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부탁 - 문학동네청소년 49

곰의 부탁 - 문학동네청소년 49

$12.50
Description
| 배달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난민……
| 교차하는 경계 위에 선 아이들
| 그 곁을 지키는 작가 진형민의 첫 청소년소설집
2012년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은 이래 출간하는 동화마다 큰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진형민이 청소년 독자를 위해 펴내는 첫 번째 책이다. 간혹 웹진이나 앤솔러지에서 그의 청소년소설을 만나 본 독자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려 왔을 소식이다. 총 일곱 편의 작품을 모은 이번 책은 독자들의 오랜 기대에 충실히 부응한다.
『곰의 부탁』 속 인물들은 모두 청소년이지만,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지칭되곤 하는 집단으로 획일화될 수 없다. 작가가 오랫동안 그 곁을 지키며 마음속에 층층이 축적해 온 한 명 한 명의 아이들 모습이 녹아 있기에, 이야기 속 아이들의 삶 하나하나가 고유하다.
경쾌한 템포로, 그렇지만 흩날리지는 않고 단정하게 흘러가는 문장들이 일곱 편의 소설을 이룬다. 소설 속 갑갑하고 무거운 상황을 가뿐하고도 무심하게 툭툭 풀어내는 능숙함, 그 사이사이에 위트와 유머를 쉼표처럼 박아 놓는 진형민 특유의 노련함이 응축되어 있다. 덕분에 이 책의 독자는 웃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가끔은 이야기 속 인물과 함께 세상을 향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 것이며 끝내는 울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곰의 부탁』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은 “경계 위의, 경계 밖의 청소년”(송현민)이자 “탁한 풍경 속에서 버티며 살고 있던 진짜 아이들”(송미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곰의 부탁』은 부조리와 그로 인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느닷없는 폭력의 가능성마저 감내해야 하는 이 세계를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웃기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은 이 이야기의 장르는, 말하자면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곰의 부탁」)인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저자

진형민

1970년서울변두리에서태어났다.그동안방송작가,대안학교교사로일했고교육잡지편집일을하기도했다.‘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동화를공부했다.2012년『기호3번안석뽕』으로창비좋은어린이책수상.동화『꼴뚜기』『소리질러,운동장』『우리는돈벌러갑니다』『사랑이훅!』등을썼고청소년소설집『불안의주파수』『존재의아우성』『웃음을선물할게』『아무것도모르면서』에작품을...

목차

곰의부탁...7
12시5분전...33
헬멧...59
람부탄...87
언니네집...113
자물쇠를채우지않은날...139
그뒤에인터뷰...165
작가의말...189

출판사 서평

진형민작가의소설은경계위의,경계밖의청소년을만나게한다.한없이안온하다고상상되는가정과학교에서청소년들은어떤경계를가로지르는지,청소년을둘러싼보호의경계가얼마나자주무너지고재구성되는지생각하게한다.이도시와국가의경계너머에는어떤청소년의삶이있을지도상상하게한다.그리고그삶이어떤모양새든한사람의삶이라는사실을깨닫게한다.틀에박히지않은청소년도한명의인간이라는생각에동의하고자하는사람들에게이책을권하고싶다.물론틀에박히지않은삶을살고있는청소년들에게도._송현민(국어교사,서울시교육청성평등교재개발연구원)

“세상이구석구석또렷했다.
우리가여기에있다는사실이너무나명백해서
오히려할말이없었다.”
_「곰의부탁」에서

표제작「곰의부탁」의‘나’는해를그릴때면빨간색으로칠해왔다.아무의심없이자신있게그럴수있었던것은해를한번도자세히본적없었기때문이다.그러나새벽녘겨울바다에선‘나’의눈앞에서서히모습을드러낸해는,빨간색이아니라“눈부신노란색”이다.
작가는바다나해처럼“여기에있다는사실이너무나명백”함에도많은이들이제대로들여다보려고하지않았던존재들을각이야기의무대중심에세웠다.배달노동을하며“돈생각좀안하고살고싶”다고말하는아이,“쉬쉬숨겨야하는”사랑을하는아이,예민한마음으로콘돔봉투를처음뜯는아이,타국의골목에서“세상에없는듯”살아가야하는아이까지.이아이들은“숨겨야”하거나“자꾸자꾸설명해야하는”상황에처하지만실은“할말없음이가장솔직한내심정”이라며설핏속내를내비친다.세상이지레넘겨짚거나심지어없는취급을할지라도,이들이눈부신노란색으로존재하고있다는것은더보탤말이없을정도로명백한사실이므로.“거기있음을아는것이나의시작”이라는작가의말에는누구든자신의존재를해명하거나증명하지않아도괜찮기를바라는마음이담겨있다.

