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15.00
Description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사랑하는 작가!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번으로 출간된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우루과이 작가다. 중남미 환상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깃털 베개」와 「목 잘린 닭」을 비롯해 총 열여덟 편의 작품이 담겨 있으며, 앞의 두 작품과 「멘수들」을 뺀 나머지 열다섯 편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1917년 출간된 이 소설집은 ‘사랑’ ‘광기’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삶의 불분명한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진실, 재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 보인다.
저자

오라시오키로가

저자:오라시오키로가
1878년12월31일우루과이살토에서태어났다.1899년『살토지』를창간해첫단편「잠못이루는밤을위하여」와문학및사회비평을발표했으며,1901년그동안쓴시와산문을엮은책『산호초』를출간했다.중남미환상문학의기틀을마련한작품이라평가받는「깃털베개」와「목잘린닭」을비롯해,아열대밀림지역에서의생활을바탕으로자기만의소설세계를구축해나가며200여편의단편을썼다.대표작으로는『사랑광기그리고죽음의이야기』『밀림이야기』『야만인』등이있다.1937년위암진단을받고스스로목숨을끊었다.

역자: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하고,동대학교대학원과스페인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대학원에서라틴아메리카소설을공부했다.옮긴책으로는루이스세풀베다의『자신의이름을지킨개이야기』,『느림의중요성을깨달은달팽이』,『생쥐와친구가된고양이』,『길끝에서만난이야기』,『우리였던그림자』,그외공살루M.타바리스의『작가들이사는동네』,『예루살렘』,로베르토아를트의『7인의미치광이』,페데리코가르시아로르카의『인상과풍경』,리카르도피글리아의『인공호흡』,마세도니오페르난데스의『계속되는무』,돌로레스레돈도의『테베의태양』등이있다.

목차

사랑의계절
엘솔리타리오
이졸데의죽음
목잘린닭
사람들을자살하게만드는배
깃털베개
표류
일사병
가시철조망
멘수들
야구아이
강에서나무를건져올리는이들
천연꿀
우리가처음피운담배
뇌막염환자와그녀를따라다니는그림자

부록|3판과4판에서삭제된단편소설세편
음울한눈동자
내손으로만든지옥
광견병에걸린개

해설|사랑-광기-죽음의변주곡
오라시오키로가연보

출판사 서평

죽음의그림자와문학
:죽음은추상적혼란이아니라실제로벌어지는사건이다

“삶과죽음은동일한세계의대척점에서빛나는광선이다.둘은시작하고끝맺는다.”

키로가의삶은어린시절부터죽음이라는비극적경험으로점철되었다.태어난지두달되던무렵,아버지가사냥에서돌아오는길에오발사고로가족이보는앞에서목숨을잃는다.이후의붓아버지마저뇌출혈로쓰러져반신불수가되는비극을맞고엽총으로자살하는데,열일곱살이던키로가가그죽음을목격한다.1902년에는키로가가총을살펴보던중오발되어문학적열정을나누던친구페데리코페란도가즉사한다.자신의실수로눈앞에서친구를죽음에이르게한극적인사건이후에도키로가를둘러싼주변사람들의죽음은끝나지않는다.1910년에는누나와형이장티푸스로때이른죽음을맞고,1915년에는아내아나마리아가음독자살을시도해사경을헤매다결국그가지켜보는가운데세상을떠난다.1933년,청년시절친구이자키로가가외교관으로서안정적인생활을할수있도록후원자역할을한발타사르브룸대통령이쿠데타에항거하기위해목숨을끊는다.이렇게수많은죽음을목도해야만했던그의비극은아버지와형제,아내와친구들을모두잃는것으로도모자라결국그자신까지집어삼키고말았다.1937년,오라시오키로가는위암판정을받은뒤청산가리를마시고자살한다.평생그의주변에드리워져있는듯보이던죽음의그림자는키로가의죽음으로도사라지지않았고,몇년뒤장녀인에글레,장남인다리오의자살로이어진다.
주변사람들의연이은죽음과비극적사건은키로가의작품세계에독특한색채를부여했다.키로가는삶을생존을위한끝없는투쟁으로보았으며,죽음이라는피할수없는운명이언제나자신의존재를에워싸고있다고생각했다.그에게문학은추상적인유희가아니었고,자연또는죽음과벌이는투쟁의방식에가까웠다.키로가가미시오네스주의아열대밀림지역에거처를마련한것은문명에대한환멸과친구의죽음에대한죄책감에서벗어나고싶어서이기도했지만,본질적으로는자신의삶에서죽음의그림자를몰아내기위한도전이었다.안온한삶의조건을벗어던지고미지의세계로자신을내던짐으로써삶을전면적으로전복시키려했던것이다.그리고그곳으로떠나그가마주한자연은심미적대상이아니라인간의상상력이감당하기어려운거대한세계,그야말로살아움직이는실체였다.‘우리는모두죽는다’는거스를수없는대자연의법칙을끊임없이상기시키는공간,종내에는인간을집어삼키고지배하는세계,즉삶과죽음을동시에품은그곳에서키로가는죽음이라는운명과맞닥뜨린인간존재의모습을떠올렸다.키로가가새로운문학형식을추구하기시작한곳도바로이곳이다.그의작품에서자연은거칠고전투적인공간이기에인물들은한가하게자연을관조하며황홀감을느끼거나심오한사색에빠져있을수없다.페르난도아인사와레오노르플레밍등의비평가들은키로가를인간대자연의갈등을가장잘포착해그려낸작가이자이러한새로운소설영역에서독보적인재능을발휘한작가라칭한다.

