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친데 (양장본 Hardcover)

루친데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독일 낭만주의 이론의 거장 슐레겔이 남긴 유일한 소설
독일 낭만주의를 이끈 대표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장편소설 『루친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낭만적 사랑’의 모델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공하여 독일문학이 일궈낸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그간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쉬이 번역되지 못했다.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이영기 교수가 오랜 시간에 걸친 번역작업을 통해 슐레겔의 본래 의도를 그대로 살린 섬세하고 빼어난 한국어 문장으로 마침내 국내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선보인다.
슐레겔은 우리에게 소설가보다는 문학이론가나 철학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의 산실이 된 잡지 『아테네움』을 창간하고 노발리스, 셸링, 피히테, 슐라이어마허 등과 교류하며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정초하는 데 애썼고,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문화정치적 성향의 잡지 『오이로파』를 창간하며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대학에서 한 강연들은 『생철학』『역사철학』 등의 철학적 저서로 묶이기도 했다. 이토록 방대한 지식을 갖춘 르네상스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이 『루친데』를 쓰게 된 이유는, 그의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한 편의 소설 자체로서 완성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슐레겔은 소설의 머리말에서 시문학의 세 거장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세르반테스를 언급한다. 페트라르카는 “사랑의 발명가”로서, 보카치오는 “낭만적 포에지의 원칙”인 “대칭과 카오스”를 결합시킴으로써, 세르반테스는 아라베스크라는 서사 형식의 측면에서 모두 낭만적 시문학을 대변하는 작가들이다. 그는 자신의 소설 『루친데』를 낭만적 시문학의 명작 반열에 보란듯이 올려놓고자 했다.
저자

프리드리히슐레겔

독일독일낭만주의문학이론가.1772년하노버에서개신교목사의아들로태어났다.노발리스,셸링,피히테,슐라이어마허등과교류하면서낭만주의문학운동의기관지『아테네움』을창간했다.『아테네움』에발표한도발적·논쟁적성격의비평을통하여낭만주의문학이론을정초하는데결정적역할을했으며,‘낭만적사랑’의모델을제공한장편소설『루친데』(1799)를집필했다.파리에체류하면서문화정치적성향의잡지『오이로파』를창간하며다양한강연활동을벌였다.1808년가톨릭으로의개종과함께오스트리아빈에정착한후에는주로정치외교적활동에전념했다.1829년드레스덴에서강연준비를하던중뇌졸중으로쓰러져생을마감했다.중요한비평적저술에는「괴테의마이스터에관하여」「그리스시문학연구에관하여」「시문학에관한대화」,문학적저술로는『루친데』를비롯하여희곡『알라르코스』,강연집으로는『근대사에관하여』『고대및근대문학의역사에관하여』등이있다.

목차

율리우스가루친데에게
가장아름다운상황에관한디티람보스적환상
어린빌헬미네의특성
몰염치에관한알레고리
무위에대한목가
신의와장난
남성성의수업시대
변모
두통의편지
성찰
율리우스가안토니오에게
동경과평온
환상의희롱

