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목들 (곽은영 시집)

관목들 (곽은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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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검은 고양이 흰 개』 『불한당들의 모험』을 펴낸 곽은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을 선보인다. 42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은 ‘모리스 호텔’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중심으로,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 통과한 시간과 계절들을 관조하듯 지켜보는 화자, 즉 모리스 호텔의 호스트인 ‘나’의 시선을 따라 이어진다.
저자

곽은영

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검은고양이흰개』『불한당들의모험』,동화로『고양이를응원해』가있다.

목차

시인의말005

1부
눈보라-모리스호텔1/관목-모리스호텔2/겨울강-모리스호텔3/일과-모리스호텔4/긴겨울/외출-모리스호텔5/검은패-모리스호텔6/비와멜론-모리스호텔7/봄/구움과자-모리스호텔8/가정간편식-모리스호텔9/여름/노틸로이드-모리스호텔10/여름곤충탐험대-모리스호텔11/몽상의구역-모리스호텔12/늦여름

2부
비밀의정원-모리스호텔13/물끄러미-모리스호텔14/마리-모리스호텔15/초가을/숙객-모리스호텔16/까만미나-모리스호텔17/가을/복각-모리스호텔18/추도-모리스호텔19/외발수레-모리스호텔20/늦가을

3부
성탄절-모리스호텔21/밤하늘보호구역-모리스호텔22/밀크티잼-모리스호텔23/눈썰매-모리스호텔24/겨울/진혼-모리스호텔25/애도여행-모리스호텔26/권투하는뱀파이어-모리스호텔27/이른봄/짧은봄/흰-모리스호텔28/여름송가-모리스호텔29/응시-모리스호텔30/낭만배달부-모리스호텔31/초여름

해설|모리스호텔로부터온초대장
|소유정(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당신이전해준소식은우리의낭만이었습니다”
-아름다운사건을만드는곳,‘모리스호텔’을통과한이야기들

2006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해『검은고양이흰개』『불한당들의모험』을펴낸곽은영시인의세번째시집을선보인다.42편의시가담긴이번시집은‘모리스호텔’이라는특별한공간을중심으로,그곳을다녀간사람들,통과한시간과계절들을관조하듯지켜보는화자,즉모리스호텔의호스트인‘나’의시선을따라이어진다.
“운명의항해키를돌려거침없이험한항로를택한것도나의손/매번슬프기만한항로를택한것도나의손”(「불한당들의모험12」『검은고양이흰개』)임을인지하고,“걸어가야들려오는이야기/쓰러지지않기위해걸어가면/자박자박발목을적시며저절로써지는이야기”(「불한당들의모험15」『불한당들의모험』)를위하여나아가던그가,이제는“낡고구식이지만앞면만화려한시대보다우아한”모리스호텔에머무르며“폭우와폭설의그늘바람과바람찬란한햇살이만든모리스의냄새”안에있다.
첫시집과두번째시집에서‘불한당들의모험’연작을마무리한지8년이흘렀다.그사이곽은영시인의시세계에어떤변화가있었는지모조리짐작할수는없겠으나,시집을열고처음으로마주하는것이흡사관강가이드북에실린신비로운호텔소개글과같은것일때,우선그곳이궁금해가보지않고는배길수없는것또한사실이다.

모리스호텔은바람이많이불며여름에선선하고겨울이추운석회암지대에있다
석회암지대는빙하기에살아남은식물들의피난처다
몇세기전의채석장도있으며송어낚시에적절한계곡이멋지다
현재는농업과관광업이주요수입원이된평범한시골마을이다
마을에서한시간정도차를달리면해안에닿는다
마을에오려면기차를타거나자동차를직접몰고오면된다
초입에모리스호텔이있다

‘평범한시골마을’이라고는하나‘몇세기전의채석장’과‘빙하기에살아남은식물들의피난처’가있기도하다는설명이,곽은영시인특유의동화적상상력과몽환적인서사를또한번만날수있겠다는기대감을증폭시킨다.
총31편의‘모리스호텔’연작사이사이자리잡은시는「긴겨울」「봄」「여름」「늦여름」「초가을」「가을」「늦가을」「겨울」「이른봄」「짧은봄」「초여름」으로,이시집이사계를한번순환한뒤다시봄과여름을맞이하는동안모리스호텔이만들어내는이야기를품고있음을짐작할수있다.자연스레계절감이뒤따르고,그계절감에따라기억은물론맛과냄새같은감각까지새로이환기되며모리스호텔을풍성하게채운다.“지질학적시간앞에서는누구나겸손해진다/지질학적시간도사소한시간이쌓여이룩”(「초가을」)되는것이다.
호텔이라는공간의특성상드나드는이와오래고내밀한관계를맺기는어려우리라.다만머무르는이들의이야기를들을뿐.눈보라가치는풍경을바라보며필담으로말을거는장기투숙객도있었고,또때로는인부들이머무르다가기도했다.“늦겨울관목처럼모리스호텔은돌연한떠남에의연했다”(「겨울강」).호텔호스트의일상을채우는건투숙객보다는마을사람들이다.“우체부였던할아버지는일주일에한번달걀소년은트럭을모는아버지가되어이틀에한번신문배달부는매일할머니둘은주말을빼고찾아”온다.특히시편곳곳에등장하는‘쌍둥이할머니둘’은“손님없는호텔에늘찾아와호텔이지녀야할온기를잃지않게해주었”고,그러므로둘중언니인할머니가다가오는죽음을앞두고쏟아내는기억과그것을나누는동생의이야기모두를화자는부러찾아가귀기울여듣는다.듣는것으로함께하는것이다.

언니가동생의머리칼을쓸어주며말했다
물풀같아
온전히살아냈으니장한거야
용감한너로인해나는자유로움과자신감을얻었지

다가오는고래를따라가
저고래처럼물밖으로숨을내쉬면
마지막숨을내쉬면생이완성될거야
그리고다시만나
사랑해
-「진혼-모리스호텔25」부분

소유정평론가가해설에서언급한것과같이이번시집에서“곽은영의시는사건의연속이다.쌍둥이할머니,우체부와같이더는함께할수없는이들,함께할수없는이들을생각하면자연스럽게떠오르는‘나’의개인적인기억들까지.‘돌연한떠남에의연’(「겨울강-모리스호텔3」)해야하는것이호텔의숙명일지도모르겠지만떠난이들이남긴이야기와그로부터환기되는감정은시간이흘러도흩어지지않은채로겹겹이쌓인다.”
매서운겨울바람을뚫고‘바람구두’를신은이의운명을이행했던곽은영시의화자가,이렇듯방황을잠시멈추고키작은관목의자세로멈추어가만히듣고,본풍경의기록들.도착과출발,머무름과떠남에서부터계절의오고감,삶이시작되고끝남에이르기까지,방랑길에서얻은기록과어쩌면크게다르지않을지도모를일.
그러면이제그는이땅에붙박여머무르면될일일까?확답은이르다.그가아주머무르기만할것은아닐지도모르는것이,화자가“매일조금씩풀밭사이로길을만들”고있기때문이다.“아주먼미래의이야기”라는단서는달아두었으나,“나는모종삽만큼작아져오래오래걸을것이다”(「외발수레-모리스호텔20」)라는화자의소망을얼핏짐작하며우리는그의또다른모험,그것이이루어질아름답고신비로운곽은영의시세계를새로이기대하며기다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