“어설픈위로도,섣부른희망도차마입에담을수없어
나는숨죽여소설을씁니다.
너는괜찮아?짧은인사를남기기로합니다.
거기있음을아는것이나의시작입니다.“
_‘작가의말’에서

세계는모든게뒤틀린뿌연거울속이분명한데작가는용감하게그거울을닦고아이들의오늘을비춰준다.덕분에우리는탁한풍경속에서버티며살고있던진짜아이들을만나게된다.이아이들과함께욕한마디뱉어내며조금은웃기도조금은울게될지도모른다.그런후에말하게될것이다.이렇게우리곁에있었구나,희미하게들리던그건너희숨소리였구나._송미경(동화작가,청소년소설가)

|긴터널같은계절을지나는이들에게
|괜찮음을묻고괜찮기를부탁하는일곱편의단단한이야기

「람부탄」의세디게는머리칼을가려주는히잡을꼭꼭여미고,「12시5분전」의영찬은가방속에숨긴것을어른들앞에선꺼내지않는다.「자물쇠를채우지않은날」의지용은문에도마음에도언제나자물쇠를단단하게걸어잠그고다닌다.괜찮음과괜찮지않음사이를수시로오가면서도,모두속엣말을쉽사리꺼내지못한다.이들은“내가괜찮은지아닌지가뭐그렇게중요”하냐고,“괜찮은지생각해본적없다”고,아니면“자신이괜찮은지아닌지생각할기운이없”다고말한다.그러나사실은“어디서어떻게울어야할지몰라억지로참고있을뿐”이다.
진형민의첫청소년소설『곰의부탁』은긴터널같은계절을지나고있는이아이들에게건네는말-괜찮냐는질문이자괜찮아달라는부탁이다.또한섣부른위로의말을건네기보다먼저“서로의괜찮음을물어도되는사이”가되어옆에있어주려하는마음그자체이기도하다.그러다이따금씩조심스럽게“울어도괜찮다고,지금이그때라고,자그마한어깨를내민다.”(송수연)이책을읽다문득‘내등짝에가만히와닿는손바닥두개’가느껴지는순간,마음속문에걸린자물쇠는잠시풀릴지도모른다.

『곰의부탁』은‘문학이란무엇인가’라는오랜질문에대한진형민식응답이다.그의작품은당자보다먼저흐느끼지않고,어설픈위로와섣부른희망을이야기하지않는다.대신“어디서어떻게울어야할지몰라억지로참고있는”사람들에게울어도괜찮다고,지금이그때라고,자그마한어깨를내민다._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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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소개

「곰의부탁」
연극동아리에소문이돌기시작한다.곰과양이손잡고있는모습을누가봤다는것이다.두사람이맡은역할은‘로미오와줄리엣’이아닌‘로미오와머큐시오’였다.

「12시5분전」
백일기념일을맞이해동물원으로나들이를간은비와영찬.정성껏준비한도시락과기념선물,그사이로어울리지않게콘돔하나가불쑥끼어들고만다.

「헬멧」
건당삼천원.수수료떼면이천오백원.나쁘지않은조건이다.오토바이로미친듯이쏘면은주와나눌커플링쯤은살수있을것이다…….그러나종민이시작한배달대행아르바이트는상상했던것과는조금다르다.

「람부탄」
타국의골목에그림자처럼깃들어없는듯살아가는골목사람들에게,숨죽여헤어지는일은일상이되었다.떠난이들이부디나쁜소문으로돌아오지않기를바랄뿐.남겨진세디게는텅빈학교를마주하며,한번도생각해본적없었던것을생각하기시작한다.

「언니네집」
무더운여름날이건만언니네옥탑방의창문은굳게닫혀있고,오랜만에본언니는왜인지한쪽팔에깁스를하고있다.얼추잊은줄알았던그날밤의기억이떠올랐다.우리집마당에서한토끼가사라지고다른한토끼가마른풀을먹던밤의일이.

「자물쇠를채우지않은날」
‘구구단을19단까지외는나라’출신이라수학도잘한다고?지용은엄마의나라에대해아는것하나없지만굳이토를달지않는다.지나가다부딪친사람이“쏘오리.”하고말해도,지용은자신이국어1등급이라는걸설명하기귀찮을뿐이다.

「그뒤에인터뷰」
정현이는더이상없다.그리고아이들은한카메라앞에서말하기시작한다.자신이아는,자신만이아는정현이에대해서.조각조각나뉘어있던이야기가조심스레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