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 검은 머리 (양장본 Hardcover)

파란 눈 검은 머리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이 이야기는 내가 글로 쓰게 되었던 사랑, 그중 가장 위대하고
가장 끔찍한 한 사랑 이야기다.” _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연인』(1984)과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1959)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가 1986년에 발표한 소설. 뒤라스는 60대에 접어들어 만난, 오랜 자신의 팬이자 동반자로서 자신이 죽을 때까지 함께해준 ‘얀 앙드레아’에게 이 소설을 헌정했다.
희곡과 소설의 경계에 있는 목소리로 써내려간 이 작품은, 파란 눈 검은 머리의 젊은 외국인을 동시에 욕망하는 한 남자(‘그’)와 한 여자(‘그녀’)가 그의 부재를 통해 관계를 맺어나가는,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탐구를 그린다. 발표 당시 독특한 글쓰기 형식과 ‘동성애’라는 화두로 평단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소설은, 사랑과 욕망을 다루는 뒤라스 문학세계의 원형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본래 이 작품은 단편 『죽음의 병』(1982)을 희곡으로 각색하려던 시도에서 나왔지만, 뒤라스 자신은 『파란 눈 검은 머리』를 쓰면서 직전에 발표한 『연인』을 비롯해 모체가 된 『죽음의 병』도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뒤라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소설을 묘사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글로 쓰게 되었던 사랑, 그중 가장 위대하고 가장 끔찍한 한 사랑 이야기다.”
저자

마르그리트뒤라스

(MargueriteDuras,1914~1996)
본명마르그리트도나디외.1914년베트남사이공근교지아딘에서태어나,수학교사였던아버지와초등학교교사였던어머니,그리고두오빠와함께프랑스령인도차이나에서유년시절을보낸다.1932년대학입학과함께프랑스에정착했고,1939년첫번째남편로베르앙텔므와결혼한다.‘뒤라스’라는필명으로첫소설『철면피들』(1943)을출간한다.이차대전중에는프랑수아미테랑과함께레지스탕스로서,1950년대에는열렬한공산주의자로서현실정치에적극적으로참여하며,알제리전쟁반대운동과68혁명등프랑스현대사의현장에도함께한다.1950년대말누보로망과결부되기도했던뒤라스는,특유의반복과비정형적인문장으로통속성과서정성을뒤섞어자기만의글쓰기영역을구축해간다.여러작품을통해주로부재와사랑,고통과기다림,글쓰기와광기,여성성과동성애의기이한결합등을묘파해보인다.『태평양을막는방파제』(1950),『모데라토칸타빌레』(1958),『롤V.슈타인의황홀』(1964),『부영사』(1966)등의소설을비롯해,『공원』(1955),『히로시마내사랑』(1958)등다수의희곡과시나리오를썼으며,자신이직접감독하고촬영한〈나탈리그랑제〉(1972),〈인디아송〉(1973),〈오렐리아슈타이너〉(1979)등을통해영화사에도중요한발자취를남겼다.1980년부터함께한삶의동반자얀앙드레아와의관계를바탕으로『죽음의병』(1982),『파란눈검은머리』(1986),『에밀리L.』(1987)등의작품을집필한다.『연인』(1984)으로공쿠르상을수상하며세계적으로큰명성을얻는다.이후마지막작품『이게다예요』(1995)를출간한이듬해1996년3월3일,파리에서세상을뜬다.

목차

파란눈검은머리9

옮긴이해설:부재의복원과사랑의입체낭독극175
마르그리트뒤라스연보211

출판사 서평

뒤라스문학세계의원형이녹아든후기작『파란눈검은머리』

“그녀가또한말한다,사랑은당연히이런식으로올수도있는거라고,누군가모르는사람에대해그의두눈이어땠는지말하는것을듣는그런식으로.”(본문31쪽)

『파란눈검은머리LesYeuxbleuscheveuxnoirs』(1986)는마르그리트뒤라스가일흔둘의나이에발표한후기작이다.여름해변가한호텔에서파란눈검은머리의젊은외국인을동시에욕망하는한게이(‘그’)와한여자(‘그녀’)가우연히만나그의부재를통해관계를맺어나가는,불가능한사랑에대한탐구를그린다.말년에발표한이작품은주제면에서든형식면에서든뒤라스문학세계의정수를보여준다고평가받는다.그동안뒤라스는인도차이나에서보낸유년시절의고통,사랑과죽음,욕망과부재,고독과글쓰기,여성성과동성애등을주제로대중성과서정성이묻어나는이야기를반복적이고도비정형적인자신만의문체로묘파해보이며프랑스를대표하는작가로사랑받았다.전작『연인L’Amant』(1984,공쿠르상수상)과『고통LaDouleur』(1985)의커다란성공에힘입은데다,독특한글쓰기형식과동성애라는화두로이책은출간당시평단과세간의이목을집중시킨다.소설-영화-연극등여러장르를넘나들던이력을짐작하게하듯,뒤라스는이작품에서소설과희곡(지시문)을뒤섞는문체로마치미니멀연극무대같은풍경을보여준다.옮긴이김현준은“뒤라스적사랑의공식을원형적으로형상화하고있다는점에서,뒤라스에게고유한욕망의형식으로서의외침으로그사랑을발화하고있다는점에서”이작품이뒤라스문학세계의원형을간직하고있다고짚어낸다.

