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15.00
Description
경계에 서서 세계를 감각하는 젊은 예술가 이길보라
낯선 사회를 가로지르는 당찬 시선,
새롭게 얻은 배움과 존중의 경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독립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자 ‘로드스쿨러road schooler’ 이길보라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학생활을 통해 새롭게 얻은 배움과 고민을 그만의 시선과 사유로 담아낸 산문이다. 사회의 기준이나 부모의 의지가 아닌 온전히 스스로 삶과 공부의 방향을 정하고, 또한 제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로드스쿨러인 그가 전하는 암스테르담 유학기는 생생하고 예민하기에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여느 유학 성공담이나 외국 문화 체험기와는 다른 이유다. 책 속에 담긴, 자신의 삶과 예술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인디펜던트’ 여성 청년의 ‘길 위에서의 공부’는 세상을 살아가고 맞서나가는 또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섬세하고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길보라 감독은 한국사회의 소수자 차별과 그 부당함에 맞서기 위한 물음들을 자신의 작업에 담아왔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비정상’이라 규정된 특성이 지구 위 다른 곳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양성과 정체성으로 존재했다. 심지어 국적까지 무의미할 지경이다. 이 책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 배려한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상/비정상’의 경계가 무의미한 암스테르담의 문화를 경험하며 낯선 자유를 느낀다. ‘노브라’ 노메이크업으로 어제 입었던 옷을 또 입고 학교에 가도 마음이 편안하다. 남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걱정에 들이는 시간과 마음을 버리니 한결 편안하게 자신의 삶과 작업에 대한 고민에 몰입할 수 있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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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길보라

글을쓰고영화를찍는사람.농인부모이상국과길경희사이에서태어나고요의세계와소리의세계를오가며자랐다.그로부터다름과상실,고통이부정적인의미로만쓰이지않는다는것을배웠고,글을쓰고영화를만들며서로다른세계들을연결하면서살고있다.고등학교1학년재학중아시아8개국으로배낭여행을떠났고,여행에서돌아온후학교로돌아가지않고학교밖공동체에서글쓰기,여행,영상제작...

목차

프롤로그|괜찮아,경험

1부지금이아니면언제떠날수있을까
나의모어는수화언어
언어가바뀌면세상도바뀐다
새로운곳에서새로운작업을꿈꾸다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를만나다
돈을버려도,시간을버려도,괜찮아경험
내겐너무어려운파티
‘스무번째지원자’가아닌‘지원자’보라
사람들에게는각자의이야기가있지
“굿뉴스!”
크라우드펀딩장학금마련기

2부화장을안해도,어제와똑같은옷을입어도
암스테르다머가되는법
정장차림의총리도자전거출퇴근족인나라
필름아카데미에서의첫주
이토록꿈같은공간
내국적이뭔지는나도잘모르겠어
보라는보라의속도대로
내가받은도움을돌려주는것뿐이야
보트트립을떠나다
아시안요리특별전
수어만이표현할수있는것
내가입고싶은대로,내가먹고싶은대로
아내,남편이아니라‘파트너’로
새집구하기프로젝트

3부나만의방법론찾기
가질수없는유연함
너도너의권리를말하고지킬필요가있어
네가필요하다면우리가노력할게
드디어입을열다
말라이나의생일파티
배움이란꿈을꾸는것이다
무지갯빛박수소리
나만의방법을찾는여정
엄마와아빠,네덜란드에오다
극한의가족여행

4부모든가능성을열어두고
영화를세상에내보여야하는이유
네덜란드의유일한한인친구
A급편집자와신인감독의만남
괜찮은조합
거기에답이있을테니까
우리는창문을깨고불을질러요
꼭받고싶은사과
‘배리어프리’상영회
몸의기억

에필로그|경계와경계를감각하다

출판사 서평

돈을버려도,시간을버려도,괜찮아경험
이길보라감독은농인부모에게서태어난청인자녀즉‘코다CODA’다.어릴적부터자연스레부모의수화언어와세상의음성언어를잇는가교역할을해온그는그렇게사람과세상의경계를보고느끼고‘이야기를전하는사람’이되었다.그가사회가정한기준을고분고분따르는삶을거부했던것은당연했는지도모른다.고등학교1학년때자퇴하고아시아지역배낭여행을한후학교밖공동체에서배움을이어간기록을<로드스쿨러>라는다큐멘터리로,농인부모의시선으로바라본세상을<반짝이는박수소리>라는다큐와책으로담아낸일련의활동도마찬가지로한국사회의‘정상성’과그기준에의문을가졌기에가능한작업이었다.
그렇게대안적삶의가능성을끊임없이모색해온이길보라감독이지만,한국의영화제작환경에서다큐멘터리작업을지속한다는건결코녹록지않은일이었다.생계문제는다큐멘터리작업을지속해나가는데있어커다란숙제였다.그는새로운곳에서작업의가능성을모색하고인적네트워크를확장하고싶다는생각을품게된다.그렇게네덜란드암스테르담의필름아카데미로유학을떠날마음을품었지만,여전히유학비와체류비는해결하기힘든고민거리였다.그때아버지가던진한마디는그모든망설임을떨치게만든다.“보라야,괜찮아,경험.”
농인부모가평생몸으로체득해온말이었다.부모의삶이담긴그말을발판삼아이길보라는암스테르담필름아카데미에입학하게되고,거기서만난젊은예술가들과암스테르담의문화는청년이길보라에게전혀새로운모험과시선들을선사한다.