해설낭만적아라베스크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소설은한권의낭만적책이다”
『루친데』는기존소설장르의내용이나형식에있어서전복과파격을다각도로전시하는독특한텍스트다.소설의내용적측면과는별개로,18세기말에이미포스트모더니즘적서술방식으로써내려갔다는것은그자체로도놀라운업적이라할만하다.따라서이소설을올바르게이해하고적절하게평가하기위해서는,우선슐레겔의낭만주의문학이론을이해해야한다.
슐레겔이1799년에출간한『루친데』의첫구상을시작한것은1794년여름이다.초기구상에따르면소설의줄거리는기존소설장르의관례적문법을따르고있으며이소설의일부인‘남성성의수업시대’를연상시킨다.하지만그가정작관심을가졌던것은남자주인공과여자주인공의각기다른‘성격’이라는소설의‘소재’였다.그래서최종적으로서사적진행이아닌다양한텍스트와장르가혼합된구성적형식을지니게되었다.
이소설은머리말을제외하면각기제목이있는13편의텍스트로구성되어있다.언뜻혼란스러운인상을주지만자세히살펴보면정교하고치밀하게설계된전체적구성이제모습을드러낸다.가장많은분량을차지하고있는‘남성성의수업시대’를중심으로,각6편의텍스트가전후로대칭적으로배치되어있다.13편의텍스트들또한편지,환상,성격묘사,알레고리,목가,대화,성찰등단편적성격의다양한장르로구성되어있다.이러한구성은“인위적으로잘정돈된혼란,모순들이만들어내는매혹적대칭”이라는아라베스크적특징에정확히부합한다.
몽상가기질이다분한율리우스는세계와의불화속에서몰락의과정을밟다가결국자유롭고독립적인여성루친데를만나게되고삶의중심을찾게된다.이러한과정에서일곱명의여성들과다양한관계를맺는데,이여성들은모두율리우스의갈망과필요를채워주기에는결핍된존재로묘사된다.예컨대첫번째여성인루이제는오직어린아이같은순진함과순결함을지니고있을뿐이며,두번째여성은지적능력과약삭빠름은갖추었으나“정신”이결여되어있으며,세번째여성인리제테는“관능적인유혹의기술”은뛰어나지만현실적인것에만관심이있을뿐시문학에는무심하다.다양한여성들과의만남은궁극적으로는율리우스의지성과교양을꾸준히증진시키는데,이는처음에는감각적·쾌락적감수성이커지면서,다음에는감소하면서이루어진다.이러한의미에서루친데는율리우스에게“낭만적인것에대한확고한경향”을지닌여성이며,슐레겔이여성에게서발견한가능성의총체다.“스스로생각해내고스스로만들어낸독자적인세계속에서”모든속박과굴레를단호하게거부하고“완전히자유롭고독립적”으로살아가는루친데의삶은시문학의자율성에대한은유이자슐레겔이주창하는‘낭만적포에지’의체현인것이다.

시대를앞선소설인가미완성실패작인가
『루친데』는당대에대체적으로부정적인평가를받았다.이작품은특히나형식적차원에서의실험적성격보다는기존의사회적,시민적관습과가치를부정하고도발적전복을시도하는내용적차원에서매우큰논란을일으켰다.피히테는『루친데』가천재의위대한작품중하나라고평했으며노발리스와슐라이어마허역시슐레겔을옹호했지만,그럼에도이소설이갖는낭만적시학의의미를밝혀내고비난일색의분위기에서반전을이끌어내기에는역부족이었다.
게다가소설의출간당시슐레겔과유대인이혼녀인도로테아와의관계가주목을끌며커다란스캔들로부각되었는데,이는결국여러사람들에게큰혹평을받는가장큰이유가되었다.때문에슐레겔의이름앞에는오랜시간동안“악명높은루친데의작가”“외설적인루친데의작가”라는오명이따라다녔다.결국그가기획하고있던『루친데』의후속편은쓰이지못했다.
슐레겔은이소설을통해자신의낭만적시문학의강령을,보다구체적으로는‘소설’의이념을구현해보고자했다.그러나세간의관심은주로소설에서묘사된사회적관습,특히사랑과결혼에있어서의전복적가치옹호나관능적감각의묘사에있었다.
『루친데』가슐레겔과도로테아의실제관계가반영된“도덕적방종”의증거물이라는비판에도불구하고,슐레겔이기획한사랑-결혼-가정이라는‘낭만적’공동체의이상혹은개별적주체간의관계가도달할수있는유토피아적차원은바로율리우스와루친데의사랑에서정점에이른다.이작품에담겨있는사랑,섹슈얼리티,여성과남성의관계,결혼제도에관한언술은이소설이일으킨충격적인사회적파장을증명하기에충분하다.‘가장아름다운상황에관한디티람보스적환상’에는심지어남성과여성의역할교환이나구분자체를해체하자는과감한제안이담겨있기도하다.
이소설이20세기중반부터재평가되기시작한데에는이러한문학사회사적해석이중요한역할을했다.물론적극적남성성과수동적여성성의격차를심화시키는데기여했다는비판에서결코자유롭지못한측면또한있다.특히젠더이론의비평적관점에서는훨씬더다양한비판적목소리가들려온다.또한모더니즘과포스트모더니즘시대를거치면서소설장르에있어서수많은형식상의실험과내용상의변화를경험한현대의독자들에게프리드리히슐레겔의『루친데』가어떻게받아들여질지단정적으로이야기하기도쉽지않다.그런의미에서18세기말에쓰인,형식적으로나내용적으로나시대를앞선이선구적인소설을새롭게읽고해석해볼여지는충분하다.오래전쓰였으나여전히‘미지의땅’으로남아있는이소설은,오늘날의독자들에게도신선한충격으로다가갈것이다.