사랑의불가능과욕망의생성을재현하는목소리:이책의탄생배경과특징
이작품의탄생은크게두가지점에서특징적이다.첫째,이책은모태가된단편『죽음의병LaMaladiedelamort』(1982)을희곡으로각색하는과정에서나왔다.이시도의계속된실패로서의글쓰기가아이러니하게도이작품의완성으로이어진셈이다.이는공통의사랑하는대상을잃고우연히만난남녀가서로의눈동자에서부재하는대상을거느린채이매개를통해서만서로를절망적으로욕망해나갈수있을뿐인,사랑불능의자리에서욕망의생성을이야기하는이책의테마와도묘하게겹친다.둘째,이책은1980년여름부터함께한,뒤라스의연인이자38세연하의동성애자얀앙드레아와의만남속에서나왔다.책을펼치면가장먼저‘얀앙드레아에게’라고적힌헌사에서도이는확인된다.작가는자신의삶에서마지막까지비극적으로남은불가능한어떤사랑에대한질문을재차밀어붙이며이책을통해파랗고도검고도희디흰하나의순수한탐색을결정화하고있다.“이이야기는내가글로쓰게되었던사랑,그중가장위대하고가장끔찍한한사랑이야기다”라고말했듯,뒤라스는하나의비극적인정염이어떻게관계의고립이자그틈입을허용하는결정적사선이되는지를들려준다.
한국어판에옮긴이가덧붙인착실한해설「부재의복원과사랑의입체낭독극」과파란많은작가의삶과작품사이의연관성을따라가보게하는「마르그리트뒤라스연보」와더불어,독자는이작품으로결정화된뒤라스의문학세계를더풍부하고깊이있는시선으로들여다볼수있을것이다.


책을극장삼아펼치는낭독극:비극적이고위대한이사랑의여정

“『파란눈검은머리』에는,남자도여자도더이상없어요.그녀는또한이야기속젊은외국인남자이기도하죠.오로지책의마지막에서만,바로그기억이있어요,그녀가한여자라는기억이.”-마르그리트뒤라스

첫문장“여름어느저녁녘이,배우가말한다,이야기의중심이라고해볼것이다”에서보듯,이야기는독특하게도서술자의눈을통해마치배우가낭독을하듯시작한다.하나의‘외침’에서시작된이이야기속에는끝없이들려오는밤의파도소리,말과침묵,시선과빛의어른거림사이로절망하는두주인공이있고,이이야기와별도로그들의이야기를따라가며마무리하는서술자와그들주위를맴도는이책의배우들이있다.(무대)공간과인물들모두추상화처럼정련되어있고,둘의서사를끌고가는행위역시너무나단순하고간결하다.‘잔다,운다,깨운다,말한다,듣는다’가이관계를거래하는주요동사들이다.이들모두가극도로간소화된이행위를통해폐쇄된방안을무대로이이야기-책-욕망의불가능한완성을탐색해나간다.마치책을극장삼아펼치는검푸른밤바다와희디흰빛의포말,그사이어딘가에서신음하는욕망의원형을떠내려는낭독극같다.대상에대한부정,부재하는파란눈검은머리에대한‘그’와‘그녀’의결여가맞닿는지점에서만성립될수있는이기이한사랑,그공허에관한울울한서정을아름답고눈부시게형상화한소설이다.
뒤라스가자신이쓴글에서“가장위대하고가장끔찍한한사랑이야기”라고말한이소설의간략한줄거리를살펴보면다음과같다.어느여름저녁녘,프랑스북부해변의한호텔,이야기속남자는로비를바라보고있고,이야기속여자는로비안으로들어선다.호텔안에서누군가의이름인듯한알수없는외침이들려온뒤여자는파란눈검은머리의한젊은외국인과함께사라진다.이장면을지켜보던남자는절망에빠진다.그날밤남자와여자가해변카페에서만난다.파란눈검은머리의애인을잃은남자와,역시파란눈검은머리의한젊은외국인과의이별로고통을겪고있는여자.남자는여자에게돈을지불하겠으니자신과함께밤을보내달라고요구하고,그녀는그렇게매일밤그의방을찾아온다.여러밤동안두사람은파도소리가들려오는닫힌방안에서잠을자고,말하고,눈물을흘리며,두사람이기억하는동일한한남자,파란눈검은머리의젊은외국인과의이별을,그부재와상실을함께앓는다.어느덧그녀가그를욕망하고,여자한테는한번도욕망을가져본적없던그는그녀를거부하고,그부정에그녀는일순자신에대한혐오를겪고다시제3의‘시내의남자’를만나고오면서,이야기는둘의절망으로치닫다가어느순간그-그녀-제3의존재가욕망의소용돌이속에서차츰한덩어리처럼뭉친다.조금씩잊혀가는애초의‘파란눈검은머리’의환영은그와그녀가둘이함께할때,즉서로가서로에게서감각하는그결여가겹쳐질때더극대화된다.마지막까지그욕망으로아무것도하지않던그들,검은실크천으로얼굴을가리고흰시트로몸을말고한구석에서잠을자던그녀와,그런그녀를깨워빛으로데려오고말을건네고죽고싶다며울곤하는그가,어느새마주해단한번의키스로마무리되는이극은,결국더는다가서지못하는모호한정염속에서자신들을소진시키고마는고립되고폐쇄된불가능한사랑의한지대를비추며끝난다.거기엔이극의서술자,두주인공,배우들은다사라지고,오직벽과파도소리만남는다.

“그는그녀와아주가까이눕는다.그는그녀에게질문하지않는다.그녀는너무피곤하고갑자기,눈가에눈물이그렁하다.그가말한다:우리에겐검은실크천에대한기억이,두려움과,밤에대한기억이있을거예요.그가말한다:욕망에대한것도.그녀가말한다:그렇겠죠,서로가서로에게가진,그걸로아무것도하지않는,우리의욕망에대한기억이.”(본문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