화하는과정을담은이소설은아주낯선아름다움을목도하는작품이될것이다.또한「폭설」「아직집에는가지않을래요」「흑설탕캔디」는백수린이그리고자하는여성과여성의욕망을이채롭게변주한삼부작으로도읽힌다.더이상타인의욕망을욕망하는것이아닌,이제는거울이필요없는“자신의인생을특별한서사”(「흑설탕캔디」)로다시쓰는여성들의우아한여정이이소설들엔담겨있다.소설집의마지막에실린「아카시아숲,첫입맞춤」은백수린의한시절을닫는소설로부족함이없다.과거와현재를이음매없이오가는한없이서정적인문장속에서순수와도발을넘나드는이야기를통해우리의한시절역시“내가상상할수없는일들로이루어진매혹적인서사”로채워질것이다.

“어떤이와주고받는말들은아름다운음악처럼사람의감정을건드리고,
대화를나누는존재들은한번도가보지못한낯선세계로인도한다는사실”

이제그는선량한호기심으로나와타인을가르는경계선들을세심하게살핀다.복잡한갈등을외면하지않은채로공존의공간을모색하면서말이다.(…)낙관이나비관으로섣불리기울어지지않고,손쉬운납득을위해인물을납작하게그리고싶은유혹을떨치면서계속이야기를써나가겠다는.백수린의이야기가지금의우리에게필요한까닭이바로여기에있을것이다._황예인(문학평론가),해설「나의작은세계에서벗어나서」에서

백수린소설의화자들은더이상여리거나약하지않다.그들은누구보다기민하게세계의변화를감지하고,천천히균열을직시하며,관계의어긋남을아프게헤아린다.그예민함으로외면을택하기보다공존을모색하기에조용하게단단해진다.손쉬운이해나혐오에빠지지않고사랑으로이행하려는이의행보와입술은언제나무거울수밖에없으리라.그렇기에백수린이그려내는제자리를찾아가기위한흔들림의자취,고요한열정은언제나아름다움과숭고함을동반한다.
맑은눈으로세상을응시할때담기는풍경,그리하여너머와다음을예비하는시선에는때론결기마저서려있다.명쾌한이치를제시하기보다복잡하게아름다운세계를찬찬히기록하려는반짝이는눈동자는빛으로형형할수밖에없을것이다.시간사이에징검돌을놓는듯한섬세한문장과그것보다더욱촘촘하게직조한감정의플롯은비좁은나의세계에서벗어나도록우리를인도할것이다.상처와과오를기꺼이꺼내보이는용기는낯설지만더넓은세계로데려다놓는길이된다.“상서로운눈이내린다던소설小雪의밤”(「고요한사건」)에서소서小暑의여름의빌라에이르기까지,그길에서만나는애틋함도슬픔도기쁨도불가해함도모두축복이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