“내국적이뭔지는나도잘모르겠어.”
정상과비정상을가르는게의미가없는사회
이책은낯선세계와맞닥뜨린한젊은여성창작자의시선이담긴작업일지이자,한사람이자신의내부에쌓인겹겹의편견을마주하고깨뜨려나가는성장기다.필름아카데미석사과정을시작한이길보라는작업의원천이자자신의정체성을형성했던‘농인의자녀,로드스쿨러,여성영화감독’이라는맥락이네덜란드에서는전혀대수롭지않은일임을깨닫고당혹해한다.

“사진속이동작보이시죠?주먹쥔오른손을왼쪽턱에서오른쪽턱으로턱을따라쭉올리는이동작은‘맛있다’라는뜻의수어입니다.저는이렇게말하고사랑하고슬퍼하는둘사이에서태어났습니다.이들로부터수어를배웠고세상으로부터음성언어를배웠죠.”
관객들이눈을동그랗게뜨며흥미를보일차례였는데반응이없었다.아까와같은표정이었다.이지점에서놀란표정을지어야다음문장을의기양양하게이어나갈수있는데,당황스러웠다.적어도나는관객들이어떤지점에서놀라고어떤지점에서감동받는지잘알고있다고생각했다.그래서나는내가이야기꾼이라고,그자질을타고났다고믿었다.그런데이게웬걸,하나도통하지않았다.짐짓태연한표정으로다음문장을이어나갔다.그러나반응을예측할수없는관객들앞에서내가준비한다음문장을이어가도되는지확신할수없었다.(본문98쪽)

이길보라감독은한국사회의소수자차별과그부당함에맞서기위한물음들을자신의작업에담아왔다.그러나한국사회에서‘비정상’이라규정된특성이지구위다른곳에서는지극히자연스러운다양성과정체성으로존재했다.심지어국적까지무의미할지경이다.
이책은사회구성원의다양한정체성을있는그대로존중하고서로배려한다는게어떤모습인지생생하게보여준다.‘정상/비정상’의경계가무의미한암스테르담의문화를경험하며낯선자유를느낀다.‘노브라’노메이크업으로어제입었던옷을또입고학교에가도마음이편안하다.남이나를이상하게생각하지않을까염려하지않아도된다.그런걱정에들이는시간과마음을버리니한결편안하게자신의삶과작업에대한고민에몰입할수있었다.

맞고틀린이분법이아닌,새로운배움의가능성을들여다보는경험을선사하는학교
이책에서가장놀라게되는부분은직급이나나이에따른위계없이동등한작업자로서로를존중하는필름아카데미학교의문화일것이다.이곳의화법은실용과관용이다.학장은암스테르담의다른모든사람처럼자전거를타고출퇴근을한다.실용의관점에서의전은거추장스러울뿐이다.선생과학생모두서로에대한책임과배려속에서자유롭게자신의의견을표현하고,토론하며받아들인다.‘시험’도없다.학생과선생이함께작업과정을공유하고작업을통해발전시켜나갈주제와문제의식이중요할뿐이다.작업의결과는성과가아니었고,고민이도달한지점이었다.

네덜란드영화학교에서의첫학기가끝났다.기말발표를했고,그에따른연구자료들을제출하고면접을봤다.결과는패스.학점이없는구조다.대신항목별로어떤것이뛰어났고,어떤부분은합당했으며어떤부분은납득되지않았는지자세히적힌리포트를받는다.따로점수는매기지않는다.각자자신만의속도로연구를해나가는것이중요하기때문에다른이들과비교하지않는것이다.또한학기중워크숍이끝나면강사로부터‘학점’이아닌정성스러운피드백메일을받는다.그안에는수업시간에했던토론과해왔던과제들에대한강사의의견이촘촘히담겨있다.(본문182쪽)

해보기전에는미처새길수없었던몸의기억,
그리고존중과포용에대한건강한시도
들리지않았기에직접부딪쳐세상을감각해야했던부모처럼,이길보라또한낯선세계를몸으로겪어낸다.네덜란드와한국의시차는고작여덟시간이지만,두세계사이에는그보다훨씬큰차이가있다.네덜란드식실용화법이한국에서는무례하고직설적이라지적받고,한국의완곡어법이네덜란드로넘어오면자기의견을명확히말하지않는단점으로인식된다.육아와가사노동을당연히분담하는남자들과자전거를타는총리가있는나라의문화에깜짝놀라지만,이곳에도구분짓기와차별은여전히존재한다.다만서로를이해하고받아들이려는노력의정도가다를뿐이다.결국중요한건다름을포용하려는시도이며,그시도를존중하는태도다.그건‘해보지않으면’결코알수없을경험이다.젊은예술가이길보라는그‘다름’을껴안아훌쩍성장해낸시간을펼쳐놓는다.경계인만이포착해낼수있는건강한시선을통해조금더서로를배려하고존중하는사회를상상하게된다.

차이가차별의근거가될수없다는것은알았지만,‘다름’이지닌풍성함은알지못했었다.물론세상에유토피아는없다.네덜란드에도인종차별을비롯한무수한구별짓기가존재한다.다만타인의다름을인정하고받아들이려는다양한시도들이있을뿐이다.그곳에서배운건그시도와모험들이었다.경계와경계를오가며살아온나의삶을꼭안아주던사람들,예의와존중을갖추고다름을받아들였던이들이있었다.다름을받아들이기위해속도를늦출필요가있다면기꺼이속도를줄여발걸음을맞춰가는걸배웠다.이모든것은무엇보다도주저없이발걸음을뗐기에가능했던일이다.(본문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