사랑과공포,그기이한열정에사로잡혀
불가해한삶과죽음사이를헤매는유한한존재의숙명

『사랑광기그리고죽음의이야기』에서‘사랑’‘광기’‘죽음’은구두점없이연결된다.통상적인어법을따르는대신세관념이존재론적으로동등한가치를지니고있음을암시하려는작가의의도로짐작된다.작품안에서이세주제는복잡하게뒤얽히면서삶을새로운각도로조망하고이세계너머의세상,미지의세계를상상해보게한다.
키로가는외부대상뿐아니라인간의내면에존재하는공포에도관심을기울였다.그러한공포는작품속에서‘불가능한사랑’과‘광기’로나타난다.키로가의작품에서사랑은대개어긋난다.과거의순수했던사랑을그리워하지만결코그때로돌아갈수는없는인물들(「사랑의계절」「이졸데의죽음」)이나환멸의그림자가짙게드리워진현재의사랑(「엘솔리타리오」)이그려질뿐이다.때로사랑이이루어지는듯보이기도하지만,그마저도‘착란증세’라는일종의‘광기’속에서만가능하다(「뇌막염환자와그녀를따라다니는그림자」).순수한사랑은불가능에가깝다.사랑은이미지나가버린과거에는존재할수있을지몰라도현재에는가능하지않으며,고귀하고영원한사랑에대한희망은미래로끝없이연기된다.한편,「사람들을자살하게만드는배」「목잘린닭」「깃털베개」와같은작품에서는‘광기’라는주제를전면적으로다룬다.어느순간스스로도제어할수없는이상한정신상태가되어바닷속으로몸을던지는사람들(「사람들을자살하게만드는배」),백치가된자식들을방치한채정상적인아이를갖고자하는욕망에사로잡힌부부(「목잘린닭」),신혼생활에대한환상이무너진뒤환각에시달리는여인(「깃털베개」)의이야기는인간내면의욕망이광기로표출되는현상을다룬다.이에더해통제할수없는밀림이나오지를배경으로인간과짐승이맞닥뜨리는죽음의상황을그린작품들도있다.가혹하고무자비한자연과마주한유한한존재는삶과죽음의경계에서서분투한다.뱀에게물려죽음에이르거나(「표류」),마취성분이든천연꿀을마셨다가식인개미떼에게잡아먹히거나(「천연꿀」),죽음의사자를발견하고주인의죽음을예견하게되는개들의이야기(「일사병」)는기존의삶을뒤흔들고‘죽음’이라는또다른세계로진입하는관문을열어보인다.
키로가에게세계는파악할수없는어지러운배열로이루어져있어예측하거나가늠하기어려운대상이었다.자연에는언제닥칠지모를무시무시한위험이도사리고있다고보았기에그의작품에서는갑자기독사가등장하거나폭우가쏟아지는등뜻밖의사건이발생한다.그러나이처럼예측불가능한사건이닥쳐도,인간과짐승은쉬이포기하거나단념하지않고계속해서자신의운명과맞서싸우며삶을이어가려는강한의지를보인다.결국세계는인간이벗어날수도외면할수도없는공간이기때문이다.시시때때로유한한존재를집어삼키는절망과공포,두려움이라는감정을자유자재로연주하며완벽한스토리텔링의모범을보여준키로가,우선“「목잘린닭」과「깃털베개」부터읽어보라.가히천재적이다(기예르모델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